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펌/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이 챕터에서는 그동안 전개되오던 내용과는 다르게 마술적 사실주의 같은 요소가 끼어든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갑자기 알 수 없는 차량 호송대가 마을을 지나치는데, 이 마을은 머리커의 조카에 따르면 관광안내소 직원마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외지인의 방문을 기대할 수 없는 곳으로 묘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마을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며 정지하고, 심지어 티비와 비마저도 일시정지하게 되죠. '전능하다'라는 표현도 그렇고 여러모로 신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앞의 '경고' 챕터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작가가 왜 하필이면 이 챕터에서 분량을 들여(?) 이들을 묘사하는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 오늘 '펌/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를 읽으며 어느새 300페이지에 도달했네요! 👏 만연체의 파도 속에서 헤엄치는 우리들... 그래도 처음만큼 막막하지는 않죠? 아직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중략) 오히려 좋아! 제 경우, 어제 254쪽까지 읽고 오늘 나머지를 읽었거든요. 그런데 더욱 추워진 날씨 때문일까요? 하루 더 나이를 먹은 탓일까요? 비교적 쉽고 가볍게 읽힌 어제와 달리, 오늘은 문장 속에서 몇 번이나 길을 잃어 다시 돌아가야 했네요. 아무래도 시간 순서가 뒤바뀌거나(어제 읽은 부분에서도 그랬지만 오늘 분량에서는 좀 더),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 때문인 것 같은데요. 하지만 @책스칩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오히려 퍼즐을 맞추듯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300쪽이나 읽었지만 여전히 종종 읽기를 멈추고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인 것 같아요. @쫑이 님과 @projection 님의 말씀처럼 하나하나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페리윙클 님의 말씀처럼 "파도타기 하듯 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그렇게 읽으며 제 머릿속에 떠오른 의식의 흐름들을 여기에 살짝 옮겨보자면-- 262쪽, 오토바이족들이 술집에 모여 작전 회의를 하는 장면을 읽고 있는데 문득 가이 리치가 생각나더라고요. 특히 리치의 초기 영화인 [록, 스탁 & 투 스모킹 배럴스]나 [스내치]가요. 현란한 시점 변환과 오토바이족의 거칠지만 우스꽝스러운 장광설 때문일까요? 그러다 265쪽에서 "<에비타>에서도 마돈나가 그 노래를 세 번 불렀잖나"하는 부분을 보니 이번엔 쿠엔틴 타란티노의 초기작([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이 떠올랐는데, 가이 리치와 비슷한 이유에 더해 '마돈나'라는 언급 때문이겠죠... 그런데 갑자기 다음 페이지에서 "모든 것이 멈췄고 모든 것이 완전히 정지했고 모든 것이 얼어붙었고 (중략) 이 순간이 산산조각 났"다는 말이 나와요. 처음엔 영화적 효과 같은 걸 생각했는데(갑자기 액션이 진행되다가 동작이 멈추고, 그 멈춘 사람과 사물들 사이를 카메라가 이동하는 것 같은), 그건 제가 그전까지 영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테지만, 얼마 안 가 그것이 단순한 효과가 아니라는 사실을--그렇다고 정말 모든 것이 멈췄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그럼 대체 뭐지? 아마도 그 순간 남작을 호송하는 차량 행렬이 도시를 지나고 있었던 것 같고, 그런데 그것이 너무도 장엄해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차라리 경이감을 느꼈으며 아예 기억에서 그것을 잊었다는 서술이 나오는데... "그들이 경이감과 놀라움에 휩싸여 그의 앞에 엎드린 것은 모든 존재와 모든 사물과 모든 과정과 아직 존재에 들어설 준비를 하는 모든 것이 위대함에, 그에게서 발산되는 믿을 수 없고 헤아릴 수 없고 기념비적인 장엄함에 완전히 휩싸였기 때문이요, 그 순간에--이것이야말로 그들이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어 한 것이며 나중에 드러났듯 그들은 최대한 그렇게 할 수 있었거니와--누구든 무엇이든 그에게 굴복했을 것이기 때문이지만 이 굴복이 사람에게나 사물에나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이 경이의 대상, 이 놀람, 이 매혹, 이 굴복, 이 무게중심, 말하자면 그 중점, 그 깊이, 그 본질의 대상 때문이니 중앙광장에서 차에서 내린 그가 엄숙한 표정을 짓고 냉담한 권태로움을 풍기며 결국은 급한 일이 있는 사람처럼 주위를 둘러보다 재빨리 차에 다시 탄 것은 이 도시와 이 이야기에 관심이 없었고 사악했기, 사악하고 병약하고 전능했기 때문이다." (272쪽) 와우! 