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D-29
자기에게 맞는 작가만 파라 이 작가 저 작가 괜히 쓸데없이 마구잡이로 읽을 필요가 없다. 자기에게 맞는 한 작가만 붙들고 그의 글만 읽어도 된다. 그래야 뭔가 확실히 안다. 나머지 작가들은 그냥 상이나 좀 타면 그때 보면 된다. 근데 그들에게서 얻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쉽게 내게 다가오는 작가들이 내게 많은 것을 준다. 마광수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들을 쉽게 이해하면서 공감하고 읽으면 다른 게 연상이 되는 것이다. 내 상상력이 늘면서 영감도 배가 되는 것이다.
노인은 화려한 옷을 입어도 어딘지 모르게 추해 보인다. 그러나 싱싱하고 젊은 여자는 옷을 아무거나 입어도 뭔가 얼굴에 상쇄되어 색다르게 보인다. 마르면서 키가 크고 젊은 여자가 아무거나 걸치고 건들거리며 걸으면 그것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다.
여기 단편소설은 다 어디서 읽은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 읽었을지도 모른다.
공감 가시나요? 올해 대보름은 이미 지났지만, 정월 보름에 시골 야산에 올라가 구멍을 송송 뚫은 깡통에 잘게 자른 소나무 장작에 불을 달려 돌리면 큰 화환(火環)이 된다. 불타는 송진이 깡통에서 새면서 만드는 불 굴렁쇠는 그대로 사람을 홀리는 도깨비불이다. 붕붕 소리를 내면서 큰 화환(火環)이 나를 그 안에 가둔다. 나도 그만 흥분한 나머지 불의 일부가 되고 만다. 다른 동네도 그 마을 산 정상에 올라 우리처럼 불놀이하며 대보름을 즐긴다. 그들에게 우리는 무언의, 아니 이런 쥐불놀이의 시그널을 보낸다. 예전에 봉화(烽火)로 전쟁을 알렸던 것처럼. 그땐 전기도 안 들어오던 시절이라 사방의 불이란 이 불꽃놀이밖엔 없었다. 여기저기 산봉우리마다 불 고리(Fire Loop)로 물결을 이룬다. 그러니 서로 얼마나 반가울까? 이 부분에서 격하게 공감 가는 사람이라면 시골 출신에, 이제 정년이 얼마 안 남은 사람이리라. 우린 지금 즐겁고 무사하고 무탈한데, “너흰 어떠니? 봄방학은 지루하지 않니?“ 신께 올해 농사도 잘되게 해달라고 소원 빌며 서로 불로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장작이 어느 정도 타면 눈 쌓인 논바닥이나 밭 한가운데를 향해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최대한으로 원을 크게 그린 후 칠흑의 공중으로 불덩이를 휙 던진다. 그럼 불똥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은하수처럼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친다. 땅에 떨어진 불똥들이 흰 눈 위에서 사방으로 튄다. 만개(滿開)한 보름달도 그걸 구경하며 활짝 웃는 것 같다. 눈이 아직 남아 있는 밭이나 논 한가운데로 던져야 한다. 안 그러면 불이 나서 산을 태울 수도 있다. 이때 남의 산소라도 태우는 날에는 눈앞이 캄캄하다. 나는 깡통에 구멍을, 원래는 못으로 뚫어야 하나 시간이 없는 관계로 칼로 있는 힘을 다해 내리치다가 둥근 깡통이 빙글 돌면서 그 칼끝이 깡통을 뚫은 게 아니라 내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그대로 꽂힌 것이다. 녹슨 부엌칼을 빼내고 칼이 만든 상처를 벌리니 꼭 푸줏간의 돼지고기를 썰어놓은 것처럼, 피도 안 나면서 뼈가 안으로 희게 보이는 거였다. 두메산골이라 어디 병원은커녕 아까징끼만 바르고 말았다. 나는 그 상처를 지금도 선명히 간직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나만 아는 이야기다. 아마도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이미 죽었거나 들었어도 지금은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게 안 된다. 책상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있으면 항상 그 상처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정겨운 순간들과 함께.
사람들의 획일화를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람은 남의 상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루카의 이 책은 너무 내게 잘 맞아 페이지 넘기기가 너무 아까울 지경이다.
이 글은 다른 하루키의 글에서 일부라도 반복해서 써먹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의 글 어딘가에서 이 부분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귀가 그렇게 생긴 이유는 소리를 모으기 위해 그렇게 어떻게 보면 좀 요상하게 생긴 것인가.
인류가 생김새가 비슷해서 그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거의 80%이상은 비슷하다.
여자들은 대개 거의 90%이상이 그냥 사람은 다 비슷하게 사는 거라며 그냥 산다. 그럼 너무 허무하지 않나?
