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의경 소설가와 [청소부 매뉴얼] 함께 읽기

D-29
서울에 있는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할 때, 서른 한 살의 젊은이가 포항제철 용광로에서 사고를 당해 후송되어 온 적이 있었습니다. 96%의 전신 화상 3도... 그는 결혼을 했고 당시 임신 팔개월인 그의 아내는 사고 연락을 받고 서울로 올라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화상을 입은 피부는 수포가 만들어지느라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병원에 도착하고도 중환자실로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행여 더 큰일이 일어나진 않을까 가족들이 그녀를 적극적으로 막았기 때문입니다. 면회시간마다 복도에는 그녀의 울부짖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그의 가족도 다른 환자들의 가족도 간호사들도 모두들 못들은 척 그저 침묵하였습니다. 이틀이 지나 그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그의 아내는 그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를 안아줄 수도 손가락 하나 만질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중환자실에서 하루를 더 버티다가 영안실로 옮겨졌습니다. 제가 처음 목격한 죽음이었습니다.
죽어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 없다니 상상할 수도 없는 슬픔이네요.. 중환자실에서 일하려면 죽음에 무뎌져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짜로 무뎌질 순 없더라도 직업인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네요.
남편을 그렇게 떠나보내야했던 아내는 너무 변해있었을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게 나았을까 아니었을까하는 마음이 문득 드네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라는 말들을 하지요. 제 생각에는, 남편이 숨을 거두기 전 아내가 남편을 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지 싶습니다. 무섭고 슬펐겠지만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을 눈으로 목격한 아내로서는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 그를 위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당시 의사는 그의 회생 가능성을 제로로 판단했었습니다. 매일 두 번의 화상치료가 고통만 연장할 뿐이라는 말도 가족들에게 했었구요. 의식조차 없던 그가 화상치료를 받으며 지르던 비명소리를 아내가 복도에서 고스란히 들으며 함께 울부짖던 소리가 기억납니다. 그리고,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에 대한 기억은 남은 이에게 많은 힘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의경 저는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되었던 2020년에는 친오빠같이 저를 챙겨주었던 시아주버님을 코로나에, 지난 달에는 심장마비로 또 한 명의 시아주버님을 잃었어요. 지난 2년간 암으로, 교통사고로 곁을 떠난 친구들도 여럿이고요. 이제는 부모님대가 아니라 내세대가 세상을 떠나는 시간이 가까웠구나싶어서 요즘은 시간이 날때마다 주변 정리를 하고 있어요. 그게 남는 가족에게 제가 해줄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유서, 서류 정리, 하다못해 제 기록물이며 모아놓은 문구류와 책들까지도요. 옷도 계절마다 정리해서 버리거나 기부하구요. 캐톨릭 신자이니 몸을 훼손하면 안되지만 예전에는 수목장을 원했고, 지금은 화장이 되어 제가 살았던 여러 나라에 골고루 뿌려지고 싶어요. <응급실 비망록> 에서 기억나는 문장이 있어요. “내가 죽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좋은 사람일수록 더 사랑이 많고 행복하고 배려심이 많고, 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기는 틈은 그만큼 더 작다.”
누구나 자신이 살았던, 좋아했던 장소에 묻히고 싶은가 봅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 골고루 뿌려지고 싶다는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은 죽음에 대해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저도 요즘은 죽음이 도처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맞이하는 죽음, 두려워하지 않고 맞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막상 그순간이 되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또다시 월요일이 돌아왔네요. 연말이라 그런지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위에 공유해주신 문장들과 감상들을 읽으며 책을 더 깊고 풍부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밑줄긋고 싶은 문장은 누구나 비슷한지 공유해주신 문장들은 모두 제가 밑줄 그은 문장이었네요. 오늘 저는 <선과 악>까지 읽었는데요 199페이지까지 달려오셨을 거에요. 책의 3분의 1을 읽은 셈인데요. 모이니핸 치과의 괴짜 치과의사, 소년원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매력적인 소년 팀, 불법낙태시술소를 소개해준 벨라 린, 삶의 유일한 목적은 더 좋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거라고 말한 도슨 선생님.....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책을 덮어도 떠오르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소설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인물들처럼 느껴지고요. 루시아 벌린이 인물을 생생하게 그리는 작가인 건 분명하네요. 질문 드리겠습니다. 질문5. 오늘까지 읽은 <청소년 매뉴얼>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오늘음 <섹스어필>까지 읽었어요. <친구>의 로레타가 지금까지의 여러 인물들중 기억에 남네요. 이야기의 시작은 호의와 배려였는데, 그 끝이 실소를 터뜨리더라고요.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로레타도 인상적이었어요. 친구란 결국 외로움을 덜어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샘의 목숨을 구해주면서 샘, 아나와 친구가 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고요.. 샘과 아나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들의 마지막 대화? 문장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어요!
