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D-29
데이비드를 죽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밝혀질지 어떨지, 클론이 그정도로 인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전 아마도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배려하는 의미에서 추방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큰 형벌을 내린 게 아닌가 생각해요. 클론들이 그를 죽이지 않은 건 W-1이 말했듯, 단지 자신들이 인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며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한 의도 같습니다. 자신들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목 졸라 죽이는 인간들과 달리 더 우월한 존재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의 실패를 죽을 때까지 되새기라는 형벌로 느꼈어요. 월트와 블라직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블라직이 나중에 미쳤다고는 하지만 작중 누구도 그 후 블라직의 소식도, 모습도 못봤을 뿐더러 '왜, 어떻게' 미쳤는지를 모르죠.) 클론들은 자신들의 동족이 죽은 순간부터 인류에게 적대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1) 저는 셀리아와 데이비드 간의 사랑이 1부의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복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소재라면 이 둘의 사랑은 저변에 깔려있는 느낌이었어요. 인간복제와 근친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부의 핵심 단어는 '금기'와 '결함'이라고 봤습니다. 데이비드가 셀리아를 사랑했음에도 결혼하지 못한 이유는 주변 이웃들의 사회적 인식, 생물학적 결함에 대한 우려(둘 다 터무니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터부를 넘지 못하는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에요. 전 둘이 어떤 식으로든 정말로 결혼하고자 했으면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마치 일부러 핑계를 찾아내 멀어지려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격렬하게 싸우던 모습이 양상만 달라졌을 뿐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건 꼭 같은 극성끼리 붙이면 서로 밀어내는 자석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1부에서는 또한 결함에 대한 설명이 자주 나옵니다. 책은 데이비드가 어릴 적 친척들이 자신을 두고 이런저런 품평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을 장점보다는 그에 대해 어른들이 바라보는 부족, 결핍, 단점을 지적하는 말들이죠. 인공적으로 복제된 동물들은 쥐, 가축만이 아니라 클론까지 모두 4세대에서부터 가임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기에 그저 5세대를 잘 넘어가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제된 클론들은 자신들의 원형이 되는 사람들이 가졌던 습관이 없다는 묘사가 있죠. 결함의 반복되는 묘사를 생각해보면 데이비드가 느낀 사랑은 인간 자체가 갖는 '결함' 또는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의 상징으로 느꼈어요. 데이비드는 결국 셀리아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자신을 얽매는 모든 사회적/도덕적 구속이 다 의미없는 시대가 오자 금기를 넘는 모습은 인간복제라는 과학적 금기에 동참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비록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끝에 가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클론 기술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셀리아와의 사랑은 데이비드 자신 그리고 인간이 가진 결함으로 인해 금기를 깨며 생기는 문제를 되풀이해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함이 없다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데이비드가 사촌에 대한 사랑을 극복하거나 미혹을 떨쳐냈다면 다른 삶을 살았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그게 과연 지금의 우리 앞에 있는 데이비드와 같은 존재일까요? 데이비드는 셀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역으로 복제 실험에 끝까지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클론들은 인간이 가졌던 결함들을 넘어 인류의 주도권과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그런데 그 클론들을 보며 데이비드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두려워 합니다. 금기는 제약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자신 그리고 사회가 정한 규범은 지켜야 할 가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들이 제약이 되어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이전 모임인 <키리냐가>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나오죠. 물론 이 작품에서의 터부는 사촌간 근친혼 그리고 인간복제라는 다른 영역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금기이고 아닌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삼촌 사이는 안되지만 사촌이나 오촌부터는 결혼을 허락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장기나 눈을 복제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면 그 다음에는 상반신이나 하반신, 나중에는 뇌를 제외한 인간의 전신을 복제해도 되는 것일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작가는 금기와 결함이라는 영역에 있어 이걸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금기를 넘어서는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넘지 않는 것이 인간적인 모습일까요?>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리에 돌고 도네요. * 셀리아와 데이비드의 사이를 사촌으로 설정한 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가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으로도 볼 수 없는 사이라는 모호한 경계에 일부러 둘을 놓지 않았을까요.
