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SF소설] 0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 케이트 윌헬름

D-29
은화님의 대화: 저도 몰랐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찾아보니 옥타비아 버틀러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와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이후에 다른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 후속작을 계획하고 몇 번 시도도 했다고 하네요. '사기꾼의 우화(Parable of the Trickster)'는 은총 바로 다음의 이야기로 작가가 글을 써내려 갔다가 번번이 막히고는 <쇼리>를 끝으로 더 이상 시도하지 못했다는데 아쉽네요.
아 그렇게 되었군요... 사 둔 책은 마저 읽어봐야겠습니다. 근작은 와일드 시드였었습니다. SF와 환타지, 그리고 아프리카의 안타까운 역사를 절묘하게 엮어 멋진 한편의 소설로 엮은 작품이었습니다. 쇼리 다음에 읽었는데 옥타비아 여사님의 상상력은 정말 어디로 튈 지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그 한 가운데는 아프리카와 여성 이라는 주제는 항상 굳건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우화 두 권은 또 어떨지 기대됩니다.
다들 책 준비는 잘 하셨나요? 사전에 안내드린 대로 이번 책은 분량이 길지 않아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자유롭게 얘기하는 일정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터에 나갔다. 예전만큼 생산량이 많지는 않았고 불필요한 물건은 전혀 만들지 않았지만, 공장도 계속 돌아갔다. 연료가 석탄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었다. 데이비드는 어두워진 도시, 녹슬어 가는 트럭 부대, 옥수수와 밀이 썩어가는 벌판을 떠올렸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34,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더 복잡한 생물은 성적으로 자연 번식하지 않으면 멸종하게 되죠. 멸종을 피할 길은 내재되어 있어요. 무언가가 기억하여 스스로를 치료하는 거죠."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39,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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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생식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고등생물이 과거에 그렇게 진화해 왔다고 해서 생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 종이 멸종할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울 더 고등한 생물이 등장해 왔지요. p91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은화님의 문장 수집: ""더 복잡한 생물은 성적으로 자연 번식하지 않으면 멸종하게 되죠. 멸종을 피할 길은 내재되어 있어요. 무언가가 기억하여 스스로를 치료하는 거죠.""
요 문장 저도 꼽았는데요 1부를 다 읽을 즈음에 아래 W-1의 말로 의견충돌이 일어나네요.. 저는 아래 문장 '유성생식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가 이 책을 가로지르는 가장 큰 핵심 주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적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전개가 빠르고 시간흐름도 빨라 집중이 필요하네요.. 한 번에 다 읽고 싶지만 조금 곱씹어 보면서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어디로 튈지 몰라 조금은 조마조마 한게 이게 이 책의 재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클론들이 새로운 종으로 인식한다는 것이 좀 새로웠습니다. 자신들을 지키려고 무리지어 다는 것도 놀라웠구요. 유성생식이 큰 핵심 주제라는 걸 중반을 지나가기 전까지는 전혀 눈치채지도 못했습니다. ㅎㅎ 2부를 넘어가며 재미가 짙어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 몇 개월 동안은 남자든 여자든 신생아실에 필요한 일손이 부족할 때가 없었고, 예전에는 거의 하는 사람이 없던 사소한 일거리도 너나없이 도왔다. 다들 자기가 의사나 생물학자가 된 줄 안다고 월트가 투덜거렸다. (중략) 어느 날 밤, 나란히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월트가 말했다. "이제 이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던 내 말 이해하지?" 데이비드는 이해했다. 조그맣고 발그레한 셀리아를 내려다볼 때마다, 그는 삼촌의 말을 더 완전히 이해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70~71,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실수였어.' 데이비드는 월트의 사무실 창 너머로 사내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살아있는 기억들, 아이들은 바로 그것이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 72,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전 방금 12장까지 읽었습니다. 종의 유지에 있어 개체로서의 독립성과 집단으로서의 균질성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데이비드와 월트가 만들어 낸 복제인간들은 의식/감각공유의 능력이 있는 것 같네요. 덕분에 그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정보와 사건을 모두 공유하나 봐요. 책을 읽으면서 전 계속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떠올랐습니다. 여기에서 공룡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과거의 생명체와 똑같아 보이지만 사실 유전자를 100% 복원할 수 없어 개구리의 유전자를 결합하죠. 공룡이 아니라 공룡처럼 보이는 키메라들입니다. 이런 설정을 더 부각하기 위해 <쥬라기 월드> 시리즈로 넘어가면서 외형조차 공룡이 아닌 인공생명체들이 등장하고요. 1부 끝자락에서 월트는 복제인간들이 클론 기술을 통한 무성생식 연구로 발을 돌리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며 '편한 방식으로 일하려고 한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애초에 월트와 데이비드가 인간복제를 결심한 순간부터 이미 결말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을까요.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초기에 '공룡을 닮은 무언가'들이 작품을 거듭할수록 인간의 욕심이 개입되면서 '공룡이 아닌 무언가'로 점점 인공괴물로 바뀌어 가는 서사입니다. 이미 한 번 어떤 식으로든 생명 복제의 길이 열리는 순간,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의 개념은 본래와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느껴졌습니다.
