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전 책이 무거워서 못 들고 다니다 오늘 집에서 1부 다 읽었어요(전자책은 어디에? 뿌엥~~).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읽다가 그동안 몰랐던 구한말 시절의 세계 정세까지 정리가 돼 있어서 관심도가 쑤욱 올라갔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건 고종에 대한 국민들의 이중적 태도예요. 저에게 한국은 중요하지만 그닥 애국심은 없어서요.(정부는 별로지만 한국인은 사랑도 하고 증오도 하고?) 아무리 왕이라도 같은 사람인데 상징적인 존재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중요하겠지만 잘 모르겠어요. 마이클 돕스의 1945/1962/1991 시리즈 생각도 났어요. 역사가 머릿속에 정리 좀 되었으면 좋겠네요~~으아~~~
대중정치와 유토피아의 이념이 결합할 때의 무시무시한 부작용은 오늘날 세계가 짐지고 있는 역사적 과제 중 하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49, 권보드래 지음
요컨대 1910년대 일본은 제국주의로서의 통치 기술이 미숙한 상태에 있었다. 그만큼 그 통치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에 의존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67, 권보드래 지음
식민권력은 공식적으로는 충민을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양민을 키워내고자 했다. 온순하고 선량한 백성, 제 앞가림에 착실한 백성, 성실히 일하고 근검히 저축하며 휴일에는 공원 산보로 만족해하는 백성-무엇보다 정치나 세계 대세 같은 허황한 화제에 유혹되지 않고 개인과 가족을 지상가치로 삼는 백성이 식민권력의 이상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69, 권보드래 지음
사람들은 '독립'에 실로 각인각색의 열망을 투영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4,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 당시 '만세'와 '독립'은 민족해방으로 소진되지 않고 계급 이동으로 다 해소되지 않는 미정형의 유토피아적 충동을 표시한다. '만세'가 저마다의 불만과 희망을 표현했듯, '독립'은 그런 불만과 희망이 해결된 미래상을 지시했다. 인민은 고통스런 현실이 철폐되길 소망했고 또한 현재의 부조리를 보상할 만한 새 나라를 꿈꾸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5, 권보드래 지음
조선시대 토지 소유가 배타적 사적 소유가 아닌 중층적이며 관습적 소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소작농도 장기간 경작권을 보장 받았고 그에 대한 권리를 상속이나 매매까지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네요. 이것이 일부 지역에서만 이루어졌던 지역적 관습이었는지 아니면 전국적인 보편적 관습이었는지 궁금해집니다.
4장은 3.1운동에서 '만세'의 의미를 알려주는 장이었습니다. 중국 황제를 찬양하고 일본 천황을 연호하는데 사용되었던 '만세'가 3.1.운동에서는 어떤 의미로 변주되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변주는 하나의 의미로 함축되지 않았기에 지속될 수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외쳤던 '만세'는 그 의미 만큼이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던 믿음의 기원도 다양했습니다. (혹세무민의) 종교, 자신의 신념, 20세기 초 만연했던 유토피아적 희망까지... 1부를 마치면서 저는 역사적 감정이입(historical empathy)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19년 3.1운동이 발생하고 1945년 해방이 되기까지 약 26년의 시간 동안, 나는 과연 변절자, 아니 친일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만세'의 변주곡 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질문으로 1부를 마무리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작가님 말씀처럼, 뜻밖에 잘 몰랐던 일이 많았던 때이고 생소한 단어도 많이 나오는 책인데 이상하게 읽기 시작하면 술술 넘어가죠? 그래서 앞서가시는 분들도 많으시네요. 각자 호흡대로 읽으시되 또 의견이나 감상은 수시로 나누길 권해드립니다. 오늘 3월 10일 월요일은 1부의 마지막 장 4장 '만세'를 시작합니다. 이 장에서는 3월 1일에 만세를 불렀던 사람들의 욕망과 그것의 표출로서의 만세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장을 읽으면서 2016년의 '촛불'을 한 번 떠올려봤어요. 그때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었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이후에 거의 10년이 지난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면; 괜히 마음이 착잡해졌답니다. 하지만, 이번 주도 다들 기분 좋게 시작하세요. 이번 주는 오늘 1부 4장을 읽고 금요일까지 2부 네 장을 모두 읽는 일정입니다. (2부 엄~청 재밌어요!)