이거 완전 코스믹 호러잖아요? 이해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난 우주적인 무언가에 대해 느끼는 크툴루이러쿵저러쿵 그거요... 그런데 여기서 의아한 것은, 분명 남작의 행차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묘사되는 '그'는 남작과는 전혀 다른 초월적이고 불가해한 존재--굳이 따지자면 크툴루 신화에서 말하는 '외신' 같은 느낌--이라는 거죠. 혹시 이 디스토피아-헝가리를 지배하는 독재자 같은 존재가 방문한 걸까요? 아니면 남작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사실 남작은 외신의 현신이었을까요? 그밖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너무 잡다한 것들이라 굳이 적진 않을게요.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쏟아지는 이야기를 읽고 계신 여러분께 제2차 창작 썰까지 들려드려서 괴롭힐 이유는 어디에도 없으니... 하지만 머리커가 답장을 쓰는 장면은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네요. 남작의 편지를 받고 어떻게 답장을 해야 하나 떨리는 가슴으로 고민하다가 문득 이제는 너무 늙어버렸고 새로운 꿈을 꾸는 건 난망한 일이라는 생각에 눈물 흘리지만 갑자기 다음 순간 가볍게 답장을 쓰고 "벌떡 일어나 섣루러 문으로 가서 재빨리 코트와 스카프와 모자를 걸치고 벌써 밖으로, 얼음장 같은 바람과 비 속으로 나와 우체국에 도착하여 문을 밀어 열고는 안으로 들어서며 미소를 지은 것은 그녀 안에서 어떤 목소리가 노래하되 마치 누군가 첼로에 맞춰 노래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니, 준비가 됐어요, 그래요, 사랑할 준비가 됐어요."(293쪽) 정말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몇 페이지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죠. 머리커가 지긋지긋한 서장과 함께 남작을 기다리는 기차역을 향하는 관용차를 타고 가는 장면. "그들은 관용차를 타고 평화로를 따라 내달리고 날았으며--내가 당신에게 날아가고 있어요,라고 머리커가 뒷좌석에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이 네 어절만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은은한 종소리처럼 울리는 동안에도 시장은 끊임없이 이야기학 또 이야기했으나 (중략) 그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날았으니 모든 것이 그녀와 함께 날았고 존재하는 것은 이 네 어절 뿐이었으며 이 네 어절이 그녀 안에서 노래하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괜히 제 가슴까지 뛰는 걸 보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는 모양이네요... 많은 사람들이 기차역에 모여 남작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마침내 기차가 덜커덩거리며 플랫폼으로 들어오며 챕터가 끝나는데요(마침표는 모두 27개), 과연 기차에는 남작이 타고 있을까요? 남작의 등장에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궁금한 것들이 아주 많은데, 내일부터 사흘 동안 읽을 '펌/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에서 해결되겠죠? (제발...) 오늘 하루도 즐거운 독서 하세요!
머리커가 남작을 생각하는 장면을 서술하는 장면들은 저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미 앞에서 "그곳은 지독하게 과거와 달라진 곳이었다"고 여러번 말하는 걸로 봐서 저 마음이 결코 보답받지 못하리란 것도 예상이 가서 씁쓸했습니다. 가장 높은 데까지 끌어올려놓고 떨어뜨리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아무튼 읽으면 읽을 수록 한편의 교향곡 같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점점 고조시키는 분위기로 갔다가 다시 한 번 확 떨어지고..또 다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뭐 원래 재밌는 이야기들이 일반적으로 그런거겠지만 유독 이 작품이 음악같다는 느낌을 주는 건 맨 앞의 경고 부분에서 읽었던 경험이 강렬한 것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챕터 소제목처럼 나오는 '펌'이나 '럼'이 무슨 의미인지 아시는 분!
작가는 이 작품을 가리켜 "이전 소설의 카덴차"라고 했는데, 카덴차는 곡 마무리 직전에 독주자가 연주하거나 독창자가 노래하는 기교적이며 화려한 부분이니, 음악적 표현이나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의태어인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요. -"트르르르": 트릴(trill)이나 롤(roll) 같은 빠른 반복음을 표현하는 소리 -"럼/펌": 드럼이나 타악기의 울림 같은 소리 -"흠므므": 허밍이나 중얼거림 같은 소리 -"라리라": 노래(라라라 라리라~)
그리 짐작은 했는데, 챕터 검은 종이에 그려져 있는 아래/위/좌/우 표시 기호 역시 악보와 관계된 것이겠지요?
