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우리 농아가 죽었다니 비참하구나! 비참하구나! ...... 중략.... 나의 애달픔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아이를 품속에서 꺼내어 흙구덩이 속에 집어넣은 네 어머니의 슬픔이야 어찌 헤아리랴! 그애가 살았을 때 어리광 부리던 말 한마디 한마디, 귀엽던 행동 하나하나가 기특하고 어여쁘게만 생각되어 귓가에 쟁쟁하고 눈앞에 삼삼할 것이다." 이 부분 읽다가 울뻔했습니다ㅡㅜ '막내아들이 죽다니' 장에 나오는 부분인데요. 정약용의 슬픔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그랬지만 그 다음 부분에서 정약용은 아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생각하고 두 아들에게 "마음과 뜻을 다 바쳐 어머니를 섬기라"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어머니를 잘 보살펴야 하는지 일일이 이야기합니다. 좋은 아버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우 다정한 남편이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갑자기 반성을ㅜㅡ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들들에게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정약용은 정말 훌륭한 학자일뿐만 아니라 아주 자상한 아버지이자 남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내아들을 잃은 슬픔이 말할수없이 클 텐데ㅠㅠ 그와중에도 자기보다 아내를 걱정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싶었어요.
@간편잡채 님 말씀처럼 [절조를 지키는 일]은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있는 글이라(정약용의 글이 다 그렇겠지만) 아들 입장에서도 대꾸할 말이 없겠네요. "내가 귀양이 풀려 돌아가느냐 못 돌아가느냐 하는 일은 참으로 큰일은 큰일이나, 죽고 사는 일에 비하면 극히 잗다란 일이다. (중략)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않고 천명만을 기다리는 것 또한 이치에 합당하지 않지만,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이미 다 했으니 이러고도 내가 끝내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것 또한 운명일 뿐이다." 정약용은 정말 대인이구나 싶습니다. 문득 브레히트가 쓴 '폭력보다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폭력에 맞서지 않는' 사람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그 캐릭터에도 공감이 가지만 폭력 앞에서도 '절조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약용에는 공감이 아니라 존경을 보내고 싶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6회차 다섯 장은 이제 1부를 끝내고 2부(다들 아시겠지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로 넘어가는 길목에 걸쳐져 있습니다. 사대부의 기상이란 / 어머니의 치마폭에 눌러쓴 아버지의 사랑과 교훈 / 임금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 저술에 관한 뜻 / 시는 어떻게 써야 하나, 이상의 다섯 장이 이번 6회차에 함께 읽을 부분입니다.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대목, 혹은 개인적인 감상, 질문이나 화제 등등, 무엇이든 좋으니 편히 말씀 올려주세요. 아 참, @nevermind 님께서 "책을 읽고 자려고 했는데 머리맡에 두고 그냥 잠이 들었네요" 하셨는데, 그게 제가 늘 겪는 일입니다! ^^ 이 공간에는 어떤 의무도 책망도 없으니 그저 부담 없이 책 읽으실 수 있을 때 읽으시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 있으실 때 이야기 건네주시면 됩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설레고 들뜨게 마련인 이 연말 분위기와 '정약용 읽기'는 참 안 어울리지만ㅎㅎ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천천히 계속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크리스마스 따뜻하고 평화롭게 잘 보내셔요! ^^
4회 차 <시의 근본> 중, 정약용 선생이 말씀하시는 시는 1. 부자/군신/부부의 떳떳한 도리를 밝히고 2. 그 즐거운 뜻을 펴고, 3. 그 원망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펴며, 4. 세상을 걱정하고 백성들을 긍휼히 여겨 항상 힘없는 사람을 구원하는, 5. 재산 없는 사람을 구제해주고자 마음이 흔들리고 가슴 아픈 시... 유교의 덕목 '인의예지신' 정신에 뚜렷한 목적을 두고, 군신/부자/부부 등 신분/상하/계급 간 이해관계에서 자기의 위치와 역할에 걸 맞는 덕목(희생...)을 실천함에 감동을 주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교훈이 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시와 같은 고귀한 덕목을 지켜, 질서? 잡힌 살기 좋은 세상(누구 중심? 양반? 천민?)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고 보입니다. 철저히 이성에 바탕을 두었습니다. 물론 선생님의 시에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도 있지만요. 근현대 와서는 그런 시만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예술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가 있습니다. 사실 선생님이 말하는 시는 요즘 와서는 잘 없지요.
