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앞서 @하료 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본 작품은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 번역을 중역한 것인데요, 끝날듯 끝나지 않는 한국어 문장을 읽다가 문득 영어로 읽는다면 전혀 다른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결어미와 연결어미를 구분하는 한국어와 달리, 영어에서는 많은 경우 쉼표 부분에 마침표를 찍어도 별로 상관이 없잖아요. 말하자면 마침표 대신 쉼표를 쓴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 같은 느낌인 거죠. "이제 나는 당신에게 조금 더 괴상스러운 모험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땀, 푹스가 걷고 있다, 그 뒤를 따르는 나, 바짓가랑이, 구두굽, 모래, 우리는 발을 질질 끌며 걷고 있다, 걷고 또 걷는다, 토양, 바퀴 자국, 유리알처럼 빛나는 조약돌, 광채, 폭염의 웅웅거림, 이글대는 열기, 태양 아래 사방이 온통 시커멓다, 작은 집과 담당 들, 평야, 나무, 이 도로, 저 행렬, 어디서 왔는지, 무슨 목적인지, 할 말은 많지만, 솔직히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 때문에, 아니 실은 가족 탓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게다가 나는..." 아무래도 연결어미로 이어진 문장이 계속되면 구어적인 느낌, 노래 같은 느낌, 예스러운 느낌 같은 게 들잖아요. 그리고 그건 헝가리어는 몰라도 영어 독자들이 받는 감상하고는 조금 다를 테고요. 그래서 만약 연결어미를 쓰지 않고 그냥 종결어미를 써서 번역을 했다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해졌는데요, 우연히 그런 식의 개인 번역을 해서 블로그에 올려주신 글을 발견했어요! 때마침 오늘 우리가 읽은 부분이어서, 여기에 옮겨 봅니다. (32쪽 밑에서 다섯 번째 줄부터 비교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와 기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도 없는 것 같았다. 하긴 지금까진 서로 그렇게 많이 대화를 한 것도 아니긴 했다. 다만 어젯밤 짧은 첫 번째 인터뷰가 있었고, 그리고 오늘 아침-어젯밤 따로따로 차를 타고 도착하고, 어떻게 이 일이 전개될지 그냥 모니터링하고 있던 그 센세이션과는 대조적으로-오늘 아침, 더욱 짧은, 두 번째 인터뷰가 있긴 있었다. 교수는 자신 오두막의 넝마들과 빗장들을 지나 다가오는 차 소리를 명확하게 들었지만 그게 다였다. 이후로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여자애에게 질문을 해대지만 얻는 게 없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기자들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양 행동했다. 그래서 기껏해야-당분간-도시의 거주자들이 진척 보고들로 신이 날 만한 그런 일은 없었다. 기자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그들 편집자에게 십 분마다 전화를 넣었다. 저 소녀는 교수의 오두막을 마주하고 여기 서 있고, 교수는 밖을 내다보고 있고, 그녀는 같은 말이 적힌 피켓을 높이 치고 들고 있다. 그게 기자들이 그날 아침 이후 죽 보고할 수 있던 전부였다. 그것도 그리 많지도 않았다. 왜냐면 새로운 일은 없었기 때문에, 사실 거의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터져 나오는 스캔들에 관련한 새로운 정보를 닦달해대는 그런 축의 대중들이-한편 편집자들의 말을 빌면,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뉴스 항목들에 이끌렸다- 항상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두개 텔레비전 방송국내 그리고 두 개 편집장 사무실에서 소위 ‘배경 자료’라도 보내라 고함을 쳐대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그런 자료를 얻으란 말인가. 기자들은 역정을 내며 응수를 했다. 여기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바깥 가시나무 덤불 꼭 한가운데, 얼어붙는 바람 속이다. 거기 소녀는 오늘 아침 공개적으로 했던 말에서 더 이상 한 마디도 더 뱉지 않고 있고, 그러니 진짜 아무 뉴스도 없다. 오직 그녀가 거기 어떻게 서 있는지 뉴스 밖에 없다. 그 자리에 뿌리 박혀, 때때로 경멸적으로 그녀의 “양귀비처럼 붉게 타오르는 신묘한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한편으로 피켓을 들어 올리고 있다, 그리고 헝가로셀 판이 교수 오두막에서 제자리에 벗어나는 항상 그 순간에 정확하게 그런다." (출처: https://susanyung.tistory.com/310) 와우, 정말 느낌이 완전히 다르네요. 저도 어설픈 솜씨나마 몇 권 번역을 했지만, 번역은 정말 어렵고 매력적인 일 같습니다.
코스모스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5권. 전위적인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장편 소설. 소설가 밀란 쿤데라가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하나"라 칭송했던 곰브로비치가 남긴 네 편의 장편 소설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다.
