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Rhong 님과 @delispace 님, 그리고 @모임 여러분. 4월이 되면 으레 여러 매체에서 T. S. 엘리엇의 유명한 시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에 갖가지 감상적인 해석을 붙이곤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해석이 잘 와닿지 않더군요. 제주 4·3학살, 4·19혁명, 4·16 세월호 참사가 모두 4월에 일어났습니다.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에 수록된 한용운의 시구처럼 "사람은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달이 4월입니다.
얼마 전에 @Rhong 님과 @delispace 님이 해즐릿의 글쓰기 스타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셨고, 이 내용을 번역가에게 전달하여 오늘 답장을 받았습니다. 모임 여러분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번역가 답변]
해즐릿은 매주 최소 두세 편의 기사와 칼럼, 비평을 썼습니다. 매주 두 번씩 대중 강연을 하던 시기에는 강연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세 번째 에세이집을 위해 좀더 리서치를 하고 있습니다. 해즐릿은 기고문을 쓸 때 우리가 생각하는 '퇴고' 즉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고쳐쓰기를 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종이에 펜을 갖다 대기 전에 충분히 생각했다고 합니다. 본문에 셰익스피어와 같은 작가들을 자주 인용하지만 전부 기억에 의존해 썼기 때문에 관련 구절을 해당 원서를 찾아 비교해 보면 조금씩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들을 가지고 있어도 정확이 인용했는지 확인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대부분 거의 정확히 인용한 걸 보면 기억력이 가히 경이롭습니다.
해즐릿은 자신이 직접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기존의 에세이들을 모아 몇 권 편집하기도 했고, 1933년 21권으로 편찬된 전집에는 그 기고문들이 전부 실려 있으며, 번역은 주로 그 전집을 가지고 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해즐릿 학자 던컨 우가 편집한 9권짜리 선집을 쓰기도 했습니다. 해즐릿의 아들이 편집한 선집들도 있지만 이 선집들은 여기저기 원문을 다듬거나 가필을 했기 때문에 원래 신문과 잡지에 실렸던 것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해즐릿의 에세이 스타일은 그가 말하는 "familiar style"입니다. 일상 생활에서 어휘와 표현력이 좋고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말하듯 에세이를 쓰는 스타일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적절한 표현과 관용구를 쓰고 현학적인 수사어구는 쓰지 않는다, 단순하고 정확하고 보편적인 어휘여야 한다, 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써야 하지만 그렇다고 머릿속에 제일 처음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은 아니고, 그 말이 현재 통용되는 말 중에 가장 적합한지 자문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대화하듯이 자연스러운 문체가 독자분에게 '의식의 흐름'을 느끼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아티초크

delispace
번역가님 내공 뿜뿜하신 친절한 답변, 편집자 @아티초크 님의 빈틈없는 중계, 정말 고맙습니다! 인간 해즐릿이 더 가까이 보입니다. 치밀한 기억력과 왕성한 창의력을 지닌 그는 천재였군요. 게다가 그 정도 강도로 투고, 강연을 했다면 일벌레처럼 산 것이었네요. ㅠ.ㅠ 그런 삶을 산 작가라면 글의 스타일이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아티초크
해즐릿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delispace 님과 나누시는 대화 내용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줍니다. 말씀하신 '의식의 흐름'을 생각하다가 해즐릿의 전작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을 쓴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떠올라서 찾아보았습니다.
"그의 에세이들은 가장 훌륭한 것도 다소 분열적이고 불협화음적인 면이 있다. 마치 순간순간 몇 번 괜찮다가도 결국 합일에 이르지 못한 두 지성인이 함께 쓴 글과 같다고나 할까." -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22쪽
위 글을 보면 Rhong님이 언급하신 '의식의 흐름'("갑자기 다른 방향으로 휙 튀는" 것)과 관련지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delispace님 말씀처럼 해즐릿이 처한 현실적 조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울프는 이런 말도 합니다.
