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소공녀>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세 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소공녀>가 있었는데 번역과 축약이라는 편집을 두 번 거치며 만들어진 세 책은 모두 다른 글자들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었지만 저는 미세하게 서로 다른 세 책의 문장들을 각각 달달 외웠던 것 같아요. 같은 이야기를 그저 반복해서 읽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즐거웠거든요. 이런 독서의 기쁨을 누군가가 함께,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안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소설가의 인생책> 우다영 소설가와 [저지대] 함께 읽기
D-29
우다영
오후
p.250 수바시가 벨라 이외에 이 같은 친근감을 느꼈던 사람은 딱 한 명 있었다. 우다얀이었다. 매일 밤 벨라에게서 빠져나올 때면 잠시 그의 심장이 멎는 느낌이었다. 벨라가 자신에 관한 진실을 알게 되는 날 뭐라고 말할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p.262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창피했다. 그뿐 아니라 우다얀이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과제, 벨라를 키우는 긴 세월의 과제가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수바시와 가우리의 결혼 생활을 읽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일리는 없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제가 마치 수바시인양 자꾸 당황하게 되네요. 소설을 읽는 내내 아리고 쓸쓸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는데, 묘하게 이 감정이 편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수바시와 가우리의 마음을 번갈아 하며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가의 필력 덕분인 것 같아요.
수바시-우다얀
수바시-가우리
수바시-벨라
수바시가 시차를 두고 사랑하게 되는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을 생각하게 돼요. 어쩔 수 없이 이끌리면서도 수바시를 힘들게 하는 그들의 기질… 벨라에 대한 그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요.
여기까지 읽고 보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수바시였네요. 달리 표현하면, 양가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사랑, 이 될까요?
새벽서가
수바시의 결혼생활을 읽으면서 제가 다 당황스럽고 안타깝더라고요. 그렇다고 가우리의 입장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어서 더 안타까웠던것 같아요. 저는 지난 주에 이 책을 마무리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가장 크게 남지 않았나 싶어요.
우다영
저도 수바시와 가우리의 결혼 생활을 읽을 때 무척 혼란스러웠어요. 쉽고 따뜻한 해피엔딩이 아닐 것은 알았지만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씁쓸하고 아린 과정들이 계속 펼쳐지는데 나중에 가서야 은연중에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제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인생의 어떤 문제들, 어쩌면 대부분의 문제들은 말끔히 해결 할 수 있는 수학 공식이 아닌데 막연히 이것이 다 지나가고 어떤 형태로든 응어리가 풀리리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죠. 이미 그렇게 된 일은 사라지지 않고, 그들은 그 일 온전히 품고 남아있는 시간을 살아가야 하는데도요. 이해와 인내와 기대와 좌절이 모두 뒤섞인 수바시의 진짜 감정을 따라가며 괴롭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벨라와의 이야기도 기대가 되네요. 이미 제가 읽었고, 그래서 알고 있는 인생이지만 그럼에도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다영
오랜만에 모임에 참석하여 죄송합니다. 그동안 조금 끙끙 앓았어요. 모두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어제오늘 밀린 분량을 몰아 읽는데 수바시와 가우리, 그리고 벨라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차오르며 마음이 무겁고 두근거렸습니다. 오늘까지의 정해진 독서 분량은 310p.인데 다들 어디쯤 읽고 계실까요? 느슨하게 발을 맞춰보자고요!
질문 5.
그러나 벨라는 고개를 저었다. 안 갈 거야.
버스를 타지 않으면 우린 학교까지 걸어가야 해. 이것보다 더 많은 지렁이를 밟으면서 말이야.
벨라가 여전히 움직이려 하지 않자 가우리는 벨라의 손을 꽉 잡고 끌어서 억지로 가게 만들었다. 벨라가 소리 내어 애처롭게 흐느꼈다.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는 다른 엄마와 아이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스쿨버스가 와서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차에 올랐다. 운전사가 그녀와 벨라를 기다렸다.
남들이 다 보잖아, 벨라. 겁쟁이처럼 행동하지 마.
나는 네 아빠가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우리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지 몰랐다.
난 엄마가 싫어, 벨라가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 난 엄마를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죽을 때까지.