와.. 신기하네요. 이렇게 문장이 잘 읽힐수가 ㅎㅎ 연결어미를 쓰지 않고 그냥 종결어미를 써서 번역을 하면 완전히 달라지네요. 이 책이 조금은 편하게 느껴지기도하는데요.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ㅋㅋㅋ
문학의 기술이란 결국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의 문제라는 사실을 생각했을 때, 가볍게 생각하는 것보다 번역의 역할은 훨씬 더 크고 섬세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읽으면서 제가 임의로 마음 속으로 했다. 했다. 하면서 읽었어요. ㅎㅎ 그러니까 좀 더 잘 읽히더라고요. 과연 이렇게 읽는 게 맞나 싶지만 ^^;;
저도 종종 그렇게 하는데요,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확실히 잘 읽히네요. 머릿속에서 그림도 금방 그려지구요. 영어 중역말고 헝가리어를 한국어로 직접 번역할 수 있는 솜씨좋은 번역가가 있다면 좋을 텐데요.
헝가리어를 바로 번역한다면 과연 어떤 느낌일지 저도 궁금해지네요.
우와... 진짜 놀랍도록 잘 읽히네요 ㅎㅎㅎ 함께 읽으니까 여러 조언과 정보, 그리고 팁이 무척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난도가 높은 책이라서 더 그런 것 같네요.
책을 읽는 순간에는 누구나 혼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 읽기 경험을 누구와 어떻게 공유하는지에 따라 많은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오,, 확실히 마침표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네요! 작가가 이렇게 써줬더라면,,, 흑흑,, 하지만 만연체를 쓴 이유가 있을테니 마음을 내려놓고 쭉 따라가봐야겠어요
맞아요, 마침표가 없이 이어지니 묘한 리듬감이 생기며 정말 음악 같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화이팅!
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낌이 완전 달라지네요. 대학생 때 번역수업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는데, 사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줄표와 영미권에서 사용하는 대시의 기능도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대표적으로 한국어에서는 줄표를 쓸 때 영어와는 달리 -반드시- 앞뒤로 기호를 다 넣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이 작품도 대시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이런 부분까지 반영되어 번역된다면 또 다른 느낌이 날 것 같아 흥미롭네요 ㅎㅎ 물론 저는 번역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남작이 새롭게 시작하기 전에 가야 한다. 엉성한 실타래는 하나도 남기면 안 된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20,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남작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도대체 교수, 여자는 왜 이러는 걸까 하며 읽다가 여사의 페이스트리는 어떤 맛일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가 120p에 가까워 질수록 문장이 간결해지고 각이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나의 착각인가 싶으면서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남작은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상황을 바꿔 놓을 것만 같다는 추측이 들게 하는지 다음 장이 기대됩니다.
많은 분들이 만연체를 언급하셔서 표지를 열며 많이 긴장했는데, 글을 읽다가 길을 잃는 경험은 하지 않은 것에 놀라면서 이것이 작가의 내공인가 아니면 나의 의식의 흐름과 이야기가 잘 맞아 떨어진 것인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되는 흥미진진한 시작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내공도 당연히 있겠지만, 분명 각자에게 잘 맞는 호흡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책의 두께만큼이나 길고 긴 문장이네요,, 도저히 마침표를 찾을 수 없어서 지팡이마냥 빗금을 치고 읽으면서 가끔 나오는 쉼표에 오아시스를 만나는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마침표가 새삼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네요. 첫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의 시작의 그림같은 묘사 이후로 묘사와 대사가 번갈아 나오는데 그 상황 속에서 계약을 맺는 ‘자네들’ 중 하나가 된 것 같아 무섭더라구요. 영원과 같은 문장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서평가님께서 말씀하신 ‘작가가 작곡가가 아닌 악장인 이유’도 정말 와닿네요.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교수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와서 교수가 남작인가? 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뒤에 남작이 나오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도대체 교수 이야기는 왜 한 건지, 교수와 남작은 어떻게 이어지는 건지 궁금해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남작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으니 교수가 등장했을 텐데 교수는 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일까요? 궁금궁금. 주말에 좀 더 길게 읽어 보겠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 느꼈던 두께에 대한 거부감과 만연체에 대한 긴장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함께 읽는 분들과 가이드 @금정연 님의 정리가 큰 도움이 되네요.
1월에 읽었던 소설이 이 계절의 소설 후보에 올라 기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더 읽고 있습니다. 한 문단이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극단적인 만연체에 충격받으신 분들이 많아 기쁜(?) 마음입니다. 1분 이하의 숏츠 영상이 대세가 된 세상과 정반대의 길을 가는 소설의 문체가 주는 묘한 해방감에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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