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D-29
어디 내지 말고 그냥 내 작품을 써라 운칠기삼이라고, 노력한 것이 아닌 엉뚱한 것이 당선된다. 상대의 마음은 나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거 생각 말고 그냥 내 글만 죽어라, 아니 즐겁게 쓰는 게 낫다. 어디 응모하지 말고.
우리나라도 이제 그렇지만 부모에게 독립하고 동거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한다.
요즘 돼지 비계를 많이 먹었더니 혈관이 막혀 피가 잘 안 도는지 어지럽다. 이제 야채를 더 먹어야 하는데.
사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역사가 너무 지저분하니까 떼라고 하는 것이고 부서들은 자기가 한 업적이니까 붙여 과시하려는 것인데 이게 반복되는 것이다.
내성적인 작가들이 혼자 있어도 심심하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는데 바로 내가 그렇다. 머릿속으로 구성하는 게 많고 여러가지 상상력이 떠올라 그런 것 같다.
공공건물은 예술을 너무 따지면 효율이 떨어진다. 예술보단 그래도 효율이다. 공공건물은 멋을 안 부린 직사각형 형태가 맘에 들고 더 신뢰가 간다. 서울 시청역 건물 그게 뭔가. 정부과천청사가 제일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안 그런 것 같다. 그저 멋스러우면 끝이다. 나와 너무 안 맞는다.
이치라면 이치, 두 가지 이건 다 아는 상식일 수 있으나, 사람은 마음이 놓이면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 같다. 마음이 놓이면 자기 아픈 곳을 미리 알아차려 대비한다. 바쁘게 일할 땐 모르다가 느긋하게 휴가라도 얻으면 몸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이걸 걱정할 게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온 것에 안도해야 한다. 술에 잔뜩 취해 있을 땐 모르다가 술이 깨면서 머리도 쑤시고 뱃속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텐션(Tension)했다가 릴랙스(Relax) 해져 그런 것이다. 감기에 걸렸다가 폭음해서 숙취로 감기보다 더한 게 나를 괴롭히면 감기가 도망간다. 나 같은 경우는 감기 쫓겠다고 술을 마시기도 한다. 평소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조심하고 대비하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자기 몸이 시원찮음을 알아차리지 못해 계절이 바뀌는 봄이나 가을, 이렇게 따뜻하고 시원해질 때, 그것이 한꺼번에 불거져 나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몸이 풀리면서 지병을 자각하는 것이다. 술에 취해 둔해졌다가 깨면서 몸의 상태를 제대로 감각 하는 것이다. 자기 몸 하나 돌볼 새도 없이 정신없이 살다가 덜컥 큰 병이 나를 찾아올 수 있다. 여유가 있어 자기 몸 상태를 알아야 미리 진단해 조기(早期)에 조치할 수 있다. 이건 내가 좀 깨달은 건데, 글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다는 거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한 것처럼 생각이 글을 만드는 게 아니라 글이 생각을 만든다. 생각만 하면 생각의 확장에 한계가 있지만 그걸 자꾸 글로 표현하면 생각이 어느 순간 폭발(Eruption)하는 것이다. 학문이 깊은 교수들이 대개 악필인 이유가, 자기의 막 떠오르는 생각을 빨리 받아적어야 하는데 정서를 할 수 없어 그게 습관이 되어 그렇다고 본다. 논문이다 연구다 평소 많이 써서 생각의 확장을 글쓰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걸 사람들에게 고심해서 일러줘도 잘 믿지 않고, 그리고 또 하루아침에 되는 것도 아니어서 그것을 확신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 책 쓰는 사람이 드물고 어쩌다가 자랑삼아 책을 한 권 낼 수는 있으나 생각이 더는 안 생겨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이 생기는 생각은 글로 생각이 확장되어 연쇄작용(Inspiration)을 일으켜 계속 생각이 샘솟아 글도 계속 샘솟는 것인데, 그걸 소수의 사람만 깨닫는다. 가르쳐 줘도 머리를 갸우뚱하거나 그럴 만한 여유나 열정(Passion)이 없어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땐 물을 잘 안 마신다. 물로 그 음식의 맛이 달아나 그런 것이다.
나는 독서를 위해 밥을 조금 먹고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책에 감사의 절을 올린다.
어쨌든 인간은 이상을 향해 가야 인간 역사는 반성을 모르고 반복적이라지만 그래도 살아선 인간다워야 하지 않을까. 북한, 중국처럼 독재 국가는 정책의 지속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인간의 이상을 실현하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안 되는 것이다. 빨리 가는 게 최선일 수도 없지만, 천천히 가도 인간은 역시 정치적 올바름을, 존재하는 한 실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명분이 생겨 오늘도 활기가 도는 거 아니겠나.
이제 늙어 그런 것이다. 잠을 자도 개운한 적이 별로 없다.
나는 현실로부터 피신하는 것은 역시 글이다.
