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혜나 소설가와 [깊은 강]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오쓰와 미쓰코의 관계를 따라가다가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 70여쪽 분량까지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고 공감 가는 인물인 미쓰코 나루세의 경우가 나와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자신의 진짜 인생을 찾지 못하고,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청춘 미쓰코의 모습 속에서 스무살 시절의 제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공허하고 불온한가, 라고 느끼며 자괴감에 빠질 때마다 소설 속에 묘사된 인간 군상의 실체를 보며 묘한 위로와 공감을 얻는 까닭입니다. 비록 자기 내면의 비루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타인에게 내보이지는 못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 세계 어딘가에는 분명히 나와 같은 인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여러분은 미쓰코와 오쓰의 경우 속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미쓰코가 오쓰는 버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신에게 대항하고, 신을 짓밟고 싶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신에게 대항하고 팠던 적이라니 또 영화 <토토의 천국>이 떠오르네요. 당돌한 여주인공이 기도한게 이루어지지 않자, 성당에 밤늦게 찾아가 마리아상에 무언가 독한 말을 내뱉으며 던졌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 결국 돌아가셨을 때 저 위에 계신 분께 삿대질 ㅠ 했던 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은 다시 회개?하고 용납받고 ㅜ 그 자장 안에 잘 머물긴 합니다^^;
@느려터진달팽이 신에게 대항하거나 비난을 하는 것 또한 신의 존재를 믿고 의지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인 것 같아요. 무신론자는 신의 존재 유무를 믿지 않기에 신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잖아요. 하지만 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믿는 자만이 신을 미워할 수 있기에, 결국 그 또한 진정한 신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경우 젊을때 오쓰랑 약간 비슷하게 (?) 살아서 그런지, 왠지 오쓰에게 더 맘이 가서 안 쓰럽고, 미쓰코는 좀 밉네요.. 미쓰코가 오쓰는 버린 이유라.. 어쩌면 미쓰코의 맘 한 구석에는 오쓰의 순수한 영혼을 동경하며, 자기 안에도 그런 순수함이 있다고 믿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부정하려다 보니 오쓰를 받아드릴 수 없었던 건 아닐까요.. ? 신에게 대항하고, 신을 짓밟고 싶은 감정은 신에 대해 강하게 믿었던 사람들이 신에게 배신 당했다 생각할때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네요.. 제가 기본적으로 나이롱 신자라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가져 본적이 없네요..
@쓰마상 저는 사실 미쓰코와 오쓰 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서 어느 정도씩 다 제 모습이 들어 있는 것만 같아서 신기했어요. 어쩌면 작가인 엔도 슈사쿠가 본인의 모습에서 어느 한 부분씩을 본따서 소설 속 인물들을 창작했기에 나에게서도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쓰와 미쓰코의 경우도 너무 다른 인물이지만 어쩌면 서로에게는 거울 속 자기 모습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고, 소설 속 인물을 볼 때 저 또한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는 것만 같네요. 그러니 둘은 서로를 부정하는 동시에 긍정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말 좋은 책입니다. 몇년 전에 읽고 나의 양파는 무엇인가 생각했던 기억이에요
@그러믄요 나의 양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겠네요. 개인적으로 읽기는 쉽되 깊이가 있는 책들을 좋아하다 보니 엔도의 저서들에 더욱 끌리는 것 같습니다.
