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0. <3월 1일의 밤>

D-29
일찍이 건국 때부터 조선 왕조의 수명은 28대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고종이 제28대 왕이니 "금회의 홍거에 의해 이조는 완전히 멸망"했다고도 했고, "이조도 28대에서 망하였으니 조선의 전도가 실로 암담하지만" 곧 조선 전도(全道)에서 한 명을 뽑아 "목하 지나(支那)에 있어서의 대통령과 같은 것을 두고 국사를 통제할 계획이" 있다고도 했다. 왜 고종을 제26대가 아닌 제28대로 헤아렸는지는 의문이지만, 순종을 제쳐두고 고종을 '최후의 군주'로 대접하는 동시에 그의 죽음으로 조선 왕조가 완전히 멸망했다고 진단하는 시각은 여러 풍설을 통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3·1 운동은 봉기의 터전일 뿐 아니라 공론의 토대였다. 새로운 정치적 공통감각을 형성하는 토론의 장인 동시 행동의 장이었다. 그것은 유럽에서와 같이 살롱과 카페와 공원에서 대화와 토론과 연설을 통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일 수는 없었다. 언어와 사상이 무르익은 후 행동과 제도화가 뒤따르는 장기적 과정일 수 없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촛불집회와 '광장 민주주의'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네요.
특히 이번 주말. 더 그렇습니다 ㅠ
1900년대든 1910년대든 국가의례에 접할 일 없던 지역의 민초(民草)들에게 '만세'는 그렇듯 비일상적 어휘였다. 그러나 서먹해하던 이들에게도 '만세'는 몇 번 부르면 입에 붙었다. 감염의 효과는 신속하고도 광범위했다. 사람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세를 불렀다. 옆 마을에서 만세성이 들리면 변소 다녀오는 길 집안에서도 따라 불렀고, 술 마신 후 비틀거리는 귀갓길에도 외쳤다. 누구는 종로 네거리에서 대성통곡하며 만세를 불렀고 다른 사람들은 춤추며 외쳤다. 이 다양한 상황을 관통하여 넘쳐흐를 듯한 희열은 공통된 정서였던 듯 보인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간난이」식 민족의 경계를 넘는 우정은 현실에도 존재했다. 3 ·1 운동이 고조기를 넘기고 있던 4월 중순, 대전 일대에서는 서울에서 일본인 70여 명이 '일본 민주국 만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일본으로 압송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로 일본인 교사가 만세시위에 동참한 일도 있었다. 전북 옥구의 영명학교 교사 및 학생들이 벌인 시위에 일본인 교사인 요코타마(横畑)와 야마 시로야(山城) 두 명이 "같이 행동하여 큰 기를 세우고 앞장"섰던 것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유럽의 제국들이 몰락하고 미국이 세계의 구원자로 등장했으며 러시아가 신생 사회주의 국가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던 당시, 세계는 바야흐로 대중 유토피아의 이념을 조형(造型)하고 있었다. 1,000만이 넘는 인명을 희생한 끝에 세계가 바야흐로 정의·인도·평화의 새 시대에 들어섰다는 믿음은 이때는 물론 20 세기 전반을 관통한 새로운 신앙이었다. 조선인들만이 순진하고 낙관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늦었지만, 열심히 따라가보겠습니다. ^^
1장을 읽고, 3.1운동 선언문의 가치는 결국 미래의 가치(와야 할 현실)를 도래한 현실로 변형시킴으로써 현재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비록 그것을 작성하고 발표한 사람들은 기대하지 않았다는데 또 한번의 역사의 아이러니를 찾을 수 있지만...