벨라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가우리가 벨라를 불렀지만 엄마를 포기하고 곧장 내달렸다. 차가 서 있는 곳까지 남은 길을 가 우리가 동행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272p.
제가 좋아하며 강렬하게 기억하는 장면이에요. 비가 온 뒤에 땅 가득 지렁이가 올라왔는데 무서워하는 벨라를 끝내 안아주거나, 그 길을 지나지 않도록 조치해 주지 않는 가우리의 마음을 당황하며 또 이해하며 읽었어요. 가우리가 겪은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상황 때문에 가우리는 벨라에게 그날의 모습 같은 엄마가 되어야 했습니다. 벨라 역시 그날의 엄마에 대한 마음을 삶 전반에 품고 살게 될 운명이고요. 이처럼 서로가 가진 어찌할 수 없는 특징들이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살면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면 상처를 대하는 나의 방식이 있으실까요? 극복이든 수용이든 그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새벽서가
죄송이라니요. 아파서 고생스러우셨을텐데 모임 생각에 마음까지 불편하셨을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제금은 많이 회복되신거죠?
미트라 부인, 당신은 박사과정을 공부할 자격이 있네. 이 대학에는 그런 과정이 없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제게는 어린 딸이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아, 당신이 엄마라는 걸 내가 생각지 못했구먼. 언제 이곳으로 아이를 데려와 보여주게.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사진 액자를 돌려서 그녀에게 가족을 보여주었다. 그들은 단풍이 불타는 가을 풍경 속에서 계곡을 등지고 서 있었다. 아내와 딸 그리고 두 아들이었다.
자식들과 함께 시간은 새로 시작한다. 우리는 그 이전에 일어난 일들을 잊어버린다.
저는 이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껍데기만 있는것 같았던 가우리가 바이스 교수와 대화하던 이 장면 이후로 스스로가 하나의 주체로서 살아갈 목적을 갖는듯 보였거든요. 그러면서 결국은 벨아에게는 상처만 남기는 엄마가 된것 같구요.
저는 웬만한 일에는 그럴 수 있지, 라는 생각으로 대처해서 자주 상처를 받지는 않습니다. 다만, 누군가가 같은 실수를 여러번 반복하면서 제게 상처를 입히고 제가 허용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면 가차없이 그 관계를 쳐냅니다.
우다영
가우리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그저 옳고 대단하고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라 진짜 인간 그 자체라는 점에서요. 가장 입체적인 인물 가우리에 대해 곧 이야기 나눠 보아요 :)
가차 없이 쳐내는 결단, 그걸 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마음의 성장이 가장 고되고 힘든 것 같아요😔 단단한 마음을 얻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애플망고
"겁쟁이처럼 행동하지마"
굳이 이렇게까지 단호해야했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가우리의 인생을 들여다본 입장에서 그녀의 행동을 이해합니다. 벨라의 선택도 이해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알겠지만 그 결과가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저는 제가 믿는 신에게 이렇게 기도합니다. '고난과 역경을 기쁨으로 받게 해주세요. 하지만 그 아픔이 너무 치명적이라 저를 꺽어 넘어트릴 정도는 아니길 기도합니다.'
요즘 '꺽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인데요. 저도 상처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라 여기지만 그것이 저를 꺽을만큼만 아니면 참 좋겠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키우고,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유리멘탈을 철멘탈로 바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상처는 사람마다 다르게 극복하겠지만 결국 모든 아픔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우리도, 벨라도, 수바시도 꽤 오랜시간 상처받고 견뎌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도 조금씩 기억이 희미해지는데는 시간만한게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 회복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다영
정말 기운을 잃었을 때 들여다보면 힘이 날 것 같은 단단한 말이네요. 스스로를 지키는 그 마음을 응원해요! 쉽게 꺾이지 않기를, 때로 내가 꺾이더라도 다시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반달
@우다영 코로나 후유증이신건지 다른 일인지는 모르나 많이 아프셨다고 하니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좀 괜찮으셨을까요? 모쪼록 작가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건 천한 일이고 그녀의 품위가 깎이는 일이라고 말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일을 하다가는 병이 옮을 거라고 얘기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웃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에 익숙하고, 그들을 무시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녀는 매일 사람의 삶에서 필요치 않게 된 것들을 조금씩 치운다. 하지만 한때는 그 모든 게 필요하고 유용한 것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어느 날 우다얀의 추모비 옆에 예기치 않은 물건이 쌓여 있다. 음식 찌꺼기가 묻은 바나나 잎이 무더기로 쌓였고, 음식 공급사의 이름이 찍힌 때 묻은 종이 냅킨도 있다. 깨진 그릇도 보인다. 손님들이 여과된 물과 차를 마신 그릇이다. 집의 출입구를 장식하는 데 쓰이는 화환도 있는데 꽃은 시들어 죽었다.