@김혜나 미쓰코는 오쓰의 순수한 정신세계를 보면서 자신이 이를 수 없는 곳에 그가 다다를 수 있다는 것에 열등감, 자괴감등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나보다 못한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실체는 그렇지 않고, 불완전하고 어줍잖은 나란 인간의 그림자를 더 짙게 보여주는 밝은 존재여서 말이죠. 저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지만, 2년 전에 냉담자가 되었어요. 코로나로 사랑하는 가족과 친척, 친구들을 너무 많이 잃었고, 신의 존재라는 것에 등을 돌리게 되었는데,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대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새벽서가 미쓰코가 오쓰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어쩐지 다르게 읽히더라고요. 저도 처음 읽었을 때는 묘한 열등감과 동경이 뒤섞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왠지 모르게 사랑으로 읽히기도 해요. 물론 표면적으로는 애정이 깃들이 있지 않은 듯 보이지만, 미쓰코가 오쓰를 처음 본 순간을 묘사하는 장면이 읽으면 읽을 수록 그냥 첫눈에 반한 사람 이미지 같았어요. 다만 그 사실을 본인이 인정하지 못하니까 이런 뒤엉킨 감정이 표현으로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오쓰 역시 처음부터 미쓰코에게 그저 한 눈에 반한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요. 신에 대한 대항에 다하여 말씀해 주신 부분은 본문 속 오쓰의 대사가 떠오르네요. "내가 신을 버리려 해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1. 여러분은 미쓰코와 오쓰의 경우 속에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 미쓰코는 물론 자신의 공허감을 감추려 허세를 부리는 부분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잘난 것을 자신이 너무 잘 알아서 그것을 무기삼아 다른이들을 망치게도 할 수 있다는 교만함이 잠재되어 있는 것 같아요 2. 미쓰코가 오쓰를 버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너무 쉽게 자신의 뜻대로 무너지는 오쓰에 대해 미쓰코는 사냥할 마음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항속에서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해서 더 이상 도전감을 못느끼는 것 같습니다 -오쓰는 미쓰코와 정반대의 인물로 "미안합니다" 라고 상투적으로 말하는 일본인다운 면이 보입니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 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신에게 대항하고, 신을 짓밟고 싶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그 감정은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감정일 것 같아요 실은 내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감정인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망가뜨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것 같아요 오쓰가 당하는 것을 보고 작은 분노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커피홀릭이 1.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감정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미쓰코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근본적으로 타인을 무시하고 망치려는 교만함이 어째서 태동하는지 미쓰코를 통해서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2. 저는 미쓰코가 근본적으로 싸우고 싶은 대상이 오쓰가 아닌 '신'이기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녀가 괴롭히고 싶은 건 오쓰가 아닌 신이었고, 오쓰가 미쓰코의 방에 가기 위해 신을 저버린 이후 더 이상 이용가치가 없어져 버린 게 아닐까 추측했어요. 오쓰의 경우 자신의 존재를 붙잡아주고 사랑을 쏟을 어떠한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게 신이든 인간이든 크게 상관은 없었던 게 아닐까요. 친구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오쓰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은 오로지 신 뿐이었으나, 미쓰코가 나타난 이후로 그 대상이 옮겨간 것만 같아요. 미쓰코에게 버림 받은 오쓰는 이제 진정으로 신만을 섬기게 될 테니, 어쩌면 신과 오쓰의 관계에 미쓰코가 이용 당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3. 이 부분을 읽을 때 저는 정말 많은 위로와 공감을 얻었어요. 목회자가 설교를 잘하기로 유명한 교회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순정하고 온화한 모습으로 교단에 서 있는 목회자의 모습과, 그를 우러러 보며 우상처럼 섬기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저 목회자가 과연 나랑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거든요. 그가 입은 목사복을 벗겨 보면 그 또한 나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인간일 텐데, 어째서 저렇게 신과 같은 섬김을 받으며 마치 혼자만 다른 존재처럼 사람들 위에 서 있는지 궁금했고,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마치 죄인과 같은 취급을 받는 교회에서 제 생각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거든요. 이토록 불온한 사상을 가진 이는 나 하나 뿐인가 싶어 외롭고 불안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미쓰코의 모습을 보면서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하며 안도와 위로와 공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커피홀릭이 님이 써주신 답글에서도 '그 감정은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감정일 것 같아요' 라는 부분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고요. 다양한 생각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미쓰코에 감정이입이 가장 많이 되었던 거 같습니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에, 과연 신을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진심이 무언지 흉내만 내는건 아닌지 시험하고 싶어지는 심리 같은 게 있었겠죠. 우리 마음에 그런 생각?감정?들이 누구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인 선에 대해 당연시 하지만 이것이 학습화 된 것인지 내 본심인지 저도 가끔 의문이 들기도 하거든요. 가령 소수자들(약자들)의 입장을 생각하자고 말하는 이유 중에 나도 언제 어느때고 소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것 또한 의구심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런 의문에 대해 오쓰의 너무도 확고한 모습에 미쓰코는 그것 또한 위선으로 느끼고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는 이런 미쓰코의 방황이 번뇌인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같이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미쓰코와 같은 갈팡질팡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요..
