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D-29
은화님의 대화: 1부를 다시 한 번 더 쭉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네요. 작중 인간 세계가 언제부터 기후와 환경 재앙이 닥쳤는지 알지 못하다 휩쓸렸듯, 복제기술의 진행에 따라 기존 인류의 역할이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는 순환의 구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 완독하고 난 이후 느낌은 이 둘의 사랑이 인간이 가야할 길? 미래, 방향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결론을 초입에 이야기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금기, 결함을 극복해야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인류의 역사였고 소설속에 맞이한 남은 인간들의 과제였기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추방형은 인간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3부 마크에게는 축복이었겠지만 클론들에게 그들의 조직, 연대 밖으로 뺀다는 것은 결국 죽음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강했을 것 같네요. 물론 인간들은 알아서 생존하긴 할 것이다 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최소한의 예의?정도는 갖추었다고 보여지긴 합니다만.. 그런 예의, 존중심이 있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은화님 말씀에 동의 합니다. 완독 후에 생각해 보니 정말 중요한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구분점이 고민과 고뇌, 공감, 아름다움 등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일관된 사고와 사상,지식, 언어 등 더 이상 확장을 원하지 않는 사회의 클론들에게 결국 큰 시련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력은 체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고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불행이기도 한 것 같지만요. 클론들은 사는 동안은 행복하게 묘사가 된 부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화님의 대화: 2부는 몰리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동시에 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몰리의 시선과 생각에서 묘사되는 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형제자매들에게서 분리되었기 때문이지 그들의 내면은 모험을 떠났던 초기에 비해 보다 복잡해보였어요. 1) 탐험에 참가한 대원은 모두 분리로 인해 변화를 겪었지만 벤은 겉으로 보기엔 큰 동요 없이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벤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2) 몰리에게 그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3) 2부에서는 숲과 강이 건네는 소리가 자주 나옵니다. 숲과 강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1) 탐험에 참가한 대원은 모두 분리로 인해 변화를 겪었지만 벤은 겉으로 보기엔 큰 동요 없이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벤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벤은 몰리에게 양육되는 시점부터, 본인과 무리를 격리시켜 교육할 때 부터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 본능은 어떤 위협처럼 느껴졌을 것 같고 철이들기 시작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사춘기일 것 같아요. 2) 몰리에게 그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잃어버린 인류의 모습이자 지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국 다시 찾아 가야할 곳이라는 이상향의 한 조각들이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고민과 고뇌의 연장선에서 미의 추구, 기술, 소통 등 인간미 내지는 인간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3) 2부에서는 숲과 강이 건네는 소리가 자주 나옵니다. 숲과 강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자연은 고정불면하는 존재가 아닌 늘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걸 인지 시켜주는 일종의 경고로 읽혔습니다. 방사능이든 환경이든 인류가 소멸되어가는 상황에서 자연환경마저도 인간은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마크는 그 숲과 강을 탐구하고 체험하며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새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 1,2부에서 이전 세대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부에서 마크가 마무리 짓는 전개였습니다. 데이비드와 셀리아, 벤과 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이 마크에게 온전히 전해졌고 마크가 혼자서 그것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1) 3부에서는 클론들이 복제와 세대를 거칠수록 퇴화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클론들이 퇴화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 마크가 배리에게 공동체의 생존을 이야기하며 말한 피라미드의 비유를 어떤 뜻으로 이해하셨나요? 3) 마크는 배리를 사랑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반대로 배리는 마크를 사랑한 것 같나요? 왜 배리는 마크를 도왔다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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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는 인간이 홀로 사는 법에 대한 유일한 단서였다. 마크가 필요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225,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들판에서, 문 앞에서, 강이나 바다에서 언제나 혼자 서 있는 사람, 언제나 한 명이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256,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그 조각이 사람의 모양이라는 것을 볼 줄 모른다고 합시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앤드루가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배리가 느릿하게 대답했다. 그도 그 일이 중요한 이유는 몰랐다. 중요하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267,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3부를 읽다 에필로그까지 쭉 이어서 읽게 됐습니다. 이번 책은 읽어 갈수록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은화님의 대화: 어느새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 1,2부에서 이전 세대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부에서 마크가 마무리 짓는 전개였습니다. 데이비드와 셀리아, 벤과 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이 마크에게 온전히 전해졌고 마크가 혼자서 그것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1) 3부에서는 클론들이 복제와 세대를 거칠수록 퇴화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클론들이 퇴화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 마크가 배리에게 공동체의 생존을 이야기하며 말한 피라미드의 비유를 어떤 뜻으로 이해하셨나요? 3) 마크는 배리를 사랑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반대로 배리는 마크를 사랑한 것 같나요? 왜 배리는 마크를 도왔다고 보시나요?
