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11회차 p. 288 "그러므로 생계수단으로는 원포와 목축만한 것이 없다" p. 299 "보리를 심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낫다. 나라의 처지에서는 권장해야 하지만, 필부가 편히 사는 방도로는 할 만한 것이 못된다." 두 문장을 겹쳐 읽으며 참 어렵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라의 처지에서야 꼭 필요한 곡식, 즉 벼나 보리 농사가 중요하지만, 이런 농사는 힘은 힘대로 들고, 그에 비해 수익은 예나 지금이나 변변치 못했던 듯 싶습니다. 그러니 개인으로서는 과일, 채소, 누에, 약재 같은 다른 선택지를 찾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 정약용의 생각인 듯 합니다. 어찌 보면 정약용의 처지가 나라의 관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개인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중간의 입장이기에 조언을 하기에 더욱 어렵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생전에 정약용 선생님이 살던 마을(현재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졌습니다. 대동여지도와 일제시대 중앙선을 만들면서 만든 지도, 팔당댐이 만들어지기 전인 1969년 항공사진을 겹쳐 보면서 그 마을에서는 과일, 채소, 누에, 약재가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팔당댐이 만들어지기전 이 마을은 한강을 배경으로 넓게 퍼져 있는 모래사장, 나지막한 구릉, 뒤로는 높은 산을 끼고 있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강이 옆에 있어도 논을 만들 자리가 없었고, 역참이 지나는 길목도 아니었고, 한강을 오르내리는 배들이 쉬어갈만한 곳도 마땅치 않은 곳이었을 듯 합니다.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생계 수단을 결정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니, 이 지역에서는 과일, 채소, 약재 등을 기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여겨집니다. 거처가 서울 시내 한 복판이었거나, 평야가 넓게 트인 곳이었다면 다른 생계 수단을 고려할 수도 있었겠지요. 혹시 옛날 지도 혹은 사진이 보고 싶으시면 국토정보플랫폼( https://map.ngii.go.kr/mn/mainPage.do )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있는 사진과 지도들이 많습니다.
저도 책 읽으면서 정약용이 살았던 곳이 어떤 곳일까 궁금했던 적 있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정약용 도서관인가 다녀오셨다고 하셨는데 거기도 궁금했고요. 이런 사이트는 어떻게 아셨는지 너무 흥미진진합니다. 감사합니다~ ^^
@nevermind 예전 지도랑 현재 지도를 겹쳐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저만 재미있을 수도 있습니다 ㅠㅠ) 어제는 주말에 뭐할까... 찾아보다가 인천 월미도에서 영종도까지 왕복하는 배가 있어 신기하다 싶어 타볼까 하던 중에 혹시나 싶어 대동여지도를 살펴보니 월미도에서 영종도까지 뱃길이 이어져 있는 걸 발견하고, 이 뱃길의 역사가 생각보다 꽤 오래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약용이 살았던 마을의 모습을 지도와 사진으로 찾아보시기까지 하면서 정약용이 당시 그곳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생계 수단을 고려했으리라 추측하시는 과정이 참 흥미진진합니다. 덕분에 이백년 세월을 건너뛰어 정약용이 훨씬 더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11회차 "윤종문에게 당부한다" 저는 이번 장이 이책 전체에서 제일 좋았던 거 같습니다. 특히 "번쩍번쩍 빛나는 좋은 의복을 입고 겨울에는 갖옷에 여름에는 발 고운 갈포옷으로 종신토록 넉넉하게 지내면 어떻겠는가?" 에서부터 "그러나 독서 한가지 일만은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수많은 백성들을 길이 깨우칠 수 있으며...." 이 부분까지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게 이렇게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이 바로 독서라는 것.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독서라는 것인데 뭔가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도 책 읽다보면 말이 됩니다ㅋ 마지막 문장은 뜨끔합니다. "만약 따뜻이 입고 배불리 먹는 데에만 뜻을 두고서 편안히 즐기다가 세상을 마치려 한다면 죽어서 시체가 식기도 전에 벌써 이름이 없어질 것이니, 이는 금수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같이 살기를 원할 텐가?" 이같이 살지 말아야겠습니다.
인간이 야생과 다른 점은 분별하고 자신보다 못하거나 약한 자에게 동정심으로 베풀줄 아는 넓고 따뜻한 마음 아닐까요? 좋은 책이 그 길을 알려주는 겁니다. 이렇게 ...혼란스러울 때 책대로 살려고 노력하다보니 비록 고독할지라도 점차 편안하고 여유로워지는 느낌,자존감이란 게 이런 걸까요?
