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리라 / 패배자)
남작의 재산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사람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집니다. 그 와중에도 어떻게해서든지 제 잇속을 챙겨볼 수 있을지 궁리하는 자가 있는가하면, 불과 며칠 전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지우기에 급급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민낯이 드러나는 장입니다. 그리고 남작의 마지막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하네요.
[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호디에

조용한목조건물
472. 열정은 결코 어디에도 도달할 수 없어.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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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목조건물
남작이 애수는 열정이었을지, 교수의 초탈은 냉정이었을지 궁금해지는 읊조림이었습니다. 2시간이란 생각면역 연습동안의 읊조림이라면 그 양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텍스트로만 느끼기엔 그가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예서가
<펌 -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를 읽는 도중, 그동안 읽으며 느낀 점 몇가지를 남겨봅니다아
- 당연히 시대극일거라 생각했는데 185페이지에서 스마트폰에 열중한 승객에 대한 묘사가 등장해 깜짝 놀랐습니다. 마차를 타고 있는 남작의 모습까지도 과거의 어느 시대를 떠올리게 하지만 현대극이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에서 장면이 또 다르게 그려지네요. ㅎㅎ
- 앞서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장이 로맨스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말씀처럼 어느정도 스토리가 잡히기 시작하니 훨씬 읽기가 편해졌어요. 머릿속에도 잘 그려지고요!
- 처음에는 뒤죽박죽 냅다 시점을 바꿔가며 전개되는 구성이 낯설었지만 읽다보니 지나가는 인물의 심리도 잊지 않고 짚어주는 문체가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나누신 대화를 차근차근 짚어봤는데 여러 부분에서 공감되어요. 특히 음율처럼 느껴진다는 소감이 많은데, 저도 마치 판소리극을 듣는 것처럼 리듬감을 가지고 쉼표 사이를 오갔던터라 더욱 반갑습니다. 남은 반절도 이렇게 읽다보면 금방 지나갈 거라고 희망회로를 돌리게 되네요!
아직 속도가 느리고 여전히 어렵지만, 읽을수록 매력을 알게 되는 책이에요! 조금 더 속도를 올려서 뒷부분도 얼른 읽어보겠습니다. ㅎㅎ
지니00
[펌/무한한 어려움]
교수와 남작의 생각 부분은 무한하게 어려웠어요. 거의 이해를 못했는데 이러라고 쓴거겠죠?ㅎㅎ 그리고 가장 긴 문장(21페이지)과 가장 짧은 문장이 있는 장이 아닐까 싶어요.
숲지기가 교수를 밀고할 줄 알았는데 반전이었어요.
경찰은 첫인상으로 수사를 하는데 경찰의 부패를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했어요.
지니00
“ 그들이 누군가를 찾고 있다는 것이 기억나서 전화번호가 적힌 종잇조각을 조끼에서 꺼내어 몇 번의 단호한 동작으로 종잇조각을 갈가리 찢었으니 그자들이 누구를 찾고 있었든 그가 정말로 그라면, 시내에서 온 유명한 과학자라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배신이 아니라 보호였기 때문이었던 바, ”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429,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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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00
[흠므므/조심하라]
남작은 왜 살아야하는가를 계속 생각해요. 우울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정신 착란을 일으킨 적이 있나봐요. 남작은 자살을 하려하지만 실패해요. 남작의 죽음을 암시하는 마지막 문장에 충격이었어요. 부제 ‘조심하라’는 남작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남작은 죽음마저 마음대로 못하네요.. 참 안타까웠어요.
지니00
열정이 북받친 그가 주의를 기울였다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는 철로 위에서 내려왔어야 했고 철로 사이를 걸어 반대쪽으로 돌아가지 말았어야 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523,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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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쟁이
<흠므므 - 조심하라>를 읽어보니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 하려는 남작의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본인의 삶을 쓸데없는 삶으로 여기며 신에게 답을 달라고 기도하는 모습이 애잔하게 보이네요... 도박으로 가족들에게 짐과 같은 자신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태도이나 다행히도 힘차게 움직이는 사슴 덕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상처 준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결심을 하는 모습은 그래도 희망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왜 마지막 문장이 ‘돌아가지 말았어야 했다.’ 로 마무리 되어 불안하게 만드는지 ㅠㅠ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칠것 같은 느낌입니다!

