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우다영 소설가와 [저지대] 함께 읽기

D-29
이건 정말 대단하네요! 저는 걷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일이 바빴던 몇 년을 보내고 나니 산책을 거의 못하는 생활을 했어요. 몸도 정신도 좀 활력이 떨어진 것 같아서 올해는 많이 걷는 것이 목표입니다! 서울 둘레길 좋은 꿀팁이네요ㅎㅎ
@우다영 대담한 한걸음을 내딛고 싶은 해였지만 그렇게하지 못했어요. 다만 3년 뒤에 은퇴를 하겠다는 마음과 더불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외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살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의 3년동안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하기 위해서 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책은 내려 놓을 수가 없어서 완독했어요. 작가의 책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대단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것 같아요.
외국에서 생활하고 계셨군요! 한국 책을 구하는 게 쉽지 않으실 텐데 많은 책을 읽으시는 것 같아 응원하는 마음 가득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대부분 이북이 나와서 다행이더라고요. 줌파 라히리도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민한 가정에서 태어나 곧 또다시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그렇게 인생의 대부분을 영미 문화권에서 생활했지만 이민자의 삶과 정서를 간직한 작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며 이탈리아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 까닭을 여기에 적어두면 올해 새벽서가님이 한 결심에 조금이나마 용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는 영어를 버리고 이탈리아어라는 불안하고 불완전한 매체를 택한 자신을 가리켜 라히리는 “부서지기 쉬운 피난처에서 노숙자나 다름없이 살기 위해 훌륭한 저택을 포기한” 것에 비유한다. 남들 눈에 어리석게까지 보이는 이 선택의 배경은 무엇일까. “창작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안정감만큼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벌써 <저지대>를 완독하셨다니 남은 시간 동안 작가의 이탈리아어 소설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여러 장소를 테마로 한 짧은 소설집입니다.
지천명이 코앞인데, 뒤돌아보니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외국에서 생활한 시간이 훨씬 길더라고요? 이탈리아가 제가 외국살이를 시작한 첫 나라이기도 해요. 작가의 책들은 전작을 했는데, 이탈리아와 영어로 읽었는데 좋았어요. 작가의 그런 도전정신도 본받을만하다 싶구요.
그녀가 가까이 오자 우다얀은 손을 들고 고개를 그녀의 얼굴 쪽으로 기울이며 둘의 머리 위에 조그만 손차양을 만들었다. -103p.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에 하나입니다. 거칠 것 없어보이는 우다얀에게도 소중하게 아끼는 존재가 있고 이렇게 다정한 모습을 보이니까요. 질문 3. 올해는 대담한 걸음보다 소소한 걸음들이 많았던 해였습니다. 다양한 독서모임을 해보려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잘 안 된 것도 있고 잘 된 것도 있네요. 그믐도 그 중에 하나인데 이런 방식의 독서모임은 처음이라 신기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더욱 잊을 수 없는 장면이죠🤭 소소한 걸음 속에서 이렇게 반달님과 만나다니 기쁘네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이 모임으로 독서모임을 처음 해보는 건데요, 제가 안 해본 게 이렇게 많습니다ㅎㅎ 올해 다양한 독서모임을 시도하셨다는 점에서 이미 열정 만점이시네요!