일본 버스는 시간을 아주 잘 지킨다. 그리고 승객이 자리에 다 앉은 것을 확인한 후 출발한다. 한국처럼 바로 출발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일본은 차가 완전히 선 후 자리에서 일어난다. 질서를 아주 잘 지키는 국민이다. 그러다가 그냥 조용히 죽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안기부 관리의 첩이 사는 기와집이 우리 동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어른들은 첩이라고 업신여기면서도 남에게 괄시받는 걸 알기에 그 여자와 그 자식들을 안됐다고 여겼지만, 나는 그 집에 놀러 갈 적마다 부럽기만 했다. 방바닥에 기껏 교과서와 공책만 뒹구는 우리 집과는 달리 눈을 번쩍 뜨게 하는 만화책이 사방에 즐비했고, 우리 집에선 7대3으로 국수를 넣어 라면을 끓였지만, 그 집만은 100% 라면만 넣어 끓여 먹었기 때문이다. 그 애는 동네에서 나와 유일한 동갑이고 (그해, 을사년에 태어난 아기는 우리 둘밖에 없었다) 키도 덩치도 비슷해 동네 형들이 벼를 베어낸 보송보송한 논바닥에서 글러브를 끼워주며 복싱을 시키거나 씨름을 붙였다. 언제나 말뿐이지만, “네가 불리하다 싶으면, 말려줄게.” 하며.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빙 둘러앉아 우리 시합을 지켜봤다. 적수가 되어 달리기하거나 딱지치기할 때 우린 항상 라이벌이었다. 내기에서 내가 지기라도 하면 너무 분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분한 기운이 종일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 애도 공부를 잘해 나와 함께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갔는데, 그는 “글로 꼭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말겠어.”라고 내게 말하곤 했다. 그땐 내가 그걸 평가할 수도 없었지만, 자신이 쓴 글을 내게 보여준 적이 없어 글을 잘 썼는지 못 썼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와 승부를 걸 때만은 눈에 불을 켜고 덤벼 글도 그런 식으로 쓸 것 같기는 했다. 하여간 이제 중학교 때까지는 그럭저럭 뭘 몰랐다가 고향을 떠난 청주에서 자기 태생과 환경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것에 대해 고뇌하며 괴로운 나날을 보냈으리라. 자기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게 아니고 첩의 아들로 태어난 거고 자기 누나나 여동생이 그렇게 남들에게 예쁘다는 소릴 자주 듣고, 자기가 그렇게 잘생긴 것도 첩의 피를 받아 그렇게 된 거라고 단정 지어 버린 것이다. 그 애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왜 첩살이를 했어?” 하며 자기 엄마를 구박하고 살림을 집어던지고 난동 부리며 엄마까지 때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다못해 그 엄마는 내게 찾아와 “이를 어쩌면 좋으냐?”며 너흰 어릴 적부터 둘도 없는 친구였으니 좀 만나서 달래 보라고 했지만 나도 중학교와는 달리 공부 잘하는 애들만 모인 청주에서 공부에 허덕이고 있었고 그 앤 절대 나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결국 내 귀에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후에 들려오는 소문은 그 애의 시체가 어느 야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만 물속에서 듣는 말처럼 귀에 멍하게 울리는 것이었다. 그 애는 겨우 18년만 살다 갔다. 만약은 중요한 게 아니라지만, 그 쌓인 울분을 문학 작품으로 남겼으면 어땠을까.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다른 길을 택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세상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걸 찾아내 자신이 가진 것과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어쩌면 그게 자신의 유일한 자산일 수도 있는데 자신만의 그 에너지를, 사는 동안 잘 살리는 것도 또 다른 좋은 삶, 아니었을까?
윤석열은 자기가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유튜부만 봐야 한다고 한다. 그런대로 공평하려고 하는 레가시 미디어는 멀리해야 한다고 한다.
원래 어려울 땐 동지라며 뭉치지만 공은 자기 혼자 독차지하려는 게 인간의 마음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작가는 대개 한 쪽으로 안 치우킨다. 아마도 세상은 상대적이란 걸 이미 알아 그런 것 같다. 극좌도 극우도 아닌 회색분자가 작가의 인간 세상에서의 위치다.
작가의 위치 작가는 대개 한 쪽으로 안 치우친다. 아마도 세상은 상대적이란 걸 이미 알아 그런 것 같다. 극좌도 극우도 아닌 회색분자(灰色分子)가 작가의 인간 세상에서의 위치다.
한국은 성의없이 그러는데 일본은 밥을 미리 해놓은 걸 절대 안 주고 그때그때 새밥을 줘서 좋은 것 같다.
일본은 카레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보면 항상 거의 반찬이 짜다.
일본은 항상 식당이 깨끗하다.
고독한 미식가는 밥을 너무 씹지도 않고 빨리 마구 입으로 넣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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