지나간 숙제를 내는 기분... ^^ 죄송합니다. "꼭 쓰고 가지 않아도 된다고" 김미월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시겠지만, 저도 느끼고 남기고 싶은 글 있어서요... 출장 중에 여러분들 글은 잘 읽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지만 이제 제대로 읽는 것 같습니다. 5회차 <막내아들이 죽다니>에서, 참척의 고통을, 그것도 유배지에서 소식을 들은 선생님의 슬픔은 정말 '간장을 후벼파는' 것 이었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큰 슬픔을 겪을 아내를 걱정하며, "생사고락의 이치를 깨달았다는 나의 애달픔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아이를 품속에서 꺼내어 흙구덩이 속에 집어넣은 네 어머니의 슬픔이야..." 이 대목에서 '품속'과 '흙구덩이속'의 비유가 삶/죽음의 철학적인 비유같기도 하고, 참으로 가슴 아팠습니다. 한편 옛날에는 예방 접종이 없으니 아이들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는 선생네도 그러했구나! '사내아이 4, 계집애 1'를 잃었다니, 언제고 의원을 부를 수 있는 높으신 양반댁네도 사정이 이러했다면, 그러면 천민/노비의 자식들은 어떠했나? 하는 생각에 미쳤습니다. 그리고 선생이 아들 '농아' 무덤에 묻어주기 위해 쓴 편지 '농아광지'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중에 '농아가 죽기 전 마지막 한 말'이 너무 슬프게 다가오네요. 이 백 년이 지났지만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농아광지> 중에서 “내가 네 곁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꼭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너의 어머니가 보낸 편지에서 너는 "아버지가 나에게 돌아와 주셔도 발진이 나고 아버지가 돌아와 주셔도 마마에 걸릴까"라고 했다 하니 네가 무얼 헤아리는 바가 있어서 그러한 말을 했겠냐만, 너는 내가 네 곁에 돌아가면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한 말을 했을 것 같으니 너의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게 참으로 슬픈 일이 되고 말았구나.”
달봉이님 글을 읽고 눈물이 나왔습니다.ㅠㅠ 농아광지, 저도 어떤 글인가 찾아보고 싶었는데 먼저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용해주신 대목 정말 너무 슬프네요. 아버지가 내 옆에 있어도 발진이 나고 마마에 걸릴까 했다는 아이의 천진난만함도 슬프지만 그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 들은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요ㅠㅠ
농아광지 저도 찾아봐야지 하고는 못 찾았었는데 여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슬프네요. 죽어가는 어린 자식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너무 슬픕니다. 저도 '임금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거라' 부분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미관말직에 있을 때도 신중하고 부지런하게 온정성을 다해서 맡은 일을 다해야 한다. ..... 나라가 큰 난리를 당했을 때는 쉽거나 얼벼거나 꺼려 말고 죽음을 무릅쓰고 절개를 지켜야 한다. 이런 사람을 임금이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미 존경한다면 어찌 신뢰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절조를 지켜라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알고 걸맞게 사는 것. 다양성과 자유로움이 많은 현대인에게도 바람직한 자세라고 봅니다. 그저 아무렇게나 마음이 약한 사람은 본의 아니게 상처받고 자칫 삶의 참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쉬울테니까요.자유로움 대신 책임이 따르는 절제된 삶은 예나 지금이나 진리인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좀 들어가나 봅니다.
