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그의 문학적 특징들-강박적 독백, 묵시록적 탈출, 종말적 우울-은 후기 모더니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의 화려한 붕괴와 교묘한 장난기는 그를 다른 누구와도 혼동하기 어렵게 만듭니다."라는 평에 특별히 동의가 되네요. 물론 뒤에 이어지는 문장은 너무 어렵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에 경도되었던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
드디어 완독하고, 고전 지수 평가까지 제출했습니다. 책을 덮은 지는 좀 되었는데, 고전 지수까지 평가하려니 다시 생각해 볼 부분이 있어서 재독 같은 통독을 하게 되었네요. 소전 독서단의 필수 미션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면 접하지 않았을 소설인데 덕분에 이렇게 읽어봅니다. 그리고 그믐에 공유해주신 금정연 작가님의 정보 및 말씀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문득 고전 지수를 평가하다 보니, 실제로 느끼는 체감 점수와 항목별 지수가 다소 상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내심 2.5점 정도라 생각했는데, 고전 지수 문항별로 하나씩 따져보니 평균이 훨씬 상회하는 점수가 나와서 다시 고려해 보고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ㅎㅎ 어쩌면 저도 이달의소설 선발대 활동으로 이 책을 접했다면 4점에 가까운 평가를 내렸을지도 모른단 생각에 미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완독했다는 뿌듯함, 이렇게 헝가리 문학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신선함 등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여름, 이 계절의 소설도 기대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라면 이 소설에 몇 점의 고전지수를 줄까 생각해봤는데, 제법 높은 평가를 줬을 것 같아요. 즐겁게 읽은 후 시간이 흐를수록 인상이 흐려지는 소설들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생각이 나는 게 이 소설의 마력인 것 같아요. 다음 계절에는 또 어떤 소설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궁금해지네요!
저는 다시 이 책에 평점을 줄 때 전개 부분에서 처음보다 짜게 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 책을 1번 읽고 다시 읽어서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것 같네요 다시 쭉 읽어가면서 내용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 면이 있다고 적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초장부터 그런 복선을 미리 심어놓은 것들을 제가 읽어가면서 아 맞아 이게 이렇게 진행되었었지 떠올려지니까 약간 김이 샜다고 해야했을까요 그런 게 처음보다 낮게 점수를 주게 된 이유인 것 같아요 위에서도 말씀해주셨던 것처럼 첫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오버랩되게끔 해놓은 것도 그렇고 시간정지장면을 작품 초반에 다시 후반에 배치해놓은 것도 그렇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당히 구성도 짜임새있게 잘 짜인 소설인 듯 합니다.
독서를 끝내고 많은 자료들을 봐서 어디서 봤는지, 정확한 내용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인터뷰에서 작가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사건은, 드라마는 특별할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클리섀고 클리섀가 아닐 이유가 없다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무작정 써내려간 것도 같지만 따져보면 말씀해주신 것처럼 구성도 탁월한 소설이에요.
저와 반대의 느낌이셨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 읽고 고전지수를 짜게 줬는데요, 다시 보니 좀 더 후했어도 됐겠다고 생각했답니다.
흩어져있는 듯한 문장들의 조합이 사실은 거대한 하나의 미로였다고 해도 무방할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이어지게 되는 것들이기에 독자에게 헤매도 좋으니 끝까지 따라와달라, 라고 첨언하는 듯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네요. ㅎㅎ
매우매우 지각했는데, 저는 오늘에서야 완독했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는 후반부의 대혼란에 관해서는 많은 분들이 잘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이러한 종류의 결말이 웅장함-공허함에 잇따르는 정념 외에 어떤 것을 남기는지 아직은 설명이 어려운 것 같아요. 736쪽에 거리를 점거했던 탱크로리가 사라진 후의 풍경을 묘사하는 이런 문장이 있는데요. "그들의 기이한 도착, 괴상한 도시 점거, 난데없는 철수"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에 관한 제 마음을 표현한 것도 같아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마지막 목록이 대단한 것 같아요. 유실과 파손된 자료로 구분된 것도 그렇고, 폭발하고 사라진 도시에 대한 일종의 애도 목록이라고 본다면... 그 목록들이 더 황당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주술회전 만화처럼 무량공처 당하면 이런느낌인걸까요 ㅜ 어제 겨우 다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갑자기 <주술회전>을 읽고 싶어졌어요.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쨌거나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이유가 그 '문체'의 특이성에 있을 텐데, 그것에 대한 감상을 정리하기가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취향을 넘어 의미를 구해야 할 문제도 있고 번역의 까다로움도 있고... 