138쪽 마지막 문장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아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1/4 지점에서 벌써? 전보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긴장감을 견디지 못해 뒷장을 넘겨 보았는데, 역시 그렇군요. p.94 오빠에게는 뭐가 중요한데요? 그는 거리를 내려다보며 손짓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이 곤혹스러운 우리의 도시 p.109 자신은 평생을 기다려서 이 로드아일랜드를 찾았다고 여자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가 숨을 쉴 수 있는 곳은 작지만 장엄한 세상의 한구석인 바로 이곳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우다얀과 수바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거의 비슷한 강도로 둘에게 감정이입이 됩니다. (이 대목에서 어쩜 이렇게 쓸 수 있을까 하며 작가 정보를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어요.)나머지 부분은, 그러니까 3/4에 해당되는 대부분이 수바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다얀은 존재감을 잃지 않을 거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저도 밤 중에 나른하게 읽다가 벌떡 일어났어요. 결국 뒷 부분을 잔뜩 읽고 자야 했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거의 비슷한 강도로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것이 이 긴 소설의 묘미인 것 같아요. 오후님이 중요한 예측을 해주셔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소설이 조금 더 진행될 때까지 잠시 참겠습니다🤭 다만, 인물들 사이에서 치우지지 않는 그 절제력이 오히려 긴장감이 되기도 했다는 소감만 남겨봅니다 :)
우다얀의 편지에 낙살바리와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이 사라지고 일상에 대한 내용을 담은 무미건조한 글로 변해 수바시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수바시만큼이나 저도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인도에서 온 전보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수바시는 로드아일랜드가 자신이 숨을 쉴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이곳을 떠나 인도로 돌아가게 되는군요. 그의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도대체 수바시가 떠나온 인도와 우다얀에게 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올해에 저는 정말 대담한 결정이 있었습니다. 거의 오년정도 운영한 카페를 접었습니다. 코로나사태에도 그럭저럭 잘 버텨왔는데 새로운 컨셉으로 다시 오픈하고 싶어서 고민끝에 과감하게 접었습니다. 목표는 2년 후입니다. 이유는 배워야 할 일이 많아서입니다. 또한 작년부터 건강이 안좋아져 소염진통제를 2년여가량 복용해야했습니다. 걷기운동도 열심히 하고, 푹 쉬고, 배우고 싶은거 배우고, 책읽고, 가고 싶었던 곳 가면서 몇달을 보냈습니다. 이제 진통제가 필요없을 정도로 회복되었고 그와 비례해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져서 내년에는 생산적인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카페를 접을때는 불안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다영 작가님. 모든 댓글에 정성스럽게 답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동입니다. 함께 읽는 멤버들의 댓글과 작가님의 해설을 읽다보니 <저지대>를 깊이 있게 읽게됩니다. 작가님과 댓글 달아주시는 다른 멤버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충격적인 소설의 대목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 좋군요! 저도 여기서 리브님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남겨진 인물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소설에 드러나지 않은 떠난 인물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독자가 양방향의 호기심의 품기 시작하고 작가는 양방향을 넘어 다방향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렇게 서사의 층위는 깊고 풍성해질 수 있더라고요. 정말 큰 결정과 결심이 있으셨네요. 스스로에게 재정비 시간을 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해지곤 하잖아요. 어려운 용기를 내셨으니 씩씩하게 또 즐겁게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건강이 정말 최고입니다… 저는 이번에 두 번째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독서 모임도 살짝 늦었답니다. 다음에는 리브님 기대만큼 조금 더 힘 가득한 댓글과 질문으로 돌아올게요ㅎㅎ 저도 함께 이야기 나누어 즐겁고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질문 4. 2장을 다 읽으신 분들은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더 많이 읽으신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천천히 읽고 계신 분들을 위해 이번에는 조금 새로운 질문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작가에게는 두 명의 자식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늘 책을 읽어주었다고 합니다. 한 기자가 “검색하면 모든 걸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이다. 왜 굳이 문학을, 책을 읽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예술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독서라고 생각한다. 아빠가 기자고 엄마가 소설가니까,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집에서 책 읽는 걸 매일 봤다. 건강한 경험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 뇌과학이 인간의 감정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고, 곧 해결할 거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인간의 감정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학이라고 믿는다. 문학으로 타인의 감정을 배웠고, 나의 감정을 이해했다. 문학이 타인을 구원할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나를 구원했다.” 나의 자식 혹은 나의 가까운 사람이 문학을 읽었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아이들을 임신하자마자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큰아이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고 둘째 아이도 고등학교 1학년생이지만 여전히 잠자리 시간이 되면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요. 제가 늘 책을 읽는 모습을 봐서인지 두 아이 모두 책을 항상 읽는 아이들로 자라서 함께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참 소중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특수한 상황에 놓여서 한동안 바깥생활이 힘들었던지라 책을 통해서 바깥세상에 대해서 배우고,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친구로 삼았던것 같아요. 나른한 여름 오후에 다락방에서 간간이 들어오는 바람 맞으면서 책을 읽다가 잠들면 가끔 책속의 인물들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했는데,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릴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도 문학작품들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내입장만 주장하는게 아니라 누군가의 입장에 서서 생각을 해볼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거 같아서 그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멍하게 공상할 시간이나 기회가 많지 않은데 책을 읽으면서는 그게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책을 읽어주시고 같이 이야기 나누신다니 너무 멋집니다.
