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미월 소설가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함께 읽기

D-29
즐겁게 읽어 주시기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약용이 아이들을 매번 혼내는 것만 같아 보여,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음을 보여주는 시를 한 편 가지고 왔습니다. 귀양가 있는 아버지에게 집에서 보낸 소포 하나가 도착합니다. 주머니를 열어 보니 이것저것 들어있는데, 그 중 어린 아들이 주워왔다는 밤이 몇 개 들어 있습니다. 가시에 찔릴까 조심조심 밤 가시를 헤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를 생각했을 아들을 그리워하면서 ‘아버지’ 정약용이 지은 시입니다. 穉子寄栗至(치자기율지) 頗勝淵明子, 能將栗寄翁(파승연명자, 능장율기옹) 一囊分瑣細, 千里慰飢窮(일낭분쇄세, 천리위기궁) 眷係憐心曲, 封緘憶手功(권계연심곡, 봉함억수공) 欲嘗還不樂, 惆悵視長空(욕상환불락, 추창시장공) 어린 아들이 밤을 붙여 오다 저 아이가 도연명의 아들 보다 낫구나. 이 늙은이에게 밤을 보내다니. 한 주머니를 자잘하게 나눠서, 천리 밖의 배고픔과 곤궁함을 위로해 주는구나. 가족을 그리워하며 걱정하는 곡진한 마음이, 주머니를 여미는 너의 손이 아른아른. 맛을 보려다 도리어 기쁘지 않으니, 한탄하고 한탄하며 먼 하늘만 바라본다.
이번 시도 너무 좋네요. 어린 아들이 밤을 주워서 아버지에게 보낸 그마음이 어떤 것이었나 너무 가슴 뭉클하고 그걸 받는 아버지 정약용의 마음도 상상이 갑니다. 특히 마지막 행 '맛을 보려다 도리어 기쁘지 않으니 한탄하고 한탄하며 먼 하늘만 바라본다' 아 눈물나네요. 멋진 시 정말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 정약용이 이런 시를 썼군요. 시작의 배경을 알고 나니 참 애잔합니다. 오래전에 정약용의 시문집에서 밤 한 톨에 대한 다른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숲을 산책하다가 한 아이가 너무나 처절하게 울부짖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이 밤을 한 톨 주웠는데 다른 아이에게 빼앗겼다고 대답했다는, 우리는 모두 재물을 잃거나 권력을 잃거나 다른 무엇을 잃었을 때 그렇게 괴로워할 수 있다는, 하지만 그것들이 실은 '밤 한 톨'일 수도 있다는.. 대강 그런 내용의 시였습니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소재가 같아서인지 문득 그 시가 떠올랐습니다. 고맙습니다! ^^
답글 감사합니다~~~ 귀양 간 아버지에게 밤을 보내준 아들이 아마 오늘 읽게 되는 막내 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에 다시 읽으며 두 아들이 태어난 연도(1783년, 1786년)와 시를 쓴 연도(1801년)를 살펴보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어제는 막내가 보내 준 밤을 받은 아버지 정약용의 모습을 읽고, 오늘은 그 막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 정약용의 이야기를 읽으니 왠지 마음이 편치 않네요 ㅠㅠ
이걸 모르고 읽어도 '막내아들이 죽었다니' 너무 슬픈데 말씀 듣고 나니 정말 인생이 무상하네요.ㅠㅠ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혼자 어떤 심정이었을지. 게다가 책에 보면 두 아들들에게 "너희들 아래로 무려 사내아이 네 명과 계집애 하나를 잃었다"고 되어 있었는데.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은 그게 한번이든 두번이든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너무 크겠지요ㅠㅠ 슬프지만 이런 정보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문향 님 덕분에 뭐라고 표현할까요. 그냥 책 한권을 읽는게 아니라 참고서도 같이 읽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고맙습니다ㅠ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를 갖고, 낳고, 기르고, 잃고, 묻은 경험을 다섯 번이나 해야 했을 부모의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유배 보다 더 한 고통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번 책읽기에서는 '학자' 정약용이 아닌 '아버지와 남편' 정약용으로서의 모습을 새롭게 보는 느낌입니다.
