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4회차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내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번 천번을 읽어도 읽지 않은 것과 다를 바가없다.” 인터넷을 통한 읽기에 적응이 되어 하루에도 정말 많을 글을 읽고는 있으나 넘쳐나는 정보로, 정말 다 이해되었는가는 늘 의문입니다. 눈으로 글자만을 읽고 있는 것은 아닌지… . “본뜻을 찾아보고 그 근거로 다른책까지 들추어 그 글자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고찰해서 그 근본뜻뿐만 아니라 지엽적인 뜻도 캐도록 하여라.. . . . . 격물공부:격이라는 것은 맨 밑까지 완전히 다 알아낸다는 뜻이니 밑바닥까지 알아내지 못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독서법을 통해 이해하고 학습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시네요. 눈으로 대충 읽고 이해했다는 오류에 자주 빠지는 저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구문입니다.
<일본과 중국의 학문 경향> 저도 간편잡채님처럼 궁금함이 많았습니다. 지적하신 일본의 과거제도 방법과 그 학문이 어느 부분이 어떻게 능가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시의 근본> “단지 율시만 짓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루한 습관으로 ..... 그 지취가 낮고 엷은 것과 기질이 짧고 껄끄러운 것은 반드시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한시에 문외하기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여러 고수님들이 해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 들어왔습니다. 저번에 이거 보고 관심 갖고 있었는데 시작 날짜를 잊고 있다가 오늘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저는 김미월 소설가님도 좋아하고 정약용 선생님도 좋아합니다. 늦었지만 책 읽고 저도 곧 독후감 남기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과나무 님, 안녕하세요? ^^ 반갑습니다. 여기 댓글들을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각자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가능하다면 이틀에 다섯 장 정도씩 읽고 자유롭게 감상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물론 바쁘셔서 책을 못 읽으실 수도 있고, 반드시 감상을 남기셔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편히 말씀 나누시면 됩니다! ^^
사대부가 살아가는 도리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진정으로 마음을 견고하게 세워 똑바로 앞을 향해 나아간다면 태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그 근원을 터득하여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마음 먹기에 달려있고, 독서라는 것은 작은 것 하나라도 그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여 제대로 읽어야 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형님을 회상하며 "외롭기 짝이 없는 이 세상에서 다만 손암 선생만이 나의 지기였는데 이제는 그분마저 잃고 말았구나.(중략) 사람이 자기를 알아주는 지기가 없다면 이미 죽은 목숨보다 못한 것이다." 형님을 먼저 보낸 슬픔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편지였습니다. 단지 혈육이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진정으로 알아봐주던 지기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세상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한 명만 있다해도 살 만한 이유가 되는 것인데 외로운 귀양살이중에 의지하던 형님의 죽음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었을것 같습니다.
'사대부가 살아가는 도리'에서 술 마시는 법도를 이야기한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술을 마시는 정취는 살짝 취하는 데 있는 것이지, 얼굴빛이 홍당무처럼 붉어지고 구토를 해대고 잠에 곯아떨어져버린다면 무슨 술 마시는 정취가 있겠는냐?" 술 마시는 이유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는(취하는 데 있는게 아니라) 말씀이 정말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 이해 안 될 이야기 같아서 이 부분 읽다가 막 웃었습니다. 정약용은 정말 그랬을 것 같네요.
시의 근본 "무릇 시의 근본은 부자나 군신, 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는 데 있으며, 더러는 그 즐거운 뜻을 펴기도 하고, 더러는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펴는 데 있다. 그 다음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항상 힘없는 사람을 구원해주고 재산없는 사람을 구제해주고자 마음이 흔들리고 가슴 아파서 차마 그냥 두지 못하는 그런 간절한 뜻을 가져야 바야흐로 시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이해에만 연연하면 그 시는 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것이 시의 근본이라고 합니다. 다른 부분은 다 그렇다 치고 '힘없는 사람을 구원해주고 구제해주고자 하는 간절한 뜻을 가져야' 시라고 하는 것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요즘 현대사회에서 시인이나 소설가는 그냥 '예술가'인데 정약용이 생각하는 시는 목적이 더 뚜렷하고 개인적이기보다 사회적인 의미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서 참 다르다 느껴집니다.
