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머리맡에 두는 책을 표현하는 말 같아서 되게 마음에 든 문장이었어요. 평생 나를 덮어주고도 남을 넉넉한 침구!
기억하고 기억을 기억하고 기억을 기억한 기억을 기억하고 기억이 견고해져서 책 없이도 책을 읽고 사람 없이도 대답을 듣는 날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90 (3월 24일의 시, 외계인의 시), 신이인 지음
스르륵 뭉뚱그려지는 마음에 압정처럼 초를 꽂아 버티면서 하나 둘 셋 넷…… 나는 매년 환해가는 케이크 많고 긴 초가 비추는 것은 이렇게까지나 내 것들뿐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190-191 (3월 24일의 시, 외계인의 시), 신이인 지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고, 나는 남들과 너무 다르기만해서 아무도 나의 취향도 나의 감정도 나의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분에 끝없이 우울한 밤이 담겨있는 시처럼 읽혔어요. 외계인, 이방인. 내가 나를 그렇게 지칭하고는 또 그 말에 스스로 상처 받는 자업자득 악순환이 반복 되는 밤. 언젠가 인터넷에서 '밤 10시 이후의 생각은 믿지마라'라는 뉘앙스의 글을 읽은 적 있는데, 시인도 저도 침대맡에 그 말을 붙여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ㅎㅎ 너무 상처를 오래 문대서 다 뭉그러진 마음 위에, 매년 늘어가는 나이만큼 초를 하나 꽂고 그 촛불의 온기에 기대서 밤을 지새는 초록색 외계인을 상상해봤어요. 어쩌면 초록색 잠옷을 입은 나 일수도 있을 것 같아요. 헤집어놨던 옛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서 '이랬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후회하고. 그런 답답한 짓을 하느라 웅크리고 있는 등이 떠올라요.
친구는 사랑이 많다. 난 늘 그게 바갑다. 어떤 슬픔을 들고 만나도 우리는 반갑게 웃는다. 선물을 푸는 것처럼 서로의 슬픈 마음을 풀고 좋아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194 (3월 25일의 일기, 양천공원), 신이인 지음
신이인 시인의 글은 읽을 때마다 익숙한 풍경을 그릴 수 있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시인과 똑닮은 경험을 해본 적은 드문데도, 저한테 있는 기억들로 비슷한 풍경을 그려낼 수 있어요. 티비에서 얼굴을 자주 본 연예인에게는 왠지 ‘정‘ 비스무리한 호감을 갖게 되는데, 시인을 향한 마음도 그 감정 비스무리한 느낌일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애인이 생긴 친구가 친구 관계에 소홀해졌다, 라는 뉘앙스의 고민 글을 인터넷에서 자주 보게 되는데 오늘 시인의 일기는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끼리만 나눌 수 있는 고민과 감정이 있다는 면을 보여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인터넷의 고민 글들을 읽다보면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애인이나 친구 중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친구다!‘라는- 왠지 모르게 모범적이지만 왠지 현실적이기는 힘들 것 같은 답을 내놓곤 하거든요. 오늘의 일기는 ‘그럴 필요 없고, 각자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조금 다를 뿐이다.‘라는 대안을 주는 것 같아 좋아요.
3월 25일 (일기) '양천공원' '어디선가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던 사람과 만나고 털어놓고 웃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문장을 읽는것 만으로도 저도 좋은 마음이었습니다. '기분좋게 울었다' '어떤 슬픔을 들고 만나도~' 라는 문장들도 같은 마음을 느끼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었겠구나 생각하니 좋았고 좀 짠한 마음도 들었어요 가끔 이렇게 기분좋게 울기도하고 슬픔을 들고도 만날 수 있어야하는데..라는생각이 들기도했고요 슬픔, 눈물이나는 것이 종종있는것이 우리 삶이지~ 생각하니 저를 비롯한 모든사람의 삶이 짠하게다가오네요
개는 옛날 따위를 모르는 어린애처럼 걸어옵니다 내가 희망했던 명랑 혹은 순정을 내밀고 흔들며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그것이 나의 방식이라고 산에게 선언하고자 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산이라면 손수 옮기겠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자르고 태워 없애겠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어디로도 향할 수 없는 분노를 장작 패기로 풀고 다가오는 모든 정을 밀어내는 설산의 고독한 인간은 보통 턱수염이 풍성한 남자, 그것도 왠지 미국 남자의 모습으로 기억 되는데 오늘의 시가 그 정형을 완전히 뒤바꾸어주네요. 시의 주제에서는 조금 벗어나지만, 그런 새로운 이미지들이 그려지는 것도 이 시집의 매력 같아요.