"해즐릿은 여덟 장 쓰는 데 팔 년 걸리는 글을 집어치우고 저널리스트가 되어 정치와 연극과 미술과 책에 대해 적당한 길이의 글을 적절한 때 쓰는 일에 뛰어들어야 했다. (중략) 해즐릿은 여인숙을 전전하며 굴욕과 환멸의 고통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읽는, 당연히 최고에 속하는 에세이들을 썼다." -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21쪽
어쩌면 두 분이 말씀하시는 내용이 해즐릿의 글에 적절하게 섞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번역가의 의견이 더 궁금해지는 것 같습니다. 답변을 받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

delispace
“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훌륭한 혐오자'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미덕 가운데 가장 어렵고 가장 호감이 덜 가는 미덕이며, 모든 일 중에서 가장 힘들면서 생색이 안 나는 일이다. 자유에 대한 사랑은 독재자에 대한 혐오에 있다. 진정한 공화주의자는 자유를 혐오하는 자유의 적들을 전심전력으로 혐오한다.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아첨꾼과 독재자에 관하여> p.164-6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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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우리가 삶에 애착하는 이유는 삶 자체나 행복과 관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살아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8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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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
“ 우리는 하찮은 지금 여기에서 호흡하며 저 너머 욕망의 대상에게서 고상한 존재 양식을 빌리고, 흐릿한 시야에서 사라지는 풍경 속에, 어렴풋한 저 너머의 희미한 공간에 미지의 가치를 지닌 형상들을 채운다. 한편 막연한 기대감은 희망과 소원과 매혹적인 공포로 채색된다.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56,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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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
먼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먼것과의 거리감이 좋은 것이라는 얘기가 머릿속에 내내 맴도네요!
JJF
“ 패션은 특이성과 보편화를 가장 실어하지만 언제나 특이성으로 시작해서 보편화로 끝난다. 취향과 맵시와 세련미의 어떤 기준을 세웠다가 부인하는 일을 쉼없이 되풀이한다. 이러한 기준에 별다른 근거나 권위는 없고, 바로 지금 눈에 많이 띈다는 사실만 있다.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98,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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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
제가 한동안 패션에 엄청 빠져있었던 적이 있어 공감가는 에세이였어요. 지금은 유행의 부질없음을 깨닫기도 했고 환경이나 인권을 좀 더 생각하게 되어 '안 사는 삶'을 지향하고 있지만요.
JJF
“ 무엇이든 주어진 일을 할 때 그 일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능력이 너무 뛰어나지 않은 편이 좋다. 그 넘쳐흐르는 능력은 쓰이지도 못한 채 일에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어서다. 어떤 한 가지 일을 가장 잘하려면 그 한 가지 목표에 맹목적으로 매달려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122,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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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
19세기 작가의 글에 21세기 현시대 작가의 글보다 더 공감가는게 많다니. 역시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무언가인가봐요. 재능은 잘 모르겠지만 몇년째 꾸준히 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 저에게 정말 공감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정신승리일까요..? )

하금
저는 이번 에세이로 해즐릿을 처음 만났는데, 각 편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다르지만 결국 해즐릿이 얼마나 호불호가 명확한 사람인지 보여주고 있어서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선호하는 인간상이, 즉 사고와 삶의 태도가 확실한 사람이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신랄한 평가를 날리는 것 아닐까 싶어요. Alice2023님이 받은 ‘날카롭다‘라는 인상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Rhong님이 받으신 인상은 해즐릿이 ‘생각의 흐름 그대로를 옮긴다‘로 생각되는데, 저는 이 감상도 공감이 갑니다. 이 책이 저의 첫 해즐릿 에세이라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 읽은바로는 해즐릿은 이미 본인 안에 완성 된 결론이 있고, 그 내용을 주제에 맞춰 글로 내뿜는 스타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이미 판단과 판결을 내리고 그 내용을 진실 되게 펜으로 옮겼기 때문에 기승전결의 대형을 갖춰 독자를 설득하는 자기주장 강한 성격보다는 글쓴이 본인을 비추는 거울 같은 글이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또 어떻게 읽고 계신가 궁금하네요. 저는 이렇게 아리게 꼬집을 줄도 알고,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그 나름의 애정을 아낌없이 표현하는 글이 취향에 맞아서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꿈꾸는사서