@DOBYM 미쓰코에게 감정이입이 가장 많이 되신다니 반갑습니다. 비록 선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표현에 정직하면서도 자신을 찾기 위해 나아가는 미쓰코의 모습이 공감이 정말 많이 됐는데, 아무래도 오쓰를 괴롭히는 캐릭터이다 보니 공감이 된다고 하면 나도 저렇게 나쁜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데 이렇게 독서 모임을 통해서 이야기 나누며 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누다 보니 더욱 반갑고 신기하네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큼은 결코 선하지 않고, 늘 갈팡질팡 하며 방황하고 번뇌하는 인간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더욱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쓰에 대해 ‘숙맥 같은 녀석들이라고 경멸당하는 이들, 딱 보기만 해도 곯려 주고 싶은, 촌뜨기’ 등으로 말합니다. 미쓰코는 ‘지방에서 도쿄로 나온 콤플렉스, 사치스런 맨션, 꼬냑, 스포츠카’로 표현되네요. 불문과의 고약한 패거리들은 오쓰라는 녀석을 구워삶아 보라고 부추기고 미쓰코에게 ‘드디어 모이라로군’하고 말합니다. 그들은 오쓰를 낡은 걸레처럼 화장실에 내버려 둔 채 가버립니다. 미쓰코와 주면 학생들은 오쓰의 외모와 기도하는 행위에 대해 경멸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언행은 스스로를 모욕하는 것처럼 보여요. 미쓰코에게 모이라와 같은 행동을 권할 수 있다는 건 미쓰코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일행이 오쓰를 화장실에 내버려 두는 것도 스스로 고약한 사람이 되기로 한 거죠.
@여름바다 저는 이 장면이 영화 <말레나>의 첫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린 소년들이 한낮에 둘러앉아 돋보기로 개미 떼를 불태워 죽이며 즐거워 하죠.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악한지, 군중심리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 같았거든요. 언급하신 부분의 묘사도 학생들이 모여 약자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여겨져요. 사실은 모두가 나약하고, 악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 것만 같아서 씁쓸하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성 있는 소설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미쓰코와 오쓰의 이야기, 중간에서 멈추기 쉽지 않았습니다. 신혼여행 중에 혼자 리옹으로 향하는 미쓰코를 보며 제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이번에도 쉽사리 넘어가 버리면 어쩌나 마음 졸였는데 다행히… 그동안 오쓰가 성장한 것 같습니다. “대체 무얼 원하는 걸까, 난” 미쓰코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문장 같아요. 원하는 게 있지만, 그것을 강렬하게 원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그러나 그걸 찾기 위해 뛰어들 엄두는 내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확신에 차 있거나 확고해 보이는 사람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파괴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확실한 것을 붙잡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들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루하고 위선적인 것에 대한 경멸은 곧 참되고 생생한 것에 대한 소망일테니까요. 오쓰가 그렇게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요, 그렇지 않아서 더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뒤에 나오는 오쓰 챕터가 기대됩니다!
@오후 미쓰코와 오쓰의 내면을 정말 섬세하게 읽어주신 것 같아요. 미쓰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장들과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설명이 잘 와닿습니다.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마는 오쓰 또한 어리석은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저는 매우 공감이 됐습니다. 우리도 살다보면, 어리석은 일인 줄 알면서도 결국 행하고 마는 경우가 많고, 속는 줄 뻔히 알면서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은 것 같아요. 결국엔 다 우리의 진짜 이야기인 것 같아 읽는 내내 공감이 되고 읽는 묘미가 있네요^^ 저도 계속 기대하며 읽어 보겠습니다~
