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제가 드리고 싶었던 말씀을 정확하게 먼저 해주셨네요ㅎㅎ 저는 별 생각 없이 읽고 지나갔던 구절들을 다른 분들이 인상 깊었다 하시니 다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작은잎새78님이 말씀해주신 부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정약용이 참다운 독서에 대해 쓴 내용도 좋지만, 그 부분에 대한 작은잎새78님의 주석 "누군가를 딛고 올라서기 위함이 아니라 나와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할 마음으로 시작된 독서라야만 독서를 통해 나아지는 나를 만날 수 있을것 같습니다"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
오옷, 다들 너무 대단하세요! 정말 선생님들께 한수 배우는 기분입니다. 저는 읽고 정약용이 참 대단하다 정말 성인군자 같은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ㅋ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저는 너무 사소한 부분을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다른 분들과 너무 비교되는 듯~^^) '참다운 공부길' 37쪽에서 "의원이 삼대를 계속해오지 않았으면 그가 주는 약을 먹지 않는 것같이 반드시 몇대를 내려가면서 글을 하는 집안이라야 문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좀 고개가 갸우뚱했습니다. 이건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부모와 내 조부모가 나와 같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내 능력이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처럼 읽혀서요~
의원 삼대에 대한 이야기는 속담? 숙어? 비슷하게 많이 하는 이야기라 저렇게 적었을 듯 합니다. 전국에 삼대한의원을 검색해 보면 숫자가 어마어마... 저도 저 부분에서 살짝 이상했지만, 편지라서 그랬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정약용은 이 편지를 200년 뒤에 우리가 읽고 있을 줄 상상도 못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 편지를 수백년 동안 돌려볼 줄 알았다면 저렇게 얘기하시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앞뒤 부분과 연결 지어보고 제가 받은 느낌은 "내가 사고 쳐서 너희들한테 미안해. 고생 좀 해라. 그래도 너네 공부 잘하는 거, 그거 나 닮아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무 아빠 원망만 하지 말고 공부 잘 하고 있어." 라는 아버지로서의 복잡한 마음이 담긴 듯 합니다.
말씀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몇대를 이어 가업을 계속하는 집안의 일에만 권위가 있고 정당성과 전문성이 있다면 결국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말과도 같은 말이 될 텐데요. 정약용이 꼭 그런 뜻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아마 Moonhyang 님 말씀대로 정약용이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과 기대와 당부 등 여러 복잡다단한 심경을 조금 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저도 그렇습니다. 선생님들께 한 수 배우는 기분이에요 ㅎㅎ 그렇다고 행여라도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긴장은 제가 하면 됩니다! ㅎㅎ) 이 자리는 누구나 편하게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자리니까요. 감사합니다.
깜빡했다가 들어와봤는데 이렇게 멋진 독후감들이 있네요. 댓글 보고 공부가 되는 기분입니다. 저는 책만 사놓고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책 속에 이렇게 생각해볼만한 훌륭한 구절들이 많다니 역시 정약용이구나 싶어집니다. 저도 오늘부터 열심히 읽겠습니다.
넵, 저도 며칠 전부터 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읽기만 해도 좋은데, 여러 사람과 함께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읽으니 더욱 좋네요. 근심없이 님도 읽으시고 어느 부분이 인상적이었는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
아무래도 연말이다 보니 일에 치여서 책 읽기를 게을리하게 됩니다. 요새야 양반이니 뭐, 이런것도 없고 누구나 책과 접하기 쉽지만 접하기 쉽다고 읽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하루에 읽는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주시니 조금은 동기부여와 독려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열심히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내일은 친구가 추천한 행사가 있어서 정약용 도서관을 갑니다. 집에서 2시간이나 걸리지만.... 아마도 그냥 저는 아는 것 없이 정약용을 좋아하나 봅니다.