저도 간편잡채 님처럼 '독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초서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초서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뒤에 각주가 있어서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ㅋ 책에서 중요한 내용을 뽑아 쓰는 일을 초서라고 하는데 초서는 그냥 책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하면 될 거 같은데 거기에도 방법이 따로있다는 것을 배웠네요. 그리고 고기 그물을 쳐놓으면 기러기도 걸릴 수 있고 그걸 버릴 필요는 없다는 말도 정말 정약용(?) 선생님다운 말씀인듯 ㅋ
아하, 임진왜란 이후였군요...저는 단순히 배로 바다를 건너(우리나라를 거치지 않고) 무역을 시작하는 상상을 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확실히 전쟁이 우리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만, 반대로 일본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됐겠네요. 명쾌하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확실히 과거제도는 뭐랄까 뼈대가 있는 체계적인 방식이라고 느껴집니다. 문제는 그 뼈대가 너무 굵고 튼튼해서 자유롭지 못하고 얽매이게 되는 느낌 말이죠. 정약용도 이 점을 우려한 것이 아닐까요. 체계가 잡혀있다면 그로부터 발전할 수 있지만, 체계를 발전보다 중요히 여기는 자세야말로 지양해야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4회차 독서 부분에 대한 감상들,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친절한 주석들, 모두 반갑고 고맙습니다. 이번 5회차 독서 다섯 장의 목차는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 막내아들이 죽다니 / 열수에 대하여 / 가난한 친척을 도와라 / 절조를 지키는 일' 이상입니다. 뭔가 제목만 봐도 막연하게나마 내용이 짐작되는 목차들이네요. 실은 저도 아직 못 읽었는데,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
안녕하세요? 며칠 정신없이 바쁘다가 들어왔어요. 정약용 책을 읽고 자려고 했는데 머리맡에 두고 그냥 잠이들었네요ㅠㅠㅠ 근데 여기 댓글만 읽어도 책을 조금 읽은 기분이라 너무 좋아요. @Moonhyang 님이 올려주신 穉子寄栗至(치자기율지) 시 너무 슬픕니다. 근데 거기 등장하는 아들이 이번 회차에 나오는 '막내아들이 죽다니'의 아들이라니 기가 막히네요 ㅠㅠㅠ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폐족으로서 좌절할 만도 한데 끊임없이 자기 수양을 하고, 더 나아가 자식, 친척, 제자들에게도 자포자기하지 말고 부지런히 책을 읽고 밭을 갈며 살라는 정약용의 말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절조를 지키는 일] 해설을 보고 나서 큰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나섰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편지만 보았더라면 아들을 잘못 키웠다고 생각했을 텐데, 해설로 어떤 상황인지 인지하고 나니 아들의 상황도 이해가 갑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정약용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유배가 풀리지 않게 손 쓴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해봤자 코웃음이나 치겠지 유배를 풀어줄 리가 없을 테니까요. 아무리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었어도 정약용이 얼마나 슬프고 자존심 상해했을까요. (석방하려 했다는 걸 학연이와 정약용이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불같이 화내지 않고 타이르다니 훌륭한 아버지란 이런 사람이구나 싶습니다.
책을 방금 읽고 왔는데 제가 '절조를 지키는 일' 부분을 쓰려고 보니 간편잡채 님이 먼저 이렇게 써놓으셨네요. 그런데 석방하려고 했었나요? 그걸 제가 몰랐네요. 물론 알았다고 해도 정약용의 이 마음(석방을 간청하지 말라는)은 변치않았을 거같지만. 어쨌든 이 '절조를 지키는 일'은 정말 정약용이 얼마나 지조 있는 대단한 선비인지도 그리고 훌륭한 아버지인지도 잘 알게 해주는 명문이구나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서모임이 처음이라 걱정도 되고 감도 안잡혔는데 댓글을 전부 읽어보았더니 이런 거구나 싶습니다. 각자 책에서 고르신 구절들이 당연히 겹치는 경우도 많지만 그걸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읽다 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그 사람의 생각에 깊이 감정이입 하게 되는 것도 신기합니다. 저도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초서의 요령을 알려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남의 저서에서 도움이 될 만한 요점을 추려내어 책을 만들 때에는 우선 자기 자신의 학문에 주견이 뚜렷해야 판단기준이 마음에 세워져 취사선택하는 일이 용이할 것이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겠지요. 남의 지식을 받아들일 때도 제대로 받아들이려면 나 스스로 공부의 기준이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이거 정말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살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말씀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만 그치면 너무 원론적인 소리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정약용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책의 종류마다 초서의 방법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 부분을 읽는데 정약용의 세심함에 그저 감탄만 나왔습니다.
