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2023 님의 '각주' 언급에 저 또한 생각이 나서... 8쪽(차례 바로 왼쪽) 일러두기 3번 내용에서 각주는 모두 편집자와 옮긴이의 주라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막 읽다 본 58쪽 예를 들어서 여쭐게요. 여기서만도 무려 세 분의 유명 작가들이 쓴 대목들이 인용되고 그걸 주기로 적으셨는데요, 이걸 다 일일이 찾으실 리는 없을 테고 원문을 읽으시고 바로 '아, 이건 그 분의 그 대목이구먼.'이라고 하시는 건지.. 이게 참 궁금하고 질투심도 나고 ㅎ 그러네요. 무슨 비결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번역가님께 여쭙니다!
[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delispace

아티초크
답변 배송입니다.^^ @delispace 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역가의 답변 📌 원문에 인용부는 전부 따옴표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바로 이 부분에서 절대적 도움을 줍니다. 잘 검색하면 거의 다 검색 결과에서 색출할 수 있어요. 제가 오래전 셰익스피어를 공부했더라도 대부분 잘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검색을 해봐야만 합니다. 어떤 것들은 얼른 찾지 못해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죠.
그리고 시간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비문학 번역은 주로 정보 전달이 목적이라 정보 전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문학(소설, 시, 에세이)은 실제 옮기는 데 드는 시간보다 작가와 관련 작품에 대해 리서치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드는 편이죠. 하지만 번역에 주어진 시간이 거의 항상 빠듯해서 번역과 개고에 많은 시간을 들일 수는 없습니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특별히 선호하는 건 없습니다. 번역하는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움을 주니까요. 다만 재미없는 것은 피하고 싶어요.

delispace
제 질문에 대한 답변 고맙고요, 뒷부분 답하신 부분도 가깝게 와닿아서 좋네요! 특히 재미없는 건 피하신다는 것도 ㅎㅎ

아티초크
저도 뒷부분 그 답변을 보고 확 와닿았습니다. ^^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모임 기간 동안 또 다른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남겨 주세요. 번역가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아티초크
delispace님, 안녕하세요. ^^ @Mojito 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함께 보니 더 유익하네요.
번역가 답변 📌 해즐릿 에세이에는 독자님이 언급하신 바와 같이 인명, 지명, 작품, 사건들이 상당이 많이 나오죠. 번역을 하기 전에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합니다. 관련 정보를 리서치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표시를 해둡니다. 다 읽은 후에 표시한 부분을 리서치해서 기록해둔 다음 번역에 착수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제가 택하는 방식입니다.

delispace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읽다가 중간중간 멈추고 뒤지고 할 게 아니라 각 편마다 끝까지 정독, 표시한 다음에 찾아보는 그런 방식을 배워봐야겠네요.

호디에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윌리엄 해즐릿의 묘비문이 실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그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아래 주註에서 알 수 있는데요, 파괴된 무덤이 2003년에야 복구되었다는 점, 이를 복구하기 위해 모금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노동당에서 해즐릿의 무덤을 복구하고 모금을 하는 데에 배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걸까요?