초반부터 근친이 나와 불편하기도 했는데 납득이 가는 해석이에요. 그런 설계를 집어넣은 작가도 놀랍구요. 블라직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클론들의 본모습, 그들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 완독하고 난 이후 느낌은 이 둘의 사랑이 인간이 가야할 길? 미래, 방향을 의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국 결론을 초입에 이야기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금기, 결함을 극복해야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것이 인류의 역사였고 소설속에 맞이한 남은 인간들의 과제였기 때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역시 추방형은 인간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3부 마크에게는 축복이었겠지만 클론들에게 그들의 조직, 연대 밖으로 뺀다는 것은 결국 죽음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강했을 것 같네요. 물론 인간들은 알아서 생존하긴 할 것이다 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최소한의 예의?정도는 갖추었다고 보여지긴 합니다만.. 그런 예의, 존중심이 있었을 것 같진 않습니다.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 은화님 말씀에 동의 합니다. 완독 후에 생각해 보니 정말 중요한 차이인 것 같습니다. 인간과 동물의 구분점이 고민과 고뇌, 공감, 아름다움 등 다양성이 사라진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일관된 사고와 사상,지식, 언어 등 더 이상 확장을 원하지 않는 사회의 클론들에게 결국 큰 시련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력은 체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고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게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불행이기도 한 것 같지만요. 클론들은 사는 동안은 행복하게 묘사가 된 부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성생식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고등생물이 과거에 그렇게 진화해 왔다고 해서 생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 종이 멸종할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울 더 고등한 생물이 등장해 왔지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91,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걔들은 가임자를 클론을 보충하는 목적에만 활용할 생각이에요. 클론들 사이에서 인간은 천민이나 다름없어질 거라고요. 우리가 이루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것을 파괴해 버릴 거예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 92,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1부까지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봐서 그저 아포칼립스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클론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클론 이야기로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하는 소설은 카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인데 클론이라는 소재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 주인공의 죽은 연인까지 여러 버전의 클론으로 만드는 상황이 정말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격리되어 살지 않았음에도 인간과 클론이 적대적일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이 생략된 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자신의 클론을 살해한 여자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요.) 이야기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어 흥미롭네요!
오래된 숲, 산 구석 깊은 숲에서 나무들은 유전자를 지키며, 비탈을 내려갈 준비를 하고 그들에게 맞는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데이비드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기지개를 켜고 누웠고, 그의 꿈속 차갑고 축축한 숲에는 공룡이 누비고 새가 지저귀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 103,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W-1은 긴장할 때마다 나타나는 월트의 버릇도, 대화의 일부라도 되는 양 책상을 두드리는 월트의 습관도 전혀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귀를 당기지도 코를 문지르지도 않았다. 한 부분이 죽어 있는, 일부가 빠진 월트였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89,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해골이 반쯤 땅에 묻혀 있거나, 쓰레기 더미 위나 건물 안 곳곳에 널려 있었다. 벤은 그들이 얼마나 쉽게 해골을 무시해 버리게 되었는지를 문득 생각했다. 다른 종, 지금은 멸종된, 불쌍한 종, 이미 지난 일.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133,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그리고 오랫동안 노를 저을 때면 무엇인가 다른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풀려나는 것 같은 감각이 찾아왔다. 이럴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생각, 이상한 환영이 나타났다. 몰리는 경이에 사로잡혀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러면 세상은 낯설게 다가왔다. 보이는 광경을 묘사하는 일에 말은 아무런 소용이 없고, 오로지 색채만이, 색채와 선과 빛만이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143,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전 3번 물음에서 클론의 차이점은 고민이 없는 모습 같습니다. 1부의 등장인물들 중 인간들은 각자 자신만의 고뇌와 사투를 벌이죠. 클론들의 속마음 묘사가 없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거리낌이나 망설임, 고민이 없어보였습니다. 앞서 말한 금기와 연관지어보면, 금기를 깰 것인지 지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 둘 모두 인간적인 요소라고 생각해요. 반면 클론들은 금기에 대해 무지하거나 또는 인식하지 않는 느낌이었어요. 그들은 난교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무성생식 복제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고려합니다. 이렇게보면 고민과 고뇌가 인간과 클론을 구분짓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1부 결말 부분도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W-2가 데이비드를 추방지로 데려다 놓고 돌아갈 때 복제 데이비드가 복제 셀리아를 임신시켰다는 말을 직접 전합니다. 데이비드와 셀리아가 이루지 못한 사랑을 클론들이 대신 이루는 모습은 아이러니했어요. 데이비드의 못다한 소원을 대신 충족시켜주기 위한 마지막 배려로 그 말을 전한 것인지, 또는 데이비드에게 조롱의 의미로 말한 것인지 독자에 따라 해석이 갈릴 것 같습니다.