쥬라기 공원코스타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 세워진 테마 파크 쥬라기 공원. 최신 복제 기술로 살아난 공룡들이 활보하는 이곳에 공룡학자를 비롯한 각계의 전문가가 일반 공개에 앞서 정밀 안전 진단을 위한 투어에 나선다. 그러나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있는 공룡들이 예기치 않은 사고로 폭주하게 되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몰려오면서 일행들의 투어는 순식간에 생존을 위한 사투의 현장으로 뒤바뀌는데...
화제로 지정된 대화
1부를 다시 한 번 더 쭉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네요. 작중 인간 세계가 언제부터 기후와 환경 재앙이 닥쳤는지 알지 못하다 휩쓸렸듯, 복제기술의 진행에 따라 기존 인류의 역할이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는 순환의 구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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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생식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고등생물이 과거에 그렇게 진화해 왔다고 해서 생식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 종이 멸종할 때마다 그 자리를 채울 더 고등한 생물이 등장해 왔지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91,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걔들은 가임자를 클론을 보충하는 목적에만 활용할 생각이에요. 클론들 사이에서 인간은 천민이나 다름없어질 거라고요. 우리가 이루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것을 파괴해 버릴 거예요.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 92,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1부까지 읽었습니다. 책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봐서 그저 아포칼립스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클론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클론 이야기로 가장 기억에 남고 좋아하는 소설은 카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인데 클론이라는 소재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 주인공의 죽은 연인까지 여러 버전의 클론으로 만드는 상황이 정말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격리되어 살지 않았음에도 인간과 클론이 적대적일 수밖에 없게 된 과정이 생략된 것 같아 조금 아쉬웠지만(자신의 클론을 살해한 여자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요.) 이야기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어 흥미롭네요!
은화님의 대화: 1부를 다시 한 번 더 쭉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네요. 작중 인간 세계가 언제부터 기후와 환경 재앙이 닥쳤는지 알지 못하다 휩쓸렸듯, 복제기술의 진행에 따라 기존 인류의 역할이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는 순환의 구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데이비드를 죽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밝혀질지 어떨지, 클론이 그정도로 인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오래된 숲, 산 구석 깊은 숲에서 나무들은 유전자를 지키며, 비탈을 내려갈 준비를 하고 그들에게 맞는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데이비드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기지개를 켜고 누웠고, 그의 꿈속 차갑고 축축한 숲에는 공룡이 누비고 새가 지저귀었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 103,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은화님의 대화: 1부를 다시 한 번 더 쭉 읽었습니다. 이야기를 되돌아와서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네요. 작중 인간 세계가 언제부터 기후와 환경 재앙이 닥쳤는지 알지 못하다 휩쓸렸듯, 복제기술의 진행에 따라 기존 인류의 역할이 어느 순간부터 역전되는 순환의 구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데이비드에게 제일 중요한 건 항상 셀리아였습니다. 1부는 인간복제를 향한 여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데이비드와 셀리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일대기이기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와 사랑이 작품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2) 클론들은 데이비드를 아끼고 정을 가졌기에 차마 죽이지 못하고 추방합니다. 