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이 유키,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이라는 책에서 "말은 내리쌓이는 성질이 있어서"라는 구절이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생각 없이 사람들이 내뱉는 말은 이미 흩어져서 사라졌지만, 제 안에 퇴적층처럼 내리쌓여있어요. 이미 뱉은 말은 흩어져서 사라졌는데, 제 안에는 여전히 남아있고, 웃긴건 좀 바뀌기를 원해서 참다참다 한소리 하면, 간혹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더욱 절망적일 때도 있고요. 모두가 국영수가 아닌 이런 사회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업을 배워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책으로 현재 안고 있는 저의 정신적인 문제가, 원래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는 한편, 결국 오컴의 면도날처럼 다 쳐내고 '누구'의 탓이 제일 편한 사회에서 얼만큼 많은 사람이 바뀔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갖기는 쉽지 않은게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에디토리얼/ 도서증정]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번역가와 함께 읽기
D-29

ㅌㅈ
밍묭
“ 꿀을 가득 채운 유리잔 앞에 꿀벌을 놓으면 꿀벌은 꿀을 먹기 시작하지요. 그때 꿀벌의 배를 가르면 배에서 꿀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꿀벌은 그대로 끝없이 계속 꿀을 먹는다는 겁니다. 배에서 꿀이 계속 새어나오므로 영원히 포만감을 느끼지 못합니다. ”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249, 고쿠분 고이치로.구마 가야 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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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 즉 사죄하는 마음이 자신을 장소로 삼아 과거를 되돌아봄으로써 과거와의 연속성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책임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즉 과거를 '앞에 두고' 그것에 응답하고자 할 때 비로소 책임의 마음이 생겨납니다. ”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306, 고쿠분 고이치로.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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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ㅈ
“ 자신을 향한 행위나 자신이 마주한 사건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할 때 사람은 괴로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응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채로 있다는 건 인간의 복수성이라는 조건에 제대로 참여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복수성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응답하는 '상대'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 상대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건 주위 사람들로부터 응답해야 할 상대방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것, 자기들과 비슷한 동등한 사람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 P.13, 고쿠분 고이치로.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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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
ㅌㅈ님의 대화: 이 문장과 더불어... 314쪽에 질의응답 중에 비즈니스 세계는 능동태뿐이지 않냐는 질문과 답변이 있는데, 이 두 사람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즈니스적인 조직은 아니고, 취미 조직에 잠깐 들어간 적 있는데, 거기서 모임장이 저더러 뭐 따로 모임 내에서 해보는거 어떻냐고 제안하고,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짜갔더니 제 계획에 하나하나 트집잡고, 결국 서두르느라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실수 때문에 2시간 내내 혼이 나야했고, 1:1 통화에서 왜 정신병자들만 오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듣고 나서야 모임을 그만 둘 수 있었어요... 구마가야 선생님이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 범인 색출을 하지 않는 문화를 말하는데, 제가 그런 모임 자체가 처음이었고, 그렇게까지 비난을 받았어야했나 억울함도 있고, 그러지 말걸하는 자책도 여전히 남아 있는데 사회가 이런 방향으로 변한다면... 하는 마음입니다.
