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봄]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함께 읽기

D-29
그럼, 앞 부분에 나오는 교수가 남작이 아니에요? ㅠㅠ 와오....
네 그 분은 그냥 이끼박사님...정도라고 해두죠 ㅋㅋ
읽고 정말 내스탈 아니다 했던 책인데에에 흐흑 재미가 정말 있으신가요.. 다시 읽으며 재미를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혼자 읽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외관에 마침표는 열개가 안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두번째 챕터 넘어가면서 문득 : 이동진 평론가가 영화 브루탈리스트에 대해 "고전이 될 운명을 타고난 듯한 영화"라고 평가했다는데 말이죠.
나는 여기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자요, 무엇도 창조하지 않고 그저 모든 소리 앞에 존재하는 자요,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앞으로 4주 동안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금정연입니다. 반갑습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헝가리 출신의 작가입니다. 국내에도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라스트 울프>, <서왕모의 강림>, <세계는 계속된다> 등의 작품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특히 <사탄탱고>는 벨라 타르 감독의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데요, 그 외에도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타르와 함께 [파멸], [베르크마이스터 하모니즈], [토리노의 말] 등 모두 다섯 개의 작품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크러스너호르커이와 타르 모두 헝가리 출신으로 다른 서양 문화권과 달리 성을 먼저 쓰는 헝가리어 표기법을 따라야 한다고 합니다. 벨라 타르 역시 타르 벨라라고 표기하는 게 맞지만, 서양식의 표기를 경유해서 국내에 소개된 탓에 벨라 타르라고 굳어진 상황입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은 <사탄탱고>, <저항의 멜랑콜리>, <전쟁과 전쟁>(국내 미번역)에 이은 4부작의 마지막 작품인데요, 크러스너호르커이는 <파리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했다. 첫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썼다. 두 번째 책에 만족하지 못했고, 그래서 세 번째 책을 썼다. 이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으로 이 이야기를 마무리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출판사 보도자료를 좀더 인용해볼게요. "작가는 이 소설을 “이전 소설의 카덴차”라고 말한다. 카덴차는 악곡이나 악장을 마치기 직전에 연주자가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구성된 화려하고 자유스러운 무반주 부분을 가리키는 음악 용어다. 원래는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했지만, 관습이나 작품의 본질에서 벗어나기 쉬워서 작곡자가 직접 악보에 표시하는 것이 통례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 소설가로서 살아오는 동안 낙서한 것을 묶은 소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즉흥적이면서도, 라슬로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한 작품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의 차례는 악보와 같다. 다소 낯설고, 꼭지마다 붙은 제목은 가사 같으며, 악기 소리와 합창단의 목소리를 배열해놓은 것 같다." '다소 낯설고'라는 부분이 눈에 띄는데요, '다소'라는 표현은 다소 순화된 표현일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려야겠네요. 책을 받아보신 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두께도 압도적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조금씩 함께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낯섦은 매혹으로, 위압적인 분량은 (여전히 우리의 읽기가 이만큼이나 남아 있다는) 넉넉함으로 바뀌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부터 3주(정확하게는 22일) 동안 책을 함께 읽고, 마지막 4주차에는 읽은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 텐데요, 3주 간의 읽기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12일 '주의' 및 '경고' (7~17쪽) 3월 13일~15일 '트르르르……/ 잘난 당신을 쓰러뜨리고 말겠어' (22~121쪽) 3월 16일~17일 '럼/ 창백한, 너무도 창백한' (124~207쪽) 3월 18일~19일 '펌/ 그가 내게 편지를 썼다' (210~300쪽) 3월 20일~22일 '펌/ 그는 도착할 것이다. 그가 그렇게 말했으므로' (302~400쪽) 3월 23일~25일 '펌/ 무한한 어려움' (402~492쪽) 3월 26일 '흠므므/ 조심하라' (494~523쪽) 3월 27일~3월 29일 '라리라/ 패배자(아레펜티다)' (526~629쪽) 3월 30일~31일 '리/ 헝가리인들에게 고함' (632~723쪽) 4월 1일 '롬/ 숨은 자들은 모두' (726~754쪽) 4월 2일 '연주용 참고 자료' (755~765쪽) 미리 말씀드리면 저 역시 책을 훑어보기만 하고 아직 완독하지 않았는데요. 제가 앞서 읽고 가이드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함께 읽기 일정을 따라 그날그날의 분량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려고 해요. 여러 독자분들과 함께 미지의 페이지를 읽어나가는 경험이 무척 기대가 됩니다! 특히 이번 계절에는 강보원과 최가은 두 평론가님이 함께 읽어주실 예정이라 더욱 든든하네요. 저희는 읽기 일정에 맞춰 읽고, 그날그날 읽은 분량에 대한 생각을 올릴게요. 여러분은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감상, 인상 깊었던 구절, 떠오르는 다른 작품이나 궁금한 것들을 자유롭게 올려주세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벵크하임 남작은 100페이지까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ㅠㅠ
