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혜나 소설가와 [깊은 강] 함께 읽기

D-29
@Nana 저도 이 부분을 읽은 뒤 전쟁에 대한 참상을 다룬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언급해주시니 올가 토르카추크의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도 떠오르네요. 전쟁의 시기에 여성들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존재하는지 환상적 기법으로 잘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아요. 이 책도 독서모임으로 함께 읽으면 이야기할 꺼리가 많아서 좋을 것 같고요 ㅎㅎ
저는 토르카추크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작가님이 모임하시면 꼭 참석해서 같이 읽어보고 싶어요~
@Nana 이 책으로 모임 하면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요 ㅎㅎ 좋은 기회로 또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도 성탄절 잘 보내셨죠~^^ 요새는 무탈한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것 같기도 해요. 코로나가 벌써 삼년째이고 북극한파가 영하 45도인가? 이른다 하기도 하구요; 알콜중독자를 어릴 때 본 적이 있습니다. 단골 문방구 주인아저씨였는데, 평소에 무척 마음이 여리시고 뭘 잘주시고 잘 웃으시던 분이셨는데 술드시고 주체를 못하셔서 나중엔 파출소에서 출동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선량하신 분이 저렇게 되실 수도 있구나!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채식주의자의 폭력은 그에 비하면 약과?가 아닌가 해요. 물론 물리적 폭력보다 인식적 폭력이 어떤 지적인 사람들에겐 더 잔인할 수 있겠지만요.
@느려터진달팽이 알코올중독과 폭력이 공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최악이죠 ㅠㅠ 말씀해주신 문방구 주인아저씨는 마치 이 소설의 주제와도 같이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주는 인물일 수도 있겠네요. 그 둘을 분리하거나 분별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이는 것...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갈 것이고, 그렇게 지나가고 또 지나가다 보면 언젠가 저 먼 깊은 강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2월도 벌써 말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네요. 독서모임을 시작한 날짜도 어느덧 19일이나 지났고요. 저는 오늘 소설의 7장 여신 편까지 읽었습니다. 에나미의 안내로 인도 시내 관광을 마치고 바라나시로 들어선 일행의 모습이 보이네요. 전반부에서 언급한 인물들처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안내인 에나미에 대한 서사도 돋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이번 장에서 마치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비로소 맞춰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성별, 나이, 직업은 물론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모두 다른 인물들의 서사가 어떻게 엮일지 매우 궁금했거든요. 바로 이곳, 성스런 갠지스 강이 흐르는 인도의 바라나시에서 여러 인물들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하나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깊은 강으로 흘러들어 함께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요... * 안내인 에나미는 일행을 사원으로 이끌어 차문다 여신을 보여주고 설명해주는데요, 힌두의 수많은 여신 중 왜 하필 차문다 여신일까요? 여러분은 이 차문다 여신의 모습에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이번 장에서 인상 깊은 부분 혹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많은 이야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저는 이소베가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했던 이야기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아내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던것 같아요. 모임 시작하자마자 한번에 책을 완독했더니 그새 내용이 가물가물해지네요. “그의 말대로 서로가 공기 같은 존재가 되면, 아내는 아내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게 되며, 여자도 아니게 되고 만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부부의 관계를 넘어서 오래되고 편해진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봤던것 같아요.
@새벽서가 맞아요 이 부분에서 저는 꽤 놀랐어요. 아내에게 자상하고, 아내의 빈 자리를 그리워하고, 아내가 떠난 뒤 공허함에 마음을 잡지 못하는 이소베의 모습은 다정하고 자상한 남편 상이었는데, 이부분을 보니 사실은 무심하고 냉소적인 남편이었구나 싶더라고요. 겉으로 드러난 모습 너머의 안쪽의 모습들은 사실 우리의 기대나 상상만큼 아름답거나 대단하지 않고, 어쩌면 추악하고 초라한 모습일지도 모르죠... 마찬가지로 간병인 자원봉사를 하면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미쓰코 역시 자신의 악한 내면을 타인이 알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하고요. 인간과 관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네요.
