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의경 소설가와 [청소부 매뉴얼] 함께 읽기

D-29
할아버지의 셔츠가 살갗에 붙어 있다 떨어지며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 어렴풋이 그 소리가 들렸다. 들렸다는 상상이었다. 종이를 직접 찢어보았다. 마침내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엄마, 아직도 할아버지 미워하는 건 아니지?” “무슨 소리. 당연히 미워하지.” 엄마가 말했다. >> 요기서 할아버지를 아빠로 바꾸면 우리 엄마 이야기네!
2일차 책읽기를 하며 기분이 좋았습니다. 늘 책장을 넘기기 바빠서 연필로 줄만 긋고 지나쳤었죠. 이제는 곱씹어 문장을 다시보고, 짧게 메모도 해보니 집중이 되고 좋습니다. 그 전의 책읽기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일 또 뵙겠습니다~
저도 틀니가 생명체처럼 느껴졌어요. H.A 모이니핸 치과는 전체적으로 기괴한 분위기가 흐르네요. 그런데도 따듯하게 느껴지는 단편이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천천히 읽으니 저도 이전의 독서와는 느낌이 다르네요.
* 에인절 빨래방 1인칭 시점의 이 소설에서 아파치 인디언 토니가 주인공에게 굳이 '빨간피부 인디언'이라고 부른 정황으로 보아 그녀는 백인이라고 생각됩니다. 미국 영토의 원래 주인이었던 인디언들은 경제력도 문화도 잃은 채 가난하고 더러운 그들만의 지역에서 살아갑니다. 젊은 백인 여자가 그 지역에 들어가 산다는 건, 실패하고 의지할 곳 없고 추락하고 더러워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토니는 실제적 삶의 파편들에 무심한 그녀의 눈길을 보며 인디언인 자신과 동일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닐까요. 그 땅에 뿌리가 있는 토니는 삶에 대한 의욕은 커녕 죽음에 대한 미련 조차 없고 죽음조차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욕심을 부리는 푸에르토 리코 이주민인 아미티지 할머니의 모습이 비교가 됩니다.
* H.A. 모이니핸 치과 할아버지의 자잘한 행동(수표에 잉크를 뿌린다던지 천정에 우스운 말을 적어둔다던지)들로 추측해 보면 그는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흑인을 차별하고 돈 많은 사람들만 행복해지는 일상에 적응해 살아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늘상 괴롭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아내가 죽음을 확인한 아침, 유명한 치과의사로서의 마지막 시술(?)을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그의 모습이 처연합니다. 바닥에서 제법 떨어져 멈추는 할아버지의 엘리베이터는 이제 주인공 나로 인해 조금 더 바닥에 가까이 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 당연히 미워하지" 라는 엄마의 말은 어쩌면 마지막까지도 고집스레 혼자 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등지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 섞인 미움일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못말리는 위인이지만 이상하게 밉지가 않네요. 그의 방에 있는 기이한 사고 스크랩북처럼 그라는 인물과 삶 자체가 엉뚱하고 기이하게 느껴집니다. 유머와 위트가 있는 인물 같아요.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줬지만 매력직인 인물이기에 가족들은 그에 대한 복잡한 애증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부러진 쇄골은 아프고, 엄마는 보고 싶고, 뼈가 부러지든 말든 내일 경기에는 나가야 하고, 등을 쓸어주는 누군가의 손길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나의 기수>를 읽은 후 든 단상이었습니다.
아주 짧은 단편인데 웃기기도 하고 짠하네요. 강한 사나이들이 응급실에서 보이는 모습은 어린아이 같네요.
*에인절 빨래방 삶에 내몰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채로 주인공의 손은 낡고 상처입고 보잘것없이 변해버렸다. 자연스럽게 편한 곳을 찾게 되는 습성으로 세련되고 제약된 빨래방 보다는 에인절 빨래방을 찾게 되었다. 점점 세상은 세련되고 깔끔하고 정상(?)의 모습을 갖춘 사람들만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지배하는 것 같다. 뭔가 획일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모습 약간은 지저분하고 질서 없어보이는 것들도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될 순 없을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오늘 <나의 기수>까지 읽었습니다. 내일은 89p까지 읽을 계획이에요. 두 번째 질문입니다. 질문2. 청소부를 위한 조언: 원칙적으로 친구들 집안일은 절대로 하지 말 것. 조만간 우리는 그들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게 되고, 그러면 그들은 우리를 불쾌하게 생각한다. 또는 그들을 너무 속속들이 알고 나면 반대로 우리가 그들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50p <청소부 매뉴얼>을 읽다 보면 청소부라는 직업인의 고뇌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 노래교습소 카운터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무명의 가수가 운영하는 노래교습소에서 일하면서 그의 사생활을 엿보게 되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황함 뒤에는 불쾌감이 따라왔고요. 그 또한 제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저를 불편해하고 불쾌해했던 것 같아요. 혹시 여러분은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속속들이 알게 되어 불쾌했던 경험이 있나요? 혹은 반대로 일을 통해 누군가와 깊이 마음을 나누어 더욱 가까워진 경험이 있나요?