다큰 아이들은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즐기지 않을거라는건 선입견인것 같아요. 대학 입학이 코앞인 녀석도 그 시간을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요. 제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화상으로 함께 집의 다른 방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눴을 정도니까요. 아이들이 책읽는 것을 즐거워하길 바란다고 하셨는데, 책이고파님이 책 즐겁게 읽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저절로 책에 대한, 독서라는 행위 자체에 궁금증이 생기고 독서를 하고, 궁극적으로 그것을 즐기는 아이들이 될거라고 믿어요.
저희 부모님도 제가 어릴 때 책을 굉장히 많이 읽어주셨어요. 아직도 인터뷰에서 어떻게 작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아마도 어릴 때 독서가 영향을 끼친 것 같다는 대답을 우선 하는데요, 청소년기에는 학업에 필요한 독서 이외의 책을 거의 손에서 놓고 지냈는데도 항상 제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어릴 때 부모님이 읽어주시고 제가 스스로 읽은 얇고 넓적한 그림책들, 세계문학전집, 위인전집, 과학전집 등등이 아직도 기억나거든요.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데도 문학작품들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 말씀이 와닿네요. 어릴 때 몸이 좋지 않았는데 그때 제가 책을 읽은 뒤에 했던 공상들이 사실 엄청 무궁무진하고 재밌었거든요 :)
다양성을 경험하고 다양성의 가치를 함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학을 통해 섬세하게 표현된 각양각색의 인생들을 읽다보면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삶의 이유들을 발견하게 되고, 예전에는 동의하지 않았던 가치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는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한번뿐인 인생이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삶을 문학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고 그로 인한 경이로움과 섬세한 감정들을 느끼기 때문에 저는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반달님이 말씀하신 다양한 관점의 경험이 가치 있고, 또 나아가 윤리적인 행위라고도 생각해요. 많은 무서운 일들이 단순하고 맹목적인 생각에서 시작되는 것을 봤는데요. 타자의 삶을 모르고 타자의 감정을 모르는 사람은 단지 자신이 아는 진실 안에서 행동할 때 무서운 결정을 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반대로 복잡하게 얽힌 세상의 면면을 섬세하게 알아갈수록 어떤 결정도 쉽지 않아지고요.
'문학이 타인을 구원하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를 구원했다'라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최소한 책이 저를 살렸거든요.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았던 저에게 문학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창구였습니다. 저를 이해하고 저와는 전혀 다른 인물들을 보며 타인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게 해주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도 제 자녀들에게 제가 보여줄 수 없는 세상을 책을 통해 알아갔으면 합니다. 제 주변만 봐도 저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있거든요. 그런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얻을 수 없는 교류를 문학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책을 좋아하는 한 아이는 책만 보려고 하지 밖에 안나가고, 글자 읽는 것을 싫어하는 다른 아이는 책 근처에도 안가요. 하하핫.
두 아이가 소신이 확실하군요! 저도 형제가 많은데 사람의 성향이라는 건 한 집에 태어나도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음 한 아이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씀에 갑자기 떠올랐는데요.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정말 책을 안 읽었거든요. 세상 돌아가는 만사를 알아보는 재미에 더 푹 빠져있었어요. 하지만 주변이 온통 문학을 사랑하고 책과 작가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친구들이 가득해서 언제나 재밌고 즐겁고 때로는 지겹기까지 한 귀동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는 친구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독서가 이루어졌다고 믿고 있어요. 책은 그런 식으로도 내 곁에 있을 수 있다고요. 물론 직접 읽는 기쁨만 못하지만요!
작가의 시선 그대로라고 생각해요. 문학으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더 잘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살면서 단편적인 감정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것도 문학이었고, 그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해 주는 용기를 준 것도 문학이기 때문에 계속 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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