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사무적인 얼굴의 장의사가 그의 몸을 염습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가락이 잘린 자리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았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대대로 고이 물려받아온 보물이 실은 10원 한 장의 가치도 없는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허전했다.
속았다. 나는 속았고 그도 속았다.
대체 저게 뭐였단 말인가? 다만 잘린 손가락일 뿐인 것을 두고, 그는 침묵 속에서 그토록 결사적인 곡예를 펼쳤던가.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73~74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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