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인생책> 김지연 소설가와 [올리브 키터리지]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쭈0님. 반갑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올리브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첫번째로 올리브의 남편인 헨리의 이야기가 펼쳐지고요. 도무지 이해가 안 될 것 같은 인물들의 속내를 천천히 들여다보며 거리를 줄여가는 게 소설의 매력인 같기도 합니다. 올리브는 계속 등장할 예정이랍니다. 함께 읽어보아요~
저희 부부는 아이가 없어서인지 서로에게 더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아여. 누군가 한명 만을 사랑하는 것 영원히 사랑하는 것은 커다란 의식을 치루며 공언을 해야할 만큼 지키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랑이라던지 애정이라던지 관심이라던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게 쉽지는 않지만 받아들여야 겠지여 사람이란 그렇게 다 불확실하고 미완의 존재인듯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면에서 좀 더 느긎하게 바라볼 마음의 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어떤 분류나 구별은 없겠지여 구지 우리가 그렇게 나눌뿐 마음은 매한가지 인듯합니다.
안녕하세요 환환님. 사람이란 그렇게 다 불확실하고 미완인 존재래는 말씀에 공감이 가네요. 사람들이 이름을 붙인 감정들도 실은 그 경계를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운 것 같고요. 어떤 소설들은 그런 마음을 끈질기게 들여다보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 밀물을 읽는 내내 힘이 들었습니다. 우선 약국과 달리 도입부가 매끈하게 읽히지 않았는데요. 띄엄띄엄 읽었는데 다행히 얼마 지나지않아 다시 잘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번역이 문제일까 싶어 원문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두번째로는 다루고 있는 중심이야기 자체가... 가족의 광기에 대한 거라서 감당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자살의 전설>이란 소설도 생각났고, 아무튼 케빈의 심리를 십분 이해하였고 그렇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뼈와 내장과 피가 고스란히 드러난 낙상자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드라마틱한 결말부분이 과장되게만 여겨지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을까요... 소박한 단편선일 거라는 예감은 이제 썰물에 떠내려가고 없습니다. 이 작가, 여러 의미로 대단하네요
<밀물>을 읽고 오신 첫번째 분입니다! 데이비드 밴의 <자살의 전설>을 떠올리셨군요. 저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많네요. 저는 케빈에 이입하면서도 케빈에게 다가가는 올리브의 모습에 더 눈이 갔어요. 제발 좀 가라고 속으로 케빈이 외칠 때 저도 같이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 모임을 열면서 저는 올리브를 보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썼었는데 딱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순간에 불쑥 나타나서 나의 사적인 공간에 침범해 들어와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이요. 이후 계속 보게 될 올리브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해요. 어린 저는 이러한 침범이 무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소설을 다 읽은 다음에는 어떤 종류의 관계들은 이러한 종류의 침범이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지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침범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기도 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가 가능해지게 될 수도 있겠죠. 이 이야기의 극적인 결말 다음에 케빈이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오래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앗, 김지연 작가님 추천책이 있다는 걸 오늘 봤네요, 저, 재독 시작합니다!! ^^ 작가님과 함께 읽는 책, 연말에 제게 신나는 이벤트가 되겠어요 ㅎㅎ
안녕하세요. 후시딘님! 또 읽어도 또 좋은 <올리브 키터리지>입니다. 함께 읽으며 겨울을 지나보아요.
밀물의 결말은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케빈, 그의 가족사. .그리고 약간 아픔을 후벼파는 올리브 앞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들의 앞에 놓여진 사건들이.. 단편이지만 장편소설을 읽는 듯 한 긴 호흡이 필요하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재독인데.. 처음 읽을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 들어옵니다.
저도 다시 읽으며 새로 보이는 장면들이 많더라고요. 읽을 때마다 새로운 문장에 눈길이 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밀물>은 참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사건들에 휩싸인 개인들이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계속 던져보게 되더라고요.
밀물 재밌게 읽었습니다! 처음 읽고 있는데 연출이 너무 영화같고 좋네요. 생각해보면 참 짧은 장면인데 사연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폭발하는 느낌이 강렬하다 생각했습니다. 앞 분위기와 상반되는 ‘셔츠를 뚫고 채찍질하는 바람의 세기에 놀랐다‘ 같은 문장에서는 정말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몰입하게 읽게 되더라구요! 올리브 아버지의 나무상자 이야기도 사소하면서도 사랑스러웠고요… 올리브라는 인물이 뭔가 그림자처럼 계속 등장하는 느낌이 신선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올리브 본인이 중심으로 나오는 이야기도 궁금해집니다.
