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브뤼노 라투르 외)

D-29
STS와 협업함으로써 이득을 얻지 못할 만한 학과는 생각나지 않네요. 오만한 주장처럼 들리지만, 어떤 학과라도 일종의 구성주의적 전회를 겪는 건 도움이 될 겁니다. 아주 엄밀하고 이데올로기적인 의미에서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연구 관행이나 연구하고 있는 대상을 조금이나마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STS 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대부분이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좌측에 위치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STS 분야에만 국한되는 성격은 아닌 것이, 적어도 제가 가장 잘 아는 두 나라인 영국과 미국에서 학계는 지난 50년간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왼쪽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통계적으로 1950년대 중반에 대부분의 영국 학자는 보수당에 투표했는데,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따라서 현재는 대부분 학자가 좌파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말씀드렸듯이, 저는 인류학에 더 관심이 있고 사회학적 설명은 방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태 위기와 인류세로 인해 전 세계가 STS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모든 작은 차이를 불식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사실 STS 분야는 처음에는 주로 원자 폭탄 학살의 위협으로 인해, 나중에는 베트남 전쟁 중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탄생했습니다. 이제 이 분야는 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두 번째 위협, 즉 생태 위기에 의해 엄청나게 확장되었습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그들은 학계 사람들 사이에 고성과 논쟁이 있었던 초창기가 부럽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소수의 STS 학자들은 다툼이 될 만한 주제와 주장들을 식별하여 학계에 위험과 도발을 재주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 훌륭하죠. 하지만 이 분야는 전체적으로 아주 커지지 않았습니까? 이 분야는 큰 힘을 가지고 있고, 좋은 의미에서 굉장히 다양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STS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굉장히 도전적인 감수성을 제공한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STS가 절대 스스로 안정을 찾지 않는다는 것, STS가 단지 멀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기 소식을 전달하는 일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STS는 매우 탄력적인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STS를 하고 있다고 말하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예상과 달리 많은 기업들이 자주 회의주의적 접근을 잘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영국통신회사BT와 큰 미팅을 했는데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회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기술에 관한 주장에 대해 분석적 회의주의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련자들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자 BT 감독 중 한 명이 소리쳤습니다. "그게 바로 BT가 저에게 돈을 주고 하는 일이죠! 저는 급여를 받는 회의주의자입니다. BT는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저에게 검사받아야 하는데, 제가 비판하고, 자르고, 그 기대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지 보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역할이 비슷하지만, 보수가 더 적은 회의론자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시간이 좀 흐르고 한 명이 일어나서 물었습니다.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들어 보지 못했나요?!" 이 일화는 어떻게 우리 사회과학자들이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놀라운 사례죠. 그들이 정말로 원했던 것은 일터로 가지고 돌아갈 프랑스 이론 성격의 자극이었습니다. 최신 트렌드와 새로운 사고방식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 했죠. 그건 그들의 목적에 잘 맞을 것이었고, 우리는 완전히 잘못 판단했습니다. 연구자로서 우리는 자주 그런 실수를 저지른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책 쪽 사람들이 어떤지, 관리자는 어떤 사람인지, '소비자'가 누구인지 등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이 에피소드 너무 웃깁니다. ^^
이거랑 BT 감독 중 한 명이 말한 거에 자기는 역할이 비슷하지만, 보수가 더 적은 회의론자라고 말한 게 웃겼어요. ^^;; ㅎㅎㅎ 울가의 유머 감각 등 유연한 사고나 감수성, 상대방 입장에 맞춘 소통방식이 그를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이 가능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서 막 웃었어요. STS전문가분들이 많이 나와 이 분야가 어떻게 형성되고 본인들이 어떻게 STS전문가가 되었는지 이야기 해 주는 건 좋은데 구체적으로 과학과 수학, 과학과 금융 등이 어떻게 STS적으로 결합되었는지 예를 들어 보여주는 것이 없어 뜬구름 잡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포스트모던 얘기가 나오죠. 저도 그런 비슷한 개념 아닌가 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뒤에 남은 부분 기대해 보겠습니다 ㅎㅎ
저도 좀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안그래도 복잡한 과학에 안 그래도 추상적인 철학과 사회학 등도 접해 있다보니 어려운데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여서 더욱더 실례가 있으면 좋겠어요.