아티초크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번역가에게 질문을 전달했습니다. ^^
각주를 말씀하시니 《가디언》과 해즐릿의 관계가 생각나 적어봅니다. 해즐릿의 무덤 복원 작업을 《가디언》이 주도했는데, 해즐릿 가문과 가디언 가문은 유니테리언 교파에 속했습니다. 해즐릿의 아버지는 유니테리언 목사였고, 맨체스터 가디언은 1821년에 유니테리언 예배당에서 《가디언》을 창간했습니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에 반대하는 유니테리언은 현대 영국 문화의 기원 중 하나이고 사회 전반에 수많은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아티초크
안녕하세요.^^ 호디에님의 질문에 대해 번역가의 긴 답변을 @모임 여러분에게도 소개합니다. 1830년에 사망한 ‘급진적’ 작가 해즐릿의 묘비가 40년 뒤인 1870년에 훼손되었다가, 2003년에 복원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습니다.
번역가 답변 📌 복원된 해즐릿 무덤 비석은 2003년 4월 10일(해즐릿 생일)에 제막식을 가졌죠. 그 계기는 좀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가디언》에는 이언 메이스라는 저널리스트가 있습니다. 《가디언》 최초의 ‘옴부즈맨’이기도 했습니다(옴부즈맨 직은 신문사와 독자의 중간 위치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일종의 ‘감찰부서’입니다).
이 《가디언》에 철학자 A. C. 그레일링이 해즐릿에 관한 칼럼을 썼습니다. 해즐릿의 중요성과 위상에 비해 그의 무덤이 너무 초라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칼럼을 읽은 독자들이 200명 넘게 《가디언》에 편지를 보내 해즐릿의 무덤과 비석을 복구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알렸습니다. 마침 메이스는 두어 달 전 해즐릿에 관한 그레일링의 글을 읽은 바가 있어 직접 세인트 앤 교회 묘지에 있는 해즐릿의 무덤을 찾아가 봤지만 처음에는 찾지 못하고 두 번째 갔을 때 비로소 찾았습니다.
그런 뒤 메이스는 그레일링을 만나 묘비 복구를 하자고 제안했고, 곧바로 복구 사업회가 조직되었습니다. 그레일링을 통해 계관시인 앤드류 모션(이분은 저도 만나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적이 있어요), 톰 폴린, 던컨 우 등이 뭉쳤고, 팀 밀러라는 사람을 통해 노동당 당수였던 마이클 풋이 합류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풋은 초대 해즐릿 학회장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복구에 드는 비용(약 20000파운드)이 모아졌고 4월 10일에 관계자들과 시민 7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감동적인 문구가 새겨진 비석의 제막식이 거행되었습니다.
(사족: 풋에 관하여 덧붙이자면 그의 아버지 아이작 풋은 현 자유민주당의 전신인 자유당의 당수였습니다. 자유당은 1906년부터 건강보험, 실업보험, 연금 등 영국 복지의 기틀을 닦은 진보당이었습니다. 아이작 풋은 청년이 된 아들 마이클이 ‘자유주의적 신념’을 버리고 사회주의자가 되기로 선언하자 해즐릿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작은 워즈워스와 버크를 영웅시했고, 그들의 변절을 혹독히 비판한 해즐릿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해즐릿은 아이작에게조차 너무 급진적이었죠.)

호디에
답변 잘 읽었습니다.
해즐릿의 무덤에 대한 언급은 그레일링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덤 복구는 시민의 힘이 컸네요.
역시 시민의 힘! :)

호디에
"의심하는 자는 그의 글을 읽으라."
이 비석을 무덤 속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의 가슴에 세우는 바이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13 / 윌리엄 해즐릿 묘비 문구 중에서,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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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번역가 분께 하고 싶었던 질문은 위에 다 나와있는 것 같네요ㅎㅎ 저는 완독 후에 감상평 올리도록 할게요!

아티초크
네, 좋습니다! ^^ 답변을 받는대로 공유하겠습니다. 감상평도 기대하겠습니다.
밍묭
“ 종교의 위안은 차치하고, 사후에도 영속할 무언가를 이뤄냈다는 인식은 죽음이라는 저 지독한 악이 주는 괴로움을 제거하는 유일한 위안일지 모른다. 이러한 인식은 죽음이 다가오는 데 따르는 초조와 공포를 감소시킨다. 그러면 죽음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와야겠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2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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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초크
이 문장은 저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즐릿은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에서 영국 왕립 예술원 회원들의 평균 수명이 비회원들보다 길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대다수 미술가들이 죽음보다 가난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합니다. 이 에세이는 미술가 뿐만 아니라 문필가, 음악가 등 예술가 전반에 적용해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대한민국 예술원'이 있습니다. 박경리 작가와 피아니스트 백건우도 못 들어가는 곳이라는데 최근에는 어떤 지 모르겠습니다. ^^;

선경서재
책 잘 받았습니다. 기대기대 중 입니다.


아티초크
선경서재님 안녕하세요.^^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에 이어 이번 신간 모임에도 참여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애서가의 손에 있는 해즐릿을 보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ㅎㅎ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라며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시면 번역가에게 전달하겠습니다.

달빛개츠비
책 잘 받았습니다. 표지부터 정말 인상적입니다. 특이한 안경에 비춰지는 ‘O’와 ‘P’라는 글자 그리고 렌즈 너머의 세계가 왜곡된 것처럼 보입니다. 마치 우리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신념 또는 그로 인해 생긴 편견을 통해 필터링된 방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책의 내용도 궁금해집니다.


아티초크
달빛개츠비님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맥락에서 해즐릿도 이 에세이에서 "그 착각은 풍부한 상상력을 요한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인용하고, 편견과 악의는 언제나 결점을 실체보다 크게 과장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무지만으로도 사람을 괴물이나 유령을 만들 수 있습니다.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라며, 번역가에게 궁금한 점은 질문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하금
아! 우리가 무덤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적은가! 당신은 얼굴만을 보존하고 나는 이름만을 보존할 뿐!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38, 미술가의 노년에 관하여,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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