도서관은 도서관다워야 도서관은 침묵이 정체성인데 다른 게 끼면 진짜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끄러워 집중이 안 되어 안 갈 것 같다. 바로 나 같은 도서관 죽돌이들. 도서관에 다른 게 끼면 안 된다. 도서관은 도서관다워야 하고 다른 게 끼면 책을 안 읽는 현대인들에게 마치 아부하는 것 같아 안 좋다. 도서관은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묵직한 적막과 요란하지 않은 밝은 조명만 있으면 된다. 다른 건 모두 독서에 방해만 될 뿐이다. 책 안 읽는 인간들은 다른 곳에 가서 놀라고 하고 헤비 리더들만을 위한 도서관 최적화가 더 필요하다. 왜 그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와 그동안 독서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나? 시끄러운 걸 피해 도서관에 온 사람들을 내쫓는 꼴이다. 그들은 다른 게 유행하거나 이렇게 아부하는 도서관이 시답잖으면 언제나 떠날 인간들이다.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들이 진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서점에서 공짜로 읽는 공간을 없애야 하고 예부터 책 도둑에게 너그러운 그런 것부터 사라져야 한다. 지식 재산이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고 책은 반드시 돈 주고 사야 한다는 인식부터 사람들에게 새겨져야 한다. 공짜로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으니까 그걸 생산하는 작가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줘야 한다. 그들을 극진히 나라에서 모셔야 한다. 그들은 나라의 정신을 흔들리지 않게 지탱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마땅히.
독재자 한 인간이 많은 사람들을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장류진도 그렇고 마광수도 글이 쉬워 우습게 보는 것 같다. 글이 좀 고상해 보이고 약간 어려운 듯한 느낌으로 써야 글을 잘 쓰는 인간으로 보인다.
내가 보는 시(詩) 모든 글이 시(詩)라는 말도 있다. 시의 영역이 넓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분명 시를 읽는다. 소설도 읽고 수필도 읽는다. 그런데도 시로 분류해 시라고 하며 그걸 읽는다. 모든 글이 다 시라면 왜 굳이 시로 분류해 읽나. 모든 글은 시이고, 시는 곧 글인데. 분류하는 수고로움을 덜고 그냥 글, 즉 시를 읽지. 시라고 하는 걸 내 나름대로 분류해 보았다. 시의 정의보단 차라리 시의 특징을 살피는 게 나을 것이다. 우선 내가 보기에 시어(詩語)는 상징적 언어를 사용해 함축적으로 쓰는 것 같다. 한 단어의 뜻이 함의(含意)적이다. 그러니 독자의 해석이 분분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글은 대개 읽는 사람을 생각해 문맥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러나 시는 좀 비약해서 쓰는 것 같고 문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시인은 자기 생각의 변화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하지, 전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막 이는 자기 생각의 표현이 더 중요한 것이다. 막 떠오르는 영감을 놓치면 절망한다. 자기만의 유일한 상상이고 통찰이기 때문이다. “생뚱맞게 여기서 왜 이걸 넣었지?” 하지만 그건 시라서 충분히 용서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해나 설득 위주의 문맥이 아니라 리듬과 운율에 더 중점을 둬 그런 것도 같다. 이런 걸 보면 시가 노래 가사 같은 특징도 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는데, 시는 다른 글에 비해 더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읽는 사람 위주로 안 쓰고 작가 위주로 쓴다. 자기감정과 느낌이 먼저다. 그걸 바로 적는다. 독자에게 이러니까 좀 불친절하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문맥에 안 맞아 “여기서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하는 것이다. 바로 시는 작가의 감정과 느낌 위주라서 주변의 객관화보단 자기 내면의 흐름을 적는 것이라 독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 것보단, 자기의 지금의 느낌을 솔직하게 적는 게 더 중요한 것이다. 이런 세 가지 특징이 시라고 나는 본다. 뭔가 함축적이고 리듬은 좀 있는 것 같지만 문맥에 비약이 많고 작가 위주의, 다분히 주관적인 글이란 거다. 그래 일반적으로 시가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는 작가 위주이지 독자 위주가 아니라서 그렇다.
나는 외부와 차단해 글을 쓰고 싶다. 외부와 얽히면 정신이 혼란스럽고 글이 머리에 안 들어온다.
나는 그래도 옛 여자와 살아 좋다. 음식도 챙겨주고 옷도 챙겨주는 걸 아주 당연하게 아직은 생각하는 여자를. K걸이다.
인간은 감정이 없는 물건을 더 좋아해 인간은 물건이나 동물처럼 감정이 없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게 페티시즘(Fetishism)의 원조다. 인간은 감정이 있어 마음이 변해 어찌 될지 모르고 간사하다. 예측하기 어렵고 자기 맘대로 안 된다. 그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왜? 은공(恩功)을 모르고 배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항상 배은망덕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인간은 그리고 어려움은 같이하지만, 전리품(戰利品)은 혼자 독차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전쟁이 끝나 개국공신(開國功臣)으로서 어느 정도 받았다고 생각되면 미친 것처럼 일부러 바보짓을 해서 개죽음을 면하고, 낙향(落鄕)한 은자(隱者)로 ‘나는 자연인이다’가 되어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을 선택한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인간은 믿기 어려우니 받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개나 책 속으로 들어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변화무쌍한 인간 때문에 현실에서 이상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글쓰기라는 지상(紙上)의 공간에서 이상을 대신 이뤄 현실 세계의 시름을 잊는 게 훨씬 쉬울 수 있다. 지금은 그것도 사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뭔가 개념 있어 보이려고-아니면 실제 그를 기려-티셔츠에 프린트해서 다니던, 20세기 마지막 낭만적인 혁명가이자 아나키스트인 체 게바라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고.
지금 자기 관심 육체적 운동(Exercise)이든 정신적 운동(Movement)이든 그것에 관심이 있으면 그것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쓴다. 지금은 변하여 그게 아니라 성(性)에 관해 관심이 있으면 그것에 관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쓴다. 누구나가 다 자신이 지금 관심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읽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사실 세월과 나이와 육체에 정신이 영향을 받아 그리된 것이다. 정신보다는 육체가 더 정신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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