앗 그건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막연히 오디오의 플레이 버튼에서 모티브를 따온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평일이라서 많은 분량을 읽지 못하고 이제서야 어제 분량인 <펌 /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읽고 있습니다. <럼 / 창백한, 너무나 창백한>에서 이제 드디어 남작이 귀향하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마저 생겼습니다. 그 과정도 만연체 문장 때문인지 매우 거창하고 거대한 일처럼 느껴집니다. 앞서 몇 분께서 말하신 것처럼 사진 찍는 여성의 생뚱맞음, 끝날 때쯤 등장한 비서라는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궁금증, 과연 귀향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호기심 등이 생깁니다.
<펌 /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에서는 또다시 새로운 인물이 ‘나’로 등장해서 이 인물은 또 어떤 사건을 유발할지 궁금해집니다.
다들 정말 깊이 읽고 계시네요! 저도 <펌 /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를 읽으면서 문장이 길고 복잡해서 가끔 길을 잃기도 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머리커가 편지를 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감정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와닿아서 저도 같이 빠져들었네요.
어느 시점에 그가, 그들이 이미 그토록, 하지만 그토록 여러 번 본 사진의 주인공이자 그들이 그토록, 하지만 그토록 많이 들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기에 그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그를 환영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아무것도 없는 그가 마침내 열차에서 하차할 것이라면 어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는 것이었으니-그것은 그 거창한 질문과 관련하여 시민 전부가 총론적으로는 당연시했으되 각론만이 지극히 자연스럽게도 모호한 채로 남았기 때문이므로-남작이 무엇을 먼저 시작할지, 즉 얼마시 저택을 개축할지, 성을 재건할지, 아니면 오랜 숙원이던 쾨뢰시강 제방의 작은 분수를 먼저 설치할지, 호텔 일곱 곳을 먼저 건설할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며 이 목록은 이 이야기가 그들의 귀에 들어온 뒤로 도시 전역에서 회자되었는데, 끊임없이 확대되고 개작되었으며 도시 주민들은 침실에서 이발소에서까지, 상점에서 사무실에서까지 오만가지 경우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으며 심지어 아이들도 유치원에서 이 문제로 토론했으니 그야말로 언제나 어디서나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일어날지만 이야기했으며 이제 그들이 생각하기로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더는 근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기차가 다가오면서 그것, 말하자면 남작의 도착이 이미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으로,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으니, 말하자면 기차가 도착하고 있었고, 말하자면 바로 그 순간에 이 사건의 축에서 도착하고 있었고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294-295,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펌/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남작이 귀향하기 전에 그를 맞을 준비를 성대하게 하고 있는 헝가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다들 남작의 재산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머리커의 서사가 흥미롭네요. 근데 기억도 잘 못하고 제대로 연애를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수십년 후 갑자기 설레어하는 머리커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머리커도 돈 때문일까요..? 기차역에는 인파가 넘치고 드디어 기차가 도착해요. 하지만 이렇게 유난을 떠는 헝가리의 모습에서 폭풍의 전야같은 분위기가 보이기도 하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도 오늘로 <펌/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까지 완독했습니다! 위에 옮긴 문장이 이 소설 전반이 흘러가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러니까 사건의 진실이나 핵심 자체보다는(그런 게 딱히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도시 전역에서 회자"되는대로 말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는.... 도대체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고 알지도 못하지만(이 '앎'에 있어서 더 우위에 있는 이가 없어서인지 서장이건 관장이건 일개 직원이건 간에 모두가 공평하게 '우당탕탕!'인 모습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 말하자면 '남작은 도착할 수밖에 없다, 기차를 탔으므로...'라는 사실만을 분명한 사실로 입수한 채... 