“이소베가 몸을 일으킨 뒤에도 그네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저 홀로 흔들렸다. 마치 그의 아내가 죽고서도 그 말이 남편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듯이. 우리들 일생에서는 무엇인가가 끝났어도, 모든 게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20대 시절 친구의 어머님이 투병 끝에 돌아가셨습니다. 긴 병원 생활하는 동안 서로 최선을 다했음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남은 자녀들은 병원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치료 때문에 음식 제한을 한 것이 옳았는지 등을 두고 오랫동안 힘들어했습니다. 너무 어렸고 너무 갑작스러운 이별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의 삶에 긴 시간 영향을 미쳤습니다. ‘깊은 강’을 읽으면서 죽음과 남은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부모가 되어보니 그네가 흔들리듯 누군가의 일생에 파동을 남긴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남겨질 이들을 위해 젖을 내주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병고와 아픔을 견디는 차문다의 운명을 조금씩 짊어지고 있겠죠.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용기가 먼저 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열심히 읽어나가고 계신가요? 소설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요, 저도 올해 마지막 질문을 올려봅니다. 오늘은 '제8장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의 중반부, 240쪽까지 읽었습니다. 성수인지 폐수인지 분별할 수 없는 강가, 갠지스강이 흐르는 인도 바라나시에서 기구치가 고열로 쓰러지죠. 이 때문에 간병인 경력이 있는 미쓰코가 기구치를 돌봐주기로 하며 바라나시에 남게 되고, 이소베와 누마다마저 인도 관광을 포기하고 바라나시에 남겠다고 합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에 이들 중심인물들의 모습은 오히려 들떠 보이네요. 저마다 찾고자 원하는 것들이 바로 이곳, 바라나시에 있다고 믿는 까닭이겠죠. 저는 여전치 초반부부터 묘하게 끌렸던 인물 미쓰코와 오쓰의 서사에 관심이 갑니다. 리옹이 수도원에서 쫓겨나 결국 인도의 힌두교 사원에 머물고 있다는 오쓰. 그는 과연 자신의 양파를 찾아 갠지스강이 흐르는 바라나시까지 떠내려온 것일까요? 그는 그의 양파를 찾았을까요? 미쓰코는? 미쓰코에게 오쓰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미쓰코에게도 자신만의 양파가 존재하고 있을까요? 여기서 오래된 질문 하나를 꺼냅니다. *양파, 마늘, 토마토, 버섯 등 수많은 과일과 채소 중 작가가 굳이 '양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는 소설을 창작할 때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서사의 배경, 소재, 자그마한 소품 하나까지 허투루 배치하지 않죠. 분명 작가가 생각하는 이미지 혹은 뚜렷한 의미를 가지고 소설 속 소재와 소품들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독자는 작가의 의도를 한 번쯤 반추해 보는 게 좋겠죠. 소설 속에서는 미쓰코와 오쓰의 대화 중 그저 흘러나오는 대로 대충 양파를 고른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작가는 분명히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양파를 택했을 것만 같아요. 양파의 어떤 속성 혹은 의미를 의도하고 썼을지 생각해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도 있습니다. *외국 생활이나 여행 중에 아파본 경험이 있나요? 혹은 누군가를 간호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갑작스러운 통증이나 질병으로 인해 계획이 틀어지고 다른 경험을 하게 된 적은 없나요?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틀 남은 2022년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에 더욱 따뜻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왜 그 많은 과일과 채소중 양파를 골랐을까요? 양파는 조리가 되기 전에는 알싸하고 독한 맛과 향을 풍기지만 조리가 된 후에는 달큰한 맛을 내는 큰 변화를 보여주죠. 게다가, 형태 자체도 특이하잖아요. 양파는 겹겹이 같은 모양을 한 것을 벗겨내면 그 중심에는 양파가 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게 하는 것이 존재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오쓰가 믿는 종교, 큰 존재와 관련이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은 해보지만 역시나 누군가 속시원히 답을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외국에서 산 세월이 한국에서 산 세월보다 길어요. 물론 출장중, 여행중에 아파본 경험도 많구요.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것은 만성적으로 저를 괴롭히던 위가 제대로 고장 났던 작년 초였던거 같아요. 급체가 와서 온몸이 차고, 숨도 잘 안쉬어지고, 얼굴색도 변하는 저를 보고 덜컥 겁이난 남편이 응급실로 저를 데려갔는데, 보험 처리를 받고도 몇백만원하는 의료비를 냈지만 마음속으로는 누가 손발이나 시원하게 따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수액맞고 여러 가지 검사만 잔뜩 받느라 지칠대로 지쳐서 퇴원했던 기억이에요. 작가님도 남은 올해 마무리 잘 하세요. 새해에는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새벽서가 예전에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 속에도 끊임없이 계산만 하는 사람을 보고 어린왕자가 "그건 사람이 아니라 버섯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사람이 "버섯이라고?" 하며 되물었지만 어린왕자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그 장면은 지나가 버리죠. 독서모임에서 왜 하필 버섯인지에 대해서 토론한 적도 있었거든요. 소설 <깊은 강>의 양파도 그런 의미심장한 도구로 사용되는 듯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었답니다. 저로서는 아무래도 '죄'의 의미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도구가 바로 양파가 아닌가 했어요. 인간의 죄란 씻어도 씻어도 결국에는 씻어지지 않는 것처럼, 회개하고도 죄를 짓고 또 짓는 것이 인간이잖아요. 벗기고 또 벗겨도 계속해서 속살이 나오는 양파처럼 인간의 죄는 끊임이 없지 않나, 그걸 계속 씻어주는 존재가 신이기에 양파에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외국에 계실 때 아프셨다니, 저도 워낙에 자주 체하는 편이라 무척 공감이 되네요. 한 때는 체할 때마다 손을 따려고 사혈침을 들고 다니기도 했거든요. 한국에는 그래도 가족과 친구들이 있으니 아파도 딱히 외롭다는 생각은 잘 안 드는데, 외국에서 아프면 나를 돌봐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실제적으로 와 닿아 더욱 서럽고 외롭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모쪼록 올해는 아프지 마시고 건강한 2023 새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올해도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저는 그믐날이 모임마다 있는 건가 했었어요; 그래서 그믐날에 그동안 나누었던 책이야기를 만나서 얼굴보며 더 깊게 얘기해보는건가 했는데요~ 위에 말씀하신 분처럼 작가님께서 모임하시면 저도 참석해서, 위에 하셨던 질문들 가령 폭력적인 사람이나 알콜중독자를 보신 적이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요? 또 기본적이지만 왜 이 책이 작가님의 인생책이 되었는지? 또 양파에 대해서는 이 책을 아마도 여기서 가장 좋아하시는 작가님께서는 어떻게 감자도 고구마도 아닌 양파를 택했을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 일곱시간 남은 2022년, 힘든 부분들은 저기 깊은강으로 던져버리시고 2023은 더 힘들다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나누는 위로로 견뎌보아요♡ 새해 복 많이 누리시길요!