폐족은 백배 더 노력해야 한다. - 독서의 참뜻 "그러니 과거에 응할 수 없게 됐다고 해서 스스로 꺾이지 말고 경전 읽는 데 온 마음을 기울여 글하는 사람의 자손까지 끊기게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부분에서 정약용이 자신과 자신의 후손들이 관직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사람이 아니라 오직 글하는 사람으로 남겨지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존경스러웠습니다. - 경전공부에 대하여 "남의 저서에서 도움이 될 만한 요점을 추려내어 책을 만들때에는 우선 자기 자신의 학문에 주견이 뚜렷해야 판단기준이 마음에 세워져 취사선택하는 일이 용이할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학문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어야 다른 사람의 저서에서 도움을 받더라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씀인 것 같았습니다.
해피 크리스마스입니다! ㅋ 근데 참 저 어릴 때는 크리스마스 때 되면 온 세상이 캐롤에 트리에 번쩍번쩍 아주 난리였는데 요즘은 정말 크리스마스 분위기 안 나는거 같습니다 쩝.... 저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 김미월 작가님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때 읽으라고 하시니까 왠지 더 열심히 읽어야 할 것 같은 ㅋㅋ
6회차 <저술에 관한 뜻> 에서, 예전에도 이 대목이 재미있었는데요. '경전은 좋아하지 않는데다, 요즘 세상에 유행하는 시 나부랭이나 대강 알고 얄팍한...' 어제 광화문 교보에 사람이 인산인해였습니다. 문의 창구에 줄이 긴데, 한 할어버지가 책 목록을 가져 오셔서 찾아 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없는 책이 많았어요. 그러니 짜증을 내시면서 여러 번 반복하시는 말씀이... ^^ "요즘 젊은 애들은 조금만 어려워도 안 읽고, 죄다 재미만 찾아다니니 독서의 깊이가 없어다고, 그게 참 문제라고. 허어~." 정약용선생의 '시 나부랭이'가 떠올라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약용 선생께서 말씀 중에, "주역 사전은 ~ 하늘의 도움을 얻어 지어낸 책이다. 절대로 사람의 힘으로 통하거나 지혜로운 생각만으로도 알아낼 수 없는 책이다. ~ 천 년에 한 명 나오기도 어려울 것이다." 정말로 경전은 어렵지만 깊이 있는 철학서 일 겁니다. 저도 배워보고 싶습니다만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편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은 세대 차, 시간 차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할아버지와 정약용선생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행복한 성탄 보내세요.
광화문 교보문고 이야기 너무 재미있네요~ 그 할아버지 어떤 일하시는 분일까 궁금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서점에 사람이 많다는 건 그래도 아직 책 읽는 사람이 많다는 걸까요? ^^ 책을 선물하려고 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요? ~^^ 근데 정약용은 '시 나부랭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멋진 시를 썼네요. 저는 6회차 읽을 부분에서 [어머니의 치마폭에 눌러쓴 아버지의 사랑과 교훈] 장에 실려 있는 '하피첩' 시가 참 좋더라고요~ 특히 첫 부분 "몸져누운 아내가 헤진 치마를 보내왔네 천리의 먼 곳에서 본 마음을 담았구려" 여기서 정약용이 천리 멀리 있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썼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책을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다른 신박한 물건들이 너무 많습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는 예쁘고 신기한 물건들 ...ㅋㅋ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분은 뉴욕 정도에 사실 지적 수준을 가지신 경전에서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려는 어른아닐까요.내 주위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어른이 별로 없는 듯하고 서점도 도서관도 좀 멀리 있는 시골이어서 도시를 많이 동경하지요. 하지만 깨끗한 공기,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어서 오래도록 살아지네요.