그것 주변에서 헛돌고 떠돌고 미끄러지고 부풀려지는 말의 흐름 속에 내내 내던져진 상태가 이 소설을 읽는 주된 기분이자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설에서 있는 것은 '기다림' 자체 뿐이라는 생각인 거지요. 물론 400여쪽이 더 남았지만.... 아무튼 무엇인가가 닥칠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가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는 그것을 향해 말들이 증폭하다 못해 거의 폭발하는 수준에 이를 때, 그때 이상한 희열 같은 것을 전달하는 게 문학의 특기 같기도 하고요. 소문으로만 무성한 남작의 정체와 이동 경로, 남작과 머리커 두 사람의 진짜 '접촉' 없이 이루어지는 사랑의 서사, '손님'을 기다리며 허우적대는 마을 주민들의 헛발질... 말의 거품, 혹은 주변부로 내쳐진 말의 찌꺼기들이 이렇게 풍부하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저도 많은 분들이 짚어주신 것처럼 크게 세 가지 장면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한 편의 시트콤 같다는 인상평이 많았는데, 그 와중에 @페리윙클 님의 말씀처럼 "마술적 사실주의"와 같은 장면들이 있었죠. 모든 것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풍경. @금정연 선생님께서 '코즈믹 호러'라고 정리를 해주셨는데요. 저도 그 부분에서 어떤 압도적인 경이감과 공포, 두려움과 나아가 무력감? 같은 것을 전달 받을 수 있어서 놀라웠어요. 그것과 대비되는 것이, 역시 몇몇 분들이 말씀해주신 머리커와 남작의 서사, 더 정확히는 머리커(마리에타)의 내면의 풍경 묘사 같은 것이었는데... 저도 이 소설 전반부의 진짜 주인공은 머리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금정연 선생님 말씀처럼 그의 1인칭으로 시작되는 초반부의 영향력도 큰 것 같고요. 머리커가 3인칭으로 묘사될 때도 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감각적으로 너무 잘 와닿아서 몰입을 하게 되더라고요. @하료 님이 머리커의 기대감이 남작의 도착과 함께 보상 받지 못하는 수준으로 추락할 것에 대한 우려를 전해주셨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머리커가 자신의 '늙음'과 시간의 변화를 계속해서 언급하면서, 자신에게 다가온 이 행운, 운명, 젊음 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그것이 배반될 미래와 함께 읽히면서 더 애틋해지는 것도 같고요.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이 정말 탁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혹은 도대체 영문을 좀 알기 위해서 방구석에서 모두 뛰쳐 나온 날. 그 수많은 인파의 기대감, 실망감, 냉소 등이 뒤범벅된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 역장이 그것을 한껏 의식하고, 기차의 도착을 알리지/알리지 않는 모습. 역장의 미묘한 뉘앙스에 반응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거국적인 손흔들기"에 동참하게 되는 모습이 아주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마치 저도 그 군중들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400쪽이 남았네요...많은 일이 더 일어나고도 남겠죠?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서사의 주인공이 교수일 때와, 벵크하임 남작일 때의 톤이 사뭇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벵크하임 남작에 대한 묘사가 무척이나 기이해서 만화 캐릭터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읽다보니 점점 쉼표가 마침표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만화 캐릭터 같다는 말씀이 딱인 것 같아요. 교수는 블랙 코미디 혹은 스릴러 영화의 등장인물 같았는데요. 저도 방금 읽으면서 쉼표가 마침표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건 눈이 가물가물해서 그런 거지만요...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내게 말했으므로] 기관사의 묘사로 시작되는 도착역의 거대한 실패는 마치 영화 같아요. 꽃으로 장식한 사두마차에, 군모를 쓰고 가죽옷을 입은 오토바이족에, 나부끼는 깃발 아래의 여성 합창단까지. 다시 보니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생각났어요. 각 인물들은 나름 심각하고 무거운 감정을 갖고 있지만 영화에선 아름답고 코믹하게 그려지듯이, 이 엉망진창인 도착 장면은 소리를 싹 제거하고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깔면 좋을 것 같아요. 오토바이의 경적이 들리지 않아도 그들이 서로 눈치를깔릴 것 같단 말이죠. 중반을 향해 가고 있으니 눈치채셨겠지만, 이 책은 여기저기 뿌려둔 떡밥을 끝내 회수하지 않아요. 이 세상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거나, 속시원한 결말 따위가 있을 리 없다는 작가의 신념을 내포한 구성일까요.
오토바이의 경적이 들리지 않아도 아름다운 선율을 배경으로 경적을 누를까말까 서로 눈치를 보는 모습이 본 것처럼 눈에 그려집니다 라는 글이 어떻게 저렇게 올라갔을까요😅
남작의 엉망진창인 도착 장면이 웨스 앤더슨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말씀해주시니 정말 정말 그렇게 느껴지고! 더욱 재밌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읽으면서 웨스 앤더슨 영화를 떠올리진 않았는데, 말씀 듣고 다시 보니 정말 그런 느낌도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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