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를 입는 게 우리의 운명이라면 그 상처로 초래되는 다양한 결과와 효과는 보편적인 것이 됩니다. 즉 인간이 상처를 입는 존재인 것에 예외가 없는 셈입니다. 그러면 상처가 초래하는 결과나 효과가 마치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것들을 혼동해버리면 인간에게 나중에 부여되는 성질이 원래 거기에 내재하고 있던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니 자연인과 같은 허구를 내세워 인간의 본성을 생각함과 동시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인간의 운명'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상처 없이 매끈한 휴먼 네이처를 상정하고 나서 거친 상처투성이의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운명, 곧 휴먼 페이트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책임의 생성 : 중동태와 당사자연구 - 심문과 자책의 언어에서 인책과 책임의 언어로』 P.130-131, 고쿠분 고이치로.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박영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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