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과 <내 여자의 열매>를 함께 읽습니다.

D-29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사무적인 얼굴의 장의사가 그의 몸을 염습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가락이 잘린 자리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았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대대로 고이 물려받아온 보물이 실은 10원 한 장의 가치도 없는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허전했다. 속았다. 나는 속았고 그도 속았다. 대체 저게 뭐였단 말인가? 다만 잘린 손가락일 뿐인 것을 두고, 그는 침묵 속에서 그토록 결사적인 곡예를 펼쳤던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73~74p, 한강 지음
혀와 눈이 달린 얼굴과는 달리 손슨 정확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하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가리려 하지만 역시 다 가리지 못한다. 얼굴보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얼굴보다 교묘한 탈이다.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얼버무릴 필요도 없다. 침묵하면 그만이다. 정지해 있으면 그만이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89p, 한강 지음
범람하던 내장이 멈추고, 쏟아지던 물줄기가 멈추고, 경련하던 목구멍이 멈췄다.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43p, 한강 지음
그 정갈함과 상냥함과 품위 속에, 누구든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냉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어렴풋이, 그러나 단호하게 어려 있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2p, 한강 지음
선생님은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읽어보시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아무말이라도 해주세요. 아주 작은 단서나 설명이라도 좋아요. 설령 오빠를 찾지 못해도 좋아요. 내 인생에 오직 한번이라도 오빠를 이해하고 싶은 것 뿐이에요.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24, 한강 지음
왜 내 삶의 가운데는 텅 비어 있는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0, 한강 지음
그 정밀하고 노련한 은폐의 솜씨라니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4, 한강 지음
내 첫번째 관찰의 대상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냉정하기보다는 동정심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오로지 웃기 위해 존재하는 얼굴처럼, 일단 웃으면 그녀의 얼굴에는 오로지 웃음만 남고 그 외의 인상은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기분이 나쁠때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얼굴이 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얀 탈바가지.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5~36, 한강 지음
나......과거는 생각 안 해요. 미래두 생각 안 해요. 상담 선생님도 그게 좋대요. 내 이빨, 내 몸이 이렇게 된 거, 내 청춘이 흙탕물처럼 떠내려가버린 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것두 생각 안 해요. 생각하려다가두 얼른 잊어버려요. 그냥, 순간 순간 살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66p, 한강 지음
'왜?'라는 단말마의 물음을 들이댔을 때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이유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짜를 보고 싶다면 결국, 심연 앞에 서는 일만이 남는 것 아닐까. 그 텅 빈 심연 속에서 대체 어떤 대답을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일까.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71p, 한강 지음
🎯🎯🎯🎯 안녕하세요. <내 여자의 열매> 진도표 드립니다. 4/9 내 여자의 열매 -24p 4/10 내 여자의 열매 끝까지 4/11 해질녘 - 76p 4/12 해질녘 끝까지 4/13 휴식 4/14 아기부처 - 148 p 4/15 아기부처 끝까지 4/16 어느 날 그는 - 215 p (그들은 다시 다투었다 전까지) 4/17 어느 날 그는 끝까지 4/18 붉은 꽃 속에서 - 270p 4/19 붉은 꽃 속에서 끝까지 4/20 휴식 4/21 아홉 개의 이야기 - 전부 4/22 흰꽃 - 전부 4/23 철길을 흐르는 강 - 359 4/24 철길을 흐르는 강 끝까지 4/25 해설 끝까지 모임 일정 4월 26일과 27일 중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부터 함께 열심히 읽어봐요!!! 🎯🎯🎯🎯
네~~우리 이번 책도 열심히 읽어봐요^^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턱없는 비유겠지만, 공들여 옻칠을 하고 유약을 바른 다과상 같은 음성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껴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올 때만 꺼내게 되는, 가장 좋은 차와 다기를 올려놓고 싶어지는 단아한 찻상 말이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21-22p, 한강 지음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1993년 등단 이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펴온 한강이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집을 새로운 옷을 갈아입혀 독자들 앞에 새롭게 선보인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는 《채식주의자》 연작의 씨앗이 된 《내 여자의 열매》 등을 포함한 단편 여덟 편의 배치를 바꾸고 표현과 문장을 다듬어 18년 만에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날마다꿈샘님의 문장 수집: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턱없는 비유겠지만, 공들여 옻칠을 하고 유약을 바른 다과상 같은 음성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껴두었다가 귀한 손님이 올 때만 꺼내게 되는, 가장 좋은 차와 다기를 올려놓고 싶어지는 단아한 찻상 말이다."
저도 이대목 픽했는데요 괜히 반갑네요
저는 그대의 차가운손을 그믐에 리뷰를 안올린 줄알고 넘어갔네요. 순간 찾지를 못했어요. 바보같이, 그리곤 이유가 있겠지. 혼자 생각만 하다가 지났으요. 이제서야 찾았네요. 내여자의 열매는 올려야지요
기쁠때,그대 가슴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에게 슬픔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에게 기쁨을 주고 있음을.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예언자 칼릴지브란,류시화옮김., 한강 지음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1993년 등단 이후 단단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삶의 근원에 자리한 고독과 아픔을 살펴온 한강이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집을 새로운 옷을 갈아입혀 독자들 앞에 새롭게 선보인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 이후 5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는 《채식주의자》 연작의 씨앗이 된 《내 여자의 열매》 등을 포함한 단편 여덟 편의 배치를 바꾸고 표현과 문장을 다듬어 18년 만에 독자들과 다시 만난다.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없이 일어설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자유롭고 행복하기를.
내가 같이 가려고 해도 짬을 낼 수 없는거 알잖아. 자기몸은 자기가 알아서 챙겨야 할거 아냐?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26쪽 , 한강 지음
내 몸이 보잘것없이 세상의 어떤것도 나에게 엉겨붙지 않는듯한 느낌, 어떤 옷으로도가릴 수 없는 한기, 무엇으로도 누구로부터 위로 받을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용케 스스로에게 숨겨왔을뿐이라는 생각때문에 화가났다.
내 여자의 열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28쪽 , 한강 지음
막막한 염오감이란? 강한 혐오감과 함께 답답하고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을 의미한다. 자유롭게 살다가 자유롭게 죽는것이 어릴적부터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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