2부를 읽으며 여행에서 돌아온 몰리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일까 저도 감이 잡히지 않은 채 읽어갔습니다. 전혀 눈치채지 못한 터라 마크가 태어난 사건도 놀라웠고요. 3부를 읽어가면서 조금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방금 2부까지 다 읽었습니다. 1부는 현재의 지구 이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한 배경 설정의 느낌으로 회고적인 분위기였다면 2부는 몰리 본인의 자아 그리고 몰리와 벤의 관계, 마크의 관계에 주목하는 서정적인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분위기네요. 클론 공동체의 어두운 뒷면을 보니 마음이 착잡합니다. 전체를 위해 구성원을 물건이나 죽은 세포처럼 아무렇지 않게 소모할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은 클론들이 얼마나 인간과 다른 존재인지 보여주는 부분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부는 몰리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동시에 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몰리의 시선과 생각에서 묘사되는 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형제자매들에게서 분리되었기 때문이지 그들의 내면은 모험을 떠났던 초기에 비해 보다 복잡해보였어요. 1) 탐험에 참가한 대원은 모두 분리로 인해 변화를 겪었지만 벤은 겉으로 보기엔 큰 동요 없이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벤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2) 몰리에게 그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3) 2부에서는 숲과 강이 건네는 소리가 자주 나옵니다. 숲과 강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개인의 개성이나 정체성을 예술, 몰리에게는 그림에 대한 갈망으로 본 것 같습니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에서 전체주의적 사회에 살던 주인공이 혼자만 갑자기 색을 보게 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숲과 강과 같은 자연도 그러한 인간성 회복의 상징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1) 전 벤이 변한 시점보다는, 자신의 변화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이유를 더 궁금해하며 읽었어요. 벤은 여정 중에도, 돌아와서도 아무 일도 없던 듯 행동합니다. 분리의 경험을 통해 얻은 평온을 포기하지 않으려던 몰리를 생각해보면 벤은 형제와 집단으로부터 떨어지고 싶지 않아 일부러 무덤덤한 척, 강한 척을 한 게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몰리를 상담하고 그녀와 교류하면서, 특히 몰리의 그림과 작품을 보면서 벤 스스로의 마음 속에 있던 자아가 더 자극을 받고 성장하며 변화한 것 같습니다. 2) 2부에서 몰리가 그리는 그림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흥미로웠어요. 몰리가 벤과 나누는 대화 중에 그녀가 쓸모가 있을 때까지는 외딴 집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죠. 전 이 부분을 보며 몰리가 마을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려야 하는 것'을 그렸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보와 기능으로서의 목적을 담은 지도, 도시의 풍경을 공동체가 요구했고 거기에 색채와 같은 부가적인 것들은 불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분리로 인한 자아가 생긴 뒤부터 몰리는 말과 글로는 묘사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을 최대한 시각화 하고자 그림에 매달리죠. 벤에게 색을 칠할 수 있게 도와 달라는 부탁은 단순히 정보로서의 밑그림에 그치지 않고, 그림을 통해 어떻게든 자아와 감정을 구체화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으로 보여요. 바위에서 솟아나는 나무, 망망대해에 떠있는 배, 작게 뭉뚱그러져 잘 보이지 않는 인물들은 모두 그녀가 공동체에서 분리되어 느끼는 불안과 더불어 개체로서의 외로움을 표현한 거겠죠. 클론으로서의 몰리는 개체로서 의미가 없었고 탐사대원으로서, 본 것을 그대로 기억해 그릴 수 있는 능력자로서만 마을에 의미가 있는 존재였어요. 