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신이인 시인의 글은 읽을 때마다 익숙한 풍경을 그릴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인과 똑닮은 경험을 해본 적은 드문데도, 저한테 있는 기억들로 비슷한 풍경을 그려낼 수 있어요. 티비에서 얼굴을 자주 본 연예인에게는 왠지 ‘정‘ 비스무리한 호감을 갖게 되는데, 시인을 향한 마음도 그 감정 비스무리한 느낌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애인이 생긴 친구가 친구 관계에 소홀해졌다, 라는 뉘앙스의 고민 글을 인터넷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오늘 시인의 일기는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끼리만 나눌 수 있는 고민과 감정이 있다는 면을 보여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인터넷의 고민 글들을 읽다보면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애인이나 친구 중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친구다!‘라는- 왠지 모르게 모범적이지만 왠지 현실적이기는 힘들 것 같은 답을 내놓곤 하거든요. 오늘의 일기는 ‘그럴 필요 없고, 각자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조금 다를 뿐이다.‘라는 대안을 주는 것 같아 좋아요.
3월 25일 (일기) '양천공원' '어디선가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던 사람과 만나고 털어놓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문장을 읽는것 만으로도 저도 좋은 마음이었습니다. '기분좋게 울었다' '어떤 슬픔을 들고 만나도~' 라는 문장들도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었겠구나 생각하니 좋았고 좀 짠한 마음도 들었어요 가끔 이렇게 기분좋게 울기도하고 슬픔을 들고도 만날 수 있어야하는데..라는생각이 들기도했고요 슬픔, 눈물이나는 것이 종종있는것이 우리 삶이지~ 생각하니 저를 비롯한 모든사람의 삶이 짠하게다가오네요
개는 옛날 따위를 모르는 어린애처럼 걸어옵니다 내가 희망했던 명랑 혹은 순정을 내밀고 흔들며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그것이 나의 방식이라고 산에게 선언하고자 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산이라면 손수 옮기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자르고 태워 없애겠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어디로도 향할 수 없는 분노를 장작 패기로 풀고 다가오는 모든 정을 밀어내는 설산의 고독한 인간은 보통 턱수염이 풍성한 남자, 그것도 왠지 미국 남자의 모습으로 기억 되는데 오늘의 시가 그 정형을 완전히 뒤바꾸어주네요. 시의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그런 새로운 이미지들이 그려지는 것도 이 시집의 매력 같아요.
내가 또 쏟아버렸습니다 주워 담을 수 없겠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차 한잔 분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격심한 물줄기에 휘말릴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한 번 남에게 준 마음은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다고, 한 번 트인 물줄기는 그렇게 주욱 흘러가는 수 밖에 없다고 뭔가 자포자기한 듯이 내뱉는 말 같아서 인상 깊은 구절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레아 징어가 쓴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라는 역사적 기록물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완성한 장편 소설이 한 권 있어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베버의 시점으로 서술 되는 소설인데, 콘스탄체의 어린 시절...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던가. 또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 상심한 어린 콘스탄체가 절망스럽게 “내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죽어버려!“라고 외치니까 콘스탄체의 아버지가 “그럼 다시는 사랑을 하지 말려무나!“라고 대꾸했다는 부분이 나와요. 왠지 오늘의 시가 시작 되기 전, 첫 행이 쓰이기 전의 화자의 감정 상태가 그때의 콘스탄체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 모차르트의 연인이며 아내 콘스탄체의 초상
3월 26일(시) ‘시작되는 이야기’ ‘바삭거리는 소리가 간지러워서’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없기에’ 좋은 문장들...마음이 머무르는 부분이이 오늘의 글에 많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망한 시를 꼽으라면 이 시를 꼽겠다고 했지만, 저는 오늘의 시~글이 가장 작가답고 제게도 좋은 느낌을 주는 글로 다가왔어요. 어디가 망한것일까요? ㅎㅎㅎ 바삭거리는 소리가 간지럽다니..나도 그런지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날에는 많은 것이 있는데 많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막 끓인차를 담아둔 머그컵을 나눠 드는 이가 있는 것, 의자와 풍로가 있는 것, 컵이 엎어졌을 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이가가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바라봐 주는 무엇인가가 있어 안전함을 느낄 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없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겠다 싶었어요 격심한 물줄기에 휘말려버릴 순간이 오더라도 무엇가 있었던그 순간을 기억하며 또 살아내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오늘 책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페이지보다 왼쪽에 남겨진 페이지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이제 3월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고 더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전자제품 설치로 씨름하던 날인데.. 글 속에 머물러 잠시 쉬어가봅니다.