여러분은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3) 클론과 인간 사이의 근원적인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1) 저는 셀리아와 데이비드 간의 사랑이 1부의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복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소재라면 이 둘의 사랑은 저변에 깔려있는 느낌이었어요. 인간복제와 근친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부의 핵심 단어는 '금기'와 '결함'이라고 봤습니다. 데이비드가 셀리아를 사랑했음에도 결혼하지 못한 이유는 주변 이웃들의 사회적 인식, 생물학적 결함에 대한 우려(둘 다 터무니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터부를 넘지 못하는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에요. 전 둘이 어떤 식으로든 정말로 결혼하고자 했으면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마치 일부러 핑계를 찾아내 멀어지려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격렬하게 싸우던 모습이 양상만 달라졌을 뿐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건 꼭 같은 극성끼리 붙이면 서로 밀어내는 자석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1부에서는 또한 결함에 대한 설명이 자주 나옵니다. 책은 데이비드가 어릴 적 친척들이 자신을 두고 이런저런 품평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을 장점보다는 그에 대해 어른들이 바라보는 부족, 결핍, 단점을 지적하는 말들이죠. 인공적으로 복제된 동물들은 쥐, 가축만이 아니라 클론까지 모두 4세대에서부터 가임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기에 그저 5세대를 잘 넘어가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제된 클론들은 자신들의 원형이 되는 사람들이 가졌던 습관이 없다는 묘사가 있죠. 결함의 반복되는 묘사를 생각해보면 데이비드가 느낀 사랑은 인간 자체가 갖는 '결함' 또는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의 상징으로 느꼈어요. 데이비드는 결국 셀리아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자신을 얽매는 모든 사회적/도덕적 구속이 다 의미없는 시대가 오자 금기를 넘는 모습은 인간복제라는 과학적 금기에 동참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비록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끝에 가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클론 기술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셀리아와의 사랑은 데이비드 자신 그리고 인간이 가진 결함으로 인해 금기를 깨며 생기는 문제를 되풀이해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함이 없다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데이비드가 사촌에 대한 사랑을 극복하거나 미혹을 떨쳐냈다면 다른 삶을 살았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그게 과연 지금의 우리 앞에 있는 데이비드와 같은 존재일까요? 데이비드는 셀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역으로 복제 실험에 끝까지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클론들은 인간이 가졌던 결함들을 넘어 인류의 주도권과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그런데 그 클론들을 보며 데이비드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두려워 합니다. 금기는 제약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자신 그리고 사회가 정한 규범은 지켜야 할 가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들이 제약이 되어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이전 모임인 <키리냐가>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나오죠. 물론 이 작품에서의 터부는 사촌간 근친혼 그리고 인간복제라는 다른 영역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금기이고 아닌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삼촌 사이는 안되지만 사촌이나 오촌부터는 결혼을 허락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장기나 눈을 복제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면 그 다음에는 상반신이나 하반신, 나중에는 뇌를 제외한 인간의 전신을 복제해도 되는 것일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작가는 금기와 결함이라는 영역에 있어 이걸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금기를 넘어서는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넘지 않는 것이 인간적인 모습일까요?>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리에 돌고 도네요. * 셀리아와 데이비드의 사이를 사촌으로 설정한 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가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으로도 볼 수 없는 사이라는 모호한 경계에 일부러 둘을 놓지 않았을까요.
