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혜나 소설가와 [깊은 강]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어제는 백수린 작가님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을 읽었습니다. 백수린 작가님 집으로부터 빚어지는 생각과 일상을 잘 그리셨더라고요. 초반에 그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자신이 사는 동네는 사회적인 기준으로 보면 노후 된 동네라고요. 친구들을 만나면 더 큰 집을 사고 싶은 마음, 노력에 대한 이야기 하면 자신은 뒤쳐진 거 같은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왔다가 이내 집이 또 마음에 들기 때문에 잊어버린 다고요. 저도 그런 감정이 몰아칠 때마다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더 괴로울 때가 있더라고요. 내가 가진 것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남이 가진 것들이 더 커 보이고 안락해 보일 때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 부리지 말자, 다 허상이다 하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그런 마음 자체가 허상이었겠지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도 지난 연말에 백수린 작가님의 이번 산문집 읽었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오는 겨울에 읽기 참 좋은 책이더라고요. 이야기와 문체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가진 것과 타인이 가진 것을 비교할 때 스스로가 초라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힘겹게 좇아온 것이 사실은 보잘 것 없다는 허망한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가 한갓 허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죠. 그저 매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의 자신에게 집중하며 살아가는 게 해답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마담이 아닌 무슈 버터플라이에 빠진 제레미 아이언스와 존론의 연기가 아련히 남아있네요. 본지 한 이십년은 되었을까 싶기도 한데요~ 실체없는 허상이라면 저는 좀 '비자본주의적'인 걸 젊은 시절 쫓았던 것 같아요. 비영리에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것 같은데 나이들어 부동산이니 남들 진즉 다하던~ 재테크를 좀 터부시하고 ㅠ 어떤 가치적인걸 쫓는 허영심같은게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책을 내고 싶었었는데 한동안은 꽤나! 좋아서 막 시키지도 않은 배달을 해가면서 받은 오십권을 거짐 나눠줬었는데 그 이후로 뭔가 상당히 대단한 일이 펼쳐질 줄 알았던 것 같아요^^; 사십대에 어째서 그리 철이 없었는지 ㆍㆍ
꼭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있었습니다. 회사 비전이 꽤 마음에 들었거든요. 차근차근 잘 준비해서 이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사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과 아주 달랐습니다. 수평적인 업무 환경이란 건 달리 보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 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리스크에 대해 과민할 수밖에 없고 서로 신뢰하기가 어렵기도 했습니다. 또 지식산업 쪽이다 보니 정확히 누구의 성과인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노련한 팀장들은 팀 내의 아이디어에 접근이 쉬우니까요. 괜찮은 회사처럼 보여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나 인턴을 많이 했는데, 그들의 열정을 응원하며 지지를 보냈지만 결국 고급 인력을 싼값에 쓰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습니다. 그때 허상만 있어도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었습니다. 요즘 혁신이라는 이름의 신생 창업기업이 많은데 신시장을 개척한다거나 신자원을 획득한다는 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사 후 한동안 거기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개인의 능력 부족 대한 핑계는 아닌지 고민이 되었거든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꿈과 열정이 태워지고 있다는 건 분명했습니다. 4차산업이든 5차산업이든 고된 정신노동이 요구되는 거 같거든요. 그래도 저는 나이가 있어 퇴사 후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시기에 퇴사한 젊은 친구는 그 안에서 겪었던 부당함에 꽤 상처를 받은 듯 했습니다.
정한아 소설가의 장편 <달의 바다> 첫문장이 떠오르는 내용이네요. "꿈꿔왔던 것에 가까이 가본 적 있어요?"라는 문장인데요, 바로 이어지는 다음 문장이 "그건 사실 끔찍하리만치 실망스러운 일이에요. 희미하게 반짝거렸던 것들이 주름과 악취로 번들거리면서 또렷하게 다가온다면 누군들 절망하지 않겠어요. 세상은 언제나 내가 그린 그림보다 멋이 떨어지죠. 현실이 기대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일찍 인정하지 않으면 사는 것은 상처의 연속일 거예요. 나중엔 꿈꿨던 일조차 머쓱해지고 말 걸요." 라고 쓰여 있어요. 오래도록 꿈꿔오던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실체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볼품없고 힘겨울 수 있죠. 말씀해주신 대로 대부분 직장, 결혼 같은 것에서 실체를 경험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꿈을 꾸지 않을 필요는 없지만,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지 말고 중심을 잘 잡으며 꾸준히 나아가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은가 싶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새해 첫 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오늘 306쪽까지 읽었습니다. 여러 등장인물의 흩어져 있던 이야기가 비로소 이곳, 바라나시에 있는 깊은 강으로 흘러드는 풍경이 그려지네요. 무엇보다도 인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상을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질문 드립니다. *인도에 가본 적이 있나요? -> 가본 적이 있다면, 인도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 가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인도의 도시 혹은 관광지가 있나요? 왜 그곳이 궁금하세요? 