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 ‘최후의 한 사람이 잡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마땅한데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몸에서 힘이 쪽 빠져버리는 듯한 허무감이 들 뿐이었다. 오히려 ‘지금부터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절절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마도 오랜 취재 생활 속에서 피해자들의 시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습관화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기쁨 같은 감정은 전혀 일지 않았다.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허무감과 아릿한 통증이 위벽을 긁는 산처럼 은밀히 솟구쳐오를 뿐이었다. ”
『언더그라운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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