눈꽃열차님의 대화: 데이비드를 죽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밝혀질지 어떨지, 클론이 그정도로 인간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전 아마도 클론들이 데이비드를 배려하는 의미에서 추방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가장 큰 형벌을 내린 게 아닌가 생각해요. 클론들이 그를 죽이지 않은 건 W-1이 말했듯, 단지 자신들이 인류와 같은 길을 걷지 않으며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한 의도 같습니다. 자신들이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목 졸라 죽이는 인간들과 달리 더 우월한 존재로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의 실패를 죽을 때까지 되새기라는 형벌로 느꼈어요. 월트와 블라직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블라직이 나중에 미쳤다고는 하지만 작중 누구도 그 후 블라직의 소식도, 모습도 못봤을 뿐더러 '왜, 어떻게' 미쳤는지를 모르죠.) 클론들은 자신들의 동족이 죽은 순간부터 인류에게 적대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은화님의 대화: 1) 저는 셀리아와 데이비드 간의 사랑이 1부의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인간복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소재라면 이 둘의 사랑은 저변에 깔려있는 느낌이었어요. 인간복제와 근친혼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부의 핵심 단어는 '금기'와 '결함'이라고 봤습니다. 데이비드가 셀리아를 사랑했음에도 결혼하지 못한 이유는 주변 이웃들의 사회적 인식, 생물학적 결함에 대한 우려(둘 다 터무니없다고 말하긴 하지만), 터부를 넘지 못하는 두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에요. 전 둘이 어떤 식으로든 정말로 결혼하고자 했으면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마치 일부러 핑계를 찾아내 멀어지려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 격렬하게 싸우던 모습이 양상만 달라졌을 뿐 비슷하게 반복되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건 꼭 같은 극성끼리 붙이면 서로 밀어내는 자석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1부에서는 또한 결함에 대한 설명이 자주 나옵니다. 책은 데이비드가 어릴 적 친척들이 자신을 두고 이런저런 품평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데이비드가 가지고 있을 장점보다는 그에 대해 어른들이 바라보는 부족, 결핍, 단점을 지적하는 말들이죠. 인공적으로 복제된 동물들은 쥐, 가축만이 아니라 클론까지 모두 4세대에서부터 가임률이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기에 그저 5세대를 잘 넘어가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복제된 클론들은 자신들의 원형이 되는 사람들이 가졌던 습관이 없다는 묘사가 있죠. 결함의 반복되는 묘사를 생각해보면 데이비드가 느낀 사랑은 인간 자체가 갖는 '결함' 또는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의 상징으로 느꼈어요. 데이비드는 결국 셀리아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눕니다. 자신을 얽매는 모든 사회적/도덕적 구속이 다 의미없는 시대가 오자 금기를 넘는 모습은 인간복제라는 과학적 금기에 동참하는 그의 모습과 겹쳐 보입니다. 비록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끝에 가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 클론 기술의 결말을 생각해보면 셀리아와의 사랑은 데이비드 자신 그리고 인간이 가진 결함으로 인해 금기를 깨며 생기는 문제를 되풀이해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함이 없다는 것이 좋은 일일까요? 데이비드가 사촌에 대한 사랑을 극복하거나 미혹을 떨쳐냈다면 다른 삶을 살았겠죠. 하지만 그렇다면 그게 과연 지금의 우리 앞에 있는 데이비드와 같은 존재일까요? 데이비드는 셀리아를 사랑했기 때문에 역으로 복제 실험에 끝까지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클론들은 인간이 가졌던 결함들을 넘어 인류의 주도권과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그런데 그 클론들을 보며 데이비드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두려워 합니다. 금기는 제약과 뗄 수 없는 관계이죠. 자신 그리고 사회가 정한 규범은 지켜야 할 가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것들이 제약이 되어 개인과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이전 모임인 <키리냐가>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나오죠. 물론 이 작품에서의 터부는 사촌간 근친혼 그리고 인간복제라는 다른 영역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허용할 수 있는 금기이고 아닌가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삼촌 사이는 안되지만 사촌이나 오촌부터는 결혼을 허락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장기나 눈을 복제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면 그 다음에는 상반신이나 하반신, 나중에는 뇌를 제외한 인간의 전신을 복제해도 되는 것일까요?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작가는 금기와 결함이라는 영역에 있어 이걸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금기를 넘어서는 것이 인간다운 것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넘지 않는 것이 인간적인 모습일까요?> 이런 생각이 계속 머리에 돌고 도네요. * 셀리아와 데이비드의 사이를 사촌으로 설정한 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하기엔 가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으로도 볼 수 없는 사이라는 모호한 경계에 일부러 둘을 놓지 않았을까요.
초반부터 근친이 나와 불편하기도 했는데 납득이 가는 해석이에요. 그런 설계를 집어넣은 작가도 놀랍구요. 블라직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클론들의 본모습, 그들이 어디까지 가게 될지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W-1은 긴장할 때마다 나타나는 월트의 버릇도, 대화의 일부라도 되는 양 책상을 두드리는 월트의 습관도 전혀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귀를 당기지도 코를 문지르지도 않았다. 한 부분이 죽어 있는, 일부가 빠진 월트였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p.89,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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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가는 연간 모임들이지만 언제든 중간 참여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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