@느려터진달팽이 키치지로 역을 맡은 쿠보즈카 요스케 배우를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이 배우가 스무살에 출연한 영화 <GO!>에서 맡은 한일교포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때 당시 일본의 청춘스타로 인기가 있었는데, 사생활 문제로 오랫동안 활동하지 못하다가 영화 <사일런스>를 통해 조용히 복귀한 것 같더라고요. 영화 속 분장도 그렇지만 세월도 많이 지나고 하다 보니 처음에는 제가 젊었을 적에 본 쿠보즈카 요스케인 줄 몰랐어요. 다만 저도 저 일본인 배우는 정말 연기를 잘하는구나, 어쩌면 저렇게 진짜로 얄밉고 어리석어 보일 수 있을까, 하며 인상 깊게 봤거든요. 그래서 나중에 출연진을 살펴보니 바로 그 쿠보즈카 요스케가 맞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연기 정말 잘하더니...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 더욱 인상 깊고 반가웠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평안한 나날 보내고 계신가요? 12월도 어느덧 하순으로 내닫고, 한 해가 이렇게 간다는 게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소설 <깊은 강>은 나날이 읽어나가고 계실까요? 저는 오늘 4장인 ‘누마다의 경우’까지 읽어 보았습니다. 누마다는 앞부분에서 전혀 언급이 없던 새로운 인물이죠. 어린 시절을 중국 다롄에서 보내며 검둥이 개와 소통하던 이야기, 그리고 동화 작가가 되어 동물과 인간 사이의 소통 ‧ 교감을 써내려가고, 병실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중에도 새에게 의존하는 누마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소설가가 쓰는 작품에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될 수밖에 없다지만, 누마다의 경우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엔도 슈사쿠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책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만 보더라도 ‘3세 때 아버지를 따라 만주 다롄으로 떠났다가 7년 후 부모가 이혼하면서 일본으로 돌아와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죠. 바로 그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의 실제 경험이 잘 녹아나 있는 듯 보입니다. 작가는 실제로 동물과의 소통과 교감을 중요시 여겨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라는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기도 했죠. 국내에도 번역서가 출간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여러분은 누마다와 같이 동물과 실제로 대화를 나누거나, 깊은 교감을 경험해본 적 있나요? 저는 사실 개에게 물린 적이 있어 동물을 매우 무서워합니다. 새,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보더라도 일단 겁에 질려 피하고 보는 편이에요. 다만 십 년 전 인도에 처음 갔을 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해서 답답했는데, 떠나기 전날 밤 제 방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동물을 가까이하지 않다보니 멀찍이 서서 다시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고양이는 차분하고도 능숙하게 제 침대에 올라가 머리맡에 웅크려 앉더라고요. 저는 짐을 꾸리고 있던 중이라 일단 가방을 싸면서 제가 잠들기 전에 고양이가 나가주기만을 바랐죠. 한데 고양이는 밖으로 나가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그저 제 침대에 가만히 앉아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고양이의 차분하고도 자연스러운 태도에 저도 모르게 동화가 되어, 짐을 다 꾸린 뒤 자연스레 그 옆에 가서 누웠습니다. 그 순간, 저도 모르게 그간 인도에서 지내며 답답하고 힘들었던 일을 고양이에게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는 말이 통하지 않아 내내 불편하고 우울했던 일화를요. 고양이는 묵묵히 제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괜찮아, 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 인간과 동물은 서로 분명히 소통하고 교감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었죠. 아직도 동물을 만지거나 가까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애완동물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그 이후로는 동물을 너무 무서워하거나 멀리하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 여러분의 경우는 어떤가요? 자유롭게 이야기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개를 좋아하는 아버지덕분에 항상 다양한 종의 개들과 함께 컸어요. 늘 고양이가 무섭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십년 전에 처지가 불쌍한 첫째 고양이를, 그리고 4.5년전에는 엄마 젖도 못떼었는데, 엄마를 잃은 아기 고양이를 임보하다가 아예 입양을 했어요. 그리고, 3년전에 막내 고양이까지 입양을 해서 원래 키우던 개까지 네마리의 반려동물들과 살고 있었어요. 올 2월까지는. 안타깝게도 제가 젖병을 물리고, 모래상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며 키워서 저를 엄마처럼 따랐던 둘째녀석이 갑자기 병을 얻었고 이주간 세번의 수술을 받고도 낫지 못하고 급하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제가 아무리 학교에서 힘든 학생들이나 학부형과의 일로 지친 하루를 보내고 와도 그 녀석이 품에 안겨 골골거리거나 목에 자신의 얼굴을 묻고 마치 저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는듯한 표정을 지어주면 하루의 고단함과 근심거리가 사라지곤 했었는데, 이젠 아이의 재가 담긴 유골함만 가끔 만지면서 빈자리를 느끼게 됩니다. 아무리 친한 가족이나 친구도 이해하거나 공감해주지 못하는 부분을 동물들이 공감하고 채워줄 때가 있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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