저는 벨라 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주인공을 위해서 대신 결정해주고 모든 비용 모든 수고를 대신해주고 그리고 나서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그 선택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까지 주인공을 이해하려고합니다. 비난하지않고 탓하지않고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합니다. 어떻게 상대방에게 이렇게까지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낼 수 있을까 싶습니다. 벨라 린 만큼은 절대 안되겠지만 제가 나름대로 이런 식의 행동을 가끔이라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개인적인 방식은 상대방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고 '어떻게 되든 그 사람 인생이니까' 라는 태도를 가지는 것입니다. 무작정 그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해준 다음 기대를 버리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되든 그 사람 인생이니까'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저는 이런 포기? 방관?의 태도가 삶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거리를 두는 것은 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선택은 상대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요. 하지만 애정이 있는 상대일수록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연말이라 일이 많아 숙제(?)가 밀려 오늘 [잃어버린 시간]을 읽습니다. 저는 [나의 기수]에서의 기수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온가족의 생계를 어깨에 얹고 아무 보호 장비 없이 알지도 못하는 말에 올라 죽을 지도 모르는 경마장을 내달려야 했던 열대여섯이나 됐을까 싶을 소년. 캐나다의 팀홀튼이라는 커피숍에서 잠깐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관리자 외에는 취업비자로 필리핀에서 온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커피숍에서 여덟 시간, 다른 식당에서 네 시간, 하루에 열두 시간 일을 하더군요. 방 하나짜리 아파트를 빌려 여덟 사람이 욕실 하나를 사용하고 얇은 매트리스 하나와 이불 하나로 지낸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버는 돈 거의 전부를 필리핀 가족들에게 부친다며 뿌듯해 하던 직원들의 표정은 어찌나 밝던지요. 얼굴도 이름도 몰랐던 자국민들이 외국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한 집에 살며 서로를 보살피고 챙겨주는 모습이 제 눈에는 가족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국도 그런 시절이 있지요. 중동 그 뜨거운 나라로 건설 노동자들이 가고 독일어를 전혀 모르는 간호사들이 가서 번 돈을 가족들에게 송금해 생계를 이어주던..... 그래서 더욱, 다치고도 바로 경주마를 타야만 했던 혹은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어린 멕시코 소년들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연말이라 일이 많으시군요?! 건강 챙겨가면서 일하는것 잊지 마시구요. 저는 아주 짧은 겨울방학이 시작되어서 어제 그제 자원봉사 다녀왔는데, 멕시코에서 국경을 넘어온이들이 자리를 잡을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에요. 경제적으로는 풍요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니나님의 말씀처럼 70-80년대 외국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았던 한국인들을 생각나게 하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참 풍요롭게 사는 대다수의 제학생들이 매일 투덜거리는 이유를 들어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해요.
저도 열흘 정도 휴가(?)입니다. 오늘은 함박눈 펄펄 내리는 고속도로를 네 시간 가량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쉬는 동안 뒹굴거리며 밀린 독서도 하고 농땡이도 부리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벽서가님 말씀대로, 어쩌면 뭔가 부족해야 더 챙기게 되는 게 가족이고 이웃인가 싶어집니다. ^^
기수가 기억에 남으셨군요. 니나님은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일을 하신것 같습니다. 루시아 벌린의 소설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으실 것 같아요. 소년소녀 가장의 이야기라든가 이국에서 돈을 벌어 고향에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자, 입 벌려봐요. 술이 들어가야해. 안 그러면 집까지 못 가겠어." 그는 그녀의 입에 포도주를 부었다. 알코올이 몸에 퍼졌다. 뜨끈하게. "고마워요." 그녀는 재빨리 길을 건넜다. 구십, 구십 일, 보도의 갈라진 금을 세면서 엉성한 걸음으로 뛰다시피 집을 향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날이 아직 칠흑같이 어두었다.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 불을 켜지도 않고 글라스에 크랜베리 주스를 따르고 보드카병의 3분의 1을 부었다. 그리고 식탁에 앉아 조금씩 천천히 마셨다. 알코올이 신체 구석구석 퍼지면서 안도감이 찾아들었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따. 잔을 비우고 다시 3분의 1을 붓고 주스를 탔다. 그녀는 식탁에 머리를 대고 엎드려 있다가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고개를 쳐들었다. -235p 오늘은 <제어 불가>까지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술을 통해 작은 위안을 얻었겠지만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술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알코올중독자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집니다. 루시아 벌린의 소설에는 술과 마약에 중독된 가난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가난하고 병든(혹은 중독된) 사람들 곁에는 그들을 걱정하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와 이웃이 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어나갈수록 안타깝고 슬프고 때때로 우울하지만 마냥 비관적이진 않은 분위기에 이끌려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네요. 며칠 전부터 루시아벌린의 에세이 <웰컴 홈>을 함께 읽고 있는데요 소설과 연관된 부분이 많아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6.<웰컴 홈> 외에도 <청소부 매뉴얼>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있을까요? 분위기가 비슷하다든가 비슷한 소재, 주제를 갖고 있는 책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2002년 여름이 시작할 무렵 세상을 떠난 채영주 작가의 20주기 소설집 중에 [새벽2시 파라다이스카페]에는 그의 단편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전자책으로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네요. 채영주는 치장하지 않은 편안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깝지만 먼 우리 이웃들의 삶과 많이 아는 자들이 느끼는 갈등을 돌아보게 하는 작가입니다. 루시아 벌린이 이국의 이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채영주는 우리가 사는 골목의 이웃의 모습과 삶을 들여다 보게 합니다. [청소부 매뉴얼]이 루시아 벌린 작가의 삶의 수 많은 조각들인 것처럼 채영주의 소설 역시 작가의 많은 여정을 통한 경험들이 구석구석 새겨져 있습니다.
전자책이 없다니 아쉽네요. 내년 여름쯤에는 종이책으로 읽어볼 기회가 생겼으면 싶네요.
최근에 출간된 책이네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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