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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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교수는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요? <네이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끼 전문가 세 명 중 하나인 그가, 그의 집 앞에선 도시 사람들이 모자까지 벗어가며 인사를 할 정도로 존경을 받는 그가 어쩌다 저렇게 극단적인 고립의 상태가 되었을까요... (그나저나 금정연 선생님, 헝가로셀의 정체를 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외자식의 존재는 그의 고립 이후에나 밝혀진 것인데요. '이끼'처럼 실은 아무도 관심 없고, 그것에 대한 지식은 지식을 가진 자에게나 중요한 무언가에 삶을 걸었던 이가 그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되고... 그러니까 이게 사실 나에게나 중요한 거잖아, 하는 그런 엄청난 깨달음..? 그처럼 세상을 향한 극도로 허무주의적이면서도 냉소적인 각성이 "토마토 꾸러미나 코카콜라 0.5리터들이 병을 할인하는 것"과 같은, 본질과 전혀 무관하면서도 일상적인 어떤 순간에 발생하고, 그게 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이것이 가장 과잉된 수식어와 소박한 사물을 나란히 두며 마구잡이로 나아가는 소설의 문체와 어딘가 닮아 있는 태도 같기도 하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전서림의 1:1 Q&A에도 알린 배송오류 이슈로 책을 늦게 받았는데 제시된 일정상 대단히 늦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걸 다행이라도 할 수도 없는 것이 이와 같은 배송오류는 그것이 비록 책이 아니라 책자에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발생해왔고 또한 만연해왔다는 것인데, 그래서 본래 지난 금요일에 받았다면 조금 더 여유로웠을 것이지만 어쨌든 오늘 처음 받았을 때 왜 내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시켰을까 후회했던 책이 더군다나 별 이상한 서술방식을 따르길래 프루스트의 악몽이 재발하나 싶다가도 확실히 그보다는 나은 것이 지나치게 내적이지 않기 때문이오 와중에 홀가분함이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이런 책이 계절의 소설이 되었다 함에 후반부로 갈수록 마땅히 있어야 할 재미가 특별히 기대가 되지는 않는 나는 123p에 이르러서는 마지막에 당최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소 분별이 되지 않으면서도 구태여 다시 읽어 제대로 식별할 노력을 기울일 동기까지는 느끼지 않는 바이니 유일하게 표현 자체가 조그마하지만 충분히 크기도 한 흥미를 끌어 그것이 속한 모서리를 접어두게 한 바로 그 부분을 적는 것으로 어쩌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이 부가적인 비대면 독서활동에 최소한의 의무감을 표현해보겠소(요).
ㅋㅋㅋㅋ @조용한목조건물 님 배송 지연으로 늦게 받으셨지만 누구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신 분이네요 ㅋㅋㅋㅋ 목조건물 님 댓글 보려고 들어왔어요 ㅋㅋㅋ
이 글을 읽고 디스크가 나았습니다.
축하해도 된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배송지연을 문학으로 승화시키셨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앗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제대로 이해하신 분이 계시네요
드디어 남작이 처음으로 언급된 부분을 읽었네요. "남작"이란 단어를 보는데 왜 이렇게 반갑던지!
앗 드디어! 축하드립니다! 뭔가 <고도를 기다리며> 같은 느낌도 드네요... 끝까지 '노쇼'한 고도에 비하면 남작은 양반이라고 할까요. 귀족이 맞겠지만요... (죄송합니다) 저도 얼른 읽어야겠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주말 동안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잘 읽으셨나요? 토요일에 이사를 하고 이제야 정리가 됐네요... 반쯤... 덕분에 주말 동안 책을 한 글자도 못 읽었는데요.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감상을 보니, 저도 어서 빨리 읽고 싶어지네요. @브엠버 님께서 막연히 작품 배경을 1800년대로 상상하다가 스마트폰이 등장해서 놀랐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막연히 1990년대로 상상하고 있었어요. 만연체의 문장이 약간 타령조(?)의 느낌을 주긴 하지만, 배경도 그렇고 사용하는 기교도 그렇고 무척 현대적인 작품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땐싱머신 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문장을 읽어나가야 누구 시점인지 알게 되는 부분'만 봐도요.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크툴루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라는 웹소설 또한 같은 기교를 굉장히 잘 활용하는 작품이에요. 최소한 100화는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긴 하지만...) @호디에 님의 요약 덕분에 다시 한 번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네요. @최가은 평론가님의 말씀 또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가 이끼 전문가라는 사실을 댓글을 보고 알게 되었는데 무척 흥미롭네요. 그리고 @조용한목조건물 님의 만연체 댓글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이런 게 함께 읽기의 재미인 것 같아요.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럼/ 창백한, 너무도 창백한'을 마저 읽는 날입니다. 꽃샘 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과 함께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바랄게요. 저도 얼른 따라 읽겠습니다! (그믐 시스템이 바뀌었는지, 뒤늦게 화제로 지정하니까 글이 타임라인에서 벗어나서 최근에 올린 것처럼 정렬 순서가 바뀌네요...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책 읽으며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는 간만입니다. 말이 만연체이지, 마침표가 찍혀 있을 자리에 쉼표가 있을 뿐인데도 숨이 가빠지네요. 부호 하나의 차이가 이렇게 큰지, 여태 노안이 빨리 찾아올 정도로 다독을 하면서도 몰랐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유의미한 한 권이라 하겠습니다. 저는 쉼표보다는 마침표를 선호하는 인간이었네요.