여러 우연들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만들어내는 장면들의 분위기랄지 파급효과가 상당한 충격과도 같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썼을까 싶은 문장들도 참 많지요. 올리브가 계속 어떻게 등장하는지를 읽어나가면서 한 캐릭터의 인상이 점점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를 따라가보는 것도 재밌는 것 같습니다.
<밀물>까지 다들 읽으셨나요? 이어지는 작품 <피아노 연주자>는 어릴 적 작은 재능이 있었지만 그대로 고향에 머물려 피아노 연주자로 살아가는 앤절라의 이야기입니다. 여러 기회가 있었던 것도 같지만 어머니의 의견에 가로막혀 실현되지 못하고 고향에 남게 되죠. 저는 시골에서 살던 소년소녀가 재능을 발굴당해 더 넓은 세계를 향해 출향하는 것으로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면서도 조금쯤은 불만을 갖기도 했는데요. 아마 제가 시골 출신이고 늘 시골에서 터를 잡고 싶어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앤절라가 하루빨리 고향을 떠나 어머니와 분리되는 삶을 살았더라면 조금이라도 더 앤절라다운 삶을 살 수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장 신뢰할만한 인간이어야 할 어머니라는 존재가 앤절라의 삶에서는 그다지 좋은 가족이지 못했습니다. 성숙한 어른조차 아니었지요.. 그다음으로 오는 작품은 드디어 올리브 키터리지의 이야기라고 할 만한 <작은 기쁨>인데요. 불평불만이 가득한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며느리의 물건을 훔치고 훼손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뜨악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를 미워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소설을 읽다 보면 아무리 못난 인물이라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되는 것 같아요. 두 편을 연달아 읽고 나면 다시 앤절라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앤절라의 삶에서 '작은 기쁨'이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앤절라의 삶에서의 기쁨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유형은 그 상처를 입기 전, 과거 속에 머무르는 사람이고, 다른 한 유형은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두 가지 유형을 시간대별로 겪을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과거 속에 머무르는 시기가 짧고 길고의 차이만 있을 뿐이고요. 앤지의 삶에서 작은 기쁨이라는 것은 상처를 받기 전 행복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표면적으로 앤지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건 피아노를 치는 일뿐이었다. 첫 곡의 두 소절을 연주하고 나면 앤지는 언제나 행복해졌다.(91쪽) 그러나 이어서 피아노 연주는 앤지에게 과거의 회상을 불러주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하나요, 앤지. 맬컴 무디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하나가 됩시다, 앤지······어떻소?(91쪽) 앤지는 어쩐지 피아노 연주를 하는 동안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 해보입니다. 자신이 상처 받기 전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같이요. 그리고 앤지가 연주하는 노래들의 가사는 어쩐지 앤지가 겪었던 상황이나 현재의 상황과 일치해보입니다. <Good Night, Irene>은 원작자가 미상이지만 리드벨리가 가장 먼저 녹음했고 그 이후 많은 뮤지션들이 녹음하고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해서 여러 면으로 해석이 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버젼에서 통용되는 해석은 가사의 화자는 아이린이라는 여자를 좋아했지만 어떤 외부적인 이유로 아이린과 결혼하지 못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에서는 헨리 키터리지가 좋아하는 곡으로 나오지만 앤지가 두 번이나 연주했다는 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진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맬컴 무디와 오랜 기간 연애를 했지만 결국 둘은 헤어지고 현재는 다른 여자와 결혼한 맬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곡인데 공교롭게도 이름이 같은 사이먼이 신청한 곡입니다. 이미 가정을 이룬 사이먼이 찾아와서 이 곡을 신청한 이유가 뭔지 작품 내에서는 그의 구체적인 의도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저는 그가 이 노래로 그 목적을 은연중에 비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래 가사에서는 힘든 순간을 겪는 당신에게 화자가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들이 담겨있습니다. 처음에 사이먼은 아마 과거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호기심으로 접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앤지는 처음에 이 곡을 연주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맬컴이 “나는 항상 당신 생각뿐이야”라는 말을 언제부터 하지 않게 되었는지 결코 돌이켜보지 않았던 것처럼.