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책을 받자마자 두께에 압도되어 겁부터 먹었는데요, 상세한 일정을 제시해 주시니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ㅎㅎㅎ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읽는 경험은 처음인데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오늘은 17 쪽까지, 퇴근 후에 차분히 읽어봐야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이번 모임에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을 함께 읽을 강보원입니다. 저는 시와 평론 등의 글을 쓰고요.. 라슬로의 책은 예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심지어 사둔 책도 있고요) 실은 전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여러 분들과 함께 읽어갈 수 있게 되어 반갑고 기쁜 마음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어제 우연히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조금 뒤적여보았는데요. 바야르가 그 책에서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읽기'라는 행위가 꼭 온전하고 단일하지만은 않다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책을 훑어보기도 하고, 다 읽은 뒤에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 자체도 모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우리가 읽은 책은 이미 어느 정도 읽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그러니 우리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특히나 이야기와 관련해서 중요한 건 책의 내용 자체라기보다 그 책을 둘러싸고 누군가 말을 하고 그것을 듣는 과정 자체라고요. 개인적으로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니 그 구절들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정말 많이 공감하게 되었는데, 이 모임에서도 그런 식의 대화-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자면 꼭 책을 다 읽어야만 뭔가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못 읽은 부분이나 재미가 없는 부분들은 조금씩 뛰어넘으면서, 만약 이야기에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으면서...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게다가 저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만연체를 쓰는 이유는 독자들이 그것을 꼼꼼히 읽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요. 왜냐면, 잘 읽히기를 바랐다면 잘 읽히게 썼을 테니까... 그러니 너무 꼼꼼하게 읽는 건 어느 정도 작가의 의도에 반해서 읽는 것 같기도 하고요.(물론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죠)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차에 타서 멍하니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듯 뭔가를 하나하나 기억하거나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처음 1월에 이 책을 받았을 때에는 문장에 압도되고 읽기에 급급해서 ㅎㅎ; 왜 작가가 과도한 만연체를 사용했을지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독자들이 그것을 꼼꼼히 읽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 '사탄탱고'는 크러스너호르거이가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도 하며 작가와 친한 감독에 의해 무려 러닝타임 7시간 짜리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어쩐지 이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번 읽기에도 힘든 작품이지만 저도 이번에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어볼까 합니다..ㅎㅎ
첫 페이지부터 의식의 흐름같은, 끝도 없는 문장에 질려가는 와중...만연체로 서술하는 이유에 대한 평론가님의 견해를 읽고 급반가운 마음과 함께 오늘도 꾸역꾸역 읽어보자는 다짐을 해봅니다..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 읽기 첫날입니다! 오늘은 ‘주의’와 ‘경고’를 읽을 차례인데요, 압도적인 두께에 눌려서인지 소제목만 봐도 조금 겁이 나네요... 760쪽이 넘는 분량을 22일 동안 읽으려면 매일 35쪽 정도를 읽어야 하는데요. 오늘은 첫날이니 책의 분위기도 파악할겸 가볍게 10쪽 남짓한 분량을 책정해보았습니다. 끝날듯 끝나지 않는 만연체의 문장이지만 천천히 읽다 보면, 그리고 강보원 평론가님의 말처럼 너무 꼼꼼히 읽으려 하지 않고 적당히 읽다 보면, 어느새 물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의 ‘플로우‘에 몸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요? 감탄과 경탄, 기쁨, 불평불만, 의혹, 지루함... 무엇이든 좋습니다. 책의 첫 부분을 읽고 떠오르는 느낌들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밑줄도 마구마구 그어 주시고요!
