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타인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답을 내놓아야하는 기계나 키오스크처럼 보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대로 의식하지 않으면 늘상 타인을 그렇게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이면 선생님답게,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라는 말에도 그런- 타인을 비인간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담겨있을지도 모르겠고요. 학교에 다닐 때는 선생님을, 직장에 다닐 때는 상사와 사장을 그런 식으로 봤던 것 같아요. 왜이렇게 사수답지 못해. 왜이렇게 사장답지 않아. 사실 사수나 사장이 되어본 적이 없을 때나 그런 이야기를 마음에 거슬림 없이 할 수 있는거겠죠.
운영하는 블로그의 아이디는 예미튀나. 예쁘고 미쳤고 톡톡 튀는 나, 였던가?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이름표를 달고 사는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약간은 유추해볼 수 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7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큰소리로 웃는 사람은 무언가 숨길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어제였던가 지난 번에 말씀 드린 레아징어의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아마 공금 횡령 누명을 쓰고 고향에서 도망쳐나와 극장 필경생으로 박봉을 받아야했던 콘스탄체의 아버지대신 더 억척스럽고 지독하게 돈을 벌어서 세 딸을 먹여살려야 했던 콘스탄체의 어머니를 묘사하는 장면이었을거에요. 콘스탄체의 어머니가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의 모델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크고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 크게 웃는 사람. 과장스럽게 자기를 치장하는 이름을 달고 사는 사람. 다 같은 사람을 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 모차르트의 연인이며 아내 콘스탄체의 초상
아이들은 내 목도리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계속 하고 다녔다. 좋았으니까. 그때의 나는 잘 수그리지 않았다. 그녀 식대로 표현하자면 ‘휘어지는 갈대‘는 아니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8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왜 이해받고자 하는가?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 그리고 상대가 신경쓰이기 때문이겠지. 이해받지 말자는 마음이 기본값인 동류의 인간으로서 그 기행이 이해되었다. 그녀는 폭탄 머리를 한 채 보수적인 직장을 다니는 젊은 여성이었고 나는 괴상한 목도리를 두르고 민감한 또래들 사이를 다니는 사춘기 여자애였으니까.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10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아무것에도 주먹질할 수 없고 시시콜콜한 것에 무릎을 꿇는 기분은 어느덧 내 삶이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12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3월 27일(에세이) '선생님' 오늘의 글을 읽으면서는 하나의 드라마,영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선생님의 모습을 제가 바라보는일이 마음이 좋지는 않았어요 글에서 그려진 그런 선생님이었겠죠?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사는것이 어떤삶보다 쉽지않은것같아요 선생님은 먼저 살아본 사람이라는 뜻이겠죠? 조금 먼저 살며 , 자신의 분야에서 조금먼저 경험해본 선생님들도 실수도 많고, 아프기도하고,부족하기도하고 그럴텐데요..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오늘은 짠하게 다가옵니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직업군이 몇 있는데, 그 중 선생님을 향한 시선이 가장 날카롭고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직업적 타이틀을 갖는다는게, 진화를 끝낸 최종-완벽형 상태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타이틀 안에서 또 배우고 진화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이라는걸 이해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신들끼리 모이면 나는 주로 못돼 처먹은 편이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글자들을 쓰다듬어 희망하는 건강한 아름다운-과 짝을 만들어주어도 모자랄 판에 못돼 처먹은 이라는 말을 남겨두고 숲 바깥으로 달아나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15 (3월 28일의 시, 실낙원), 신이인 지음
글은 하나의 세계니까 그 세계를 써내는 작가와 시인은 (그 세계에서만큼은) 창조주, 신이겠네요. 당연한 말인데 괜히 글을 써내는 일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어디에선가 글에는 쓰는 사람의 기억과 믿음이 티가 날 수 밖에 없단 말을 들은 것 같아요. 작가가 (아니면 그저 쓰는 사람이) 써내는 세계는 작가에게서 빠져나와 독립 된 세계면서 또 한편으론 작가와 연결 되어있네요. 뭔가... 나를 닮은 상이 비치는 거울 같고 나와 닮은듯 영 같진 않은 자식 같은 존재 같단 생각이 들 것 같아요. 못돼 처먹은, 글을 남기는 나는 나의 못돼 처먹은 부분을 글이라는 세계에 남기고 그 못돼 처먹은 나의 일부를 다른 신들도 볼 수 있다니. 역시 글 쓰기는 무겁고 무서운 작업 같아요. 그걸 공유하는 건 더더욱이요.
그렇지만 소싯적 믿었던 희망과 건강과 아름다움은 여전히 저 안에서 살고 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17 (3월 28일의 시, 실낙원), 신이인 지음
못돼 처먹은 시인 못돼 처먹은 시 못돼 처먹의 신 나를 위해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218-219 (3월 28일의 시, 실낙원), 신이인 지음
3월 28일 (시) '실낙원' 오늘의 글에서 가장 눈에들어오는 단어,문구는 '글자들의 마음' 입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좋은날이기도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그런ㅎㅎ 결국엔 좋은날이었어요 그런데 피곤함이 찾아와 긴 글들이 둥둥 떠다니는것같지만, 글자의 마음이라는 문구는 마음에 담기어지네요 거꾸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마음의 글자들~ 글자들의 마음~~~ 좀더 머물러 글속에 있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날입니다.
나조차 잊어버릴 유치하고 저열한 한때의 말들을 누군가는 계속해서 뇌에 담아둔 채 나를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게 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고, 미래의 내 자식이 될 수도 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23 (3월 29일의 에세이, 김규영), 신이인 지음
어제 이야기한 ‘무시무시한 글 쓰기의 효과‘가 딱 이 감정이에요. 저는 특히 블로그에 이런 말 저런 말 다 고스란히 써놓는 편인데, 미래에 지나치게 가까워질 누군가가 볼까봐 가끔 덜컥 겁이나기도 해요. 저도 그런데, 전국 책장에 자기 말이 꽂혀있는 사람은 어떨까 싶네요 ㅎㅎ
시가 문득 힘을 빼고 삶을 의역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24 (3월 29일의 에세이, 김규영), 신이인 지음
이 문장이 참 마음에 들어요. 시를 쓰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 쓰는 사람들의 감정이 이 문장에 단정하게 개켜 들어있는 것 같아요.
삶이 달라졌다는 사실이 있었고, 시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있었다. 그리고 삶과 시를 잇는 터널이 뚫렸다는 사실이 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24 (3월 29일의 에세이, 김규영), 신이인 지음
시는 좋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뭉뚱그려 말한 다음 오해를 허락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25 (3월 29일의 에세이, 김규영), 신이인 지음
저는 시를 좋아한지 얼마 안 됐는데, 시를 멀리 할 때는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시를 멀리하다가 요새는 또 이 이유 때문에 시가 좋아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 수록 입맛이 변한다고하는데 저는 책 취향도 같이 변하는 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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