더 나아가서 보자면 프랑스혁명 전후 본격화되어 제1차 세계대전 전후 절정에 올랐던 역사적 유토피아니즘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할는지 모른다. 좌우를 막론하고 20세기 전체를 지배했던 이 사상이 가장 순도 높았던 것으로 보이는 때가 3·1 운동 전후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분노하는 대신 비애에 사로잡히는 것은 한반도 전체를 통 해 일반적 반응이었던 듯 보인다. 동래군 기장면 "선비의 딸"로서 1950~1960년대에 야당 지도자로 맹활약한 박순천. 그는 1910년 8월 "주막집 담에 붙은 네 글자의 벽보"를 보았을 때 들었던 감정을 '수심'과 '눈물'로 요약해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심에 싸여 있었고 그중에는 한숨짓는 어른들도 있었다. 나도 그 사람들 틈에 끼어 덧없이 울기만 하였다." 1900년대를 통해 열혈과 애국으로 타올랐던 사람들, 그들은 어째서 "덧없이 울기만"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2장을 읽고서는, 3.1운동은 부재하는 중심, 확인되지 않은(그러나 지금의 사람들이 갈망하는) 정보가 혼돈의 개방성이라는 맥락속에서 상상할 수 없던 큰 에너지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울러 3.1운동의 민족대표에 대해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던 부분에 대해서도 2장을 통해 그 당시 시대적 상황 - 즉, '대표'개념 자체가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시대적 상황 - 이 반영된 것이며 3.1운동의 폭발은 그동안 7개로 난립되어있던 임시정부(를 표방한 단체)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통일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멸망한 왕조, 이미 죽어버린 왕에 대해 애도를 아낄 이유는 없다. 그것은 대한제국으로의 회귀를 염원하느냐의 선택과는 전연 다른 문제다. 대한제국기의 깃발을 꺼내 들더라도 그것이 옛 군주에 대한 충성으로 오인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3.1 운동기 고종에 대한 추모 열기는 이렇듯 왕조의 종말을 확인한 안도감에 의해 고양됐던 듯 싶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00, 권보드래 지음
3장을 읽어보며, 깃발에 대한 상징적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었습니다.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민중을 모으고 단결하게 만드는 힘. 고대 군대의 깃발에서부터 현대 스포츠팀의 깃발까지... 이오지마 전투 미국 해병의 깃발부터 2006년 WBC 한일전 후 마운드에 꽂힌 깃발까지...
3.1 운동은 각성의 과정이자 자아 형성의 과정이었다. 목표를 뚜렷하게 정하고 실현 가능성을 가늠한 후 나선 운동은 아니었지만, 전략적 숙고와 준비 끝에 결행된 어떤 사건보다 폭발적인 혁명이기도 했다. 3.1 운동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은 비로소 수천 년 군주 체제와 작별할 수 있었으며, 3.1 운동을 통해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국기를 넘어) 비로소 만인의 국기가 되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113, 권보드래 지음
3장을 읽고 난 후에 머리속에 질문이 떠나질 않네요. 3.1운동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번진 만세운동을 통해 태극기의 위상이 대한제국의 상징에서 대중이 피로서 새로이 그려낸 새나라(공화국)의 깃발로 승화되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3.1운동의 핵심이었던 서울, 그리고 4월 23일 국민대회의 날에서 왜 태극기가 사용되지 않았는지... 저자는 그것에 대해 문제는 제기했으나 저로서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총독 암살 미수라는 억지 죄목으로 각계 인사 105인이 구속됐던 이 사건 이후 윤치호는 '약자로 사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3년여 옥살이를 겪으면서 그의 마음에서 낙관의 씨앗은 다 죽어버렸나 보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이후 윤치호는 평생 '약자로 사는 법'을 지키면서 살았다. 3·1 운동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는 독립선언 때문에 수천 민중이 죽어가고 있다며 분노했고, 관계자들이 속속 망명을 떠나는 것을 보며 남은 가족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화를 냈다. "독립이 몇 달 안에 이루어질 것이라 믿었던가?"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윤치호는 외국인들이 자신을 홀대할 때도 화를 꿀꺽 삼키면서 "내가 분노한다 해서 미국인들이 잃을 것이 무엇인가? 무(無)보다 못한 내 우정이 고작인 것을"이라며 씁쓸해했다. 반면 조선인에 대한 그의 반응은 혐오와 분노, 그리고 크나큰 연민이었다.
3월 1일의 밤 - 폭력의 세기에 꾸는 평화의 꿈 권보드래 지음
이 대목에서 정말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 안의 윤치호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었겠지요. 저런 윤치호의 심정 자체는 아주 잘 이해가 되었거든요. 그의 논리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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