만연체도 이런 만연체는 처음 본다 싶었던 ㅋㅋ 책이었는데 그게 읽다보니까 이상하게 책이 풍기는 묵시록인 느낌이랑 어울리는 것도 같더라구요 잠깐 정신 딴데로 새면 뭔 이야기 하고 있었지? 하게 만들어서 애먹기도 했고 중간에 교수의 사고 흐름을 서술하는 부분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싶기도 했는데 메인이 되는 서사의 줄거리 자체는 크게 어렵단 느낌은 없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따라갔던 작품이었어요 이번에 다시 함께 읽어보면서 그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가 많이 됩니다.
이 문구로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까지 ‘empathy 없는 신’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나는 자네들을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 자네들은 모두 지옥에 갈 것이고 하나가 쓰러지면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며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미리 보고 미리 들으며 그것에는 기쁨도 위안도 없을 것이기에 이 같은 것은 무엇도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요.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16p,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책을 받자마자 두께에 압도되어 겁부터 먹었는데요, 상세한 일정을 제시해 주시니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ㅎㅎㅎ 이렇게 많은 분들과 함께 읽는 경험은 처음인데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오늘은 17 쪽까지, 퇴근 후에 차분히 읽어봐야겠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이번 모임에서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을 함께 읽을 강보원입니다. 저는 시와 평론 등의 글을 쓰고요.. 라슬로의 책은 예전부터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심지어 사둔 책도 있고요) 실은 전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여러 분들과 함께 읽어갈 수 있게 되어 반갑고 기쁜 마음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어제 우연히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조금 뒤적여보았는데요. 바야르가 그 책에서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읽기'라는 행위가 꼭 온전하고 단일하지만은 않다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책을 훑어보기도 하고, 다 읽은 뒤에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 자체도 모호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우리가 읽은 책은 이미 어느 정도 읽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그러니 우리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특히나 이야기와 관련해서 중요한 건 책의 내용 자체라기보다 그 책을 둘러싸고 누군가 말을 하고 그것을 듣는 과정 자체라고요. 개인적으로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니 그 구절들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더라고요 ㅎㅎ 그리고 정말 많이 공감하게 되었는데, 이 모임에서도 그런 식의 대화-이야기들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말하자면 꼭 책을 다 읽어야만 뭔가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못 읽은 부분이나 재미가 없는 부분들은 조금씩 뛰어넘으면서, 만약 이야기에 필요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물으면서...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게다가 저는 기본적으로... 과도한 만연체를 쓰는 이유는 독자들이 그것을 꼼꼼히 읽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해요. 왜냐면, 잘 읽히기를 바랐다면 잘 읽히게 썼을 테니까... 그러니 너무 꼼꼼하게 읽는 건 어느 정도 작가의 의도에 반해서 읽는 것 같기도 하고요.(물론 그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죠) 그러니 개인적으로는 차에 타서 멍하니 흘러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듯 뭔가를 하나하나 기억하거나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책을 읽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처음 1월에 이 책을 받았을 때에는 문장에 압도되고 읽기에 급급해서 ㅎㅎ; 왜 작가가 과도한 만연체를 사용했을지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독자들이 그것을 꼼꼼히 읽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와닿네요. 작가의 다른 작품 '사탄탱고'는 크러스너호르거이가 직접 각본 작업에 참여도 하며 작가와 친한 감독에 의해 무려 러닝타임 7시간 짜리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어쩐지 이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두 번 읽기에도 힘든 작품이지만 저도 이번에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읽어볼까 합니다..ㅎㅎ
