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한편으로 1789년 프랑스대혁명 후 한 세기 남짓의 격변에도 불구하고 유럽에 남아 있던 '앙시앙레짐' 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척결되었다. "1789년은 1918년으로써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는 소이다. 봉건적 위계가 최종적으로 무너짐과 동시에 국가간 인종간 장벽도 약화됐다. 전쟁 중에 많은 아시아.아프리카이들이 전 지구적 이동성을 경험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34, 권보드래 지음
이번 2부 3장에도 언급되어 있는 중국인들의 세계 1차 세대대전 참전(?)을 보면서 피에르 르메트르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그당시 피에르 르메트르 소설(오르부아르로 기억합니다)을 읽으면서 혹시 조선인들도 이와 같은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했었는데, 이번 장을 읽으면서 그 저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피에르 르메트르와 같이 한세기 정도의 긴 호흡을 가지고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려는 작가가 계신다면 이부분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기 막바지에 이른 '이른 세계화 (early globalization)'가 시작된 이래 조선인들 중에서도 세계를 누비고 세계 곳곳의 벗들과 사귀는 이들이 늘어났다. 극히 일부는 여행자로서, 대다수는 떠돌이로서.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29쪽, 권보드래 지음
전 '대다수는 떠돌이로서'라는 말이 뭔가 서글프네요. 얼마나 고국에서 힘들었으면 남의 나라 전쟁통으로 살기 위해 뛰어들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19세기 말이 되면 영국, 프랑스, 독일은 아프리카 분할을 둘러싸고 콩고협약을 맺었고, 미국은 스페인과 전쟁을 불사하여 쿠바와 필리핀을 지배 하에 두었으며, 이들 국가 모두 멀리 동아시아에까지 관심을 뻗게 되었다. 이때의 제국주의적 지배는 스페인식 약탈에 비해 일층 세련화된 지배, '백인의 책무(white man's burden)'와 '문명화 사명(la mission devilisatrice)'이라는 자아도취를 동원할 수 있는 양식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35-236쪽, 권보드래 지음
그러면 서양은 자기들이 말하던 대로 행동하지 않는구나! 그들은 동양과 똑같이 악하다. 아니, 더 악하다. 왜냐하면 적어도 동양은 선교사들을 보내어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그리스도교는 훌륭한 정의다. 너희는 이방인이요, 너희가 숭배해온 현인들은 훌륭하지 않다. 왜 너희는 우리의 예를 좇지 않느냐?"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0쪽, 권보드래 지음
막 실존과 죽음을 재발견하기 시작한 때여서인지도 모른다. 조선의 젊은 세대는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죽음'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전쟁의 정치·경제적 영향에 응대하는 데는 비교적 더뎠다. 실제적 영향 관계를 가늠하기에는 안목이 부족한 탓도 있었으리라.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3쪽, 권보드래 지음
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8년에 스페인독감이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쳤는데 이 책에서도 소개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죽을 정도였던 것 보면 전쟁중인 이 당시 각 나라 사람들의 활발한 이동이 큰 원인이었을 것 같네요. 정작 스페인독감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전쟁 중립국인 스페인에서만 다른 참전국들과 달리 언론 통제를 하지 않고 독감 현황을 적나라하게 보도하다가 사람들이 독감하면 스페인하고 인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tv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게 맞다면 스페인만 억울한거죠.
@밥심 네, 정확합니다. 현재까지 연구로는 미국 캔자스 주에서 1918년 초에 1차 유행이 시작했고(그때는 계절 독감과 비슷한 패턴), 그게 유럽으로 파병가는 군인을 따라서 유럽으로 옮겨갔고, 참호전, 화학전의 아비규환 속에서 변이를 일으켜서 젊은이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형태로 변이를 일으켜서 유럽발 2차 유행을 일으키고 또 종전 후 전쟁터에서 복귀하는 군인을 따라서 전 세계로 전파된 식이었나 봐요.
@YG 엇, 정말요? 근데 왜 스페인은 그 사실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 걸까요? 오히려 스페인은 그걸 억울하다기 보단 국익으로 생각했던 걸까요? 독감 현황을 적나라게 보도했다니 말입니다. 지난 코비드 19인 경우 중국은 그게 왜 우리 때문이냐고 노발대발했잖아요.
