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레어템이닷!
그나저나 여러분 책은 무사하십니까? 저는 왜 책이 이렇게 너덜너덜해졌지요? 책이 이렇게 허약한 존재였습니까!?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소피아

stella15
책겉표지가 좀 그렇긴 하죠? 속지는 좋은 것 같긴한데.

borumis
조선이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세계질서에 대면하게 되었을 때 사회진화론은 그 인식론적 충격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명명법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6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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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진화론적 세계관에 대해서는 회의와 균열의 계기가 처음부터 존재했다. '문명'의 본질이 약육강식이라면 인간이 목표 삼아야 할 곳은 대체 어디란 말인가?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7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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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3.1 운동은 사회진화론을 돌파함으로써 가능해졌고, 3.1 운동 이후 약육강식/적자생존은 시대에 뒤떨어진 명제로 취급받았다. 그것은 국망 이후 조선인들이 갈망해오던 변화이기도 했다. 1900년대에 사회진화론이 부국강병과 문명화 를 추진하는 데 동력이 될 수 있었다면 1910년대에는 나라 잃은 상황을 수긍케 하는 자기비하의 방향을 벗어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1900년대의 사회진화론은 민족과 개인의 상승 욕망을 함께 자극하는 효과가 있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99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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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민족, 국가를 단위로 한 1900년대식 경쟁의 구도가 투명하고 명료했다면, 벗과 경쟁해야 한다는 1910년대식 궤도는 모순 속에 착종돼 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무릇 표면이란 경계해야 할 이면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2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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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착종 錯綜
어긋날 착, 모을 종
어긋남이 모아진다?
사전 의미: 이것저것이 뒤섞여 엉클어짐.

borumis
“ 더불어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해외 사상가와 작가들이 절대적 표준으로서보다 방편적 참조를 위해 인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 여러 사상가가 경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상계는 암중모색 중이라며 이광수는 당당하게도 "이러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서양인만 해결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선언한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09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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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말하자면 1900년대에 조선이 맞닥뜨린 세계는 문명론적 위계로 분할된 세계였다. 인종과 민족과 국가의 경계에 따라 엄격한 구분이 적용되는 대신 각 집단 내부는 균질한 단일체처럼 가상되는 것이 그 세계의 특징이다. 개인이나 민족 단위는 속까지 환히 비치는 투명체로되 민족국가 사이는 짙은 색 구분선이 뚜렷한 그런 지구의를 떠올려 보아도 좋겠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0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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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민족의 독립과 자강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1900년대와 1910년대의 민족주의는 마찬가지지만, 1900년대의 '대한제국만세'가 진화론적, 문명론적 믿음에 기초해 있었다면 1910년대의 '독립만세'는 그 믿음을 회의하고 대안적 세계관을 모색하는 가운데 자라났던 것이다.
(...)
여기서 '독립만세'를 부르짖기까지는 적어도 두 가지 변화를 겪어야 했다. 하나는 식민지라는 차별과 수탈의 구조를 뼈저리게 경험하는 것, 또 하나는 진화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고와 감성의 체계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1-212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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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인류적 이상과 민족적 가치 사이에 일종의 전도가 생겨나기도 한다. 그 평균적이며 전형적인 양태는 "우리도 세계 사람과 무슨 교섭을 짓자. 인류의 문명을 위하 여 무슨 공헌을 하자"고 요청함으로써 민족의 존재 의의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5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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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일본의 경우,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과는 달리 제1차 세계대전 시 이룩한 비약적인 경제,사회적 발전이 다이쇼 사상의 근거였다. 발전하는 사회의 작관적인 사유에 힘입어 신칸트학파가 대표하는 인도주의, 이상주의가 적극 수용될 수 있었으며 유소년 인구가 장노년을 압도하는 독특한 사회 구조 속에서 자아와 내면에 대한 관심 또한 본격화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런 자신감 혹은 낙관성이 정치로부터의 이탈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주목해둘 만하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6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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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 19세기 이래 서양 사상가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참조해내고 '세계'와 '인류'라는 계기를 발견했다고 해도 한국과 일본의 문제의식은 같을 수 없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아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 데 일본 청년들이 반발했다면, 식민지 조선의 젊은이들은 국가가 사라진 상황에서 '그렇기 때문에' 온전한 자유가 허락될 수 없다는 문제와 싸워야 했다. 다이쇼기 일본 청년의 비정치성이 정치적 경험을 포식한 뒤에 온 것이라면, 조선 청년들에게 있어 정치성의 탈피란 패배주의일 수밖에 없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8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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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식민지 청년들에게 정치는 포기된 것이 아니라 금지된 것이었기에 결코 무관심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218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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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15
저는 너무 열심히 읽나 봅니다. 읽다보면 뒤쳐질 것 같아 오늘은 3부 1장을 읽고 있는데 289 페이지에 원각사지 10층석탑 일명 '백탑(白塔)'에 관한 얘기가 나오네요. 연암 박지원과 담헌 홍대용 그밖에 이덕무와 박제가, 유득공과 백동수 등이 나이와 신분을 뛰어넘어 교유했다는 '백탑파' 이야기. 아시다시피 그 백탑파가 오늘 날 탑골공원인 건 다들 아시죠?
근데 이걸 보는데 괜히 제가 좋아하는 김탁환 작가가 생각나네요. 그 유명한 백탑파 시리즈. 이분은 도무지 읽는 것을 쫓아 갈 수 없는 작간데 암튼 재밌다는 거죠. 한동안 못 읽었는데 올핸 다시 불을 짚혀 봐야겠습니다.

