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초크/책증정] 윌리엄 해즐릿 신간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서평단&북클럽 모집

D-29
이들은 극단적 사실성이 주는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초자연주의 영역으로 외도하여 비몽사몽간을 헤매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발상은 구름이 빠르게 흐르는 하늘에 드문드문 푸른 부분과 반짝이는 별이 엿보이는 폭풍의 밤을 보는 것 같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p.45,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아직 얼마 읽지 못했지만 거의 모든 문장마다 진심어린 위트가 담겨있는듯 해서 독서가 즐겁네요. 읽는 내내 번역하시면서 목표로 삼는 어투(?)가 따로 있으신지 궁금했어요. 물론 책이 쓰인 시기와 저자의 특징 같은 요소를 고려하시겠지만, 문장이 어떤 투로 쓰여야할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하시는지. 그리고 번역 된 문장을 다듬으실 때 참고하시는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하금님과 @JJF 님의 질문에 번역가의 답변을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모임 여러분도 참고하시면 좋을 내용입니다. 번역가의 답변 📌 특별히 목표로 삼는 서술 어투는 없습니다. 해즐릿의 에세이에도 대화가 간혹 나오는데, 대화 참여자들의 관계(나이와 친분 정도)를 파악해서 존대말 사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런 부분은 리서치를 요하기 때문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죠. 소설의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해서 번역론/언어학 차원에서 상당히 길게 논해야 할 사항입니다. 주종 관계가 뚜렷한 경우, 가령 백작과 하인의 경우는 말투 설정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신분 문제가 아닌, 방언의 문제는 다소 까다롭습니다. 제가 원칙으로 삼는 것을 하나만 예로 들겠습니다. 원문의 대화에서 표준어와 방언이 등장할 경우, 방언 부분을 한국의 지방 사투리로 옮기는 번역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한국어의 사투리를 쓰면 문화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불일치 때문에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마찰을 일으켜 생소하게 읽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독자의 사회, 경제, 지리적 환경에 따라 사투리 번역은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령 미국 남부 지방에서 주종 관계에 있는 백인/흑인의 말을 표준어/사투리로 번역하는 경우) 원문의 문장 자체에서 교육 정도나 출신 지역, 계층을 감지할 수는 있어도 그 자체에서 존댓말은 볼 수 없죠.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경우나 등장 인물이 상대에게 쓰는 호칭을 기준으로 존댓말로 옮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야 어색하지 않겠죠. 말단 관리가 군주에게, 직원이 사장에게 반말하는 것은 어색한 것이죠. 원문은 경어체가 아니라도 그 정도는 구분해서 옮깁니다.
이렇게 상세히 답변을 받을 수 있다니, 너무 설레는 독서 모임이네요! 번역서를 읽으면서 늘상 궁금했던 부분인데 깔끔히 정리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설레는 독서 모임"이라는 말씀이 너무 설렙니다. ^^ 모임 기간 동안 번역가에게 궁금하신 점을 남겨주시면 또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장인물의 배경, 등장인물들간의 관계, 호칭까지 많은 것을 기반으로 결정하시는군요! 특히 방언 부분이 흥미로워요. 방언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그간 제가 읽었던 번역된 소설들을 방언이 있었나 찾아보며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자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사투리 얘기 정말 흥미롭네요. 앞으로 외국 소설들 읽을 때 알찬 참고사항이 될 것 같습니다!
사투리 번역에 관한 번역가의 입장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요즘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 『써니』를 읽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대사가 경상도 방언(동남 방언?)입니다. 역자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조금 상상이 갑니다. ^^
번역가님이 핵심으로 꼽거나 인상깊은 구절이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공감했던 부분~ 궁금합니다.
책꿈님 안녕하세요.^^ 이 질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답변을 받는대로 전달하겠습니다. 벌써부터 답변이 기다려지네요. ㅎㅎ
책꿈님의 질문에 대한 번역가의 답변입니다. ^^ 번역가의 답변 📌 제게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해즐릿의 묘비문입니다. 아마도 제가 그런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가님께 질문입니다. 번역할 때 말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소설같은 장르에서 인물 관계에서 반말이나 존댓말이요. 우리나라 조직은 수직관계에 따른 존댓말이 뚜렷하다보니 대부분 상사가 아랫사람...(이 표현마저도 굉장히 위계적이네요)에게 하대를 하는 방식으로 많이 번역되는데, 막상 원작을 읽어보면 특별한 반말 존댓말의 뉘앙스가 없게 느껴지는 경우도 꽤 있더라고요. 물론 저의 영어가 그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요.