(96쪽)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저 말은 앤지가 맬콤이 자신을 사랑하게 되지 않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수 없이 돌이켜보고 회상을 했다는 말로 이해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런 말을 할 수가 없을 것이고 기억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것은 다음 앤지의 행동으로도 증명됩니다. 그녀는 공중전화로 가서 맬컴의 번호를 돌렸다. 번호는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십이 년 동안 단 한번도 그의 집에 전화를 건 적은 없었다. 이십이 년이면, 그녀는 신호음을 들으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아주 오랜 시간이라고 생각할걸. 그러나 앤지에게 시간은 하늘만큼이나 크고 둥글었고, 시간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바로 음악과 신을, 왜 바다가 깊은지를 이해하려는 것과 같았다. (97쪽) 이십이 년동안 앤지의 마음 속에 맬컴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앤지는 맬컴에게 전화를 걸지만 앤지의 기억 속에 있던 맬컴과는 다르게 당연히 현재는 가정을 이룬 맬컴에게 앤지는 불편한 존재입니다. 한 때는 앤지에게 “나는 언제나 당신 생각뿐이야.”, “사랑해”, “당신이 없으면 나는 어쩌지, 앤지?” (94쪽) 라고 말했던 맬컴은 작품의 후반부에는 앤지를 “개 같은 년.”(107쪽)이라고까지 말합니다. 현재 맬컴에게 앤지는 그런 존재가 된 것입니다. 물론 과거의 맬컴도 진정으로 앤지를 사랑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번도 앤지에게 선물을 사주는 법이 없었고, 앤지 역시 선물을 바란 적이 없었으니깐요. 앤지는 그렇게 과거에서 다시 현실로 서서히 빠져 나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98쪽에 나오는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런 앤지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은 모두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당연하게도 그 크리스마스트리를 버립니다. 그러나 앤지에게는 이미 지나간 크리스마스트리(과거)도 소중합니다. 그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고 빙그레 웃었으니까요. 눈 더미 위에 아무렇게나 대던져지고 쓰러진 채, 잘려진 줄기가 어색한 각도로 공중을 찌른 모양새일 나무가 얼마나 안쓰러울지 상상할 수 있었다.(98쪽) 그리고 이어서 <We Shall Overcome>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극복하고 괜찮아질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 가사의 곡을요. 작품 내에서 우리는 지속적으로 앤지가 과거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목도해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의 감정이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감정이 찾아오면서 그 감정은 결국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조그맣게 찌그러들어 크리스마스트리의 은색 술 장식처럼 마음 한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102쪽) 사이먼은 앤지를 보러 왔지만 별 다른 대화 없이 떠나게 되었습니다. 앤지에게 사이먼은 과거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슬픈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사이먼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슬펐을 앤지에게 사이먼은 비열한 말까지 던집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러 직접 보스턴에 찾아와 옷까지 벗었다는 말을요. 그녀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 과거를 회상합니다. 과거에는 행복했던 과거가 있었고 슬픈 과거도 있을 겁니다. 행복한 과거만이 현재의 그녀를 살게끔 지탱해주지만 회상이란 것은 항상 그런 식으로 작동하진 않습니다. 그녀는 불편하고 슬픈 과거도 함께 떠올릴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행복했던 회상으로 상징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그렇게 그녀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밝고 멀게 보였다. (105쪽)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에 앤지는 무언가를 깨달은듯 보입니다. 저에게는 이 장면이 이제 앤지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려는, 남들에게 한심하게 보이지 않는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다짐으로 보입니다. 앤지는 이제 머리를 복도 벽에 기대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정 치마를 만지작거리며 자신이 뭔가를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일거라고 생각했다. (108쪽) 앤절라의 작은 기쁨은 피아노를 연주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작품이 끝나고 그 이후에는 그 작은 기쁨을 조금 더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요. 교회에 가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요.