그리고 저는 이 후반부에 이르러 자기 안에 깊이 숨겨둔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 기구치와 누마다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늘 싸늘하던 미쓰코마저도 기구치의 인생역정을 묵묵히 들어주는데요, 아마도 깊은 강 때문인 것 같다고 두 사람은 말하죠. 누마다 역시 자신이 기르던 구관조와 비슷한 새를 구해서 자기 안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고,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에 새를 풀어주죠. *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낯선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나요? 저 또한 아무래도 여행지에서 이런 경험들이 종종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주세요. 인상 깊은 부분이나 자신만의 감상을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세계의 여러 국가들에서 살고 여행했어요. 70여개국정도를 여행했더라고요. 그런데, 인도는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대학교 동창 둘이 여행을 가서 행방불명이 되었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의 행방을 모릅니다. 저는 낯선 사람이든 친한 사람에게든 제 개인적인 이야기, 깊은 마음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는 편인데, 얼마 전에 심리학 박사님과 상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고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저는 여행을 하면서 지내지 않는 유형에 들어간다고 최근 격하게 느끼고 있습니다.(ㅎㅎ) 인도도 당연히 안 가봤는데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장소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데, 유달리 책을 읽으면 책에 나온 배경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곧잘 하곤 합니다. 작년에 작가님 책 <차문디 언덕에서 우리는>을 읽고 인도도 가볼 만하겠구나 생각했어요. 차문디 언덕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곳의 펍이라고 할까요? 길에 있던 맥주집이 저는 인상 깊었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크게 좋아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책에 나온 골목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 같고, 거길 가면 인물들의 감정을 더 느낄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거겠죠. 비슷한 예로 독립출판물 <제이크가 있는 섬, 서지인>은 영국이 배경입니다. 그 책에서도 큰 길보다 제이크와 만나서 맥주 마시러 들어간 펍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쯤이면 맥주에 진심일까요? ㅎㅎ 알지 못하던 낯선 이가 제가 된 경험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제 또래로 보이는 여성 한 분이 병원 방향을 묻더라고요. 저도 거기 가는 길이라 길을 가르쳐주고 뒤 따라 걷다 나란히 걷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 여성이 저에게 자신의 유방암 판정을 받아 지금 대학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이미 들은 상황인 거 같았고, 수술 이야기를 하는데 가족에게 겨우 알린 후였는지 아직 체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 본 사람에게 이런 말 한다며 말씀을 전하더라고요. 그 분과 헤어진 후 저는 위로를 잘 못 하는 사람인가? 공감을 잘 하지 못하나? 그녀의 말에 멋쩍은 몇 마디만 하지 않았나 하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처음 만나는 이에게 비밀을 얘기한다는 말이 와 닿는 아침이었습니다. 방금 <레이디 맥도날드>를 다 읽었습니다. 글 안에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라고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처음 만난 사람"이라고 말 하는데요. 그 부분을 읽으며 작가님 질문이 생각났습니다.
작가님도 잘 보내고 계시죠?^^ 저는 왠지 당이 떨어져서 사실 미루었던 망년회를 이제 신년회로 했네요. 좋아하는 동네 엄청 돌아다니니까 외려 좀 낫달까요 ㅎㅎ 사람 사는 게 참 소소하게 서로를 구원하는 것인데 코로나가 우리를 만나지 못하게 방해했었다?는 핑계를 따악:) 참, 소개글 중 이모티콘 사용금지가 있던데 저는 워낙! 많이 쓰는 사람이라 차츰;; 차분하게 써보도록 할게요. 그리고 인도는 가보지 못했어요. 아시아권은 그래도 돌아다닌 편인데요. 주로 봉사단원으로 몇주~몇개월 파견되거나, 몇달 월급받으며 파견근무를 하거나 하는 식으로 아시아 저개발 국가들에 머무르기도 했었는데요. 인도는 누가 "너 같은 애는 거기가면 나오지 않을 것이다."는 소리도 거기 살다 온 아이에게 들었음에도 정작 가지는 않았네요. 영화는 보았습니다. City of Joy, 김종욱 찾기,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등. 가보고 싶은 곳이라면 여기서는 뭔가 바라나시를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20세기 쯤 ㅋ 또 보았던 샤론 스톤이 사형수로 분한 영화 last dance에서 그녀가 가고파서 감방에 사진으로 붙여두었던 타지마할 정도 가보고 싶긴 하네요. 마지막으로 북경에 어학연수 겸 가르치는 일에 지원해서 네달간 머무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혼자 내륙지방에 중국본토 여행사를 통해 간적이 있었어요. 거기에서 또래 여자 둘이랑 친해졌는데 그 중 한명과 방을 쓰면서 그녀의 비밀이야기를 들었던 게 생각납니다. 제가 조선사람?이 되어 ㅋ 그러면 안 된다고 훈수질을 했었죠. 작가님께선 내밀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꺼내어보는 질문들을 위화감들지 않게^^ 잘 던지시는듯 해요. 깊은 강에 꺼내놓아도 괜찮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제멋대로 읽어간터에 마지막 감상을 남깁니다. 중후반부부턴 빨려가듯이 이 책을 단숨에 읽어가버린터라 함께 읽기에 참여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네요. 이전에 읽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믿음에 관한 이야기로 제겐 읽혔는데, <<깊은강>>은 믿음 그 너머인 신을 이해하기 위해 결국 신과 닮아간 인간을 보게 되었습니다. 미쓰코 역시도 결국 오쓰의 길을 다른 행위의 형태로 따라가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등장인물의 어떤 이야기보다도 오쓰와 미쓰코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아 후에 다시 읽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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