6회차에 읽기로 한 부분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들이었습니다. 저는 '임금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이 부분이 특히 인상깊었습니다. "임금을 섬기는 데는 임금의 존경을 받아야지 임금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또 임금의 신뢰를 받아야지 임금을 기쁘게 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 세상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보통 사람들은 그저 직장 상사의 총애를 받기 위해서, 총애까지 아니어도 어쨌든 상사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온갖 눈치를 보며 사는데, 사실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니 뜨끔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이게 어디 보통일인가요. 총애를 받기도 쉽지 않은데 존경을 받아야 한다니 그러려면 얼마나 뛰어나야 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할까요.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런 가르침을 아들들에게 하고 있는 정약용의 글을 읽으니 반성하게 되고 정말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 됩니다. 너무 좋은 글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여러 선생님들께서 언급해주신 대목들 대부분이 저도 읽으며 마음에 담아둔 부분들이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말씀해주셔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달봉이 님 말씀처럼 저야말로 이 책을 "예전에 읽었지만 이제 제대로 읽는 것" 같습니다. ㅎㅎ 저는, 지극히 사소한 것인데, 하피첩에 '몸져누운 아내가 헤진 치마를 보내왔네'라고 쓰여 있는데 정서법상 '헤진'이 아니라 '해진'이 맞는 표기라서, 그 부분이 자꾸 눈에 거슬려 시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은 개정2판인데, 3판 이후의 책에도 그렇게 '헤진'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창비 편집부에 연락해서 알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거.. 직업병이겠지요? ^^ [저술에 관한 뜻]에 실린 글들이 하나같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죽은 후에 아무리 청결한 희생과 풍성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준다 하여도 내가 흠향하고 기뻐하기는 내 책 한편 읽어주고 내 책 한 구절이라도 베껴두는 일보다 못하게 여길 것이니" "자질구레한 이야기들로 한때의 괴상한 웃음이나 자아내는 책이라든지, 진부하고 새롭지 못한 이야기나 지리멸렬하고 쓸모없는 의론 따위는 한갓 종이와 먹만 허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차라리 손수 맛있는 과일이나 영양가 높은 채소를 심어 살아 있는 동안의 생활이나 넉넉하게 하는 것만 못하다." 자신의 저서에 대해, 그것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 결과로서의 학문적 성취에 대해 정약용이 정말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시시껄렁한 잡문 나부랭이나 쓰는 행위에 대해 스스로 얼마나 경계하고 있었는지도요. 존경스럽습니다. 자, 이제 7회차입니다. 함께 읽을 다섯 장은 넘어져도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 멀리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 정신적인 부적을 물려주마 / 옛 친구들을 생각하며 /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이상입니다! ^^
3판에서는 다행히 '해진'으로 고쳐졌습니다!
다행이네요~ 저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지다'와 '헤지다'를 기억하겠습니다. 참 신기한게 역시 작가님들은 책 읽을 때 그런 맞춤법 같은 것도 살펴보시는 거 같네요. 저는 아무생각없이 그냥 내용만 휙휙 읽었는데^^ 저는 7회차 독서에서 '모든 사람에게 일을 맡겨라' 부분이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옛날 어진 임금들은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적시적소에 배치하는 지혜가 있었다. 눈이 먼 소경은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고 절름발이는 대궐문을 지키게 하였고 고자는 후궁의 처소를 출입게 하였고 꼽추, 불구자, 허약하여 쓸모없는 사람이라도 적당한 곳에 적절하게 용무를 맡겼다." 그러면서 정약용은 아들들에게 "집에 사내종이 있는데도 너희는 항상 말하길 힘이 약해서 힘드는 일을 시키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는 너희들이 난쟁이에게 산을 뽑아내라는 식의 가당치 않은 일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힘이 약하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합니다. 아무리 작고 힘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도 그 사람에게 적당한 일을 찾아서 하게 하는 임금이 정말 어진 임금이겠지요. 그러면 자기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도 자신감을 얻고 열심히 살 수 있을 것이고요. 정약용은 '늙은 할아버지는 칡으로 노끈이라도 꼬고 늙은 할머니는 실 뽑는 일이라도 하게 하라' 하는데 이것은 꼭 생계 유지 차원에서가 아니라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요즘 세상에야 노인 일자리며 약자에 대한 배려 등등 캠페인이 많지만 정약용은 그 옛날에 이미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역시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와, 간편잡채 님, 감동입니다! 그걸 찾아봐주시다니요! ^^ 수정되었다니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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