반관 자체가 나쁜 말은 아니었던 거네요. 그게 너무 헷갈렸는데 말씀을 아주 알아듣기 쉽게 친절하게 해주셔서 정약용이 아들들에게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독서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큰아버지 섬기기를 아버지처럼] 두번째문단에서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저 역시 이번은 참고 넘어가자, 이번까지만 넘어가자 하다가 폭발하는 사람이어서요. 남들이 보기에 별것도 아닌 일에서 화를 표출할 때가 있어서 쟤 왜저래?라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 그게 못내 억울하고 슬픈 일이더라구요. ㅎㅎ 이런 저도 남이 폭발했을 때 왜 저래?라는 마음을 품고는 합니다. 내가 당한 일은 내 기억속에 남아있지만, 내가 저지른 일은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남게되기 때문이겠지요.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는 '아 많이 눌러두고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만, 역시 제일 좋은 일은 오해나 원망이 쌓이지 않게 하는 것 같아요. 대인관계란 너무 어렵네요. [먼저 모범을 보이거라-과일,채소,약초를 재배하도록] 국화가 저렇게 비싼 꽃인줄 몰랐습니다. 국화가 동양에서 꽤 인기 있던 꽃이라 더 비싼 건가 싶어요. 그 당시에 얼마정도였는지 알아보고싶은데 검색결과가 별로네요. [주서여패라는 책을 만들도록] 본문을 줄여야 할 때, 머리나 끝부분을 줄이면 된다고 쓰여있습니다. 줄인데서 또 줄이면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라 했는데 읽고 과연 그렇구나 싶었습니다. 확실히 머리나 끝을 줄이는게 뜻을 보존하기에는 쉽겠네요. 그렇지만 머리와 끝이 짧아 가운데를 줄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다른 분들은 혹시 좋은 생각이 있으실까요?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정약용은 폐족이라는 오명에 많은 상처를 받은 듯합니다. 폐족이라 멸시받지 않도록 아들들에게 거듭 공부에 매진하고 행실을 잘 하라는 가르침을 자세히 알려주며 누누이 당부하고 있네요. “평민으로서 배우지 않으면 못난 사람이 되고 말지만 폐족으로서 배우지 않는다면 마침내 도리에 어긋나고 비천하고 더러운 신분으로 타락하게 된다. 아무도 가깝게 지내려 하지 않아 결국 세상의 버림을 받게 되고 혼인길마저 막혀 천한 집안과 결혼하게 되며,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을 한 자식이 태어나면 그 집안은 영영 끝장나는 것이다.”( p.77) 한때는 천주교리를 접한 정약용이 어떻게 이렇듯 철저한 계급주의 의식과 천민 비하의 사고를 하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사실 조금 실망입니다. -<주서여패>라는 책을 만들도록, -<거가사본>.을 편찬하라 책 쓰는 방법-목차, 인용법, 각주다는 법, 각 머리글, 본문, 끝부분등의 분량등등-을 자세히 가르쳐주고 있어 정말 훌륭한 교육자라는 생각이 듭니다.지금 보아도 글쓰기의 기본을 정확히 알고 가르치니 말입니다. 다산의 식견에 감탄할 뿐입니다.
저는 '올바른 처신에 대하여' 중에서 아래 부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주기만 바라는 것은 너희들이 지닌 그 나쁜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보답해주지 않더라도 부디 원망을 품지 말고 바로 미루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분들이 마침 도울 수 없는 사정이 있거나 도와줄 힘이 미치지 않기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라는 부분인데요. 사람 마음이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상대방이 힘들 때 내가 도와주었으면 내가 힘들 때 상대방이 도와주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인데, 그걸 원망하지 말고 사정이 있겠지 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마음이 어디 쉬운가요. 정약용은 그렇게 생각하여 남을 원망하는 말을 내뱉으면 "지난날 쌓아놓은 공과 덕이 하루아침에 재가 바람에 날아가듯 사라져버리고 말 것"이라고 하네요.
'허례허식을 경계하라'에서 '폐족에서 재주 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폐족에서 태어나게 하여 그 집안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근본정신을 가리지 않아 깨끗한 마음으로 독서하고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이 있으면 근본정신을 가리기 쉽다는 것이고, 그 근본정신이라는 것이 있어야 바른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맞는 말 같습니다. 요즘 세상에 공부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공부 잘하려는 목적이 학업이나 연구 자체에 있다기보다 '부귀영화를 얻으려는 마음'에 있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생각해보게 됩니다.
p.68 너희 처지가 비록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이 되는 길이야 꺼릴 것이 없지 않느냐? 5챕터 가운데 어느 한 문장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몇 개를 두고 망설이다가 이 문장을 고른 이유는, ‘공부’의 본질에 대한 선생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p.39 지난 번에 말했듯이 가문이 망해버린 것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처지가 되었다는 게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과거를 위한 공부에 마음이 흩어지지 않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처지라는 말씀이 큰 울림을 주었어요. 공부는 근본적으로 심성함양을 위한 것임을, 그리하여 성인이 되기를 꿈꾸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봅니다.
