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년』 함께 읽어요!

D-29
지극히 순수하고 올곧게, 마치 부모로부터 건네받은 무언가처럼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
소년 41p,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우와~ 책 겉표지부터 묘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요?? 붉은 튤립 한쌍 중 하나는 흐릿하게 표현한걸로봐서 사랑의 고백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해봤어요ㅋㅋㅋ 그리고 숨겨진 문제작이라는 말이 아주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데요?? 주말에 읽어보려고 꾹꾹!! 참다가 드디어 봉인 해제!!ㅋㅋㅋㅋ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자기 작품은 다시 읽을 게 못 된다. 나는 내 작품이 잡지나 책에 활자로 실린 직후 곧장 읽지는 않는다. 반년이나 1년쯤 시간이 흘러 마음도 느슨해지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지지 않으면 쓸 때 느꼈던 괴로움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소년 14,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이 구절이 남 얘기 같지가 않더군요. 사실 오래 전, 저도 책을 내 본 적이 있는데 막상 책을 받았을 뿐 다시 읽게 되지는 않더군요. 솔직히 앞에 몇장을 펼쳐 봤다 다시 덮었습니다. 전 사진 찍는 걸 거의 극혐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데 거의 그 수준이 되더군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그래서 작가의 마음이 너무 이해가 가더군요. 그리고 그런 마음은 세상의 모든 작가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왠지 공감이 갑니다. 저도 독서모임에서 활동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 다시 제가 쓴 걸 보려고 하면 얼굴이 화끈거려서 못 보겠더라구요...
아, 책을 써 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목소리 녹음을 못 듣거나, 사진을 보기 힘들거나, 예전에 그린 그림을 보면 창피한 그런 느낌 인 걸까요? 저도 글을 써본다면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열여섯 살 일기>의 원문은 옮겨 적어 작품으로 발표했을 때 불태워 버렸다.
소년 18,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대체로 소심한 사람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 읽으니까 더 더욱 그럴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사춘기 때 비교적 일기를 열심히 썼는데, 일기를 쓰는 게 작가가 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썼을 뿐 야스나리처럼 일기를 작품으로 승화해서 책을 낼 거란 생각은 못해 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도 하는구나, 좀 놀라기도 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꼼꼼하게 쓰는 건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의 일기는 저 자신도 알아 볼 수 없을만큼 괴발세발 쓴게 대부분이라. 그런데 요즘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일기를 열심히 썼던 사람들은 어느 때가 되면 불태워 버린다고 하던데 작가도 역시 불태워 버리네요. 하지만 말에 의하면 그렇게 일기를 썼던 걸 후회해서 불태워버리지만 또 어느만큼 지나면 불태워버린 걸 후회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자 저는 일기를 불태워버릴 생각은 없지만 더 불태워버릴 마음이 없어지더군요. 그렇다고 가지고 있자니 애물단지고. 적어도 죽기 전에는 뭔가 정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작가는 자기 박물관이 있어 자기가 쓴 원고며 일기까지 보관하기도 하던데 그건 극히 일부고. 저한텐 해당도 안 되는 말이고...ㅠ
그렇게 모아놓은 일기들을 왜 불태워 버리는 걸까 저도 읽으면서 생각을 했던 부분인데 야스나리의 문학 세계를 지배하는 허무의 감정도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네요. 작가의 사상적 배경에 불교 느낌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생의 늘그막에 과거의 기록들을 태우는 느낌이 마치 누군가를 장례치르고 화장을 하는 장면도 연상이 되는 것 같아요. 마치 과거의 세이노와 화자를 이쪽 생에서 이별을 하고 다음 생에서 다시 만날 것을 믿는 그런 느낌도 드네요.
저도 원고를 불태워버린다고 해서 놀랐네요. 일기든 어떤 글이든 마음이 담긴 만큼 계속 지니고 있게 되더라구요. 요즘에는 노션이나 휴대폰 어플 등으로 기록을 디지털화 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던데, 아무래도 종이의 질감이나 펜의 사각거림, 필체에서 전해지는 그날의 기분 등의 매력도 큰 것 같아요.
ㅎㅎ 그러고보니 홍시님 아날로그 세대시군요. 그렇죠. 특히 만년필로 쓰는 그 중후한 느낌 그립네요. 근데 저도 어느새 디지털을 더 선호하게 되었어요.ㅠ
노션... 저도 몇번 시도했는데 실패하고 만년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앞서 언급했 듯 일기를 쓰는 사람은 아니라 간단한 일정 정리 정도지만요. 디지털이 어렵기도 하지만 아날로그로 남길 수 있는게 매력적인 것 같아요. 한눈에 보기도 좋고, 필체가 변하는 과정이 남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자꾸 가방이 무거워진다는 부분만 빼면 말이죠!
오, 저도 내성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졌다니 신기하네요! 저는 꾸준히 기록하는게 어려운 사람 중 하나라 일기가 따로 있지는 않지만, 만약 내가 쓴 일기들이 있다면 저도 태워버리고 싶을 것 같긴해요. 물론 말씀하신 것 처럼 저도 지금 당장 태우진 않겠지만 어쩐지 일기라고하면 내밀한 무언가 같은 기분이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일까요?
