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용기에 도달한다는 말씀에 굉장히 공감합니다. 그렇게 거창한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닌데도 저는 많은 순간 문학적 경험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던 것 같아요. 해결 방법을 얻거나 능력을 터득하는 것이 아닌데도요. 그런 일이 거기 있고, 그런 감정이 거기 있으며, 그런 사람들의 삶이 거기 있다는 걸 읽는 것만으로도 내가 변하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소설가의 인생책> 우다영 소설가와 [저지대] 함께 읽기
D-29
우다영
반달
톨리클럽의 동쪽, 데샤프란 사시말 로드가 둘로 갈라지고 나면 조그만 회교성원이 보인다. -13p.
두번째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묘사한 캘커타를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서 찾아보았습니다. 톨리클럽도 나오고, 형제가 다닌 대학도 나와 실감도 나고 신기하기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인 저지대는 어디인지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캘커타 자체가 저지대라 곳곳에 연못이 많아 어느 곳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회교사원과 사시말 로드를 유추해서 대략 이쯤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중북부 인도를 여행했었는데 고생이 심해 한동안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 책의 배경인 캘커타와 로드아일랜드는 문학답사로 다녀보고 싶네요 :)
책이고파
검색이 되는군요! 이런 독서 너무 좋아요.
우다영
저도 최근에 중국 배경 소설을 읽으며 중국 지도와 지역 사진들을 찾아보았는데요, 엄청나게 가파르고 바위로 가득한 산이었어요. 더 들어가면 길 같지 않은 위험천만한 길도 나오고요. 그런 현실의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 묘한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실감을 주기도 하고 이미 책의 내용으로 친밀감이 생겨 그리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한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지도를 확대해 더 세밀한 지형을 보는 것처럼 원경으로도 근경으로도 그 이야기를 조망했던 경험이 나에게 남게 되더라고요. 그 성실한 조망이 중요한 것 같아요.
리브
우선 문학을 통해 타인들의 내면과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 안에서 나를 돌아보고 공감의 저변을 넓힐 수 있습니다.
또한 내가 살고있는 장소, 문화, 전통, 습관, 관계등 익숙한 것이 아닌 타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직접 여행하는 것 보다 더 깊이있는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저지대>를 읽으면서 당시 인도의 역사적 상황, 인간관계, 여성들에 대한 처우, 지리적 모습등을 알 수 있지요. 공통점을 발견하고 어디가나 사람사는 것은 똑같다는 위안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라는 반감도 생기지요.
한 친한 친구는 소설은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읽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의 삶 자체가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학적, 역사적 사건들 조차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고 있듯이 진실이라고 믿는 명제들조차 허구인 경우를 봅니다. 저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상상력은 문학작품들을 통해서도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문학작품이나 작가들을 만나면 다른 장르의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문학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우다영
‘한 친한 친구는 소설은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읽지 않습니다.’
허구를 읽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기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도 하는데요. 우선 내가 믿는 세계가 명백한 진실이 아니라는 리브님 생각에 굉장히 공감해요. 이건 흔히 하는 착각이죠. 사람의 제 1 감각기관인 눈만 보아도 여러 스펙트럼 중 가시광선만을 볼 뿐이고, 인식한 정보를 뇌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하거나 재해석해 받아들이니까요. 이런 착시가 흑백의 픽셀이 뒤섞인 면을 회색 면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같은 길이의 선을 다른 길이로 보게 만드는데 허구를 읽는다는 건 그렇게 보는 눈, 그렇게 작용하는 뇌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항상 이야기하는 대상 그 자체보다도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향하게 된다는 점이 예술의 아름다움이라고, 저는 친구에게 말해주곤 합니다.
솔리비아
<저지대>를 읽으면서 꼭 다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요. 작가님의 질문들과 멤버분들의 댓글들을 읽고 있으니 더 그렇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몰아치는 사건들이 흥미진진했다면 다시 읽을 때는 사건과 사건, 인물과 인물들의 얽히고 얽힌 실타래를 주의깊게 보게 될 거 같아요. 그 가닥들을 잇고 따라가며 질문들에도 답하다보면 거의 새로운 책으로 느껴질듯합니다. 좋은 책으로 함께 사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우다영
정말 책을 읽고 나서의 사유와 경험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있었던 일들을 그 책을 나중에 다시 떠올릴 때 함께 떠올리게 된다는 점에서 여기까지 진짜 독서인 것 같고요. 무엇보다 함께 독서를 한다는 것이 기분 좋네요.
솔리비아
‘가끔 이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는 이곳 사람이라 할 수 없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자신은 평생을 기다려서 이 로드 아일랜드를 찾았다고 여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작지만 장엄한 세상의 한구석인 바로 이곳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과꽃이 한창 피었고 덩굴 옻나무는 붉게 변했다. 하지만 해가 빛났고 대기는 잔잔했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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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낯선 곳인 로드 아일랜드가 눈앞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묘사가 많았습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저지대에 나오는 로드 아일랜드는 시끌벅적한 캐롤보다는 하얀 눈을 밟는 뽀득 뽀득하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어울리는 곳일거 같아요.
저도 ‘여기가 바로 내가 평생 찾던 곳이다' 라는 곳이 지구 어디인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수바시의 확신의 문장이 깊게 와닿았습니다. 평생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만난 홀리와의 경험을 통해 수바시의 생각과 삶에 변화가 오나 싶었는데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수바시의 인생을 흔드는 더 큰 사건이 일어나네요. 카페에서 읽다가 전보를 보고 헉하는 소리를 냈어요. 전보의 내용이 언젠간 일어날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일어난 느낌입니다. 우다얀과 가우리의 발코니 프로포즈와 손 차양막 장면이 끝나지 얼마되지 않아 더 가슴이 아팠어요. 한참 남은 책처럼 그들에게도 남은 시간이 너무 많았을텐데요.
우다영
‘평생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만난 홀리와의 경험을 통해 수바시의 생각과 삶에 변화가 오나 싶었는데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며 수바시의 인생을 흔드는 더 큰 사건이 일어나네요.’
이 어림없다는 듯이 다가오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항상 놀라운 것 같아요. 슬픔과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매번 그런 사건들 너머의 다음 시간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이 가장 놀랍고요.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어요. 연말이면 항상 크리스마스를 향해 가며 약속을 잡고 마음을 다지는데, 늘 그다음이 있고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이제는 익숙한 놀라움이 되었네요. 남은 시간들 속에도 평생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 가득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
책이고파
저는 저의 초등 딸들이 고전과 최신책들을 열심히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많이 아쉽거든요. 지금이라도 유명한 고전들을 읽 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심어주고 싶고 책의 재미를 알게 해 주고 싶어요.
우다영
저는 어릴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