"너는 두려움이 이 생물계와 무생물계의 모든 구성원을 봐, 그러면 너는 두려움이 이 생물계와 무생물계에서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요소임을 알게 될 것이니 두려움 이외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그 밖의 무엇도 그토록 무시무시한 힘을 속에 지니지 않았기 때문으로, 두려움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생물계와 무생물계의 어느 것 하나 그토록 거대한 정도로 정의하지 못하기에 모든 것은 두려움으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데, 이것을 추적해도 저것을 추적해도 두려움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므로 더는 이 문제로 전전긍긍하지 않겠지만 이 엉큼한 변명에 대해서는 충분히 얘기할 테니 지금은 두려움에 주목하기로 하고, 그러면 우리는 두려움이 존재의 본질이 되는 지점에 도달하나 나는 지나치게 앞서간 게 아닌가 싶으ㄴ데, 존재에 대해서는 그 밖의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존재가 두려움에 이끌린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네게 말한 것은..."
이 정도의 만연체는 극히 드문 시도이긴 하지만, 참신한 발상은 아니지요. 사유의 전개도 방대하기는 하나 '오호라!'를 이끌어낼 만한 무언가는 없다는 게 제 감상입니다. 번역가 선생님의 노고 덕에 가독성은 양호하지만, 좀처럼 진도를 빼기 힘든 건 작가와 저의 궁합의 문제, 전적으로 제 취향의 문제네요. 판에 박힌 <돌아온 탕아>적 설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서사 전개가 한정되어 있고, 책과 읽어보신 분들의 감상을 쫘악 스캔해 본 바, 저의 한정된 시간을, 호흡 곤란의 고통을 감내하며 이 책에 쏟아야 할 당위성을 못 느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단으로서의 의무감에 읽고는 있습니다만, 정말 싫은 사람과 데이트를 강요당하는 기분이네요. 기호에 따라서는 그냥 '벽돌'일 수도 있는 책 같습니다.
정말 싫은 사람과 데이트를 강요당하는 기분! 저도 지금 살짝 그런 느낌 오려고 하네요 ㅎㅎ
너무나도 공감합니다. '데이트를 강요당하는 기분'이라니 진짜 최고의 표현..! 책이 주는 메시지가 나쁘진 않았지만 제게 맞지 않는 문장을 뇌에 힘주고 읽을 정도의 것이었냐면 또 그렇지는 않았기에...
정말 공감... 덕분에 다른 독서단 책이 너무 재밌어요.
너무 공감하는 댓글입니다. 정말 싫은 사람과의 데이트,,,
드디어 초코하임님이(ㅋㅋ) 귀향을 하셨네요..휴..다음 파트는 또 어떤 내용의 만연체가 기다리고 있을 지..긴장하며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교수가 중심으로 나온 부분과 남작이 중심인 부분이 확연하게 분위기가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이야기 자체는 @Mojito 님 말씀처럼 <돌아온 탕아>의 익숙한 이야기로 보여 엄청난 만연체를 걷어내고 나면,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읽을 수록 리듬을 타게 되어 점점 익숙해고 있긴 하지만 작가가 왜 이런 문체를 선택했을까 알고 싶고, 책의 후반부에 남작과 교수가 어떻게 교차할지도 기대되네요. 저는 주말에 영화 <사탄탱고>를 보려고 합니다.
다들 기다리신 것처럼 책 제목의 남작은 소설이 한참 진행된 뒤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유독 남작이 중심화자인 챕터가 저는 잘 읽히더라구요. 그래서 남작 너는 정체가 뭔데 다들 이렇게 귀향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기나긴 문장의 숲을 헤치고 나아가게 만드는 벵크하임 남작 너는 누구인가...수많은 독자들조차 기다리게 만드는 남작의 귀향, 남작이라는 표현도 묘하게 옛스러우면서 이 소설의 배경을 착각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남작에 꽂혀서 어렴풋이 19세기 정도로 예상하며 읽다가 스마트폰이 튀어나오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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