ㅎㅎ 저도 뭘 꾸준히 쓰는 게 좀 어려워하는데 지금 쓰고 있는 다이어리가 꼭 한 페이지만 쓰게되어 있어요. 흐는데는 10분이 안 걸려요. 나름 습관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긴하더라구요.^^
지난 원고들과 실제 출판한 작품들에 대한 기록을 통해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나가서,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거 에세이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읽게 되네요 ㅎㅎ. 저도 모임지기님이 말씀하신 오구치와의 일화에 정말 몰입이 되었는데요, 시공간에 따른 구체적인 전개도 그렇고, 오직 그 사건을 경험한 주체로서 느끼는 감정들 또한 말이죠. 세계를 어떻게 묘사해내는지를 살펴보면 어떻게 경험하는지가 드러나기에 세이노에게 애정을 품은 그 만이 이런 묘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오구치를 향한 원망과 세이노를 향한 사랑, 질투, 당혹감 온갖 감정이 드는 자신의 마음을 낱낱히 분석하고, 그 마음 속에서도 자신이 오구치를 원망할 만큼 깨끗한 사람인지 -자신을 돌아보고, 그럼에도 숨길 수 없는 애정과 분노와 불순한 안도감까지. 순간적이며 서로 뒤얽히는 감정과 생각을 이렇게나 세밀하게 포착해내어 고백하는 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모순을 발견하는 순간에도 단순히 ‘나는 ••• 깨끗한 사람인가’ 에서 서술이 끝나지 않고 뒤의 이어지는 문장들을 통해 얼굴을 붉힐만한 망상을 하는, 동급생들을 깨끗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화자를 그려볼 수 있게 만들어주어서 복잡한 심경이 더욱 풍부하게 전달된 것 같아요.
나의 망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낱낱이 드러난다면, 나는 얼굴을 붉히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육체의 고민 없이 미소년 미소녀를 바라본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소년 32쪽,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자면, 도서 이벤트에서도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씀 드린 점이 작가의 한 소년을 향한 감정을 다룬 혹자는 문제작이라고도 하는, <소년>의 소개를 읽어보니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이 떠올라 어떻게 서술에 차이가 있는가 였는데요. 후자의 경우는 화자가 묘사하는 어린 시절이 작가의 알려진 바와 같아 ’아, 작가 자신의 이야기구나‘ 싶으면서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이라는 구성에 충실해서 형태적으로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고민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이 소설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굉장히 담담하게 ‘동성애 같은 일은 없었다‘ 거나, ’동성애의 기록이 있다’ 라고 얘기해주어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제게 꽤나 현실감 있게, 직설적으로 고백하는 것처럼 다가왔던 것 같아요. 굉장히 진솔하고 숨김없이 작가 자신의 감정과 일련의 사건들을 서술하고 있어 상대방이 실존 인물이라면 이렇게나 자세하게 써도 되는지.. 인물이 특정되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네요 😅 그런 점에서 위에 하료님이 말씀하신 것 처럼 자전적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는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어쩌면 작가님의 언급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ㅎㅎ
언급이라고 하니 어쩌면 실제로 있었던 일도 자전적 소설입니다. 라고 하면 증명해 줄, 혹은 증명하려 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소설이구나 하고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모두 사실이었을..크흠 농담입니다. 정말 경계가 참 모호 한 것 같아요. 매력적인 부분이네요!
주인공은 아름다움 자체를 추앙했습니다. 가능한 범위까지 “미”라고 여겨지는 것을 충동적으로 구매(수집)했어요.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주인공은 미소년 후배들을 마음에 담아뒀죠. 같은 방이었던 두 친구 모두 마음을 끌었지만, 세이노가 자연스럽게 그와 동침하게 되었습니다. 세이노는 주인공과 달리 조건 없이 그를 사랑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유전적으로 보이는 종교에 대한 열의 외에, 세이노의 유일한 관심은 오직 주인공이었죠. 제 몸과 시간을 모두 내줄만큼. 그런데, 정말 조건이 없는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세이노는 주인공이 정말 신이 될 줄, 자기가 믿는 종교의 교조가 될 줄, 정말 그렇게 믿었던 것은 아닐까요?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거라고. 그렇다면, 세이노의 사랑을 순수하고, 올곧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 [2주차] (9장~13장) 📅 3/26~4/1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여러분의 감상을 읽어 내리며 공감과 감탄으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저 역시 답 댓글로 부지런히 이야기 나누어 보겠습니다!) 작품에서는 많은 후배들의 이름이 나오지만 ‘나’는 오직 세이노만을 특별하게 여깁니다. 거기에는 ‘나’를 대하는 세이노의 신앙과도 같은 순수한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요. 이후 세이노를 만나러 갔을 때, 자신에게 귀의한 것만 같았던 세이노와는 다른, 진짜 종교인이 된 그의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끼기도 하지요. 신앙과도 같았던 사랑, 이라고 저는 세이노의 사랑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앙과 인간적인 사랑에는 분명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있겠지요. 여러분은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세이노의 사랑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남겨 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 문장수집 기능을 이용하여 인상 깊었던 문장을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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