아, 장안나 님, 안녕하세요? ^^ 정약용 도서관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하기야 없는 게 이상할 정도로 큰 실학자요 사상가요 문필가였던 인물이 정약용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실은 저도 아는 것 없이 그냥 책 두어 권 읽고 좋아하는 게 전부입니다.) 집에서 2시간 걸리는 곳인데 다녀오려 하신다니 보통 '덕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어떤 행사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다녀오셔서 후기 남겨주세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 생각의 깊이와 다양함이 드러나는 멋진 독후감들, 고맙습니다. 이번이 독서 첫 회여서 모든 분들 말씀에 일일이 답글을 달아보았는데, 이미 그 자체로 완결된 의견들에 제가 공연한 사족을 덧붙인 꼴이 되지나 않았나 걱정입니다. 두 번째로 같이 읽을 부분은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 / 먼저 모범을 보이거라 /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 <주서여패>라는 책을 만들도록 / <제경>을 만드는 법' 이상 다섯 꼭지입니다. 읽어보시고 마음에 남는 대목,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부분, 혹은 이해가 가지 않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까지,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저 '이러이러한 부분이 너무 좋았다' 식의 단순한 독후감도 물론 좋습니다. 너무 좋았다는 것을 공유하는 기쁨 또한 너무 크거든요.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 나는 전번에 이러저러해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구나 하는 소리를 절대로 입밖에 내뱉지 말아야한다. 이러한 말이 한 번이라도 입밖에 나오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것이다.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을 들킨 것 같아요... 베풀되 받을 생각을 말고 베풀어야 겠네요 <먼저 모범을 보이거라> 비용을 절약하고 농사에 힘쓰면서 겸하여 아름다운 이름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일이다 - 글뿐만 아니라 농사일도 공부하듯 최선을 다하라고 했던 정약용은 일에 있어 귀하고 천한 것 없이 어떤 것이든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알게 되는 내용인 것 같아요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폐족에서 재주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중략)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아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치면 과거제도는 입시제도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폐족이 되었으므로 학문의 본질을 생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하여 자녀들의 학문을 독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씁니다. 유배 중에도 자녀들의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닮아야겠습니다. 핑계하지 않고 있는 곳에서 최선다하기
'먼저 모범을 보이거라' 농사 부분을 쓰려고 보니 커피홀릭이님도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 부분과 '먼저 모범을 보이거라' 부분을 같이 말씀해주셨네요. 공감합니다~ ^^
반관(反觀)과 삼사(三斯)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주석의 설명이 제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 약간 혼란스럽지만, 제가 알고 있는 만큼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주문한 삼사, 즉 동용모(動容貌), 출사기(出辭氣), 정안색(正顔色)은 논어에서 군자가 도를 귀하게 여길 때 지켜야 할 것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예전부터 모범 답안 처럼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죠.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동용모는 몸의 전체적인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사납거나 태만한 것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정안색으로 얼굴빛을 믿음직스럽게 해야한다는 것이구요, 마지막 출사기는 말의 내용과 말투가 비루해선 안된다는 내용입니다. 정리하면 삼사(三斯)는 겉으로 드러나는 몸의 자세와 얼굴, 말이 도리에 어긋나면 안된다는 유가의 전통적인 자세를 정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 겉은 그럴싸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생겨나니 이에 대한 반발로 나타난 것이 반관(反觀)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 보다는 내면의 진실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일부 사람들이 이를 곡해해서, 내면을 닦는데 반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방탕하고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것을 정당화하는데 반관이라는 용어를 같다 붙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겉과 속, 형식과 내용, 절차와 본질에 대한 논쟁은 답이 없는 주제이지만 일부 타고난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세와 행동을 바르게 하는 것이 공부에는 좀 더 나은 방법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자세한 해석과 설명 감사합니다.~~ 저도 삼사재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학문하는데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 어느 지식 보다도 행동거지가 마음을 드러낼 수 있으니 마음과 행동의 수련이 필요한 듯 합니다. 행동강령이라 할 만하네요. 난폭하고 거만함을 멀리하는 것. 비루하고 천박함을 멀리하는 것. 미더움을 가까이하는 것.