그녀는 누가 이랬는지 알고 싶다. 누가 신성한 이 장소를 더럽혔단 말인가? 누가 우다얀을 추모하는 곳을 이런 식으로 모욕했단 말인가?
그녀는 동네로 들어와 먹을 것을 구걸하고 굶주린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두 손을 모아 오므리고 애원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쌀뜨물을 모아서 그 사람들에게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비졸리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302~303p.
저는 가우리에게 이입이 많이 된 편이라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았던 비졸리가 섭섭했었는데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두 손을 모아' 애원하는 노모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유가족들의 애잔한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우다영
저도 절절하게 읽을 수밖에 없었던 장면인데요😭 앞서 다른 화자들 보다 익숙하지 않은 화자 비즐리의 이야기를 거리감을 두고 따라가다가 결국 마음의 벽이 무너지고 그 슬픔에 공감하는 경험을 했어요. 벨라와 수바시의 눈에 비쳤던 비즐리는 한 아들의 죽음 이후 다른 아들과 며느리에게 공정하지 않아 보였거든요. 하지만 비즐리의 이야기를 알게 된 후엔 그녀가 더 이상 누군가의 노모가 아니라 한 생애를 관통하는 커다란 슬픔을 경험한 후에 그 일을 계속 간직하고 살아가야 하는 한 사람이 되었어요. 이렇게 한 사람의 입장을 멀리서 지켜보고 다시 내밀하게 들어가보는 것이 굉장히 좋았어요.
리브
몸이 아프셨다니 이제 완전히 회복되셨길 바랍니다.
'시간이 흘러도 엄마가 있는 방의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엄마는 나오지 않았다...
주 중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함께 보냈지만 벨라가 엄마와 함께 있는 사진은 없었다. P.318'
수바시, 벨라, 가우리가 함께 이루고 있는 가족인데 가우리는 혼자 딴 세상을 살고 있네요. 가우리는 여전히 우다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 같아 안타깝고 불안불안합니다.(사실 이 마음 때문에 결국 책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살면서 상처받은 적이 없을 수 없겠죠. 예전에는 극복한다기 보다는 그냥 안고가는 편이었습니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극복하려고 애썼는데 나만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지금은 좀 이기적이 되기로 했습니다. 내 행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를 상처주거나 실망시키는 사람은 미련두지 않고 과감히 마음에서 지웁니다.
우다영
벨라, 수바시, 가우리의 이야기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계속 기억에 남더라고요. 셋의 마음에 고루 이입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화와 균형과 상처와 사랑이 조금 놀라웠어요.
내 행복을 지킬 수 있는 건 바로 나 자신인 것 같아요! 저는 내 마음이 건강하다면 나를 상처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다영
2023년 새해에 인사드리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 해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기운 얍얍!
질문 6.
결혼이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그녀를 톨리건지에서 벗어나게는 해주 었다. 그는 그녀를 미국으로 데려왔고, 그런 다음에는 잠 시 우리에 넣고 관찰했다가 풀어주는 동물처럼 그녀를 풀어주었다. 그는 그녀를 보호했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지금도 잼이 든 병을 새로 개봉할 때마다 그가 가르쳐준 방법을 써먹었다. 스푼으로 뚜껑 가장자리를 서너 번 두드려서 밀봉 상태를 약화시키는 방법이었다.
-385p.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으며 고민했던 인물인 가우리입니다. 분명 누구라도 구원이라고 생각할 만한 수바시의 행동들을 가우리는 ‘우리에 넣고 관찰했다가 풀어주는 동물처럼’ 대했다고 냉철하게 정의합니다. 그러면서도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그가 자신에게 남긴 호의와 친밀의 흔적들을 안고 살아가죠. 자신에게 다가온 일들과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깊게 직시한다는 점에서, 그러므로 자신만의 선택을 하고 결과를 감당하고 후회하며 죄책감 역시 느낀다는 점에서 가우리는 정말 변화무쌍합니다. 긴 시간을 살아가는 진짜 사람처럼요.