그런데 금정연 선생님이 번역해주신 비평, 서평, 인터뷰 자료들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 같아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ㅠ_ㅠ (ai의 도움을 받아) 옮겨주신 부분에서 제 의견 정리에 가장 도움을 많이 주는 평은 이것 같아요. "그의 문학적 특징들-강박적 독백, 묵시록적 탈출, 종말적 우울-은 후기 모더니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의 화려한 붕괴와 교묘한 장난기는 그를 다른 누구와도 혼동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의 소설의 큰 역설은 문장의 속도와 강렬함이 끓어오르는 맥시멀리즘적 비전 -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무제한적 과잉이나 호세 레자마 리마의 미학적 과잉과 같은 것 - 을 암시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발전된 사건 측면에서 꽤 소박하다는 것입니다. 소설의 추진력은 혼란스러운 내면성에 의해 제한됩니다. 등장인물들은 풍부한 정지 상태에서 의미를 생성하고 소진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우연의 감각이 지배합니다. 크라스나호르카이의 내적 삶에 대한 개념은 결국 부정적 증언의 한 형태인 것 같습니다. 전달 가능한 것은 신성 자체만큼이나 신비롭고 - 잡기 어려운 - 것이 됩니다." '후기 모더니즘적'으로 분류되는 주제이긴 하지만, 작가만의 고유성이 두드러진다는 말이 특히 동의가 되고요. 소설의 역설적 성격이 "맥시멀리즘적 비전"과 (내면성에 의한 제한으로 말미암은) 소박한 전개의 충돌에서 비롯된다는 점, 거기서 발견되는 이 작가의 태도란, 전달 가능한 것은 신성 자체만큼이나 신비롭고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정리에도 모조리 동의가 되네요. 강박적으로 펼쳐지는 문장이 명확한 의미 생성을 끝없이 유보시키면서도 장엄한 스펙타클을 불러온다는 점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떻게든 다시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고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에는 내용이나 스타일의 단점보다도 그것으로 충분한, 더는 궁금하지 않은 작품이야말로 시간을 버티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텅빈 거리는, 말하자면 그들에게 그들 도시를 돌려준 셈이었으며 탱크로리가 운전사와 더불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것은 그들이 처음에 보여준 무시무시한 장면과 대조적으로 이제는 주민들의 눈에 정상적 삶으로의 복귀를 상징했으니 실로 마치-그리고 여기에는 그들의 기이한 도착, 괴상한 도시 점거, 난데없는 철수가 포함되었는데-마치 사실적으로나 가능적으로나 정상성이 돌아온 것 같았으며 그들은 이제 이 맥락에서 생각하기 시작했으니, 음, 그렇다면 탱크로리와 어제 사건들이 어떤 분명히 나쁜 결말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그게 아니라 그들이 그들을 구하려고 온 것이라면 어떻게 되지? 그게 가능하다면, 자신의 견해를 남들 앞에서 숨기며 각자가 혼자 생각하길 그들이 여기서 맞닥뜨린 것은 실은 '구조'의 첫 번째 실행 단계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다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라고, 그래서 그들은 사그라들지 않는 두려움과 철저한 일관성 결여의 악마적 혼합에 '고차원적 배려'가 존재한다고 추측했으니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736,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사고의 흐름을 곤란할 정도로 자세히 보여줘서 세상을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하는 재미로 버티며 읽었습니다. 사전정보 없이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더욱 당황스럽게 헤매며 나아갔는데, 아포칼립스물이라는 걸 알고나니 난해하고 불편한 서술의 유의미성도 느껴지네요.
저는 아포칼립스물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거의 막바지에 이르도록 ??? 하는 느낌이었다가 마지막에야 아... 이렇게...? 했어요. 무엇을 예측하든 그것을 벗어나는 매력!
금정연 선생님이 올려주신 인터뷰가 너무 재미있네요. “왜냐하면 하나의 문장이 시작되고 그 문장 옆에 다른 십만 개의 문장들이, 거미의 매우 가느다란 실처럼,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어떻게든 다른 모든 것보다 조금 더 중요하고, 나는 그것을 추출합니다. 그 문장으로 작업하고, 수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요.” 문장을 쓰며 신이 났을, 치열했을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십만 개라니요, 하나의 문장 그리고 그 다음이 아니라 다른 십만 개의 문장 중에 고른 것이라니 우리는 그의 문장 중 극히 일부만 본 모양입니다. 안개 속에서 완독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반복해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고, 어떤 문장의 느낌은 여전히 머릿속을 떠다닙니다. 작가가 고르고 고른 정수여서 그런가봅니다. 인터뷰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인터뷰 찾아보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중에서 몇 부분만 고르는 게 어려울 정도로요. 마음 같아선 다 올리고 싶지만... 듣자마자 귀에 꽂히지만 몇 번 듣다보면 질리는 노래가 있고, 아무리 들어도 와닿지 않다가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고 계속 찾아듣게 되는 노래가 있는 것처럼, 이 소설은 후자인 것 같아요.
책을 덮고, 고전지수 평가를 하며, 이 책이 왜 이계절의 소설로 선택되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보여주었던 의미들이 책을 덮은 후에도 문득 문득 생각납니다. 마치 처음 맛본 평양냉면처럼.. 앞으로도 문득 문득 생각나 책을 열어볼 것 같습니다.
평양냉면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물론 평양냉면은 슴슴하고 밋밋한 느낌이라면 이 소설은 정반대지만요.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먹는/읽는 동안에는 ‘이게 뭐지?’ 싶다가도 종종 생각나는 매력이 있는 것이, 갑자기 작가님에게 평양냉면을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과연 어떤 뱐응을 보이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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