벌써 11회차네요. 계산하니 12회가 마지막이던데 벌써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김미월 작가님 저 방금 메일 보냈습니다. 제가 이벤트 한다고 너무 흥분해서 댓글에 <내가 사랑한 여자>를 달라고 콕 집어 요구까지 했는데 나중에 후회되어 댓글을 삭제하려고 하니 삭제가 안 되더라구요ㅠㅠ 큰 결례를 했습니다. 죄송해요. [윤종억에게 당부한다] "아내가 게으른 것은 가산을 탕진시킬 근본이다. 사경도 못되어 촛불을 끄고 아침해가 창에 비치도록 이불을 개지 않는 것은 모두 게으른 사람이니, 경계를 주어도 개전의 정이 없다면 버려도 괜찮다." 이 부분 읽다가 놀랐습니다. 요즘 같으면 젠더 감수성 제로라고 비판받을 내용인데 그 시절 양반들의 사고방식으로는 그게 너무 당연했던 걸까요. 아내가 게으르면 가산을 탕진한다는데 사실 그 시절 아내들이야 집안일이나 했을 거고 가산 탕진은 밖으로 나도는 남정네들이 했을 텐데요. 다른 분들은 이 부분 읽으면서 걸리시지 않았나요?
여기 댓글 쓰고 나서 5분 지나면 수정이 안 되더라구요~ 저도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
그 부분 읽으면서 걸렸습니다. 말 자체는 구구절절 다 이해가 가는데 거기서 '아내'를 그냥 '사람'으로 바꾸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사람이 게으르면 가산을 탕진시킨다 이런 식으로요. 근데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에는 양반과 상놈의 삶이 천지 차이인 것처럼 남존여비 사상이 너무 강해서 남녀 역할이 고정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여자가 사소한 집안일을 하며 남자를 뒷바라지하고 남자는 바깥에서 큰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 같습니다. 그런 고정관념까지 깨고 남녀평등을 생각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쉽지 않았겠지요.
@감과나무 당연히 타당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저희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해주신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은행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저축을 했을까 궁금해서 여쭤보니, 할머니께서는 밥을 지을 때 마다, 쌀을 씻기 전에 매번 쌀 한 그릇씩 덜어서 부엌 구석에 있는 항아리에 모으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한 그릇씩 하루 세 번 모은 쌀을 모아서 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쓰곤 하셨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끼니 때우기도 힘든 시절이었으니 식사 준비를 하고, 쌀 창고를 관리하는 아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지금 보다는 집안 일의 중요성이 훨씬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옛날 전래동화 같은데 나오는 이야기 같고 너무 재미있습니다 ㅋㅋ 할머님이 엄청 지혜로우셨네요.
새해에 처음 독후감 남기네요. 모두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제가 이거 초반에 이틀에 5개씩 읽는 거라 부담없어 좋다고 했었는데 그래놓고는 제가 게을러서 꼬박꼬박 독후감 남기진 못했네요. 이벤트도 순위에 못들었지만 개근상도 못받을듯~ ^^ 하지만 독후감은 못 올렸어도 책은 몰아서 다 읽었어요. 여기 댓글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다 읽었는데 공부도 되고 너무 좋았어요. 10회차 11회차도 몰아서 읽었습니다. -10회차- <귀양살이의 괴로움을 잊는 법> "이제 풀려나 집에 돌아간다 해도 바람벽만 남은 집에 곡식이라고는 설 전에 다 떨어지고 늙은 아내의 얼고 굶주린 모습이나 아이들의 처량한 모습뿐일 테지요. 두분 형수께서는 '왔으면 왔으면 했는데 와도 그 모양이구나'라고 할 겁니다. 태산이 등을 누르고 큰 파도가 앞을 가리고 있으니, 만약 풀려난다면 '주역'에 관한 공부가 까마득해질 것이고 음악공부도 봄철의 개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무슨 즐거움이 있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은 유배 가 있으면 빨리 집에 돌아가기만을 바랄 텐데 정약용 선생님은 이런 때에 오히려 집필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부분만 보면 너무 정 없고 차가운 사람 같은데 또 그게 아니에요. 그런데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천하에 이렇게 어리석은 사내가 있을수 있습니까? 하지요. 저는 그 부분 읽으면서 학자로서의 정약용과 아버지면서 남편인 정약용 사이의 갈등이 느껴져서 가슴이 아팠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11회차-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 "상관이 엄한 말로 나를 위협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내가 이 봉록과 지위를 보전하고자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거 다 아는 얘기인데도 정약용 선생님이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편지 쓴 것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왜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난 무서울 게 없어. 잃을 게 없으니까' 이런 말들 하잖아요. 딱 그 얘기지요.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으니까 몸을 사리게 되고 눈치를 보게 되는 건데 정약용 선생님은 그런 사람은 수령의 지위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백성들을 위해 봉록과 지위를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고개는 끄덕여집니다만 너무 이상적인 말씀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은 감히 엄두를 못내지 않을까요.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지키지 않으면 어떡하나요 ^^ 하지만 그래도 말씀 자체는 새겨들을 이야기입니다.