내가 또 쏟아버렸습니다 주워 담을 수 없겠습니다 나는 머지않아 차 한잔 분량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격심한 물줄기에 휘말릴 것을 직감했습니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26일 수요일의 시, 시작되는 이야기, 신이인 지음
한 번 남에게 준 마음은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없다고, 한 번 트인 물줄기는 그렇게 주욱 흘러가는 수 밖에 없다고 뭔가 자포자기한 듯이 내뱉는 말 같아서 인상 깊은 구절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레아 징어가 쓴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라는 역사적 기록물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대어 완성한 장편 소설이 한 권 있어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베버의 시점으로 서술 되는 소설인데, 콘스탄체의 어린 시절... 아끼던 고양이가 죽었던가. 또 사랑하는 대상을 잃어 상심한 어린 콘스탄체가 절망스럽게 “내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죽어버려!“라고 외치니까 콘스탄체의 아버지가 “그럼 다시는 사랑을 하지 말려무나!“라고 대꾸했다는 부분이 나와요. 왠지 오늘의 시가 시작 되기 전, 첫 행이 쓰이기 전의 화자의 감정 상태가 그때의 콘스탄체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차르트의 연인, 콘스탄체 - 모차르트의 연인이며 아내 콘스탄체의 초상
3월 26일(시) ‘시작되는 이야기’ ‘바삭거리는 소리가 간지러워서’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없기에’ 좋은 문장들...마음이 머무르는 부분이이 오늘의 글에 많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망한 시를 꼽으라면 이 시를 꼽겠다고 했지만, 저는 오늘의 시~글이 가장 작가답고 제게도 좋은 느낌을 주는 글로 다가왔어요. 어디가 망한것일까요? ㅎㅎㅎ 바삭거리는 소리가 간지럽다니..나도 그런지 한번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늘날에는 많은 것이 있는데 많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막 끓인차를 담아둔 머그컵을 나눠 드는 이가 있는 것, 의자와 풍로가 있는 것, 컵이 엎어졌을 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이가가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바라봐 주는 무엇인가가 있어 안전함을 느낄 때.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없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겠다 싶었어요 격심한 물줄기에 휘말려버릴 순간이 오더라도 무엇가 있었던그 순간을 기억하며 또 살아내면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오늘 책이 오른쪽으로 넘어간 페이지보다 왼쪽에 남겨진 페이지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이제 3월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하고 더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전자제품 설치로 씨름하던 날인데.. 글 속에 머물러 잠시 쉬어가봅니다.
정말 3월도 금방이네요! 이번 주면 3월도 끝이라니... 게다가 매일 글 한 편씩 읽고 감상 남기는 습관이 벌써 두 달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ㅎㅎ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아요. 제품 설치는 무사히 끝나고 한시름 덜으셨는지 궁금해요. 남은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
제품설치는 잘 마쳤어요 분명 구입때는 제가가지고있는 선으로 연결가능하다했는데. 전용선이 필요했던거였어요 문의드린 분이 아주친절하게 응대해주시고, 같이 문제를 찾아주시려해서..잘 해결했어요 처음엔 그분도 정확한 제품의 문제,방법을 모르셨던것같고 전달에도 문제가 있었네요 맞는 선을 연결해줘야 에너지공급이 가능하다는것. 친절에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어제 답급을 남기진 못했지만, 하금님의 글에~~ 힘이나고 기분도 좋아졌습니다. ^^
초록색 외계인의 모습을 한 그 친구가 자주 웃을 수 있음 좋겠다 생각했어요^^ 10시 이후의 생각들 ~ㅎㅎ 때로는 꼬리를 무슨 생각들에 답이 없거나 선하고 에너지를 만드는쪽으로 가지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거같아요. 하금님은 시인을 마음을다해 이해하고 있는것같이 느껴져요 ^^
그쵸~ 3월의 시간도 빨리 지나가고있어요 함께 매일의 글을 읽어간것이 저는 3개월이되었네요 하금님과 함께한 2개월이니.. 꾸준히 함께 잘 걸어왔네요 즐겁고 유익한 시간들이에요^^
말 몇 마디는 꾸밀 수 있어도 몸뚱아리와 눈동자의 기운으로 거짓말하기는 어려우니까.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6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이제 와서는 그녀가 나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206 (3월 27일 에세이, 선생님), 신이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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