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브뤼노 라투르 외)

D-29
물론 중심 학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혼자서 튀려고 하기보다는 다른 분과들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홍성욱은 "고립된 학문은 죽는다"고 강조한다. 재서노프는 학문적 특별함이라는 것이 외딴섬에서 아무도 하지 않는 연구를 하는 게 아니라,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현상을 이해하는 여러 방식들 사이에서 대화하면서 의미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STS는 외부인이 보기에 난해한 '특이한 학문'을 추구하기보다는, 남들과 나란히 의견을 주고받으며 함께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는 '친절한 학문'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완독했습니다. 저는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로 넘어가겠습니다~. ^^
전반에는 소개글이 왤케 길어 했는데 후반이 어려워 몇 번씩 다시 읽고 있어요 ㅎㅎ 저도 오늘 휴무라 완독목표
친한 동료인 앤드류 스털링Andy Stirling이 2011년에 《네이처》에 쓴 〈복잡함을 유지하라Keep it complex〉라는 좋은 간결한 보고서를 언급하고 싶네요(Stirling 2010). 그는 같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흑백 논리의 답이 존재하지 않는 정책에 대해 과학자들은 흑백 논리에 답을 제공하는 일을 거절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다고 과학자들이 도울 방법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책결정자들을 위한 조언을 조건부로, 필요하다면 다중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해리 콜린스는 ‘중력의 키스’ 저자로 알고 있었는데, 중력파 검출 장치에 관한 박사논문을 쓰기까지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는지는 몰랐습니다. ‘STS가 STS로 불리기 전부터 그것을 전공했다’는 한마디에 위엄이 느껴집니다. 자신감 넘치는 인터뷰라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논쟁 연구를 하면서 과학 내부로 들어갔다는 점에서는 라투르와 비슷하지만, 과학의 내면을 알고자 했다는 점에서는 다르군요.
중력의 키스 - 중력파의 직접 검출중력파로 확증된 ‘그 신호’ GW150914가 검출된 2015년 9월 14일부터 시작해, 2016년 2월 논문이 발표되기까지 라이고 협력단 내부에서 발견이 참으로 확정되는 과정, 또 논문이 세상에 공표되고 중력파의 실재가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과정을 현장 연구한 영국의 저명한 과학사회학자 해리 콜린스의 역작이다.
나와 에반스는 『과학이 만드는 민주주의Why Democracies Need Science』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Collins and Evans 2017). 이 책은 과학의 도덕적 우위 때문에 과학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누군가는 이것이 머튼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머튼은 민주주의가 좋은 과학을 만들기에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여기라고 말하는 반면, 우리는 과학이 좋은 민주주의를 만들기 때문에 과학을 가치 있게 여기라고 말합니다. 옛날의 저는 제가 과학의 도덕적 우수함을 주장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1970년대의 맥락에서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필요한 일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6장 | 해리 콜린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민주주의가 좋은 과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 좋은 민주주의를 만든다는 콜린스의 말에 밑줄을 긋습니다.
STS가 과학이 되어야지, 인문학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마지막 발언은 해리 콜린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주네요. 청중의 해석적 자유를 강조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논쟁보다는 퍼포먼스가, 논증보다는 매력과 수사학이 중요해지는 현상을 병리적이라 판단합니다. STS학자에게 유행에 뒤떨어지고, 인기가 없는 사람이 되라고 격려하는 대목에서는 반골 기질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과학적 발명보다 정치적으로 옳은 편에 서기 쉬워진다고 경고하고요. 콜린스의 다른 저작에도 관심이 생겨서 몇 권 꽂아봅니다.
과학이 만드는 민주주의 - 선택적 모더니즘과 메타 과학과학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선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콜린스의 해답은 간단하다. 과학이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과학적 가치에 존재하고 있는 기대와 열망 때문이라는 것이다.
골렘 - 과학의 뒷골목골렘은 유대 전설에 나오는 괴물로, 온순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언제라도 미쳐 날뛸 수 있는 존재이다. 저자들은 과학은 골렘 같은 것이라고 말하며, 흥미진진한 일련의 사례들을 통해 이런 구축 - 관측과 실험 - 이론의 확증이라는 전통적인 과학상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친다.