저도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벼슬을 할 수 없어도 성인이 될 수는 있다는 말씀은 보통 사람들은 하기 어려운 말 같아요. 벼슬해야 한다 출세해야 한다 사람 구실을 해야 한다 이게 너무 중요한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사실은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제가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랐는데 오후님이 '공부는 근본적으로 심성 함양을 위한 것이고 성인이 되기를 꿈꾸는 것'이라고 말씀해주신 것을 보니 딱 맞는거 같습니다.
근심없이님, 제 댓글을 읽어 주시고 댓글까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벼슬길은 막혔어도 성인 되는 길은 그렇지 않다는 말씀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은 하기 어려운 말인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 공부로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을 수 있으니 오히려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씀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허례허식을 경계하라 -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폐족에서 재주 있는 걸출한 선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폐족에서 태어나게 하여 그 집안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마음이 학문하려는 마음을 가리지 않아 책을 읽고 이치를 궁리하여 진면목과 바른 뼈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어떤 학문에 힘쓰며 다른 부수적인 이익에 신경쓰다보면 원래 얻고자 했던 것들을 만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학문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깨달아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사사로운 욕심이 들어가지 않을 때야만이 제대로 그 이치를 만나게 된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또한 폐족이 되어 이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을 마주해서도 성실히 자신의 학문에 힘을 쓰다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어 삶의 의미를 갖고 살아 갈 수 있도록 당부하는 아버지의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힘써야 할 세 가지 일 몸을 움직이는 것, 말을 하는 것,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 이 세가지가 학문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마음을 기울여야 할 일이다. ' 난폭하고 거만함을 멀리하는 것, 비루하고 천박함을 멀리하는 것, 미더움을 가까이하는 것을 말한다. <주서여패>라는 책을 만들도록 "학문을 하는 것은 마치 배를 상류로 저어 올라가는 일과 같다. 물결이 평온한 곳에서는 그대로 가도 괜찮지만, 여울이 심한 급류를 만나면 사공은 잠시도 삿대를 느슨하게 잡아서는 안된다. 또한 힘을 주어 그대로 저어 올라가야 하니 한 발짝도 늦추어서는 안 되고 조금이라도 물러나면 배는 올라가지 못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어려워짐을 느끼게 되면 두가지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포기하거나 도전하거나. 물론 적절한 때에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대단하지만 어려운 물살을 만났을 때처럼 삿대를 꽉 붙잡고 쉬지 않고 저어간다면 그 고비를 넘어간 뒤의 성취는 어려웠던 전 과정을 잊을 만큼 값지게 느껴질겁니다. 또한 노력을 통해 성공시킨 경험은 스스로에게 다른 어려움도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테니 도전을 결심했을 때는 이 구절을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인데도 이렇게 책을 읽고 감상을 말씀해주시다니 놀랍습니다! ^^ 여러 선생님들께서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신 부분들, 저도 눈여겨보았던 부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의 감상 혹은 의견을 듣고 나니 제가 막연히 품었던 생각들이 훨씬 또렷해지고 풍성해지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부분과 '힘써야 할 세 가지 일'에 주목해주셨습니다. 저도 그 부분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하나 덧붙여, 조금 사소해 보이기는 하나, 정약용이 과일, 채소, 약초를 재배하라고 당부하는 부분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과수원이나 남새밭을 가꾸지 않는다면 세상에서 버림받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지난번 국상이나 바쁜 가운데서도 만송 열그루와 전나무 한두그루를 심어둔 적이 있다. 내가 지금까지 집에 있었다면 뽕나무는 수백그루, 접붙인 배 몇그루, 옮겨 심은 능금나무 몇그루 정도는 됐을 것이고, 닥나무는 지금쯤 밭을 이루었을 것이다. 옻나무도..." 하면서 정약용은 석류니, 포도니, 파초, 버드나무, 소나무, 국화... 아욱, 배추, 무, 가지, 고추, 파, 미나리..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약용이 학문뿐 아니라 과수를 심고 밭을 일구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탄함과 동시에.. 저런 아버지를 둔 자식들은 (아버지를 존경하는 것과 별개로) 참 피곤하겠구나 싶었습니다! ^^ @간편잡채 님께서 '머리와 끝이 짧아 가운데를 줄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하셨는데.. 음.. 