3부랑 에필로그를 어제랑 오늘 한 번 더 읽었어요. 3부의 결말은 처음 읽을 때보다 오히려 두 번째로 읽으니 더 감동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코 같은 부류가 아니었고,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일 것 같던 배리와 마크의 관계. 세대를 거치며 데이비드에서 벤, 마크로 3대에 걸쳐 이어진 종의 생존을 위한 장대한 실험.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겪고 오히려 성숙해진 마크의 삶의 궤적이 모두 담겨 있네요. 1) 클론들의 퇴화는 이전의 인간/클론의 본질적인 차이와 비슷한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클론들을 보면 그들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근원적인 목적의식이 없어 보였어요. 단지 '살아남는 것' 자체에만 모든 역량과 관심을 집중하고 있죠. 자신들의 사회를 유지하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자기자신과 공동체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서도 그들은 무지합니다. 클론들이 고장 난 것을 고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 특정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해결책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대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봤어요. 과학기술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위한 경제적/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오늘날의 사회의식 기조에서 인문학과 철학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사고와 기술에 의한 발전의 시작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 문제해결을 위한 적응력과 탐구력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자동화, AI 등이 계속 화두가 되고 이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여러 책과 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시대죠. AI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영상들을 몇 개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나 사용법을 잘 아는 것 보다, 'AI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들이죠. 자료수집과 분석의 많은 부분을 절약하기에 이제 사용자는 기술 숙련도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기획력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AI는 사용자가 투입한 수준의 의도만큼만 해결책과 정보를 가져다 주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클론들의 퇴화는 이런 능력들이 부족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않을까요. 그들에게는 이전 인류들이 썼던 수준의 기술과 과학이 있었고, 그것을 사용할 줄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공동체의 유지와 생존'에만 사용해왔죠. 그들은 바깥 세계를 궁금해 하지도 않고, 지금의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고민이나 의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고민과 생각의 부족은 사고력, 추상화, 창조성이 싹 틀 자리를 메워버렸을 겁니다. 생물종으로서의 생존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잊은 모습입니다. 그저 인간을 복제해서 수를 늘리기만 하느라 임신과 육아를 통해 선천적/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개인의 특질, 인간성, 사회적응력, 친화력, 상호작용을 내다버렸죠. 기능에만 집착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앤드루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노동계층만 대량복제하는 지경으로 갑니다. 이쯤되면 의사소통만 가능할 뿐 단순한 소모품이자 인간의 껍데기로 보였습니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여러 개의 세포와 장기가 모여있을 뿐인 육체 덩어리처럼요. 몰리가 가졌던 그림 그리는 재능은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쓸모있는 능력,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구분지을 수 있을까요. 클론들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사라진,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능력들은 처음에는 미미했어도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인간성도 같이 사라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생존에 집착하느라 인간성을 버리고 기술에 의존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적 능력이 결여되어 퇴화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었어요. 책에서 몰리나 마크는 여러 번 도시가 그들을 구원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죠. 아마도 그건 작가가 개인이 직업/기능/자본으로만 평가받고, 인간성이 획일화된 도시기반의 현대문명을 지적하려던게 아닐까요.