방각본 살인 사건 2우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 중 하나인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리 소설 형식의 흥미로운 작품을 내놨다.

방각본 살인 사건 1우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시기 중 하나인 18세기 말, 정조 치세를 배경으로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리 소설 형식의 흥미로운 작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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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3·1운동의 초기 국면이었던 1919년 3월 8일 윤치호가 「조선인을 위하여 비애」라는 글을 발표했을 때 그는 아마 진심이었을 것이다. 늘 일기에 쓰던 대로 그는 "약자는 항상 종순(從順)하여야만 강자에게 애호심을 기(起)케 하여" 평화의 기초를 이룩할 수 있으리라고 역설했다. 충실하고 모범적인 노예가 됨으로써 강자의 호감과 신뢰를 사고, 그럼으로써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는[相和相愛]' 세계를 이루자는 제안이었다. 문명국의 기준을 초과할 만큼 문명화됨으로써 강국을 감복(感服)시키자는 제안이기도 했다.
윤치호나 백대진의 입장을 약자의 현실주의라고 불러볼 수 있겠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 198,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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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저는 이 순종적인 문장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요. 폭력을 당하면서도, 가해자를 더 자극하지 않아야 덜 맞을 수 있다는 걸 철저히 알고 있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는듯한. 쓰면서도 아프네요.
aida
시대는 다르지만 충실하고 모범적인 노예비스무리로 현실과 타협한 적이 많아서일까요? 저같은 범인의 현실주의 같기도 해서 저도 많이 쓰리네요;;

연해
“ 식민지가 되면 다 죽고 추방당하고 재산을 빼앗길 것이라 생각한데 비기면, 나라 잃은 후에도 일상은 뜻밖에 어제와 비슷했다. 여기서 '독립만세'를 부르짖기까지는 적어도 두 가지 변화를 겪어야했다. 하나는 식민지라는 차별과 수탈의 구조를 뼈저리게 경험하는 것, 또 하나는 진화론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사고와 감성의 체계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212,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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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
“ 식민지 조선에서 '인류'와 '세계'는 결코 민족을 도외시할 수 없었다. 개인이 민족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 인류나 세계와 조우한다는 사상의 전통은 한반도에서 실로 희귀하다. 민족을 거부하는 개인, 아일랜드인이면서도 아일랜드어를 거부하고 "아일랜드는 제가 낳은 새끼를 잡아먹는 암퇘지다" 같은 통렬할 독설을 날리는 청년도 거의 키워낸 바 없다. ”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p.219,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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