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를 세는 책 읽기 ㅡ 3월〕 이듬해 봄

D-29
L과 같이 놀던 아이들, H나 J같은 애들은 학교에 남았고 이것이 자신들의 원래 모습이라는 듯이 유순해졌다. 내가 소개한 영어 공부방에 열심히 다녔으며 성악이나 체육을 배워 원하는 대학교에 갔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32-33 (3월 4일의 에세이, 양아치), 신이인 지음
결국 그 학교의 누구도 L이 누군지 모르겠구나. 에세이가 다 끝나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괜히 뭔가 입안이 텁텁했어요. 그런 텁텁함으로 글을 다시 한 번 읽고나니까 왠지 L은 그 사실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일거란 생각이 드네요. 괜찮았을 것 같아요. 적어도 그 애의 어머니는 그 애의 좋은 점을 잘 봐주던 사람처럼 보이니까요. 아니 어쩌면 학교의 애들은 L이 사납게 생겨서, 심지어 요새 애들 같지 않고 고전 문학 속 양아치처럼 생겨서, 입이 걸고 눈은 쭉 찢어져서, 생긴 것만봐도 답이 나오는 얼굴이라 진짜 L을 영원히 알 수 없는 운명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작가도 L의 어머니를 만나고, 칭찬을 들으며 몸을 베베 꼬고 웃음짓는 L을 보고서야 걔가 무슨 연극 속 양아치 캐릭터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처럼 느껴진 것 같으니까요. 중고등학생 때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대로 또 귀에 들리는 대로 친구의 모든 것을 결정 짓는 시기 같아요. 애들끼리 서로 ‘컨셉‘을 잡아주는 것 처럼요. 그런 ‘컨셉‘을 이용하는 법을 배우는 첫 시기도 아마 그 때 같아요. 제 주변에는 이런 ‘컨셉‘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집에 보석으로 장식한 타조알이 있다고 뻐기던 남자 애도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타학교로 ‘강전(강제 전학)‘간 여자친구를 데리러 간다는 또 다른 남자애, 집에 수영장이 있고 개인 바이올린 선생님이 온다던 여자 애. (물리적으로) 쎄 보이거나 돈이 많거나. 주로 이 두 개의 컨셉 중 하나를 선택했던 것 같네요. 그 애들도 지금은 다 각자 앞가림을 하며 살고, 아는 얼굴과 우연히 마주쳤다가 헤어질 때는 ‘나중에 밥 한 번 먹자‘라고 배웅하겠죠.
하금님이 L과 함께 있었다면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을것같다는 생각을 해보게되어요 L의 본 모습을 잘 알아봐주는 친구요~~~~ 그냥 제 생각이에요 ㅎㅎㅎ
하금님이 얘기해주신 컨셉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나의 중고등학생때의 컨셉은 뭐였지?하고요 저는 아마도~ '있는듯 없느듯' 이었던것같은데, 친구들은 뭐라할지? 모르겠네요 하금님이 얘기해주신 친구들 얘기..중 보석장식 타조알 있다고 얘기한 친구~~ 뭐지? 했다가~ 아....했다가 그모습이 상상되서 크게 웃었어요 그 모두가 성인이되었겠네요~^^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겨울을 건너뛰고 싶었어.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3월 5일의 시, 작가의 말, 신이인 지음
나는 조금 구겨졌다가 생각한다 이것이 나를 퍽 좋아하는구나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37 (3월 5일의 시, 스프링), 신이인 지음
이윽고 광활한 바닥이 나를 부서져라 안을 때 나는 보게 되어 있었다 잔디가 색을 바꾸는구나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38-39 (3월 5일의 시, 스프링), 신이인 지음
얼룩덜룩 멍투성이 지구를 잠시 이해하려던 시절이 흘러갔다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39 (3월 5일의 시, 스프링), 신이인 지음
흔히들 점프를 두 구간으로 나눠서 보잖아요. 날아오르는 자유를 상징하는 도약, 다시 땅으로 내리꽂히는 추락 (혹은 착지). 시에서는 도약을 거부, 착지를 귀환으로 보는 것 같아서 쓰인 단어나 문장 구성이 쉬운 시인데도 몇 번 반복해서 읽게 되더라구요. 일방적으로 혹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마음은 이렇게 쓰이는구나 싶기도하고... 나를 온몸으로 붙잡는 사랑을 있는 힘껏 거부하며 점프! 그리고 다시 중력의 힘으로 끌어내려지면서 “얘가 나를 참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마음에 기뻐하기. 추락에 동반 되는 충돌로 멍이 들면서도 기꺼워하는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어떤 모습과 닮았나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 괜히 틱틱거리는 퉁명스러운 투정 같은걸까요. 적당히 밀고 당겨야하는데 언제든지 추락할 바닥이 있다는 생각에 있는 힘껏 밀어내던 사람의 회고 같은 시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요. 얼룩덜룩 지구가 멍투성이인건, 지구 위를 빼곡하게 덮은 사람들이 사랑의 안락함을 믿고 계속 점프롸 추락을 반복해서 그러는걸까 생각도 해보고요. ㅎㅎ 시는 읽고 어쩔 수 없이 읽는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봐야하는 장르의 글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네요.
