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간의 침묵 끝에 연대와 공공성의 세계를 다시 만난 대중은 그 사이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민감하게 포착해냈다. 천도교와 기독교라는 종교 조직의, 또한 근대학교 및 학생층의 선도적 역할을 보면서, 옛 황제와 황실이 수동적이지만 안전한 생애로 도피해 있는 동안 어떤 주체가 부상했는지를 절감했으며, 오래된 지배 계층이 무력화되고 보수화되어 향촌에서조차 지도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졌음을 깨달았다. 3.1 운동을 통해 대중은 (망명) 공화국을 추동해냈고 또한 스스로 공화국의 (잠재적) 국민이 되었다. 지금은 식상할 만큼 익숙한 태극기, 그것은 3.1 운동을 통해 대중이 피로써 새로이 그려낸 새 나라의 깃발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5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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