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과 <내 여자의 열매>를 함께 읽습니다.

D-29
왜 내 삶의 가운데는 텅 비어 있는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 한강 지음
이제부터 내가 쓰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고 있다. 이 기록은 결코 그 '왜'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우리라는 것을.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0, 한강 지음
언제부턴가, 나는 누구를 만나든 저들 역시 뭔가를 솜씨 있게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을 품곤 했다. 머리털 속의 길게 꿰맨 흉터, 복사뼈 안쪽의 커다란 반점, 정교하게 제작된 의족 같은 것들을. 그들의 솜씨는 언제나 훌륭해. 그 부분들을 좀처럼 나에게 들켜주지 않았다. 그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감싼 아슬아슬한 껍질을 벗기고 싶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34-35, 한강 지음
그 미지의 은폐물들을 상상할 때마다 내 어린 몸은 은밀히 떨려오곤 했다. 그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것들을 감싼 아슬아슬한 껍질을 벗기고 싶었다. 내 눈으로 직접 꿰뚫어보고 싶었다. P35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 곧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셨으나, 그 섬뜩한 환영 같은 이미지는 내 뇌리 깊숙이 박힌 뒤였다. P37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사람이 착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른다. P43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이제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용기 있는 아이가 된 건가, 비겁한 아이가 된 건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는 것이 더 용기 있는 행동이었을까? P59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누이의 참혹한 참회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것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후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누이와 같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진실을 믿기 때문에 깊이 상처 입으며 쉽게 회복되지 않는 종류의 사람들, 그들의 삶은 나에게 소모적으로 느껴진다. 나로 말하자면, 착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과 똑같이, 진실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고 있다. P63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저도 이 문장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저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ㅠㅠ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 - 소화해내야 하며 -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62, 한강 지음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사무적인 얼굴의 장의사가 그의 몸을 염습하는 동안 나는 그의 손가락이 잘린 자리를 뚫어지게 내려다 보았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대대로 고이 물려받아온 보물이 실은 10원 한 장의 가치도 없는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나는 허전했다. 속았다. 나는 속았고 그도 속았다. 대체 저게 뭐였단 말인가? 다만 잘린 손가락일 뿐인 것을 두고, 그는 침묵 속에서 그토록 결사적인 곡예를 펼쳤던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73~74p, 한강 지음
혀와 눈이 달린 얼굴과는 달리 손슨 정확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하려 하지만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가리려 하지만 역시 다 가리지 못한다. 얼굴보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얼굴보다 교묘한 탈이다. 말할 필요가 없으므로 얼버무릴 필요도 없다. 침묵하면 그만이다. 정지해 있으면 그만이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89p, 한강 지음
범람하던 내장이 멈추고, 쏟아지던 물줄기가 멈추고, 경련하던 목구멍이 멈췄다.남은 것은 침묵뿐이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43p, 한강 지음
그 정갈함과 상냥함과 품위 속에, 누구든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거부하는 듯한 냉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어렴풋이, 그러나 단호하게 어려 있었다.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02p, 한강 지음
선생님은 글을 쓰는 사람이잖아요. 읽어보시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아무말이라도 해주세요. 아주 작은 단서나 설명이라도 좋아요. 설령 오빠를 찾지 못해도 좋아요. 내 인생에 오직 한번이라도 오빠를 이해하고 싶은 것 뿐이에요.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24, 한강 지음
왜 내 삶의 가운데는 텅 비어 있는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0, 한강 지음
그 정밀하고 노련한 은폐의 솜씨라니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4, 한강 지음
내 첫번째 관찰의 대상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냉정하기보다는 동정심이라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오로지 웃기 위해 존재하는 얼굴처럼, 일단 웃으면 그녀의 얼굴에는 오로지 웃음만 남고 그 외의 인상은 완벽하게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기분이 나쁠때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 얼굴이 탈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얀 탈바가지.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p35~36, 한강 지음
나......과거는 생각 안 해요. 미래두 생각 안 해요. 상담 선생님도 그게 좋대요. 내 이빨, 내 몸이 이렇게 된 거, 내 청춘이 흙탕물처럼 떠내려가버린 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무것두 생각 안 해요. 생각하려다가두 얼른 잊어버려요. 그냥, 순간 순간 살아요. 그러니까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66p, 한강 지음
'왜?'라는 단말마의 물음을 들이댔을 때 꺼내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이유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진짜를 보고 싶다면 결국, 심연 앞에 서는 일만이 남는 것 아닐까. 그 텅 빈 심연 속에서 대체 어떤 대답을 건져낼 수 있다는 것일까.
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271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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