하금님의 생각으로 다시 오늘의 시를 읽어보니...새로운 느낌이네요 저는 좀 심술궂은 마음으로 글을 읽었나하고 생각해보게되었네요ㅎㅎ
여담으로.. 저는 학창 시절에 개구리 해부 수업을 들은 이후로 개구리를 잘 못 봐요. 마취액이 담긴 비커에서 개구리가 펄쩍 뛰어올라, 비커를 들고 있던 친구 손에 힘이 빠지고, 비커가 미끄러져서 바닥에 산산조각 나고, 개구리가 피를 흘리며 펄쩍거리고. 그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도 상상으로 얼기설기 그 순간 목격한 이미지와 감각을 끼워맞춰서 기억하고 있어요. 오늘 시를 읽고 괜히 또 생각이 나서 조용히 밀크티만 몇 모금 더 마셨어요ㅎㅎ. 진짜 옛날 일인데 쉽게 잊혀지지 않네요. 어지간히 놀라고 무서웠나봐요.
그쵸~저도 과학실에 보관된 개구리가 생각나네요 그런 무시무시한 해부를 제 동생은 너무 잘했답니다. 저는 접근도 못해서, 동생과 비교가되었던 일도 생각나네요
전 개구리 해부해본 적 없는데...하금님 글을 보며 그 상황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3월 5일 (시) '스프링' 두발에 집중해 바닥을 느끼고, 긴밀하게 붙어있어 밀어내면서 튀어오를 때는 온몸으로 바닥을 거부하는게 아니라, 온몸으로 속해있어야 가능한거아닐까? 하고 반대의 생각을 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개구리를 만져본 기억이 없는데요... 그 개구리의 발바닥을 느낀 그 느낌은 어떨까요? 폴짝하고~뛰어오르며 만난것이 색이바뀐 잔디였나보네~하고 생각하니.. 좀 더 멀리, 높이가지 못한것이 아쉽네요ㅎㅎㅎ
열기구처럼 공중에 펼친 나 를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스프링>, p.37, 신이인 지음
<스프링> 경칩-> 개구리-> 스프링 이 연결이 너무 자연스럽고 좋았어요. 시를 잘 모르지만, 공중에 펼친 나 를 이렇게 뛰어올랐다 내려오는 느낌이 표현된 것도 너무 좋았어요! 독개구리라는 걸 알면서도 만지는 것. 그가 나를 걷어차고 난 후 그의 발바닥을 느끼는 것. 색을 바꾸는 지구를 보며 아파하는 나를 안아주는 건 시간인가. 생각해보게 된 시였어요!
밝은바다님이 써놓으신 글자의 배치.. 공중에 펼친 나 를 다시보니 재미있는 부분이었네요. 작가가 얘기한것처럼 열기구같기도하네요~ 요 몇일 글들을 까칠한 시선으로 읽었나 생각해보게 되네요. 놓치고 지나간 것들이 많은것같아요.. 그래두 함께 읽는 책친구님들 덕에 더 넓고 깊게 다시보니 다행이에요^^
진심으로 편지를 쓸 때는 받는 사람의 얼굴이 눈의 뒷면에 비치게 돼요. 영사기가 켜진 것처럼.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46 (3월 6일의 편지, 3월에 태어난 사람에게), 신이인 지음
가끔 사람들과 대면하는 행사를 할 때 저는 굉장히 겁을 먹어요. 저 사람들이 나를 먼저 봤다는 것에 대해서.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p.46-47 (3월 6일의 편지, 3월에 태어난 사람에게), 신이인 지음
평범한 사람의 매력은 비범하다는 거예요. 고유한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자기만의 이름으로 불리면서도 특정되지 않잖아요. 어디 사는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다르면서. 평범이라는 요술 망토를 쓰고 투명인간이 되어 사는 사람들 같아요.
이듬해 봄 - 신이인의 3월 p.47 (3월 6일의 편지, 3월에 태어난 사람에게), 신이인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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