@느려터진달팽이 네~ 그새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믐, 초하룻날이네요^^ 기회가 된다면 실제로도 만나서 방금 언급해주신 내용들 직접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우리의 힘든 부분 그리고 좋은 기억들도 모두 저기 저 깊은 강으로 흘러들겠죠. 그렇게 흐르고 또 흐르다 보면 언젠가 저 넓은 바다 위에서 다시 마주할 날도 오겠지 싶어요. 새해 복 많으 받으시고 올 한 해도 좋은 책과 함께 좋은 시간 많이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름바다 권혁웅 시인의 <파문>이라는 작품이 떠오르네요. 빗방울이 수면에 떨어질 때 일으키는 파문, 빗방울은 이미 사라졌지만 수면에 남은 파문은 잔상을 남기니까요... 죽음도 어쩌면 이와 같은 파문으로 주변 이들의 마음 속에 잔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 싶은 생명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하지만, 축복과 고통은 어쩌면 서로 공존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오늘 내일이면 2022년도 끝이네요. <깊은 강>은 마무리 하는 이때쯤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돌아보거나 계획을 세우는 거창한 연말대신 차분한 연말을 보내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조촐한 모임에 읽은 책선물 하는 시간이 있어 책장을 둘러보다 이 책을 골랐습니다. 이 책을 받는 분도 기꺼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기네요. 저는 210쪽이 인상 깊었습니다. 에나미가 차문다 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그녀는..... 인도인의 괴로움 전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인도인이 겪어야만 했던 병고와 죽음 굶주림이 이 상에 드러납니다. 오랫동안 그들이 고통 받아 온 모든 질병에, 이 여신은 걸려 있습니다. 코브라와 전갈의 독에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녀는 ..... 헐떡이면서, 쭈그러든 젖가슴으로 인간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도입니다. 이런 인도를 여러분께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인도에 대해 크게 생각한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병고와 죽음 굶주림 등의 고통을 이겨냈다가 아니라 견뎌냈다에 방점을 두니, 품을 줄 아는 인도로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이 가끔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DOBYM 모임에서 <깊은 강>을 선물까지 하셨다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 역시 연말에는 <깊은 강>을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차문다는 인간에게 복을 빌어주는 것으로 인기가 있는 여신이라고 들었습니다. 인도인들은 굶주리고 헐떡이면서도 강인하게 생명을 이어가는 모습이 바로 이 차문다 여신과 겹쳐지지 않나 싶어요. 여유가 된다면 저도 인도 바라나시에 가서 갠지스강과 차문다 여신을 모신 사원에 가보고 싶네요^^
저도 왜 양파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왜 일까요? 벗겨도 벗겨도 다시 나온다는 흔한 말이 아닐텐데 싶은데요. 알듯 말듯 한 무언가가 떠오를듯 떠오르지 않네요. 왜 양파였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OBYM 저 또한 생각한 바가 있기는 했으나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 모두 배움이 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한국판)의 마지막쯤 재하 역의 류준열이 양파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양파는 가을에 씨를 뿌려 모종에서 싹이 날 때까지 키운 다음 미리 거름을 준 밭에 옮겨 심는데 이것을 ‘아주심기’라고 한다고 해요. 이렇게 겨울을 겪어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몇 배는 달고 단단하다고 합니다. 집밥을 해 먹는 입장에서 양파는 없어서는 안 될 야채입니다. 물론 우리 집 식탁에 오른 양파가 겨울을 견뎌낸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양파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대사 읽어주는 유튜브에서 “당신의 아주심기는 진행되고 있나요?” 류준열이 이렇게 물어요. 누군가는 봄에 심는 양파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는 겨울을 견디는 양파가 되기도 하겠죠. 아주심기와 겨울을 견뎌내는 건 선택이기도 하고 운명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겨울을 견딘 양파의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그 사람은 각성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요. 평범한 삶을 사는 구도자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예사로운 이웃이 어느 날 보여준 양파 때문에 놀라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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