모두 가우리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가우리를 잘 보여주는 장면, 혹은 충격을 주었던 장면을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새벽서가
역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아이와 남편이 빈집으로 돌아와 가우리가 떠나버린 집을 발견했을 때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뭔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실제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음을 확인하면서 더 충격적으로 느꼈던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가 유럽행대신 인도를 찾아 목숨을 버릴까 하다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장면을 보면서도 가우리답다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우다영
그렇죠. 아무도 오랫동안 가꾸지 않아서 마구 자란 풀이 가득한 마당. 어렸던 벨라가 당시에는 상황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억해두었다가 어른이 되어 그것을 엄마가 자신을 버린 순간의 장면으로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벨라와 달리 가우리가 떠났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고 충격에 빠진 수바시가 세상에 오직 벨라와 단둘이 남겨진 것 같은 모습도 그려지고요.
애플망고
저도 이 부분 읽을 때 '우리에 넣고 관찰했다가 풀어주는 동물처럼'이라는 표현을 곱씹어 생각해 보았습니다. 넣지 않아도 될 표현을 쓴데는 작가가 가우리에 마음을 더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우리라는 인물에 더욱 실망한 부분 중에 하나구요. 결혼과 미국으로 이민 온 것도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해 우리에 능동적으로 들어간 상황임에도 수바시가 자신을 우리에 넣었다고 피해자인척 했습니다. 제가 본 가우리는 인도의 정치적 상황에 휘말렸지만 우다얀과 결혼한 처음부터 끝까지 이기적이었고 본인의 행복을 위해 다른 사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제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멀 리할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자신의 삶에 불필요하고 불행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이 우다얀을 잃은 슬픔 때문에 발생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 상실감 때문이라면 우다얀의 핏줄인 벨라를 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가우리를 어떻게 보냐에 따라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나뉠듯합니다. 가우리가 가족을 버리고 떠난 장면, 그러면서 그 오랜 세월동안 본인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산 장면 전체가 가우리라는 인물을 잘 보여줍니다.
우다영
태그가 안 되었네요ㅠㅠ 위의 글입니다!
반달
* 그녀는 자신을 옭아매는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주었다. 우다얀이 죽은 뒤에 팔찌를 뺐던 것처럼 자신을 가볍게 했다. 톨리건지의 테라스에서 보았던 것들, 자신이 벨라에게 한 행동, 아들의 손을 잡고 창 아래를 지나가는 경찰관의 형상, 다 놓아주었다. 마지막 심상이 떠올랐다. 캘커타 북부에 있는 집의 발코니에서 우다얀이 그녀 옆에 서 있는 심상이었다. 그녀와 함께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그녀를 알게 된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 그들 사이에는 빈틈이 거의 없다. 그들 앞에 미래가 펼쳐진다. 그녀의 인생의 2막이 시작된 순간이다.
두번째 읽는 것인데도 이런 장면이 있을 줄은 몰라서 충격이었습니다. 가우리는 이런 결심을 하지 않을 단단한 사람으로 보였거든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지대의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가우리여서 그런지 그가 했던 생각, 행동, 후회 등 모든 것에 공감이 되었어요. 나중에 벨라가 보낸 편지는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다소 안심이 되었습니다. 기존에 읽었던 줌파 라히리의 다른 작품들도 다시 읽고 싶어집니다.
우다영
벨라가 보낸 편지를 읽고 저도 전율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담담하면서도 들끓고, 정중하면서도 냉정한 편지의 끝에 다다르면 이것이 경고인지, 그리움인지, 원망인지, 용서인지 판단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이 모든 인물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온전히 끌어안게 되더라고요. 그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그들이 살아낸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됩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거의 읽었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저지대> 다음에 <그저 좋은 사람> 2부에 실린 3편의 연작을 다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 드려요 :) 인생의 여러 상태를 지나 겨우 제대로 만난 두 사람의 관계가 마지막에 어머니가 들려준 뉴스로 결말을 짓습니다. 가우리가 받은 벨라의 편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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