정말 3월도 금방이네요! 이번 주면 3월도 끝이라니... 게다가 매일 글 한 편씩 읽고 감상 남기는 습관이 벌써 두 달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ㅎㅎ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제품 설치는 무사히 끝나고 한시름 덜으셨는지 궁금해요. 남은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제품설치는 잘 마쳤어요 분명 구입때는 제가가지고있는 선으로 연결가능하다했는데. 전용선이 필요했던거였어요 문의드린 분이 아주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같이 문제를 찾아주시려해서..잘 해결했어요 처음엔 그분도 정확한 제품의 문제,방법을 모르셨던것같고 전달에도 문제가 있었네요 맞는 선을 연결해줘야 에너지공급이 가능하다는것. 친절에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어제 답급을 남기진 못했지만, 하금님의 글에~~ 힘이나고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
초록색 외계인의 모습을 한 그 친구가 자주 웃을 수 있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10시 이후의 생각들 ~ㅎㅎ 때로는 꼬리를 무슨 생각들에 답이 없거나 선하고 에너지를 만드는쪽으로 가지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거같아요. 하금님은 시인을 마음을다해 이해하고 있는것같이 느껴져요 ^^
그쵸~ 3월의 시간도 빨리 지나가고있어요 함께 매일의 글을 읽어간것이 저는 3개월이되었네요 하금님과 함께한 2개월이니.. 꾸준히 함께 잘 걸어왔네요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이에요^^
말 몇 마디는 꾸밀 수 있어도 몸뚱아리와 눈동자의 기운으로 거짓말하기는 어려우니까.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6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이제 와서는 그녀가 나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6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타인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답을 내놓아야하는 기계나 키오스크처럼 보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대로 의식하지 않으면 늘상 타인을 그렇게 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선생님이면 선생님답게, 어른이면 어른답게 굴라는 말에도 그런- 타인을 비인간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담겨있을지도 모르겠고요. 학교에 다닐 때는 선생님을, 직장에 다닐 때는 상사와 사장을 그런 식으로 봤던 것 같아요. 왜이렇게 사수답지 못해. 왜이렇게 사장답지 않아. 사실 사수나 사장이 되어본 적이 없을 때나 그런 이야기를 마음에 거슬림 없이 할 수 있는거겠죠.
운영하는 블로그의 아이디는 예미튀나. 예쁘고 미쳤고 톡톡 튀는 나, 였던가?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런 이름표를 달고 사는 사람이 어떤 스타일인지를 약간은 유추해볼 수 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7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큰소리로 웃는 사람은 무언가 숨길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어제였던가 지난 번에 말씀 드린 레아징어의 소설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아마 공금 횡령 누명을 쓰고 고향에서 도망쳐나와 극장 필경생으로 박봉을 받아야했던 콘스탄체의 아버지대신 더 억척스럽고 지독하게 돈을 벌어서 세 딸을 먹여살려야 했던 콘스탄체의 어머니를 묘사하는 장면이었을거에요. 콘스탄체의 어머니가 모차르트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의 모델이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크고 화려하고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 크게 웃는 사람. 과장스럽게 자기를 치장하는 이름을 달고 사는 사람. 다 같은 사람을 뜻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 모차르트의 연인이며 아내 콘스탄체의 초상
아이들은 내 목도리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나는 그것을 계속 하고 다녔다. 좋았으니까. 그때의 나는 잘 수그리지 않았다. 그녀 식대로 표현하자면 ‘휘어지는 갈대‘는 아니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8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왜 이해받고자 하는가? 스스로 확신이 없어서. 그리고 상대가 신경쓰이기 때문이겠지. 이해받지 말자는 마음이 기본값인 동류의 인간으로서 그 기행이 이해되었다. 그녀는 폭탄 머리를 한 채 보수적인 직장을 다니는 젊은 여성이었고 나는 괴상한 목도리를 두르고 민감한 또래들 사이를 다니는 사춘기 여자애였으니까.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10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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