피아노 연주자를 읽었습니다. 왜 우리나라 이야기 같은지 ... 세상 어는 인종 문화에도 다 비슷한 사람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저희가 생각하듯 희생하고 헌신하고 아낌없이 주는 그런 어머니상이 보편적이고 일반적인거라 아직은 믿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많이 보게되지여. 청년들은 깨어서 나가야 할 듯 합니다. 결국 인생은 자기가 감내하고 헤쳐나가야 할 길이까요. 앤절라의 어머니처럼 대놓고 자식을 이용하는 부모도 있지만 부모의 허영심이나 자기 만족을 위해 자식들에게 강요하고 희생하길 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고향을 지키던 장남보다 무작정이든 자신의 꿈을 찾아 도회지로 나가서 성공하는 둘째와 막내들이 많았던 경우가 생각납니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독립심이나 스스로 길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생각을 기르는게 중요 할 듯 합니다. 물론 지금의 20대 청년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이지요 심적인 것을 떠나 경제적이든 직업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시대이니까요 작금은 수많은 앤젤라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게 아닐까 우울한 마음입니다.
저도 피아노연주자까지 읽었습니다. 오미라 라는 성이 우리나라 이름같기도 하고, 엄마와의 분리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걸 봐서 과연 우리나라의 병폐와도 겹쳐지는 부분이 있네요. 오미라 씨처럼 왜 저렇게 살아갈까 싶은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겁니다. 작가는 그 점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쓰는 데 탁월한 것 같아요. 말씀처럼 읽다보면 어느 순간 그저 정물처럼 바라보게 되는... 그래도 비어져나오는 한숨은 어쩔수가 없네요. 사실주의 소설이란 게 아직 남아있다면 현대(라기에는 한 세대 전쯤이 되겠지만)의 사실주의는 이 분이 구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오미라 씨를 응원합니다.
피아노 연주를 읽고, 이런 바가 마을에 있어서 함께 모여서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앤젤라는 오는 고객(마을사람)들을 잘 알고 이해하는데 .. 고객들은 앤젤라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외로움이 느껴 집니다 ~
작은기쁨- 사실 큰 기쁨과 작은기쁨은 씨실과 날실과 같이 얽혀 있는 것 같습니다. ^^ 올리브가 약간 심술보 두둑있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아들이 결혼한다면 그렇게 될까요? ㅎ
<피아노 연주자>를 읽었어요. 소설 속의 계절도 겨울, 특히 연말이어서 연말 분위기를 소설 속에서 흠뻑 누렸네요. '앤지'라는 캐릭터에 놀라운 점은, 인생이 절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는 걸 알면서도 좌절하거나 무너지지 않고, '친절한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으며 자신의 인생도 그 누구의 인생보다 더 한심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성숙함이었어요. 사이먼과 맬컴, 엄마가 앤지를 대했던 태도나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앤지가 살아오면서 받았을 크고 자잘한 상처들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앤지는 착했어요. 너무나 착한 인물 같아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도 않았고, 맬컴의 잘못된 요구도 승낙했죠. 하지만 앤지는 '깨달은 사람', 그래서 '내면의 강인함'이 생긴 인물인 것 같아요. 착한 사람만이 깨닫을 수 있는,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자신도 지켜낼 수 있는 강함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피아니스트가 되지 못하고 변호사가 된 사이먼은 자신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우쭐할 것이고... 맬컴은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해 자신을 찾죠. 그럼 과연 누가 누구를 한심해할 수 있을 것인가... 앤지는 타인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는 사람이고, 누구나 조금씩 인생은 한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우리는 '친절한 사람'에 기대어 살아간다.... 앤지는 인생을 깨달은 사람 같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인생에 대한 소설을 쓴 작가라는 점에서 작가와 가장 닮은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앤지의 <작은 기쁨>이라면 친절한 사람들이 건네는 작은 친절함이었을 것 같아요.(앤지 역시 헨리를 위해서 늘 goodbye, irene을 연주했어요)
<피아노 연주자>의 마지막 단락에 '너무 늦었을 때에야 뭔가를 깨닫는 것이 인생'이라는 문장에 공감이 가면서도 서글프네요. 최대한 덜 늦게 깨닫는 부분이 많은 삶이 되고 싶습니다.
<피아노 연주자>에 이어 <굶주림> <다른 길>까지 읽으니 이 소설집의 작품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 뜻밖의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마는 인생의 면면을 가차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들에게 비극을 안기는 방식을 지켜보다보면 아주 가차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고요... "그들은 그 밤을 결코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길>) 같은 문장에도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서로에 대한 관점을 바꿔놓은 말들"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무척 무서운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만약 키터리지 부부가 모든 걸 극복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뭔가를 극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극복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꼭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저마다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고 대개는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그걸 껴안고 살고 있는 것처럼만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런 인물들에게 계속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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