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님의 대화: 어느새 일주일 정도밖에 안 남았네요. 1,2부에서 이전 세대가 마무리 짓지 못한 이야기를 3부에서 마크가 마무리 짓는 전개였습니다. 데이비드와 셀리아, 벤과 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이 마크에게 온전히 전해졌고 마크가 혼자서 그것을 감당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1) 3부에서는 클론들이 복제와 세대를 거칠수록 퇴화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클론들이 퇴화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 마크가 배리에게 공동체의 생존을 이야기하며 말한 피라미드의 비유를 어떤 뜻으로 이해하셨나요?
3) 마크는 배리를 사랑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 반대로 배리는 마크를 사랑한 것 같나요? 왜 배리는 마크를 도왔다고 보시나요?
3부랑 에필로그를 어제랑 오늘 한 번 더 읽었어요. 3부의 결말은 처음 읽을 때보다 오히려 두 번째로 읽으니 더 감동과 소름이 돋았습니다. 결코 같은 부류가 아니었고, 어울릴 수 없는 사이일 것 같던 배리와 마크의 관계. 세대를 거치며 데이비드에서 벤, 마크로 3대에 걸쳐 이어진 종의 생존을 위한 장대한 실험. 청소년기의 질풍노도를 겪고 오히려 성숙해진 마크의 삶의 궤적이 모두 담겨 있네요.
1) 클론들의 퇴화는 이전의 인간/클론의 본질적인 차이와 비슷한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클론들을 보면 그들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나 근원적인 목적의식이 없어 보였어요. 단지 '살아남는 것' 자체에만 모든 역량과 관심을 집중하고 있죠. 자신들의 사회를 유지하는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자기자신과 공동체의 본질과 원리에 대해서도 그들은 무지합니다.
클론들이 고장 난 것을 고칠 수는 있어도 새로운 생각이나 방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 특정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해결책을 다르게 적용하거나 대입하지 못하는 상황은 소설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봤어요.
과학기술적 접근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 그리고 이를 위한 경제적/분석적 사고에 기반한 오늘날의 사회의식 기조에서 인문학과 철학은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죠. 하지만 과학적 사고와 기술에 의한 발전의 시작에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고민, 문제해결을 위한 적응력과 탐구력이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 로봇, 자동화, AI 등이 계속 화두가 되고 이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이 여러 책과 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시대죠. AI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영상들을 몇 개 보다 보면 비슷한 내용들이 나옵니다. AI에 대한 기술적 이해나 사용법을 잘 아는 것 보다, 'AI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메세지들이죠.
자료수집과 분석의 많은 부분을 절약하기에 이제 사용자는 기술 숙련도보다는 본인이 무엇을 해결하고자 하는지, 어떻게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지에 대한 기획력과 고민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AI는 사용자가 투입한 수준의 의도만큼만 해결책과 정보를 가져다 주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거나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가 더 잘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어요.
클론들의 퇴화는 이런 능력들이 부족하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지 않을까요. 그들에게는 이전 인류들이 썼던 수준의 기술과 과학이 있었고, 그것을 사용할 줄도 알았지만 그 모든 것을 '공동체의 유지와 생존'에만 사용해왔죠. 그들은 바깥 세계를 궁금해 하지도 않고, 지금의 사회를 바꾸어보려는 고민이나 의도가 결여되어 있습니다. 고민과 생각의 부족은 사고력, 추상화, 창조성이 싹 틀 자리를 메워버렸을 겁니다.
생물종으로서의 생존에만 몰두한 나머지 인간으로서의 생존을 잊은 모습입니다. 그저 인간을 복제해서 수를 늘리기만 하느라 임신과 육아를 통해 선천적/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개인의 특질, 인간성, 사회적응력, 친화력, 상호작용을 내다버렸죠. 기능에만 집착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앤드루가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르는 노동계층만 대량복제하는 지경으로 갑니다. 이쯤되면 의사소통만 가능할 뿐 단순한 소모품이자 인간의 껍데기로 보였습니다.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여러 개의 세포와 장기가 모여있을 뿐인 육체 덩어리처럼요.
몰리가 가졌던 그림 그리는 재능은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디서 어디까지가 쓸모있는 능력, 쓸모없는 능력이라는 것을 구분지을 수 있을까요. 클론들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사라진, 사라졌는지도 모르는 크고 작은 능력들은 처음에는 미미했어도 어느 순간부터 그것들이 사라지면서 인간성도 같이 사라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생존에 집착하느라 인간성을 버리고 기술에 의존할수록, 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적 능력이 결여되어 퇴화하는 클론들의 모습은 매우 역설적이었어요. 책에서 몰리나 마크는 여러 번 도시가 그들을 구원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죠. 아마도 그건 작가가 개인이 직업/기능/자본으로만 평가받고, 인간성이 획일화된 도시기반의 현대문명을 지적하려던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