몇 년 전에 한 모임에서 지인으로부터 어떤 사람을 소개받았습니다. 그저 친절하고 교양있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모임원의 사람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소곤소곤 험담을 늘어놓더군요. 심지어 누군가에게 경제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상위층에 속한다는 사람을 노골적으로 소개시켜달라는 모습까지 지켜보게 되어 적잖이 불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지만(도무지 타인을 칭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제 정신 건강 상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그 사람을 아주 가끔 마주 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이것이 불편한 일일 수도 있겠네요.
험담을 하는 것도 습관일 텐데 정신건강을 위해 거리를 두신다는 말 공감합니다^^
호텔 중간관리자로 근무할 때였습니다. 제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인 직원 하나가 그만두었는데 남은 직원들이 모두 그 직원에 대해 험담을 하더군요. 저야 개인적으로 알아볼 기회가 없어 듣기만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업무 처리에 발생했던 문제를 거론하면 다들 그만둔 직원에게 책임을 지우길래 그렇게 무책임한 직원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사개월 쯤 지나 그 직원이 다시 같은 호텔로 복직을 하였습니다. 그녀에게 이미 갖게된 선입견 때문에 처음엔 조심스럽고 거리를 좁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지나며 그녀가 얼마나 책임감 있고 업무 처리 능력이 좋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직원들이 말하던, 화가 많고 신경질적이라던 그녀의 성격은 업무 처리가 완전하지 않고 게으른 직원들에게 화가 나서 한 행동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 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중국에 저도 외국에 있습니다만 자주 안부를 묻고 언젠가는 함께 이곳 저곳을 여행할 꿈을 나누곤 합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는 그 친구의 친구들도 만나 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 이런 저런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 굳이 그의 친구들을 만나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선입견을 갖지 않고 사람을 보는 것은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람을 아는 사람에게 그 사람에 대해 물어볼수도 있겠지만 말씀하신대로 이런저런 상황에 맞닥뜨리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모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예전에 지금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예술쪽 일이었고 그 방면에서는 꽤 인지도가 있는 분과 일했습니다. 제가 군대를 갔을 때도 따로 연락을 주시면서 함께 일해보자고 하였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고 앞으로 누군가가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묻는다면 자랑스럽게 대답할 정도로 기뻤습니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그분과 일하면서는 너무나도 실상과는 다른 모습이 실망, 혹 그 이상의 충격이었습니다. 공금을 사적으로 쓰고, 지원 받은 예산을 계획과는 다르게 아무렇게나 쓰며 지출하고 마지막에는 그 책임을 저에게 물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에 비난을 받는 적도 있었고 그럴 때면 다른 직원들이 뒤에서 격려를 해주며 왜 저 사람하고 오래 일하는 사람이 없는지 알겠지, 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몇몇 프로젝트가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떠나갔고 나중에 저는 그 사람이 결국 기소 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존경했던 선생님이 노래방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렀다는 그런 이야기는… 저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불쾌함을 느끼진 않았지만 그저 제가 어떤 사람들을 존경했던 그 시간들이 모두 낭비가 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그 분들을 존경했던 시간과 진심이 무너지는 느낌이요. 그 이후로 퍽 누군가를 존경하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승호님 반갑습니다. 문화예술계의 어두운 부분을 목격하셨네요. 제가 다 부끄럽습니다...^^; 저도 제가 좋아하던 작가가 문단 내 성폭력에 연루되었을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일때 어머니의 절친의 아들의 과외를 하면서 평소 이모라고 불렀던 그 분의 민낯을 여러번 경험하고 불쾌감을 넘어 실망과 인간에 대한 좌절감마저 느꼈던 기억이 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는 제가 평소에 친하지도 않고 그닥 마음에도 들어하지않던 동료와 한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었는데, 의외로 말이 잘 통하고, 의견도 잘 맞아 프로젝트 성과가 가장 좋아서 성과금도 받고 그 친구가 다른 나라로 이사를 간 후에도 오랜시간 좋은 친구로 지낸 경험이 있어요. 인간이 타인을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지만, 마음을 열고 선입견없이 대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전자책으로 읽고 있다보니 페이지수 감이 안와서 엘팀까지 읽었네요. ^^;
혹시 리디북스를 사용하신다면 페이지 중간을 누르면 아래쪽에 페이지가 표시됩니다.
종이책과는 페이지 수가 다른것 같아요. 저는 시간 여유가 있어서 책상에 앉아서 읽을 때는 패드를 이용하고 이동중에는 휴대폰으로 읽다보니 아무래도 페이지 번호가 같지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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