JJF님, 안녕하세요.^^ 질문을 번역가에게 전달했습니다. 아주 좋은 질문이어서 번역가가 어떻게 답변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답변을 받는대로 전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음악이라도 노상 귀에 밀려들면 우리는 그 소리에 무감각해질 것이다. 귀에 거슬리는 소음도 시간이 흐르면서 들리지 않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이지 했는데 이 구절을 읽고 헉했어요ㅋㅋ 생각해보니까 시각으로만 접한 정보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것 같았어요...! 평소에 아무리 좋은 노래를 들어도 결국에는 한 귀로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ㅋㅋㅋ
밍묭님 말씀이 맞습니다. ^^ 이 맥락에서 해즐릿은 존 펀의 『의식론』을 인용합니다. "시각의 장점들을 열거하기는 했지만, 사람은 아마도 어린 시절이나 그 후에 경험했던 인상 깊은 맛이나 냄새를 잊기 전에 얼굴을 먼저 잊고, 어른이 되어 보는 다른 많은 물체들 또한 먼저 잊을 것이다." (69쪽)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지요. 밍묭님과 @모임 에 참여하는 우리 인생이 그러한 '망각'과 '기억'으로 만들어진 책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신비롭습니다. 한편 해즐릿은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마지막 부분에서 셰익스피어의 『끝이 좋으면 만사가 다 좋다』를 인용합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명문입니다. "인생이라는 직물에는 좋고 나쁜 실이 섞여 있다. 미덕은 결점의 채찍질이 없으면 교만해 질 것이며, 죄는 미덕이 보살피지 않으면 절망할 것이다." (77쪽)
한편 편견과 악의는 언제나 결점을 실체보다 크게 과장한다. 우리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아주 평범하다. 우리는 무지만으로도 그 사람들을 괴물이나 유령으로 만든다.
왜 먼 것이 좋아 보이는가 - 우리 본성의 빛과 그림자를 찾아서 74,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발췌하신 이 부분은 해즐릿의 직접적인 경험에서 나온, 즉 삶과 글이 일치하는 문장들입니다. 주지하다시피 해즐릿은 평생 왕정과 보수주의를 비판하고 국민 주권의 공화국을 열망한 급진적 이상주의자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해즐릿 사후 40년 뒤에 묘비가 파손되었고, 버지니아 울프는 해즐릿의 위상을 복원시키고자 애를 썼습니다. 『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서문을 쓴 울프는 요즘 말로 '웃픈' 일화를 소개합니다. "해즐릿은 악의적 박해의 대상이었다. 일례로 <블랙우드 매거진>의 비평가들은 해즐릿의 얼굴이 설화석고처럼 희었는데도 그를 '여드름 투성이 해즐릿'으로 칭했다. 이런 식의 거짓말들이 활자화되었고..." 해즐릿이 활약한 시대에서 주목할 만한 점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대로의 언론 매체가 왕성하게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 언론 매체가 자유와 혁명의 신조를 옹호하는 해즐릿을 음해하고 비방하고 공격하는 데 더없이 좋은 총알이 되었습니다. 울프의 에세이로 해즐릿이 다시 빛을 보게 되었으나, 당대 최고의 작가가 언론의 조직적인 중상모략과 인신공격에서 사후에라도 헤어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케 합니다.
해즐릿의 뼈때림이란... 여전하시네요. "우리가 삶에 애착하는 이유는 삶 자체나 행복과 관련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살아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즐거움이 종결되기 때문이 아니라 희망이 종결되기 때문에 삶이 끝나는 것을 두려워한다."(p.84)그래도 혹여 읽는 이들이 딴전 부릴까 싶었는지.. "돈을 잃은 노름꾼일수록 더 필사적으로 노름에 매달리는 이치와 같다."(p.84)라고 하네요. 오늘 뉴스로 들리는 사건들이 참 황망합니다. 해즐릿의 이런 말들이 차라리 잘 맞아서 그랬거나 어쨌거나 아득바득 다들 용케 버티고 살았으면 합니다.
"뼈때림"이라고 말씀하시니 생각나는 독자분이 있습니다. "해즐릿의 문장은 내 뼈를 무슨 마림바 속주처럼 때림"이라고 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크리스토프 지첸의 연주 https://www.youtube.com/watch?v=ix-QW-BShPY 같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PS. @모임 여러분들은 "뼈때리는" 해즐릿의 문장을 읽을 때 어떤 소리나 음악이 떠오르세요?
제겐 뭔가 쩌억 "쪼개는" 소리입니다. 용기 있게 펜을 휘둘러서 읽는 사람들의 편견을 가차없이 박살내는 소리가 아닐지요? ㅎ 굳이 중의법을 쓴다면, 그러고 나서 놀란 독자들 앞에서 슬몃 "쪼개는" 해즐릿의 미소가 보일 듯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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