첫 페이지부터 의식의 흐름같은, 끝도 없는 문장에 질려가는 와중...만연체로 서술하는 이유에 대한 평론가님의 견해를 읽고 급반가운 마음과 함께 오늘도 꾸역꾸역 읽어보자는 다짐을 해봅니다..ㅋ
화제로 지정된 대화
함께 읽기 첫날입니다! 오늘은 ‘주의’와 ‘경고’를 읽을 차례인데요, 압도적인 두께에 눌려서인지 소제목만 봐도 조금 겁이 나네요... 760쪽이 넘는 분량을 22일 동안 읽으려면 매일 35쪽 정도를 읽어야 하는데요. 오늘은 첫날이니 책의 분위기도 파악할겸 가볍게 10쪽 남짓한 분량을 책정해보았습니다. 끝날듯 끝나지 않는 만연체의 문장이지만 천천히 읽다 보면, 그리고 강보원 평론가님의 말처럼 너무 꼼꼼히 읽으려 하지 않고 적당히 읽다 보면, 어느새 물 흐르듯 흘러가는 문장의 ‘플로우‘에 몸을 맡길 수 있지 않을까요? 감탄과 경탄, 기쁨, 불평불만, 의혹, 지루함... 무엇이든 좋습니다. 책의 첫 부분을 읽고 떠오르는 느낌들 함께 이야기 나누어요. 밑줄도 마구마구 그어 주시고요!
나는 여기서 모든 것을 감독하는 자요, 무엇도 창조하지 않고 그저 모든 소리 앞에 존재하는 자요, 신의 진리에 따라 이 모든 것이 끝나기를 그저 기다리는 자이기 때문이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 p17,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노승영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안녕하세요! 저도 뒤이어 인사 드립니다.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이라는 두꺼운 책을 함께 읽을 최가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문학평론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다소("순화된 표현"..) 대규모의 인원과 다소 거대한 책을 읽을 한 달이 무척 기대됩니다. 오늘 분량인 '경고'까지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강보원 평론가가 700페이지의 시작부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을 언급하셔서 많이 웃었습니다. 왠지 모를 용기도 생기고요.. 이래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 같이 즐겁게 달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저도 라슬로의 소설은 주변에서 추천을 받기도 했고, 앞 부분만 훑어봤을 때도 나름 제 스타일이기도 해서 출간되는 족족 책을 사두었었는데요. 물론 한 권도 안 읽었습니다만,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의 구분이 모호하다고 한다면... 아, 그리고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영화 <사탄탱고>가 조만간 특별 상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러닝타임이 7시간 18분이라는데요. 영화마저 규모가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금정연 선생님이 인용해주신 <파리 리뷰> 인터뷰에 따르면 라슬로는 한 권의 책만 쓰고 싶다고 천 번을 말한 작가라는데, 그래서 말이 길어지는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단 한 권의 걸작을 쓰겠다,라는 엄격한 제한과 일종의 망상이 쓰는 자의 만족을 끝없이 지연시키는 법이니까요. 다들 만연체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경고> 부분이 정말이지 끝나지 않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죠. 전 개인적으로 놀랍고 재미있었어요. 내용 자체도 자체지만 읽는 동안 리듬감이 생겨서 뭐랄까요, 문자 너머로 어떤 비트가 깔리는 듯한 느낌이... 스스로를 '악장'이라고 지칭하며 듣는 이들('악사')에게 거의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그'가 흥미롭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더 정확히는 그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묘사한 문장들을 넋 나간 듯 읽고 나서 @슬하염 님께서 수집해주신 문장에 다다르면 뭔가 묘한 희열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러모로 기대되는 소설이에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저도 워낙 '유명"해서 훑어봤었는데, 책이 오면 진지하게 시작해보려고요 읽다가 이렇게 정신줄이 줄 따라 흔들리는 책은 오랫만입니다
누구도 이 공연을 망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저는 이 챕터의 마지막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경고의 끝에서 자신에 대해 정의를 하는데요, 아무 맥락 없는 것 같은 서문이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납득이 간다는 점도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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