쓸모와 역할만이 몰리의 인생을 정의했습니다. 하지만 독립된 개체가 된 이후부터 몰리는 물건 같은 존재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자신이 뭘 그리고 싶은건지, 왜 그리는지 스스로도 모르지만 계속 그려나갑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림은 몰리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이자 동시에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자신의 자아를 빚어내기 위한 과정 그 자체 같네요. 그림의 주제를 바꾼 건 몰리지만 몰리를 바꾼 것이 또한 그림인 순환 구도가 떠올랐습니다. 3) 이 책에서는 숲이 마치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묘사되는 부분이 많네요. 아마도 숲의 소리는 물리적인 바람 소리를 넘어, 자연을 보며 그것에 마음이 동하는 인간의 내면을 말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숲이나 산에 가면 풍경을 보며 무섭게 느낄 때도 있고, 때로는 멋지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 모든 느낌은 우리 스스로의 의식이 만들어내는 것이죠. 자연은 그 자체로 어떠한 감정이 없이 무정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거나 담아내려고 합니다. 도시와 달리 자연에서는 위계, 질서, 법과 같이 인간을 구속하거나 구분 짓던 벽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자연과 '나'만이 남죠. 순수한 본연의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클론들이 숲을 두려워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해요. 공동의식이나 집단사고에 눌려 가려져 있던 사색과 자아가 떠오르는데 클론들에게는 익숙한 경험이 아니었겠죠. 우리도 상상하거나, 생각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면 가끔 육성의 목소리를 머리에서 떠올리게 되는데 그런 것들이지 않을까요. 늘 어딘가에 몰두해 일을 하고, 공동체의 생각과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클론들이 마주한 적 없던 자아를 대면하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오히려 인간들은 숲과 나무에게서 위안을 얻는데 반해 클론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상반된 묘사가 의미심장했습니다.
1) 탐험에 참가한 대원은 모두 분리로 인해 변화를 겪었지만 벤은 겉으로 보기엔 큰 동요 없이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벤이 언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보시나요?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나요? 벤은 몰리에게 양육되는 시점부터, 본인과 무리를 격리시켜 교육할 때 부터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 본능은 어떤 위협처럼 느껴졌을 것 같고 철이들기 시작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사춘기일 것 같아요. 2) 몰리에게 그림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잃어버린 인류의 모습이자 지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국 다시 찾아 가야할 곳이라는 이상향의 한 조각들이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고민과 고뇌의 연장선에서 미의 추구, 기술, 소통 등 인간미 내지는 인간성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3) 2부에서는 숲과 강이 건네는 소리가 자주 나옵니다. 숲과 강의 소리는 무엇일까요? 자연은 고정불면하는 존재가 아닌 늘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는 걸 인지 시켜주는 일종의 경고로 읽혔습니다. 방사능이든 환경이든 인류가 소멸되어가는 상황에서 자연환경마저도 인간은 도전하고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이기 때문에 마크는 그 숲과 강을 탐구하고 체험하며
완벽하게 기능하는 단일체에게는 비밀이 없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184,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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