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울하게 세상을 뜬데다 죽은 후에도 홀대당하고 있다는 의식 속에 옛 군주에 대한 동정의 여론은 고조되었다. 왕과 왕실에 대한 묵은 기억이 어떻든지 간에 3·1 운동 직전 왕에 대한 태도는 거의 만장일치의 추모와 공분(公憤)이었다. 냉담한 축이 없지 않았으나 절대다수가 왕의 죽음을 애통해하고 그 상실에 민족의 비극적 처지를 겹쳐 보는 시각을 택했다. 3월 1일 탑골공원에서 출발한 시위대 중 한 갈래가 덕수궁을 향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해둘 만하다. 거꾸로 읽자면, 조선의 왕과 왕실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3·1 운동을 통해 호의적 추모로 낙착됐다고 할 수 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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