삶이 없다면 행동이고 뭐고 없다. 추구할 대상도, 가슴 두근두근한 욕망도, 고통스러운 열정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애착한다. 즐거움이 종결되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이 종결되기 때문에 삶이 끝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아티초크
꿈꾸는사서님 안녕하세요. ^^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인용해주셨군요. @모임 참여자들도 자주 인용하는 부분입니다. 해즐릿은 "우리가 삶에 애착하는 이유가 삶 자체나 행복과 관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살아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너무 당연한 소리 같지만, 이 당연한 소리가 해즐릿의 펜을 통하니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살아야 움직일 수 있고, 살아야 내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황량한 허무보다는 수많은 희망과 두려움으로 동요되고" "움직임이 있고 번잡한 이 삶이라는 풍경"(88쪽)에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거겠죠. 한편, 해즐릿은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을 쓴 목적을 마지막 단락에서 두 문장으로 밝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생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평가할 요량으로 이 글을 쓴 게 아니다. 다만 삶에 애착하는 마음의 세기가 행복의 그릇된 기준임을 보여 주고자 할 뿐이다." (93쪽)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아티초크
안녕하세요.^^ 윌리엄 해즐릿 신간 2주차 북클럽을 시작합니다. 1주차에는 번역가와 Q&A 시간을 가졌고,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은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이나 @모임 멤버들과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내용을 자유롭게 이야기해 봅시다.
이번 신간에서 해즐릿은 전작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와 달리 도발적인 화두를 계속 던집니다. 인생의 ‘답’은 독서에 있다고 하는데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를 보면 인생의 ‘질문’이 독서에 있는 것 같습니다. 해즐릿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바쁘고 뜨겁게 만듭니다.
― 왜 미술가들은 죽음보다 가난을 두려워할까?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폭군은 별로 없을까?
― 왜 가장 비열한 노예가 가장 이상적인 아첨꾼일까?
― 왜 고상함과 상스러움은 백지 한 장 차이일까?
― 왜 사형은 범죄자에게 혹독한 처벌이 아닐까?
해즐릿은 부와 지위를 거머쥔 왕립 예술원 회원들과 죽음보다 가난을 두려워하는 대다수 미술가들의 삶을 대비시켜 고찰하고, 무지만으로 사람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드는 인간 행동의 근원을 파고드는가 하면, 왜 문필가들이 “공허한 칭찬이나 짭짤한 보수”가 있는 쪽으로 이동하는지 계속 질문합니다.
야스퍼스가 그랬던가요, 철학이란 지식을 탐구하는 것이지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철학은 답보다 질문이 더 본질적이라는 말로 이해합니다. 해즐릿의 신간과 함께 질문의 즐거움을 누려 보시기를 바랍니다. ^^
🔸 신간 소개
·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067701
· 알라딘 http://aladin.kr/p/Lzpu3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2070625
🔹 아티초크 출판 & 스토어
https://litt.ly/artichokehouse

ㅌㅈ
지독했던 고통도 시간에 의해 부서져 결국 가라앉는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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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ㅌㅈ님이 올려 주신 이 문장은 제게도 큰 힘입니다.(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입니다.^^) 제 공책의 한 켠에는 이 문장과 함께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가 있습니다. 언뜻 평범하게 들리는 것 같지만 만만찮은 인생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해즐릿은 "우리의 삶은 추악하기만 하거나 관념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며"(77쪽)라고 하면서, 철학자들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고 한탄합니다. 지식인들이 깨닫지 못한 인생의 진리를 ㅌㅈ님과 제가 깨닫고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맙시다. ^^

ㅌㅈ
사실 저는 정신이 아픈 사람입니다... 때론 억울해요 가끔 억까당한거같아서. ㅠㅠ 만성우울증... 책 읽고 벗어나나 싶었는데 작년에 또 너무 괴로운 일이 있었네욤...ㅠㅠㅠㅠ 이 문장 하나가 제게 용기를 줍니다.