책을 읽고도 반관과 삼사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잘 안 갔는데, Moonhyang님이 설명해주셔서 조금 이해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삼사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 가지를 학문할 때 우선적으로 마음을 써야 한다니. 이건 1회차에 읽었던 첫 5장 중에서 "마음에 항상 만백성에게 혜택을 주어야겠다는 생각과 만물을 자라게 해야겠다는 뜻을 가진 뒤에야만 바야흐로 참다운 독서를 한 군자라 할 수 있다." 이 부분과도 통하는 것 같아요. 학문을 할 때도 독서를 할 때도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이 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정말 반성하게 되네요.
Moonhyang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삼사'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삼사를 중시하다 보니 겉만 그럴싸하고 속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겨서 그에 대한 반발로 '반관'이 생겼다면 반관이라는 말은 부정적 표현인 건가요? 그러니까 '반관'을 경계해야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반관'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보다 내면의 진실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긍정적인 표현인가요? 예를 들어 '반관'의 자세로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가요?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제가 이해한 만큼만 더 설명드리면, 반관이라는 용어는 송(宋)대 소강절이라는 학자가 주역의 "관괘(觀卦)"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합니다. 기존 유학은 나에서 출발해 가족, 국가, 우주로 인식이 확장되어 갑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소강절은 그렇게 해서 언제 우주, 즉 본질을 깨우칠 수 있는가... 반문합니다. 그러면서 기존과는 달리 우주를 바로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것이 곧 반관입니다. 거꾸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반관을 이해하고 공부한다면 좋지 않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너무 뜬구름 잡는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소강절의 반관에서 현대의 이론물리학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새로운 인식 체계 중 하나인 것이지요. 다만 정약용 당시 조선에서는 이런 반관을 견강부회하는 풍조가 있었던 듯 합니다. 우주적인 본질을 추구한다면서 수신과 제가를 등한시 하는 모습이 많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그런 모습을 보인 인물 중 학문의 깊이가 소강절에 버금가는 인물이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그런 인물들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폼만 그럴싸하지 실제는 허깨비였던 것이지요. 기존의 형식과 절차를 무시하고 학문적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합니다. 이런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는데, 정약용이 보기에 당시에 천재인 척 하는 사람은 제법 있었으나, 실제로 천재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들들에게 위와 같은 조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주옥같은 설명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반관이 정확히 뭔지 이제야 알게되었네요. 그러니까 정약용은 아들들이 반관을 원래 뜻에 맞지 않게 자기 편한 식으로 갖다붙이는 사람들처럼 되지 말기를 바라는 뜻에서 결국 수신부터 하는게 좋다는 말이었네요. 책만 봐서는 절대 몰랐을 내용을 선생님 덕분에 배웠네요. 감사합니다. 전에 시도 너무 좋았는데, 또 좋은 시 있으면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즐겁게 읽어 주시기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약용이 아이들을 매번 혼내는 것만 같아 보여,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음을 보여주는 시를 한 편 가지고 왔습니다. 귀양가 있는 아버지에게 집에서 보낸 소포 하나가 도착합니다. 주머니를 열어 보니 이것저것 들어있는데, 그 중 어린 아들이 주워왔다는 밤이 몇 개 들어 있습니다. 가시에 찔릴까 조심조심 밤 가시를 헤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를 생각했을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아버지’ 정약용이 지은 시입니다. 穉子寄栗至(치자기율지) 頗勝淵明子, 能將栗寄翁(파승연명자, 능장율기옹) 一囊分瑣細, 千里慰飢窮(일낭분쇄세, 천리위기궁) 眷係憐心曲, 封緘憶手功(권계연심곡, 봉함억수공) 欲嘗還不樂, 惆悵視長空(욕상환불락, 추창시장공) 어린 아들이 밤을 붙여 오다 저 아이가 도연명의 아들 보다 낫구나. 이 늙은이에게 밤을 보내다니. 한 주머니를 자잘하게 나눠서, 천리 밖의 배고픔과 곤궁함을 위로해 주는구나. 가족을 그리워하며 걱정하는 곡진한 마음이, 주머니를 여미는 너의 손이 아른아른. 맛을 보려다 도리어 기쁘지 않으니, 한탄하고 한탄하며 먼 하늘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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