@롱기누스 님, 환영합니다. 오랜만에 벽돌 책 함께 읽기로 돌아오신 것 같아서 괜히 반갑습니다. :)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장님께서 환영해주시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롱기누스 친일 얘기가 나오니까, 예전에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녹색평론>의 고 김종철 선생님과 술자리에서 사담을 나누다가 아버지께서 일제 강점기 때 하급 공무원(?)이셨던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창비 계열의 민족 시인으로 아~주 유명하신, 교과서에도 나오는, 한 원로 시인과 나눴던 대화도 들려주셨는데, 그 분의 처지도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둘이서 막거리를 마시다가 '어휴, 우리도 친일 부역자의 자식이네요.' 하면서 씁쓸하게 웃으셨다는 얘기를 전해주셨어요. 김종철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서, 일제 강점기 35년, 1905년부터 시작하면 거의 40년 한 세대가 넘는 시간 동안 글 좀 읽고 쓸 줄 아는 조선 청년의 선택지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과감하게 외국으로 건너가서 (어느 시점에서는 국내 독립 운동의 싹은 거의 짓밟혔으니) 해외 독립 운동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거의 소수였을 테고. 국내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다수의 젊은이의 선택지는 결국 그나마 이런 직장(하급 공무원, 각종 조합이나 은행, 친일 부역 기업의 직원 등)뿐이었을 테니까요. 그들은 해방 후에 새 나라의 초석을 마련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제 강점기 때의 자신의 행적을 어떤 식으로든 반성하거나 변명하거나 은폐하거나 했어야 했겠죠.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숨 쉬는 것 자체가 부역인 거죠. 30년 이상 자기 나라 말을 쓸 수 없다면 부역이란 말조차 의미없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나마 해방을 맞았으니 잘 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요? 이광수의 친일 때문에 그의 문학을 불편해했었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윤치호를 다루니까 당대 지식인들의 회의가 이해가 갈 것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이루었다는 건 새삼 대단한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우리 지방만이라도 독립, 자치를 하자"는 결정은 3.1 운동을 통해 종종 발견되는 경향성이다. 식민통치의 수직성, 일원성, 관제성에 반해 봉기 주체들이 수평적, 다원적, 공동체적 대응 양상을 보여주었다고 할 때 그 증거로 들어도 좋을 경향이기도 하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1쪽,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나 독립 그 자체를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독립적 권리(independent right)도 획득하지 못했다. 대신 1910년대를 통해 유예됐던 일본에 대한 적대를 확고하게 했고 '독립했더라면' 맞이했을 미래에 온갖 유토피아적 소망을 투사하게끔 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3쪽, 권보드래 지음
사람들은 '독립'에 실로 각인각색의 열망을 투영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4쪽, 권보드래 지음
그러나 '독립'은 민족적 불만의 해소 이상을 가리킨다. 3.1 운동기의 구호, '독립만세' 혹은 그 축약형으로서의 '만세'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만세'는 불만의 승화이자 희망의 표현인 동시, 새로운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축원하고 환영하는 기호다. (...) 3.1 운동 당시 '만세'와 '독립은 민족해방으로 소진되지 않고 계급 이동으로 다 해소되지 않는 미정형의 유토피아적 충동을 표시한다. '만세'가 저마다의 불만과 희망을 표현했듯 '독립'은 그런 불만과 희망이 해결된 미래상을 지시했다. 인민은 고통스런 현실이 철폐되길 소망했고 또한 현재의 부조리를 보상할 만한 새 나라를 꿈꾸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25쪽, 권보드래 지음
"희망과 요구, 불쾌와 평화의" 또한 '희열과 공포가 뒤섞인" '만세'란 그 희망, 요구, 희열, 공포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 또한 의미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30쪽, 권보드래 지음
'좋거나 언짢거나'의 방향성보다 '새로운 세계'의 인력 자체가 더 중요한 순간, '만세'는 그 순간의 발성법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31쪽,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1910년 강제병합 당시 '의외로 평온했던' 배후의 대중 심리, 즉 '병합' 후를 일단 방관했던 태도가 불만과 분노로 귀결되었음을 알려주는 사건이었으나, 비교급 속에서나마 대한제국기의 과거가 전면 긍정되기는 어려웠을 터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32쪽, 권보드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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