ㅌㅈ
“ 우리는 황량한 허무보다는 수많은 희망과 두려움으로 동요되고, 가지각색의 기쁨과 슬픔으로 다채로우며, 움직임이 있고 번잡한 이 삶이라는 풍경에 더 많은 흥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무어라도 된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보다 낫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흥미를 가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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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윌리엄 해즐릿 @모임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북클럽이 3주차를 맞이했습니다. 이번 마지막 모임에서는 예고한 대로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에세이 1편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자유롭게 이야기해 봅시다.
편집자인 제게 1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를 꼽고 싶습니다. 성경의 전도서 구절로 시작하는 이 에세이에서 해즐릿은 당대의 저명한 정치가, 화가, 배우, 철학자, 문필가를 그야말로 ‘줄소환’하여 “빨리 달린다고 반드시 경주에서 일등하는 것은 아니며, 강하다고 반드시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를 논증합니다.
해즐릿은 “열에 아홉 사람들은 지적인 능력이 아니라 외모로 사람을 판단한다”(136쪽)고 말하면서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를 예로 듭니다. 포프는 열두 살 때 결핵을 크게 앓아 평생 척추 장애인으로 살았습니다. 포프를 ‘작은 거인’으로 많이 부르는데 그의 키가 140cm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붙은 호칭입니다. 여기까지는 많은 독자들이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해즐릿의 필력이 빛을 발하는 부분은 이 다음부터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동료 시인들은 포프의 체격을 가지고 눈에 띄는 무언가를 만들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이름의 머리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따서 ‘A. P. E.'(유인원)이라는 불쾌한 명칭이었다. 포프는 길을 건널 때 무지랭이들의 무례한 시선을 피하려고 정원에서 동굴을 잇는 지하 통로를 만들었을지 모른다. (중략) 몸은 안 중요하다고 정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속세의 괴로움을 벗기 전에‘ 그 훌륭한 교훈 소설이나 등장인물인 난장이의 모델이었던 데이비드 리치에 관한 실화를 읽어 보라. 은근히 떨릴 것이다.” - 「성공의 조건에 관하여」 138쪽.
포프가 살았던 당시 영국 시인 사회의 한 단면일 뿐일까요? 미움과 조롱으로 뭉치는 ‘그들만의 리그’는 영국 문학계만의 문제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해즐릿의 글이 오늘날 ‘시의성’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들만의 리그’는 21세기 한국 예술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원이 누구를 뽑고 누구를 탈락시키는지, 학연과 지연으로 어떻게 뭉치는지 기사 검색을 해보시면 사뭇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그리고 오늘은 ‘세계 시의 날’입니다. 1999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시의 날’은 “시적 표현을 통해 언어의 다양성이 증진되도록 지원하고, 위험에 처한 언어에 해당 공동체가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티초크는 ‘세계 시의 날’을 기념하여 조만간 북클럽을 진행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아티초크가 국내 최초로 소개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과 아틸라 요제프의 시구로 마무리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 여자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불은 어떤 것이기에 그녀는 그슬리지도, 타버리지도 않는 걸까?"
-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시집 『밤은 엄마처럼 노래한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1369350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
시인은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대리석 마을을 짓는 사람
꿈을 타고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사람
언어의 선택을 받은 사람
자신의 영혼을 만들어 가는 사람"
- 아틸라 요제프 시집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110337
―
가장 주고 싶은 책
가장 받고 싶은 책
아티초크 출판 & 스토어
https://litt.ly/artichokehouse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아티초크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이은 윌리엄 해즐릿의 두 번째 인문 에세이집이다. 조지 오웰과 함께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에세이스트로서, 국민 주권 공화국을 열망한 급진적 이상주의자였던 해즐릿은 변치 않는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파고들어 그 빛과 그림자를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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