나는 여기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자요, 무엇도 창조하지 않고 그저 모든 소리 앞에 존재하는 자요,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저도 뒤이어 인사 드립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라는 두꺼운 책을 함께 읽을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문학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다소("순화된 표현"..) 대규모의 인원과 다소 거대한 책을 읽을 한 달이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 분량인 '경고'까지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강보원 평론가가 700페이지의 시작부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언급하셔서 많이 웃었습니다. 왠지 모를 용기도 생기고요.. 이래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같이 즐겁게 달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저도 라슬로의 소설은 주변에서 추천을 받기도 했고, 앞 부분만 훑어봤을 때도 나름 제 스타일이기도 해서 출간되는 족족 책을 사두었었는데요. 물론 한 권도 안 읽었습니다만,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한다면... 아,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영화 <사탄탱고>가 조만간 특별 상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러닝타임이 7시간 18분이라는데요. 영화마저 규모가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금정연 선생님이 인용해주신 <파리 리뷰> 인터뷰에 따르면 라슬로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한 작가라는데,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단 한 권의 걸작을 쓰겠다,라는 엄격한 제한과 일종의 망상이 쓰는 자의 만족을 끝없이 지연시키는 법이니까요. 다들 만연체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경고> 부분이 정말이지 끝나지 않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죠. 전 개인적으로 놀랍고 재미있었어요. 내용 자체도 자체지만 읽는 동안 리듬감이 생겨서 뭐랄까요, 문자 너머로 어떤 비트가 깔리는 듯한 느낌이... 스스로를 '악장'이라고 지칭하며 듣는 이들('악사')에게 거의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그'가 흥미롭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더 정확히는 그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묘사한 문장들을 넋 나간 듯 읽고 나서 @슬하염 님께서 수집해주신 문장에 다다르면 뭔가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기대되는 소설이에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도 워낙 '유명"해서 훑어봤었는데, 책이 오면 진지하게 시작해보려고요 읽다가 이렇게 정신줄이 줄 따라 흔들리는 책은 오랫만입니다
누구도 이 공연을 망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저는 이 챕터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경고의 끝에서 자신에 대해 정의를 하는데요, 아무 맥락 없는 것 같은 서문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납득이 간다는 점도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싶습니다.
저는 아직 책을 받기 전이라 사전 준비로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의 카덴짜를 듣고 있습니다. 클래식이랑은 조금도 친하지 않아서 시동걸기 힘드네요 그래도 접근법이 좀 달라야지 읽을 수 있겠더라구요 소설이 아닌 서사시, 그것도 진짜 어디 모여서 듣는 이야기처럼 빠져들어야할텐데 말이죠... 광시곡 고대 그리스에서 서사시를 낭송하는 ‘낭송자’를 뜻하는 ‘rhapsōdos’에서 파생되었다. 16세기 문학에서는 서사시 혹은 서사시의 한 부분, 모음집, 분출하는 감정 등을 가리켰다. 18세기 말 음악에서 이 용어를 차용하여 악곡의 제목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이 긴 문장들을 읽는게 적응이 될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경고’ 만 봐서는 내용 이해가 쉽지 않아요. 무슨 경고일까요? 저는 이 책의 문장이 앞으로도 이렇다는 경고로 들립니다.. 악장과 악사, 공연은 무슨 의미일까요? 앞으로의 내용과 관련이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고백하건대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함께 만들어내려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나는 여기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자요, 무엇도 창조하지 않고 그저 모든 소리 앞에 존재하는 자요,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1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이게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문장 자체만으로 봤을 때 뭔가 제가 제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과 비슷한 것 같아 흥미롭네요... 저도 제 삶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고요... 그냥 일어나는 일들 앞에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구나, 하면서 지내는 것 같아서요 ㅎㅎ; 물론 그 모든 것들을 '감독'한다는 말은 너무 거창해서 저랑은 다른 것 같지만요. 조금 비관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도 사실 창조와는 조금 거리가 먼, 글이 쓰여야 하는 대로 쓰이는 것을 지켜보는 일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글쓰기가 수동적이면서 적극적인 행위라면, 삶이 굴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수동적이지만 적극적인 행위라고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고요...?!
과연 이 경고가 소설과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소설 첫 부분을 조금 살펴보니 이 경고와는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 같아서 더욱 의아해집니다.
재독이지만 정말 부담스러운 책인데, 강보원 평론가님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졌어요ㅎㅎ 너무 꼼꼼하게 읽는 건 작가의 의도에 반하는 게 아닌가 하는 ㅋㅋ 덕분에 조금 마음 편하게 첫날 시작해봅니다!
저도 강보원 평론가님의 글을 읽고 마음이 정말 가벼워졌어요! ☺️
읽기 싫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혹은 섣불리 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마라. 이런 의도가 담긴 '경고'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 이런 식의 문장을 구사하는 이유가 일부러 독자를 불편하고 답답하게 만들려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읽다 보면 또 뭐 그렇게 힘들지 않기도 한듯요.
처음 읽을 때 정말 숨이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이번엔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길 바래봅니다!
부담이 적지않은 책의 시작에, 끝을 기다리는 이의 경고라니요. 부디 함께 읽는 덕분으로 그 끝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경고를 읽으며 어떤 내용일까 감이 쉽게 잡히지 않는데다 굉장히 두꺼운 책인지라 부담이 느껴지는데함께 읽어나간다는 게 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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