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내가 쓰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고 있다.
이 기록은 결코 그 '왜'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우리라는 것을.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책먹는사라
“ 언제부턴가, 나는 누구를 만나든 저들 역시 뭔가를 솜씨 있게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품곤 했다. 머리털 속의 길게 꿰맨 흉터, 복사뼈 안쪽의 커다란 반점, 정교하게 제작된 의족 같은 것들을. 그들의 솜씨는 언제나 훌륭해. 그 부분들을 좀처럼 나에게 들켜주지 않았다.
그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감싼 아슬아슬한 껍질을 벗기고 싶었다.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4-35,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놀풍경
“ 그 미지의 은폐물들을 상상할 때마다 내 어린 몸은 은밀히 떨려오곤 했다. 그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감싼 아슬아슬한 껍질을 벗기고 싶었다. 내 눈으로 직접 꿰뚫어보고 싶었다. P35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놀풍경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
곧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으나, 그 섬뜩한 환영 같은 이미지는 내 뇌리 깊숙이 박힌 뒤였다. P37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놀풍경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람이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P43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놀풍경
이제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용기 있는 아이가 된 건가, 비겁한 아이가 된 건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었을까? P59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놀풍경
“ 누이의 참혹한 참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P63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책먹는사라
놀풍경님의 문장 수집: "누이의 참혹한 참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P63"
저도 이 문장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저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ㅠㅠ
책먹는사라
“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 - 소화해내야 하며 -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62,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날마다꿈샘
“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사무적인 얼굴의 장의사가 그의 몸을 염습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가락이 잘린 자리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았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대대로 고이 물려받아온 보물이 실은 10원 한 장의 가치도 없는 가짜 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허전했다.
속았다. 나는 속았고 그도 속았다.
대체 저게 뭐였단 말인가? 다만 잘린 손가락일 뿐인 것을 두고, 그는 침묵 속에서 그토록 결사적인 곡예를 펼쳤던가. ”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73~74p, 한강 지음
문장모음 보기
날마다꿈샘
“ 혀와 눈이 달린 얼굴과는 달리 손슨 정확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하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가리려 하지만 역시 다 가리지 못한다. 얼굴보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얼굴보다 교묘한 탈이다.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얼버무릴 필요도 없다. 침묵하면 그만이다. 정지해 있으면 그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