퍼줄거임
[매우 뒷북]
책을 벌써 받았는데 펼쳐보지도 못했다가 뒤늦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믐에 올려주시는 글들과 함께라면 어지간한 책은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쪽을 읽다 앞으로 돌아와 다시 읽어도 전혀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약간의 분노 및 짜증과 함께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책은 어떻게 쓰였으며, 번역은 어떻게 가능했으며, 출간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으며, 부커상 인터내셔널 심사위원분들은 정말 이 책을 이해한 것인가...?'
평소 잘 읽히는 책을 골라 읽는 편이긴 했지만, 이 정도의 '이해 안됨'은 태어나 처음이에요...!
아내가 평소 '넌 읽기 쉬운 재밌는 책만 읽지 말고 이해가 한번에 잘 안되는 어려운 책을 좀 읽어야 돼'라는 잔소리를 저에게 자주 했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반항심이 차올랐어요.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다들 힘들어하시면서도 열심히 따라 읽으시는 것 같은데 저는 어디서 독서의 동력을 찾아야 하나 막막해서ㅠ 하소연을 해보았습니다.

쫑이
저도 이거 편집자가 어떻게 컨펌했을까 너무 궁금했어요
희귀동물
부커상 수상은 2015년이고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되었으니 다른 작품을 통해 부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소설이 부커상 수상 작품은 아닌 거죠. 부커상 수상 작가인 것을 어필하려고 쓴 것 같아요 ㅎ
저도 벽돌 책 중에서도 맞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더라고요. 너무 안맞는 책을 무리해서 읽는 것이 오히려 독서 열정을 식게 하는 것 같아 저는 정 안 맞는다 싶은 책은 과감하게 패스합니다 ㅋ

JEHO
그만한 장편으로 쓰여진 이유가 있을거라 느끼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만연체의 나열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어지려나 싶어서 읽게 되는 책이었네요..
후니유
공감합니다.
브엠버
<펌 - 무한한 어려움> 여태까지도 약간의 흐린 눈을 겸비하여 읽었지만.. 이 파트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흐린 눈이었습니다......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로다......
쫑이
제가 써놓고 까먹은 댓글인 줄 알았네요🤣🤣
쫑이
펌 - 무한한 어려움 파트 읽으면서 그냥 이 책은 남작의 심리 상태가 '반영'된 텍스트가 아닌 남자의 심리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마치 남작 뇌의 어떤 신경에 올라타 뇌의 순환을 계속 따라다니고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남작 스스로도 정리하지 못한 생각들을 전시해두고 작가가 만들어 놓은 관람 열차를 타고 따라가고 있는 그럼 느낌도 났어요.
예서가
이제 무한한 어려움을 읽을 차례인데 남작의 심리 그 자체라니.. 벌써부터 걱정인데 동시에 기대도 되고 묘하네요! 이 책 번역가분이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희귀동물
'라리라/패배자(아레펜티다)'는 남작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보내버릴 줄은 몰랐거든요 ㅎ 남작의 재정상황을 알게된 등장인물들의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들인데, 이제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할지가 더욱 궁금해지네요.
읽는 내내 패배자는 누구를 지칭하는 것일까 질문하며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니 '아레펜티다'는 스페인어로 "전(前) 생활을 후회하고 수도원에 들어간 여자/예전 생활을 청산하고 수녀원에 들어간 개심자"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패배자는 '머리커'가 되는 걸까요?

projection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해가 안될수록 흐린 눈으로 읽게 되어서 독서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는데요.. 그래서인지 무한한 어려움 파트는 정말 순식간에 읽은 것 같아요.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가'를 궁금해 할 이유가 없는 소설이라고도 생각됩니다. 독자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남작을 허겁지겁 쫓아가면서 그와 그를 둘러싼 작은 세계를 관찰하는 것 뿐인듯해요.
어쩐지 책 가장 앞부분이었던 <경고>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저항해봐야 아무 소용도, 어떤 의미도 없'기에 (p.15) 그저 순종적으로 작가를 따라가야 하니까요. 그러니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것이 (p.17) 이 소설을 대하는 적절한 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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