너무 황당하셨을 것 같아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라고 하면 의지를 갖고 과거를 미워하는 절단을 권유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 대개 그렇게들 다독이곤 하잖아요. 이런 일은 당사자에게 꽤 오래가는 나쁜 감정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감정이 계속 덮개가 열리고요. 개인적으로는 덮개가 계속 열리게 두면서 지켜보는 연습이 지금은 조금 되는 편인데요.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퍽 많이 걸렸지만요. @ㅌㅈ 님의 억울함은 자기 탓이 아니니가 순탄히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동료의 힘 <== 당사자연구의 주요 방법론 ^^)
밍묭
책 완독했습니다!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절대 아니었지만, 저자의 철학이 흥미로워서 사유하며 읽었어요. 특히 '중통태'라는 언어적 틀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접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의 감각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좋은 작품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NS에 후기도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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ㅌㅈ
Edi님의 대화: 너무 황당하셨을 것 같아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라고 하면 의지를 갖고 과거를 미워하는 절단을 권유하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 대개 그렇게들 다독이곤 하잖아요. 이런 일은 당사자에게 꽤 오래가는 나쁜 감정을 남긴다는 것이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이 감정이 계속 덮개가 열리고요. 개인적으로는 덮개가 계속 열리게 두면서 지켜보는 연습이 지금은 조금 되는 편인데요.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퍽 많이 걸렸지만요. @ㅌㅈ 님의 억울함은 자기 탓이 아니니가 순탄히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동료의 힘 <== 당사자연구의 주요 방법론 ^^)
너는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라고 왜 과거를 끌어안냐고 자책하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든든했던 책이었어요... 책도 그렇고 말씀도 그렇고 여러모로 넘 감사합니다 ㅠㅠ

Edi
밍묭님의 대화: 책 완독했습니다!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절대 아니었지만, 저자의 철학이 흥미로워서 사유하며 읽었어요. 특히 '중통태'라는 언어적 틀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접하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의 감각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좋은 작품 읽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NS에 후기도 조만간 올리겠습니다 :)
"솔직히 읽기 쉬운 책은 절대 아니었지만"(!ㅇㅈ) 끝가지 함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백 하나 하자면, 살짝 언급했지만 저는 저의 많은 생각과 행동에서 '의지'를 책임과 등치시켜 왔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 수확이고 위로입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의지를 가져라'라는 식의 말을 했던 경우들도 돌이켜보게 되었고요."왔다 갔다의 철학", 당사자연구로서의 철학을 철학으로 만나게 된 것도 저는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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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을맛
이 책은 내용이 꽉꽉 차 있어서 책을 덮으며 거대하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였어요. 영양 덩어리로 꽉꽉 차있는, 화려하고 달콤한 맛은 없지만, 끊임 없이 먹게 하는 그런 음식에 비유하고 싶어요.
밀도가 높지만, 술술 읽히는 기적은 아마 두분이 주고 받는 대화체라서 그렇고 질문을 소화하는 과정에 의문이 풀린다든가하는 덕분이겠지요.
원래 엄청 책에 나를 비추어 읽는 독서를 하는데, 어쩐지 이 책에는 나를 대입한는 독서를 안하게 되네요. 처음에 중동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실천적으로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
책임과 의지, 그리고 죄책감에서 한발 물러나서 자신과 주변을 보니까 전과 다르게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대입하지 않았는데도 내게 안정을 주니 엄청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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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
ㅌㅈ님의 대화: https://blog.aladin.co.kr/textphile/16390477
https://blog.naver.com/text____phile/223839213557
https://www.instagram.com/p/DIlxwcaSBxO/?utm_source=ig_web_copy_link
리뷰 작성 완료했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블로그로 달려가서 읽고 왔습니다. 읽기 모임을 하는 동안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당사자연구라는 부제에 걸맞은 경험들을 나눠주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셔서 각별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고쿠분의 다른 두 책도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Edi
책읽을맛님의 대화: 이 책은 내용이 꽉꽉 차 있어서 책을 덮으며 거대하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였어요. 영양 덩어리로 꽉꽉 차있는, 화려하고 달콤한 맛은 없지만, 끊임없이 먹게 하는 그런 음식에 비유하고 싶어요.
밀도가 높지만, 술술 읽히는 기적은 아마 두분이 주고 받는 대화체라서 그렇고 질문을 소화하는 과정에 의문이 풀린다든가하는 덕분이겠지요.
원래 엄청 책에 나를 비추어 읽는 독서를 하는데, 어쩐지 이 책에는 나를 대입한는 독서를 안하게 되네요. 처음에 중동태를 이해하기 위해서 실천적으로 노력한 결과인 것 같아요.(^.^;) .
책임과 의지, 그리고 죄책감에서 한발 물러나서 자신과 주변을 보니까 전과 다르게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대입하지 않았는데도 내게 안정을 주니 엄청 고마운 책이라고 할 수 밖에요.
“거대하고 새로운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 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책임과 의지, 그리고 죄책감에서 한발 물러나서 자신과 주변을 보니까 전과 다르게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표현이 저는 옮긴이 후기의 제목과 공명하는 것처럼 들려요. 삼 주 동안 함께 읽는 즐거움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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