@stella15 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스페인(에스파냐)은 중립국이라서 전쟁을 염두에 둔 보도 통제를 할 필요가 적었고, 무엇보다도 당시 스페인 왕가에 이 독감이 퍼져서 보도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알고 있어요.
아, 그렇군요!
오. 그렇군요! 스페인독감이라서 당연히 스페인에서 시작된 줄 ^^;; 스페인 독감하니까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도 살짝 생각나네요.
운명의 날 - 상<미스틱 리버> <살인자들의 섬>의 작가 데니스 루헤인의 장편소설. 보혁·노사·인종·남녀 갈등이 폭발하던 1919년의 미국을 배경으로 노동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보스턴 경찰 파업을 심도 있게 그려냈다. '추리' 대신 진중한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씌어진 소설이다.
전 스페인 독감과 연관된 소설이 생각나는게 없는데 이 소설이 해당되는군요. 이 작가의 작품은 하나도 읽은게 없네요.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만 재밌게 봤습니다. 이번 기회에 입문해볼까 싶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 3월 13일 목요일에는 2부 3장 '제1차 세계 대전'을 읽습니다. 이 장은 앞서 감상을 남겨주신 여러분이 말씀하신 대로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일화가 많습니다. 1919년 3월 제1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에 일어난 이벤트인데도, 제1차 세계 대전과 삼일절 사이의 관계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장은 그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1917년 발표된 서춘의 『구주전란에 대한 삼대의문」 이 잘 표현해냈듯, 평화주의를 내세운 채 전쟁을 계속하고, 자유 주의를 표방하면서 국가주의적 정책을 채용하며, 영국•프랑스. 러시아에 미국을 망라한 위력으로서 독일 한 나라를 꺾지 못하는 원인이란 도통 불가사의였다. 청년들로서는 그보다 전쟁의 영향을 정신화, 도덕화하는 노선을 선호했다. 제I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체험한 예외적 조선인들과는 다른, 그러나 역시 중요한 접근법이었다. 청년 세대는 제1차 세게대전을 민주주의 대 군국주의의 대결로 해석한 베르그송식 선전을 떠올렸고, 전쟁 이후의 세계에 대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3, 권보드래 지음
벨기에 망명정부를 위한 모금운동에 공명하고 벨기에 병사를 애도하는 시를 지으면서, 식민지 조선인들은 '전쟁 이후'와 '약육강식 이후'에 대한 갈망을 키워 나갔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6, 권보드래 지음
" 다수 민중이 소수 자본가계급의 유린하는 노예인 것을 분명히 자각하고 이것을 도괴하자는 결심과 맹서를 한 것을 구주대전의 결과 중의 하나이다. 그네는 인류의 모든 불행이 군국주의와 자본주의에서 오는 것임과 인류의 행복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자유와 평등의 신사회를 건설함에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8, 권보드래 지음
19세기 후반 세계와 조우했던 한반도는 제1차 세계대전과 3.1운동을 통해 비로소 세계의 의제를 동등하게 고민하는 주체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49, 권보드래 지음
황기환과 김경천 같은 용감한 조선인들이 국제무대에서 투쟁한 사례를 보니 식민지 시대에도 세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지, 서글픈 식민지 청년의 운명으로 봐야할지 고민이 되네요. 1차 세계대전으로 봉건적 위계가 무너지고 국가·인종 간 간격이 좁아졌다는 것. 전통적 질서가 무너지는 격변기가 왔었다는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서춘의 『구주전란에 대한 삼대의문』으로 전쟁에 대해 얼마나 모순적인지 인식하고, 식민지 청년들이지만 세계정세를 비판한 흔적들이 남아있는 것이 신기하고 감동적이네요. 게다가 벨기에를 위한 모금운동과 연대 표현을 했었다니... 세계시민으로 보아도 부족함이 없네요. 식민지의 경험이 단순한 수동적 피해가 아닌 세계사와 상호작용하는 복합적 과정이었다고 해석하는 것을 보니, no pain no gain 일까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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