은화님의 대화: 3부랑 에필로그를 어제랑 오늘 한 번 더 읽었어요. 3부의 결말은 처음 읽을 때보다 오히려 두 번째로 읽으니 더 감동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코 같은 부류가 아니었고,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일 것 같던 배리와 마크의 관계. 세대를 거치며 데이비드에서 벤, 마크로 3대에 걸쳐 이어진 종의 생존을 위한 장대한 실험.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겪고 오히려 성숙해진 마크의 삶의 궤적이 모두 담겨 있네요. 1) 클론들의 퇴화는 이전의 인간/클론의 본질적인 차이와 비슷한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클론들을 보면 그들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근원적인 목적의식이 없어 보였어요. 단지 '살아남는 것' 자체에만 모든 역량과 관심을 집중하고 있죠. 자신들의 사회를 유지하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자기자신과 공동체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서도 그들은 무지합니다. 클론들이 고장 난 것을 고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 특정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해결책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대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봤어요. 과학기술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위한 경제적/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오늘날의 사회의식 기조에서 인문학과 철학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사고와 기술에 의한 발전의 시작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 문제해결을 위한 적응력과 탐구력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자동화, AI 등이 계속 화두가 되고 이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여러 책과 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시대죠. AI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영상들을 몇 개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나 사용법을 잘 아는 것 보다, 'AI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들이죠. 자료수집과 분석의 많은 부분을 절약하기에 이제 사용자는 기술 숙련도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기획력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AI는 사용자가 투입한 수준의 의도만큼만 해결책과 정보를 가져다 주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클론들의 퇴화는 이런 능력들이 부족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않을까요. 그들에게는 이전 인류들이 썼던 수준의 기술과 과학이 있었고, 그것을 사용할 줄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공동체의 유지와 생존'에만 사용해왔죠. 그들은 바깥 세계를 궁금해 하지도 않고, 지금의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고민이나 의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고민과 생각의 부족은 사고력, 추상화, 창조성이 싹 틀 자리를 메워버렸을 겁니다. 생물종으로서의 생존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잊은 모습입니다. 그저 인간을 복제해서 수를 늘리기만 하느라 임신과 육아를 통해 선천적/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개인의 특질, 인간성, 사회적응력, 친화력, 상호작용을 내다버렸죠. 기능에만 집착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앤드루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노동계층만 대량복제하는 지경으로 갑니다. 이쯤되면 의사소통만 가능할 뿐 단순한 소모품이자 인간의 껍데기로 보였습니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여러 개의 세포와 장기가 모여있을 뿐인 육체 덩어리처럼요. 몰리가 가졌던 그림 그리는 재능은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쓸모있는 능력,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구분지을 수 있을까요. 클론들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사라진,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능력들은 처음에는 미미했어도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인간성도 같이 사라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생존에 집착하느라 인간성을 버리고 기술에 의존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적 능력이 결여되어 퇴화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었어요. 책에서 몰리나 마크는 여러 번 도시가 그들을 구원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죠. 아마도 그건 작가가 개인이 직업/기능/자본으로만 평가받고, 인간성이 획일화된 도시기반의 현대문명을 지적하려던게 아닐까요.
공감합니다~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는 무리가 생기고 그 구분에 따라 복제된 클론들의 미래가 계급 사회를 연상시켜 더욱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borori님의 대화: 공감합니다~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구분하는 무리가 생기고 그 구분에 따라 복제된 클론들의 미래가 계급 사회를 연상시켜 더욱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읽다 보니 <멋진 신세계>가 자주 겹쳐 보였어요. 서로 전혀 다른 작가의 작품들이지만 1부와 2부는 마치 멋진 신세계로 가는 중간 단계가 이런 풍경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요. 생존에 성공한 모습이 <멋진 신세계>라면 실패한 사회가 이 작품이었을 것 같은...