어렵지만,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가운데 내용 중 반복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거나 뒤에서 더 자세히 덧붙이는 식으로 중언부언하고 있지 않은지, 만약 그렇다면 한 번 말한 것으로도 충분히 그 의미가 전달되는지 살펴보고 나머지를 삭제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꼭 필요하지 않은 부사나 형용사 같은 수식어들만 걷어내도 분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해당 글의 종류가 어떤 글인가에 따라 기준이 조금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이겠지요. @달여인 님께서 정약용의 계급주의 의식과 천민 비하 사고에 조금 실망했다고 하셨는데, 실로 "천한 집안과 결혼하게" 되는 일을 경계하는 정약용의 모습에서 그런 사고가 읽히기는 합니다. 사실 정약용의 책들을 읽다 보면 '여자는 이러저러해야 한다' 식으로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시켜놓은 성차별적 언사들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못마땅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리 깨어 있는 학자요 선비였어도 결국은 완벽할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이요,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것이 부조리인 줄 알지도 못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깨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달여인 님이 언급하셨던 '천한 집안'이라는 것이 꼭 '평민 집안'을 뜻한다기보다 '사람 됨됨이가 못나고 격이 낮은 집안' 비슷한 의미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현대에도 자식의 혼사를 '품위 있고 인격 훌륭하고 기왕이면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집안'과 치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인 것처럼 말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3회차 다섯 개의 장을 읽을 차례입니다. <거가사본>을 편찬하라 / <비어고>를 만드는 법 / 거짓말을 입밖에 내지 말라 / 같은 폐족이라도 무리를 짓지 말라 / 제사상은 법도에 맞게 차려야 한다, 이렇게 다섯 장입니다. 앞의 1회차, 2회차에 비해 분량이 짧으니 금방 읽으시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거짓말을 입 밖에 내지 말라'의 앞부분을 읽다가, 처음 읽은 것도 아닌데, 또 한번 놀랐습니다. "부형이나 일가친척 중에 더러 흠있는 사람이 있으니 어찌 숨기겠는가마는 거짓말을 입밖에 내는 것을 내 평생 본 적이 없다. 우리 집안에서....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하다 탄로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을 보아왔는데 비록 고관대작들이라 할지라도 그가 한 말을 공평하게 검토해보면 열마디 말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구나."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고 열마디 중 일곱마디가 거짓이더라는 깨달음을 얻은 정약용이 어찌 자신의 일가친척 중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믿는 것인지? 싶었거든요.
자세하고 마음 넉넉한 답글 감사합니다. 😊 덕분에 차곡차곡 읽기를 해나가게 되네요. 함께 읽기를 처음하는 저에게 힘이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냥 '거짓말이 왜 나쁜지'에 집중하여 이야기한 다음 자식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 했다면 더 설득력 있었을 텐데, 참으로 고지식하다고 할까 편협하다고 할까 '자고로 우리 집안에서는 아무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너희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식이 되어버렸으니까요. 물론 정약용은 진실로 그렇게 믿었을 테고, 어쩌면 정약용이 믿는 바가 진실이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참 안 믿깁니다! ^^
ㅎㅎㅎ 그러게요. 세상에서 제일 큰 거짓말이 '나는 거짓말한 적 한번도 없다'라던데. 저도 김미월 작가님처럼 이 부분 읽다가 정약용이 너무 순진하셨던거 아닌가 하고 좀 웃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같은 폐족이라도 무리를 짓지 말라>였습니다. "무릇 폐족이라는 것은 서로 동정하는 마음을 품고 있게 마련이어서 서로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결국은 같이 수렁에 빠져버리는 수가 많은데, 부디 마음에 새겨 의지를 굳게 가져라"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안 좋은 상황일 때 더욱) 서로 공감하기도 쉬우니 친해지기 쉬운데, 물론 서로 위로하고 도와주면서 더 좋은 길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같이 망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망하면서도 그걸 못 깨달을 때가 많은데 정약용이 바로 그걸 조심하라고 하고 있네요. 새겨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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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의 누워서 쓰는 서평
무라카미 하루키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앨리슨 벡델 - 펀 홈시무라 타카코 - 방랑소년 1저메이카 킨케이드 - 루시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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