4주차에 시 쓰기에서 형식만이 아니라 그 맘에 측은지심을 강조하는 것에서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또 한번 반하게 됩니다. 지도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마음자세라고 생각해요
저는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에서 "학자란 궁한 후에야 비로소 저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구나. 매우 총명한 선비라도 지극히 곤궁한 지경에 놓여 종일 홀로 지내며 사람이 떠드는 소리라든가 수레가 지나가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고요한 시각에야 경전이나 예에 관한 정밀한 의미를 비로소 연구해낼 수 있는 것이다." 부분을 읽으면서 정약용이 어떤 의미에서 이렇게 썼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완전히 수긍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학자가 꼭 궁한 다음에야 정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오히려 반대에 가깝지 않은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근심없이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꼭 '궁한 후에야 비로소 저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더구나 교육의 질이라든가 정보의 양이 학문적 성과와(더 세속적으로는 대학 간판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요즘 세상에서라면, 궁한 처지에 놓인 자가 모든 면에서 풍요로운 배경을 가진 자보다 유리한 점을 찾기는 참 어렵겠지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정약용은 위의 주장 바로 앞에 "마융이나 정현은 비록 유학자지만 권세가 한세상을 눌러, 외당에서는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논하면서도 내당에서는 노래하는 기생을 두고 즐겼"다면서 그들이 오히려 경전 연구에 정밀하지 못했을 것임을 이야기하였으니, 너무 풍족하고 호화로운 생활이 학자에게는 마음가짐이나 자세를 해치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스스로 되새기고자 그리 말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논어에서 공자는 이런 말을 합니다. 孔子曰: "生而知之者上也, 學而知之者次也, 困而學之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은 상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이 그 다음이고, 곤경에 처해서 배우는 사람은 또 그 다음이며, 곤경에 처해도 배우지 않으니 백성들이 하가 되는 것이다.") 흔히 지식을 얻음에 있어 재능과 배우는 노력을 강조하는 구절로 이해하지만, 저는 약간 생각을 달리합니다. 태어나면서 재능이 있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배워야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곤란을 겪어야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테면 이런 겁니다. 제가 40이 다 되어서 야구와 축구를 잘 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손흥민, 박찬호 처럼 타고난 재능(生而知之)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배우면(學而知之)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야구 코치 한 분과 축구 코치 한 분을 모셔서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레슨을 몇 달 받고 나니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팀에 끼어서 야구, 축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ㅠㅠ 연습장에서 코치님과 할 때는 잘 되던 플레이도 막상 실전에서 하려니 쉽지가 않았습니다.(困而學之) 정약용의 말은, 학문이 완성 되려면, 특히 지고지순한 진리가 아닌 세상을 바꾸길 고민하는 학자 혹은 정치가라면, 배운 것이 배운 대로 되지 않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 담기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궁하지 않아도 궁한 처지를 알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겪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깊이 있는 답변 감사합니다. 저는 거기까지는 생각 못했고 학자들이 너무 호의호식하면 오히려 마음이 흐트러져 경전 연구에 정밀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moonhyang님 말씀처럼 '겪어보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손흥민 박찬호 이야기를 해주시니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
아... 곤란을 겪어야 알 수 있는 부분! 맞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절절히 공감합니다. 재능이나 노력을 통해서가 아니라, 곤궁함을 통해서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정약용도 그것을 말하려 한 것 같네요. 눈이 침침하던 차에 꼭 맞는 안경을 쓴 기분입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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