앗 맞아요! 반골기질! 그 말이 생각 안 났는데.. 예전에 매우 orthodox하신 교수님이 생각났던..^^;; 어찌 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이 분이 왜 많은 적을 뒀는지 알 것 같기도 해요. 전 저분 책 골렘과 닥터 골렘을 둘 다 갖고 있는데 위의 책은 처음 봤네요. 담아갑니다~
로는 삶을 단순화하고 정리하는 방법들을 “위생의 방식forms of hygiene”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방법들은 “큰 벽”을 쌓아서 복잡성의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벽 안의 것들에 집중합니다. 이런 방법은 지저분함과 다른 불확실성들을 시야와 고찰에서 지움으로써 사용자들을 보호하지만, 분석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단순화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복잡성을 직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Clarke and Keller 2014).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과학의 내용을 너무 많이 설명하다 보니 제대로 된 STS적 분석에 충분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지 못하는 학회 논문들을 보며 저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어요! 폴 볼페Paul Wolpe는 “학문으로서 생명 윤리는 감시자이자 비평가로서의 잠재적 역할과 생명공학의 사회적 수용을 원활하게 만드는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말합니다(Wolpe 2010:110). 이러한 우려는 데이비드 헤스David Hess가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 즉 “수행되지 않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Hess 2009). 우리는 무엇이 수행됐고 수행되려고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너무 집중하다 보니, 무엇이 수행될 수 있었고 수행되었어야만 했는지는 보지 못하는 거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지배 없는 참여, 합의 없는 협력, 인식론적 다양성 모두 제국주의 유산을 다시 새겨 넣는 것에 대항한다는 점에서 STS의 초국가적 정체성에 중요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청중이 내 편이라면 좋아할 게 아니라, 내가 어려운 과학의 길보다는 쉬운 정치의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오늘날 미국처럼 정치적 교착 상대와 반과학, 반지성적 태도가 극심한 시대정신에서 OTA(기술평가국)의 폐쇄는 전혀 놀랍지 않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는 과학, 기술, 의료, 약할에 관한 정부 정책 수립 방식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가져온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의뢰하고 후원하는 연구는 더 이상 그런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었죠. 정책은 정치인들이 결정하는 일이 된 거예요.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STS의 핵심 문제들은 중요한 학문 영역들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말실수하는 것을 너무 쉽게 만들어 버려요. 그래서 저는 이 인터뷰를 통해 STS 박사 과정 학생들 또는 이 분야에 새로 진입한 사람들이 STS의 내용과 역사에 대해 더 나은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례...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었죠.
과학자 중에는 (물론 모두는 아니지만) 과학자가 아닌 사람이 과학에 대해 얘기할 때 '과학도 모르면서 무슨 얘기인가?'하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과학에 제대로 개입하고, 또 과학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전문성을 획득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홍성욱 님과 대담자의 인터뷰까지 읽고 나니 STS가 뭔지 어렴풋하게 이해가 되네요. 조금 더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관련 책을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완독!
저도 홍성욱 교수님 대담이 제일 이해가 잘 됐던 거 같아요! ㅎㅎ
@하느리 @siouxsie @새벽서가 저도 홍 교수님 대담이 제일 이해가 잘 되었어요. ^^;;;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책 증정 [박산호 x 조영주] 인터뷰집 <다르게 걷기>를 함께 읽어요 [📚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라스트 사피엔스/도서 증정] 해도연 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모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수북탐독을 사랑하셨던 분들은 놓치지 마세요
[📚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8. 쇼는 없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기(첫 시즌 마지막 모임!)[📕수북탐독] 7. 이 별이 마음에 들⭐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6. 열광금지 에바로드⭐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
예수와 교회가 궁금하다면...
[함께읽기] 갈증, 예수의 십자가형이 진행되기까지의 이틀간의 이야기이수호 선생님의 교육 에세이 <교사 예수> 함께 읽기[올디너리교회] 2025 수련회 - 소그룹리더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 벽돌책 같이 격파해요! (ft. YG)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2. <어머니의 탄생>[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속으로!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셰익스피어 - 한여름 밤의 꿈, 2025년 6월 메인책[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반가운 이 사람의 블로그 : )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책과 함께 조용한 질문 하나씩[n회차 독서기록] 에리히 프롬 '건전한 사회'를 다시 펼치며, 두 번째 읽는 중간 단상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노예제가 궁금한 사람들, 주목!!
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2.어둠의 심장, 조지프 콘래드노예제, 아프리카, 흑인문화를 따라 - 01.노예선, 마커스 레디커[이 계절의 소설_가을]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