'가우스 분포는 미사일 유도나 금융 공황에서 중요했던 모델에도 사용되기 때문에 제 연구의 여러 영역에서 매번 다른 형태로 지속적으로 나타납니다. ' 이런 예가 나온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예가 나와도 전 별 수 없네요 ㅎㅎ
이건 이과생과 문과생이 이해하는 정도가 정말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근데 @siouxsie 님도 이과였다고 하셨지요...? ^^)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수학 Ⅱ의 마지막 단원인 ‘확률과 통계’에서 정규 분포를 가르쳤습니다. 가우스 분포가 정규 분포입니다. 문과생은 그 부분을 안 배웠던 것 같고, 제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에는 수능 시험범위에도 그 부분은 빠져서 이과생 상당수도 그 부분을 배우지 않았어요. 저는 본고사를 준비하느라 그 부분을 공부했었네요. 별 얘기 아니고 그냥 세상 이런저런 통계들을 살펴보면 수치들이 이런 모양으로 분포되어 있는 게 많은데 저 문장 쓰신 분의 연구에서도 그런 통계가 자주 나온다는 뜻인 거 같습니다.
앗 이미 작가님이 설명해주셨네요! 저는 실은 고등학교 때 계속 방황하고 (나 고등학교 졸업하면 아프리카 가서 기생충학 전공하거나 만화번역가가 될 거라고 폭탄발언을 내려놓아서 대학교 진학 조차도 미지수였어요;;) 일단 부모님 설득에 의해 대학은 가보겠다고 해서도 문과 갈지 이과 갈지 고민하다가 결국 막판까지 정하지 못해 둘다 공부했어요 (어차피 수학만 다르니;;) 저는 본고사는 아니지만 본고사 성격과 비슷한 특례시험을 봤다고 하네요. 애들 공부 가르치면서 가끔 수능 불 난이도 문제도 풀어보곤 하는데 딱히 본고사와 다른 건 모르겠는데 요즘은 하두 교육과정이 달라져서 또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그냥 개인적으로 어릴적부터 즐겨 읽었던 루이스 캐롤과 마빈 가드너, 등 덕분에 지금은 아예 잘 공부도 안하는 집합/명제, 글고 작가님 말대로 시험범위에 들어가지도 않은 확률/통계 부분을 재미있게 공부해서 (원래 시험에 안 나온다면 더 재미있잖아요?) 그 부분을 많이 공부했는데 다행히 이과지만 수학을 잘 다루지 않는 저의 전공에서도 통계는 무지 많이 쓰는 일을 하게 되서 도움이 되었답니다.^^;;;;
어제 길게 썼다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다 날렸는데...요는 전 불수능세대라 인생 최대 실수인 이과를 선택하고도 대학에 갈 수 있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ㅎㅎ 97학번 세대는 수학 80점 만점에 40점 넘으면 수학천재 소리 듣던 세대라서요....400점 만점에 300\점 넘으면 서울대에서 아무 과나 골라서 들어가고...98학번부터는 너무 달라져서 시험문제 얘기하면 말이 잘 안 통하더라고요...어쨌든 사상초유로 어려웠던 수능 덕분에 변별력이 떨어져서 대학에 갈 수 있었던 운 좋은 1인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지만, 이과에서 미적분을 모르고 대학 간 여자;;;;)
제가 98학번 세대인데 남편은 6살 위여서 또 다른 세상이더라구요. 참고로 남편 친구분 중 가방끈이 좀 길어서 세 가지 시험을 다 경험한 분이 계시더라구요. ㅎㅎㅎ 근데 미적분 대학 입시 때만 열심히 공부했지 실제로 대학 가니 저희 과는 거의 쓸 일이 없더라구요;;;
저도 이과지만, 수학을 하지 않는 과를 찾아 대학 가자마자 수학과는 아디오스 했어요. 근데 화학, 생물 등등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브뤼노 라투르는 「왜 비판은 기력이 다했는가?Why Has Critique Run Out of Steam?」라는 훌륭한 논평을 쓴바 있습니다(Latour 2004). 그의 불만은 STS 초기의 격정적인 날들이 모두 결국 허사가 되었다는 것인데, 특히 최악의 사람들인 기후 변화 부정론자와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이 그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구성주의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제가 보기에 라투르의 주장은 비판이 무엇인지, 혹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오히려 좀 부족하게 이해한 데에서 비롯합니다. 우리는 비판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아요. STS는 그 질문을 훨씬 더 발전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 과학기술학(STS)을 만든 사람들 브뤼노 라투르 외 지음, 홍성욱 외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그믐북클럽X토프] 25. 지금, 한국 사회를 생각하며 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나 혼자 산다(X) 나 혼자 읽는다(0)
운동 독립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현실 온라인 게임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STS가 궁금하다면?
STS SF [응급실 로봇 닥터/책 증정] 저자들과 함께 토론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① 과학에 도전하는 과학 (브뤼노 라투르 외)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③ 판도라의 희망 (브뤼노 라투르)고려대X포스텍 <STS, 과학을 경청하다>독서모임
AI로 난리인 요즘!
[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AI 2045 인공지능 미래보고서』 혼자 읽기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