은화님의 대화: 3부랑 에필로그를 어제랑 오늘 한 번 더 읽었어요. 3부의 결말은 처음 읽을 때보다 오히려 두 번째로 읽으니 더 감동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코 같은 부류가 아니었고,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일 것 같던 배리와 마크의 관계. 세대를 거치며 데이비드에서 벤, 마크로 3대에 걸쳐 이어진 종의 생존을 위한 장대한 실험.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겪고 오히려 성숙해진 마크의 삶의 궤적이 모두 담겨 있네요. 1) 클론들의 퇴화는 이전의 인간/클론의 본질적인 차이와 비슷한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클론들을 보면 그들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근원적인 목적의식이 없어 보였어요. 단지 '살아남는 것' 자체에만 모든 역량과 관심을 집중하고 있죠. 자신들의 사회를 유지하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자기자신과 공동체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서도 그들은 무지합니다. 클론들이 고장 난 것을 고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 특정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해결책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대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봤어요. 과학기술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위한 경제적/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오늘날의 사회의식 기조에서 인문학과 철학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사고와 기술에 의한 발전의 시작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 문제해결을 위한 적응력과 탐구력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자동화, AI 등이 계속 화두가 되고 이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여러 책과 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시대죠. AI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영상들을 몇 개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나 사용법을 잘 아는 것 보다, 'AI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들이죠. 자료수집과 분석의 많은 부분을 절약하기에 이제 사용자는 기술 숙련도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기획력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AI는 사용자가 투입한 수준의 의도만큼만 해결책과 정보를 가져다 주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클론들의 퇴화는 이런 능력들이 부족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않을까요. 그들에게는 이전 인류들이 썼던 수준의 기술과 과학이 있었고, 그것을 사용할 줄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공동체의 유지와 생존'에만 사용해왔죠. 그들은 바깥 세계를 궁금해 하지도 않고, 지금의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고민이나 의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고민과 생각의 부족은 사고력, 추상화, 창조성이 싹 틀 자리를 메워버렸을 겁니다. 생물종으로서의 생존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잊은 모습입니다. 그저 인간을 복제해서 수를 늘리기만 하느라 임신과 육아를 통해 선천적/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개인의 특질, 인간성, 사회적응력, 친화력, 상호작용을 내다버렸죠. 기능에만 집착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앤드루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노동계층만 대량복제하는 지경으로 갑니다. 이쯤되면 의사소통만 가능할 뿐 단순한 소모품이자 인간의 껍데기로 보였습니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여러 개의 세포와 장기가 모여있을 뿐인 육체 덩어리처럼요. 몰리가 가졌던 그림 그리는 재능은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쓸모있는 능력,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구분지을 수 있을까요. 클론들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사라진,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능력들은 처음에는 미미했어도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인간성도 같이 사라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생존에 집착하느라 인간성을 버리고 기술에 의존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적 능력이 결여되어 퇴화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었어요. 책에서 몰리나 마크는 여러 번 도시가 그들을 구원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죠. 아마도 그건 작가가 개인이 직업/기능/자본으로만 평가받고, 인간성이 획일화된 도시기반의 현대문명을 지적하려던게 아닐까요.