정말 이상적인 말씀이기는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지키기 어려우리라는 커피를더 님 의견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다만 정약용은 보통 사람들이 아닌 '공직자'에게 '공직자답게 백성을 먼저 위하라' 같은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그런 당부를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암 '군수' 이종영에게 보낸 편지니까요.
저도 새해 처음 글 올립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작가님 메일을 받고 더 열심히 참여해야지 했는데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어요^^
11회차 저도 커피를더 님처럼 [영암군수 이종영에게 당부한다]에서 '봉록과 지위를 다 떨어진 신발처럼 여겨라' 부분을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흉년에 백성들의 조세를 면제해줄 것을 요구하다가 상관이 들어주지 않으면 벼슬을 버리고 떠나가며, 상사가 요구한 일이 있을 때 그것을 거절했으나 알아듣지 못하면 벼슬을 버리고 떠나가며...." 정약용은 스스로에게도 아주 엄격한 사람이었을 테니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기준을 요구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하기 어렵죠. 커피를더 님처럼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1회차* - 윤종억에게 당부한다 "뽕나무 4,5백주를 심어 2년마다 곁가지를 쳐주고 얽힌 가지를 풀어주며 잘 자라지 못하는 가지를 깎아주면 몇해 안 가서 키가 담장을 넘게 된다. 그 다음 별도로 잠실 4,5칸을 지어서 칸마다 사방으로 통하는 길을 내고 잠상을 7층으로 만들어 누에를 기르되......." 선비가 농업을 경영하는 방법을 아주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디어디에 무엇을 심을지, 그것들을 어떻게 가꾸고 키워야 하는지, 어떤 것을 심어야 수익이 많이 나는지 등등. 역시 정약용은 그냥 탁상에서 공부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고 발전시키는 일에도 관심이 많았던 훌륭한 실학자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계속 감탄이 나왔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12회차는 남은 편지들 전부, 그러니까 다섯 장이 아니고 여섯 장입니다.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정수칠에게 당부한다 / 윤종심에게 당부한다 / 의순에게 당부한다 / 이인영에게 당부한다 / 기어자홍에게 권한다 / 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권한다 이상의 여섯 장까지 다 읽으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완독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그저 다 읽었네 하고 마는데, 이번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 읽어서인지 뭔가 '책거리'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네요ㅎㅎ 그만큼 뿌듯한 독서였다는 뜻입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잘 읽어보겠습니다! ^^
여기 있는 생각들을 모으면 부록이 되겠네요. ^^ 정약용 선생님과 앉아 직접 대화 나눌만한 지식/사유가 있으신 분, 일상 생활에서 감탄할 만한 쓸모를 찾아 삶에 대입하시려는 분들, 저처럼 새로운 지식보다는 감상으로 선생님의 심경을 상상하는 사람도 선생님께서, 10회차에 인용하신 [시경강의] 중에서, 저도 생각을 합니다. "항상 서적을 한 권도 남기지 않고 모두 버린 채 깊은 방에 조용히 앉아 늙은 승려의 모습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 '모두 버린 채'가 '다 부질없다'는 심경인지, 이제 자기 속에 '다 들어왔으니 그만 됐다'는 식인지,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생 공부하는 수 많은 지식들은 다 뭐가 되는지요. 요즘 장 아메리라는 유대인이 아우슈비츠 감옥에서의 폭력을 쓴 [죄와 속죄의 저편]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지식인들은 오히려 적응하지 못했고, 문학이니 예술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들은 눈 앞의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는 솔직한 심경을 듣고는, 내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고, 힘들 때 철장 밖 포플러 나뭇잎의 팔랑거림이나, 높은 새나, 걸 맞는 음악이나, 오래된 물건의 아우라나, 마룻바닥에 그림을 그려보거나, 또 쇼펜하우어의, 니체의 철학이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말았습니다.
달봉이님 말씀대로 우리가 평생 공부한 수많은 지식은 다 뭐가 될까요. 저는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전공과 아무 상관없는 일을 하며 밥벌어 먹고있고 그때 학위 논문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며 고생해서 썼지만 지금 제 삶과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그런데 아우슈비츠처럼 극한 상황에서라면 더더욱 인문학이 뭔 쓸모가 있겠나 싶어집니다. 그래도 우리가 책을 읽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반성..... 9회차까지 읽고는 계속 일이 바빠 못 읽은 것 같은데 몰아서라도 끝까지 다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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