2) 피라미드의 비유는 근본적인 것을 잊은 사회는 결국 높이 올라갈수록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해했어요. 클론들은 이전 시대의 기술 덕에 살아남았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그것들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죠. 공동체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 보였습니다. 하지만 앤드루를 비롯한 클론들은 근본적인 사회의 모순을 고민하기 보다는 현재의 기술에 다시 매달리기로 택하죠. 그리고 그 기술의 방향성마저도 다시 뒤바꾸어 편의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모습은 그들도 결국 인간의 결함을 반복하는 구도라 씁쓸했습니다. 이 비유를 작가는 자본과 과학기술에 의존할수록 인간성에서 멀어지는 현대사회를 경고하는 의도로 썼다고 봐요. 필요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획일화 하는 사회는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겠죠. 개인들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함께 적응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사회가 우리를 빚어내도록 놔둔다면 우리는 점점 자신에게서 멀어진다는 얘기 아닐까 싶습니다. 3) 전 배리가 사랑을 머리로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이미 그의 내면에는 사랑이 싹을 텄다고 봐요. 배리는 처음에는 마크를 분석대상으로 관찰하죠. 하지만 점차 마크가 공동체에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이 바뀌면서 마크의 동기나 사고방식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봅니다. 마크가 어디서 생존지식을 얻었는지, 마크가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마크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대화하고 보고 들으며 이해하게 되죠. 배리는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점차 관찰자에서 마크의 아버지이자 부모로 역할이 바뀌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리에게도 인간성이 발달한 것 같습니다. 마크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 오히려 배리의 자아와 인격을 발달시킨거죠. 3부에 배리는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며 자연의 복잡성을 떠올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눈송이 하나하나가 제각기 다름을 사색하는 모습은 그가 자연을 통해 독립적인 개체가 모여 조화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배리는 아마도 이 즈음부터 자신들의 생존과 사회실험이 점점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실패를 생각하고 있었다고 봐요. 다른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는 사회는 한 가지 대안 밖에 고려하지 못하기에 실패의 가능성이 더 커지죠. 결말에서 배리는 한 명의 학자로서 마크의 실험에 기대를 걸고 그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벤과 몰리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마크가 자신의 방식으로, 한 명의 인간으로 계속 살아남기를 원한 가족의 마음이 담겼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책 전체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인상깊은 대목이 있었나요? 저는 24장에서 마크가 카누를 타고 여행하는 묘사들이 좋았어요. 잔잔하게 자연의 모습을 묘사하고, 그 안에서 마크가 생존하는 모습이 하나의 영화처럼 그려지더라고요. 사람과 문명이 하나도 없는 순수하고 복원된 자연의 광경, 그 안에서 혼자 헤쳐나가고 적응하는 마크는 몰리가 그리던 고독한 그림들과 겹쳐 보였어요. 몰리는 존재의 고독을 묘사했지만 마크는 그 고독과 자연 속에서 만족감과 평안을 느끼는 것이 대비되네요. 한편 3부에서 곳간에 불이 나고, 물줄기가 토사에 묻히고, 목장이 무너지는 일련의 사건을 읽을 때 저는 처음에 앤드루가 마크를 제거하고자 모략을 꾸미는 게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읽고 나니 '클론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다시 머리에 떠오르더라고요. 마크가 배리에게 자신은 결백하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보며 마크가 독자인 저도 속일 정도로 거짓말을 잘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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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세계문학선X그믐XSAM] #02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내가 사랑한 책방들
[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그믐밤] 3. 우리가 사랑한 책방 @구름산책[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섬에 있는 서점" 읽기 모임
나 혼자 산다(X) 나 혼자 읽는다(0)
운동 독립부자는 왜 더 부자가 되는가현실 온라인 게임
🎵 책으로 듣는 음악
<모차르트 평전> 함께 읽으실래요? [김영사/책증정] 대화도 음악이 된다! <내일 음악이 사라진다면> 함께 읽어요[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차무진 작가와 <어떤, 클래식>을 읽어 보아요. [그믐밤] 33. 나를 기록하는 인터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계속 이어가는 연간 모임들이지만 언제든 중간 참여 가능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4월〕 달걀은 닭의 미래다 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12주에 STS 관련 책 12권 읽기 ② 브뤼노 라투르의 과학인문학 편지 (브뤼노 라투르)
같은 책 함께 읽기 vs 혼자 읽기
[이달의 소설] 2월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함께 읽어요자유롭게 : '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 읽기..☆
매거진의 세계로~
편집부도, 독자들도 샤이한 우리 매거진 *톱클래스를 읽는 여러분의 피드백을 듣고 싶어요.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홍정기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9호 함께 읽기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한국인 저자가 들려주는 채식 이야기 🥦🍆
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⑨ 먹히는 자에 대한 예의 (김태권)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⑩ 물건이 아니다 (박주연)12주에 채식 관련 책 12권 읽기 ⑪ 비만의 사회학(박승준)
한 사람의 인간을 깊이 있게 들여다봅니다
<모차르트 평전> 함께 읽으실래요? [그믐북클럽] 8.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읽고 알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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